나는 마지막 줄 아래에 선을 그었다.예진은 문턱에 서서 노트를 내려다봤다.“그걸 누구한테 보여 주려고?”“일 맡기는 사람.”“노트째 보여 줄 거야?”나는 흙 묻은 모서리를 손으로 털었다. 종이 사이에 마른 흙이 조금 더 나왔다.“따로 써야겠네.”예진이 책상 위 빈 종이를 집어 줬다.“돈 받는 일은 읽을 수 있게 써. 오빠만 알아보게 쓰지 말고.”나는 노트 옆에 종이를 놓았다. 받은 물건, 받는 자리, 내주는 자리부터 옮겨 적었다. 일당이라고 쓰려다 펜을 멈췄다.하루를 팔면 짐이 적어도 하루였고, 짐을 잘못 받으면 오늘처럼 하루가 없어졌다.이번에는 운임이라고 적었다.예진이 그 글자를 보고 물었다.“직접 하려고?”“그게 낫겠어.”“그럼 회사 이름도 있어야지.”나는 종이 맨 위를 비워 뒀다.◉3월 23일(월), 어머니가 밥그릇을 내려놓을 때까지 맨 위 칸은 비어 있었다.나머지는 주말 동안 채웠다. 자루에 담긴 물건과 낱개로 놓인 물건을 나눴고, 개수를 누가 확인할지도 적었다. 취급하기 어려운 물건은 받기 전에 따로 보기로 했다.상호만 남았다.어머니가 종이를 들여다봤다.“밥은 먹고 해라.”“이름만 쓰면 돼요.”“니 이름 쓰면 안 되냐.”나는 신우재 운송이라고 적어 봤다. 내 이름 아래로 인수 확인, 반출 확인, 파손 책임이 이어졌다.이름을 지우고 등짐 운송이라고 썼다.어머니가 숟가락을 놓았다.“등짐이 뭐냐.”“등에 지는 짐이요.”“니는 등에 안 진다며.”“하던 일이 그거라서요.”어머니는 내 어깨를 보고 종이를 다시 봤다.“전화로 말해도 알아듣겄다.”나는 종이 위에 적힌 글자를 소리 내 읽었다. 등짐 운송. 짧았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들어 있었다.시계를 보니 이름을 고르는 데 10분이 걸렸다.예진이 출근 가방을 메고 나오다가 종이를 집었다. 회사 이름 아래에 내가 적어 놓은 문장을 읽더니 펜으로 띄어쓰기를 고쳤다.“운송장 없는 짐은 안 받는다?”“서로 뭘 줬는지 적어야 해.”“파손 시 전액 배상.
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