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에서 20년 짐꾼이었는데, 귀환하니 아공간이 S급

이세계에서 20년 짐꾼이었는데, 귀환하니 아공간이 S급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1
Por:  JinoActualizado ahora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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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센터 2년 차 신우재는 이사 현장에서 게이트에 빨려 들어가 이세계에서 20년 동안 용사 일행의 짐꾼으로 살았다. 돌아오니 지구에선 3년. 주민등록은 서른, 얼굴은 마흔일곱. 관리청 측정기는 300톤에서 멈췄다. 아공간 「측정 불가, S급」. 싸움은 못 한다. 대신 그는 운송장을 쓴다. 『운송장 없는 짐은 안 받음. 파손 시 전액 배상.』 포터 임금을 떼먹는 물류 회사, 숫자로 말하라는 길드 마스터, 쓸모없다는 소리를 듣던 F급 아공간 능력자. 게이트 안 짐을 나르는 귀환 짐꾼의 운송 회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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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귀환자는 초소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희끄무레한 막을 지나자 발밑에서 아스팔트가 밟혔다.오른발을 한 번 더 눌러 봤다. 흙이 아니었다. 밑창 아래 자갈이 박히지도 않았고, 발을 떼도 먼지가 따라오지 않았다.길 건너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그 아래 쓰레기봉투가 놓여 있었다. 흰 봉투에 묶인 파란 손잡이. 조금 떨어진 곳에는 주차된 승용차가 있었다.차부터 봤다. 바퀴 넷이 땅에 닿아 있었다.돌아온 모양이었다.뒤는 아직 돌아보지 않았다. 등에 멘 가방의 오른쪽 끈을 당겨 어깨 가운데로 맞췄다. 오래 걷고 나면 한쪽으로 쏠리는 가방이었다. 마지막에 고친 바느질이 아직 버티고 있었다.“정지하십시오.”앞에서 목소리가 났다.철제 울타리 안에 남자 셋이 있었다. 셋 다 창을 들고 있었다. 가운데 남자는 창끝을 낮추고, 양옆의 남자는 뒤쪽을 살폈다.나를 보고 굳었던 얼굴들이 조금씩 움직였다.“혼자 나오셨습니까?”“예.”“뒤에 다른 사람 있습니까?”“없습니다.”가운데 남자가 내 어깨 너머를 확인했다. 나도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희끄무레한 막이 가로등 빛을 가리고 있었다. 막을 지날 때와 달리, 이쪽에서는 그 너머가 보이지 않았다.나는 두 손을 천천히 들었다.왼손을 펴자 굳은 손바닥이 당겼다. 손가락까지 제대로 벌린 뒤 말했다.“짐 좀 내려놓겠습니다.”오른쪽 남자가 창을 고쳐 잡았다.“능력은 사용하지 마십시오.”“가방입니다.”“손은 그대로 두시고요.”팔을 든 채 어깨를 한 번 내렸다. 가방끈이 팔꿈치에 걸렸다.이대로 벗으려면 가방을 떨어뜨려야 했다. 안에 든 컵이 찌그러질 수 있었다.“끈을 잡아도 됩니까?”가운데 남자가 가방을 살폈다. 입구는 끈으로 묶여 있었고, 바깥에는 작은 주머니가 하나 달려 있었다. 내 손이 닿을 자리를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천천히 내려놓으십시오.”오른손으로 끈을 잡았다. 왼쪽 어깨부터 빼고, 가방 밑을 받쳐 바닥에 내려놨다.남자 셋의 눈이 가방을 따라 내려갔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내 어깨만 가벼워졌다.“무기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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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등급 측정은 신체 검사 뒤에 합니다
유소정이 소지품 신고란에 펜을 댔다.“맡긴 물건도 가지고 계신 거죠?”“예.”“가방 안에 있습니까?”“따로 넣어 뒀습니다.”책상 위의 노트를 가리켰다. 유소정은 노트가 나왔던 자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품목은 어떻게 적으면 될까요?”“보따리입니다. 1개.”“내용물은요?”“못 봤습니다. 집에 가서 열라고 했습니다.”펜 끝이 잠깐 멈췄다.“누가 맡겼는지는 기억하십니까?”“같이 일하던 사람들입니다.”유소정은 그 말까지 적고 다음 칸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풀어 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가방은 내가 열었다. 컵과 여벌 옷, 남은 끈을 책상에 꺼냈다. 문 옆 남자가 컵 안쪽과 옷 사이를 확인했다. 끈은 풀린 길이만 보고 다시 돌려줬다.내가 끈을 감는 동안 유소정이 서류를 정리했다.“뒤편 임시 보호소로 안내하겠습니다. 신체 검사부터 받으셔야 합니다.”“검사 끝나면 집에 갑니까?”“신원 확인도 함께 진행합니다. 오늘 바로 끝나기는 어렵습니다.”나는 가방 안에 컵을 눕혔다. 옷으로 감싸고 끈을 얹었다. 며칠 묵을 거면 컵은 위에 두는 게 나았다.◉초소 뒤에는 컨테이너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문마다 번호가 붙어 있었고, 창문 아래에는 실외기가 돌아갔다. 바닥에 깔린 철판을 밟자 신발 밑에서 빈 소리가 났다.유소정이 문 하나를 열었다.침대와 작은 책상, 옷장이 있었다. 침대 끝에는 수건과 회색 옷이 접혀 있었다.“검사 받으실 때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지금 입으신 옷은 세탁해 드릴 수 있고요.”나는 가방을 내려놓기 전에 침대 밑을 봤다. 바닥이 말라 있었다. 책상 옆에도 물이 샌 자국은 없었다.가방은 책상 아래에 세웠다.“식사는 가운데 건물에서 드시면 됩니다. 검사 때문에 아침은 잠깐 기다려 주세요. 채혈하고 나면 드실 수 있습니다.”“돈을 냅니까?”“보호 기간에는 받지 않습니다.”“세탁도요?”“네.”노트를 펼쳤다. 적을 비용이 없어서 빈칸을 그대로 뒀다.유소정이 문 옆의 호출 버튼을 짚었다.“불편한 곳이 생기면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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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실종선고 취소는 본인이 신청하셔야 합니다
측정관이 도장을 닦다가 나를 봤다.“용량 판정으로는 가장 높은 등급입니다.”“검사는 끝난 겁니까?”“능력 측정은 끝났습니다. 등록 절차가 남아 있고요.”나는 노트의 검사 칸에 표시했다. 그 옆에 등록이라고 적고 빈칸을 하나 더 만들었다.측정관이 서류를 봉투에 넣었다.“이건 담당 주무관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오늘은 보호소로 돌아가셔도 됩니다.”“제가 가져다드리면 안 됩니까?”“원본은 내부로 넘깁니다. 본인용 사본은 등록할 때 받으실 겁니다.”짐은 있는데 내가 나를 필요는 없었다.연필을 노트 사이에 끼우고 일어났다. 회색 옷의 소매가 책상 끝에 걸렸다. 소매를 걷어 올린 뒤 가방을 들었다.측정관은 봉투를 닫기 전에 내 이름을 한 번 더 확인했다.“신우재 씨 맞으시죠?”“예.”내가 나라는 검사도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3월 12일(목), 관리청 2층 등록실로 갔다.세탁한 옷은 전날 저녁에 돌려받았다. 목깃에 남아 있던 흙이 빠져 색이 조금 밝아졌다. 옷을 갈아입고 회색 옷은 침대 위에 접어 뒀다.등록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유소정은 책상에 서류를 펼치고 있었다. 내가 문 앞에 서자 의자를 가리켰다.“들어오세요. 아침은 드셨습니까?”“예.”“검사 결과는 받았습니다. 오늘은 신원 확인과 등록을 진행하겠습니다.”가방을 의자 옆에 내려놨다. 노트와 시계만 책상에 올렸다.유소정이 종이를 내 쪽으로 돌렸다.다섯 장이었다.맨 위에는 내 이름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예전 주소가 적혀 있었다. 달내동 다세대 2층. 사라지기 전 살던 집이었다.주소 끝까지 읽고 다음 줄로 눈을 내렸다.유소정이 손가락으로 한 칸을 짚었다.“이 부분부터 설명드려야 합니다.”『신원 상태: 실종선고』나는 글씨를 다시 봤다.“실종 신고하고 다른 겁니까?”“다릅니다. 신고는 사람을 찾기 위한 것이고, 선고는 법원 결정입니다. 신우재 씨는 1년 전에 실종선고가 내려졌습니다.”유소정이 뒤에 붙은 종이를 조금 빼냈다. 결정 내용과 처리 기록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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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귀가 시 담당자가 동행합니다
“여보세요.”어머니 목소리였다.나는 수화기 아래쪽을 손으로 잡았다. 입을 가까이 대면 더 잘 들릴까 싶었다.“엄마.”종이 넘기는 소리가 멎었다.“누구세요.”“우재요.”전화기 화면에 내가 누른 번호가 남아 있었다. 끝자리까지 맞았다.수화기 너머에서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 나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유소정은 책상에 펼쳐 놓았던 서류를 조용히 모았다.“우재라고?”“네.”“어디냐.”“관리청이요. 달내동에 있는 데.”말을 더 해야 했다. 돌아왔고, 다친 곳은 없고, 집으로 갈 수 있다고.어머니가 먼저 물었다.“밥은.”나는 책상 아래로 왼손을 내렸다.“먹었어요.”“너 정말…….”말끝이 끊겼다.“엄마. 저 맞아요.”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전화가 끊긴 것은 아니었다. 멀리서 그릇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나는 그동안 수화기 선이 꼬인 곳을 폈다. 한 바퀴를 돌려 풀고, 다시 손을 멈췄다.“집에 올 수 있냐.”“확인하고 갈게요.”유소정이 종이에 짧게 써서 내 앞에 놓았다.『귀가 일정과 동행 절차 안내가 필요합니다.』나는 글씨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담당 주무관님이 설명해 드릴 거예요. 잠깐 바꿔 드릴게요.”수화기를 건네기 전에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우재야.”“네.”“끊지 말고 있어.”나는 유소정을 봤다.유소정은 의자를 옆으로 당겼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수화기에 손을 댈 수 있는 거리였다.“안녕하세요. 각성자 관리청 동부 사무소 유소정 주무관입니다. 신우재 씨는 지금 제 옆에 계십니다.”나는 전화기 옆에 손을 놓고 앉아 있었다.◉3월 13일(금), 저녁에 보호소를 나왔다.침대 위에 놓인 물건을 가방에 넣었다. 여벌 옷을 아래에 깔고 서류 봉투를 올렸다. 노트는 앞쪽에 넣었다. 받은 물건과 가져온 물건을 확인한 뒤 침대 밑도 봤다.남은 것은 없었다.빌려 입었던 회색 옷은 돌려줬다. 보호소 직원이 옷을 받고 방 열쇠를 확인했다.“놓고 가신 것 없으세요?”“예.”나는 문턱 밖에서 방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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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휴대전화는 재발급 받으십시오
나는 휴대전화 옆에 물음표를 적었다.가격을 알아보려면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부터 정해야 했다. 방문 밖에서는 예진이 가방 지퍼를 닫는 소리가 났다.“예진아.”“응.”“내일 전화 사는 데 같이 가 줄 수 있어?”문이 조금 열렸다. 예진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안경만 그대로 쓰고 있었다.“휴대전화?”“응. 일을 구하려면 있어야 해서.”예진이 책상 위 통장과 노트를 봤다.“나 수업 끝나면. 오후에 가자.”“얼마쯤 하는지 알아?”“쓰던 거 있어. 기계는 그거 써도 돼. 번호는 새로 받아야 할 거야.”나는 물음표 옆에 기계라고 적었다가 지웠다.“작동하는 거면 돼.”“전화만 되면 안 돼. 문자도 봐야 하고, 서류 보내려면 사진도 찍어야 해.”“그것도 배우면 되고.”예진이 방 안으로 들어와 책상 아래를 봤다. 가방은 벽에 붙여 세워 둔 상태였다.“짐은 내일 정리해. 엄마 계속 왔다 갔다 하잖아. 오빠 안 잘까 봐.”나는 통장을 노트 사이에 끼웠다.“잘게.”예진이 불을 꺼 줬다.침대에 누워 이불을 배까지 덮었다. 벽 쪽으로 몸을 돌리자 등이 매트리스에 깊게 눌렸다. 반대로 돌아도 가운데가 내려갔다.발을 내리면 바로 바닥에 닿지 않았다.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어둠에 눈이 익을 때까지 기다린 뒤 바닥에 가방을 눕혔다. 누울 자리가 나왔다.이불을 내려 반으로 접고 누웠다.바닥은 단단했다. 문이 열리는 쪽도 보였다.아침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3월 14일(토), 어머니가 방문을 열었다.“밥은…….”말이 중간에서 멈췄다.나는 일어나 앉아 이불 모서리를 폈다.“지금 먹을게요.”“왜 거기서 자냐.”“여기가 편해요.”어머니가 침대를 눌러 봤다.“꺼졌어?”“아니요. 침대는 괜찮아요.”어머니는 침대와 나를 번갈아 봤다. 나는 이불을 접어 침대 위에 올렸다. 바닥에 아무것도 없어야 더 묻지 않을 어머니였다.“베개라도 베지.”“오늘은 벨게요.”어머니가 옷장에서 베개를 하나 더 꺼냈다. 내 것보다 낮았다.나는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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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포터 모집, 일당 15만 원
“개인 사업이면 가게를 내는 거야?”예진이 내 손가락 옆을 짚었다.“짐 나르는 것도 되겠지.”“이삿짐?”“그것부터 알아보고.”나는 공문을 돌려 연락처 변경란에 새 번호를 적었다. 숫자가 한 칸에 들어가도록 작게 썼다.예진이 휴대전화를 가져왔다.“여기로 전화해서 물어봐. 번호 바뀐 것도 말하고.”“지금?”“업무 시간 끝나기 전에.”유소정은 전화를 받고 새 번호를 확인했다. 개인 사업으로 신고하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도 알려 줬다.나는 노트에 적었다. 업종과 상호는 아직 빈칸이었다.“사업자 등록을 먼저 하시면 됩니다. 다만 게이트 안에서 일하실 경우 출입 절차는 별도입니다.”“짐을 나르는 일도요?”“네. 작업자 명부에 올라가셔야 합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자 예진이 노트를 당겨 봤다.“상호는 뭐로 할 건데?”“일이 있는지부터 보려고.”예진은 노트를 돌려줬다. 빈칸 아래에 줄을 하나 그어 놨다.◉3월 18일(수), 아침밥을 먹는데 전화가 울렸다.어머니는 반찬 그릇을 내려놓고 내 휴대전화를 봤다. 나는 숟가락을 놓고 전화를 받았다.“신우재 씨 맞으십니까?”“네.”상대는 길드 이름과 담당 업무를 말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 노트를 펴고 적었다.“S급 귀환자분으로 확인돼서 연락드렸습니다. 복귀하신 지 얼마 안 되셨다고 들었습니다.”“네.”“몸 상태는 좀 어떠신가요?”“걷는 데는 문제없습니다.”“그럼 면담 일정을 잡아도 괜찮겠습니까? 저희가 다음 달부터 위험 단계 게이트 공략에 들어갑니다. 선두 인력을 보강하는 중이라서요.”나는 적던 손을 멈췄다.“저는 짐을 나릅니다.”전화 너머에서 잠깐 웃는 소리가 났다.“네. 장비 지원도 충분히 해 드립니다. 짐까지 직접 챙기실 필요는 없고요.”“아니요. 제 일이 짐 나르는 겁니다. 싸움은 못 합니다.”“아직 공개하시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시겠죠. 급하게 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상대는 명함을 문자로 보내겠다고 하고 끊었다.나는 노트에 쓴 길드 이름 옆에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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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포터 일당은 당일 지급합니다
팀장은 자기 노트를 펴고 내 이름을 적었다.“아침에 초소 앞에서 만나시죠. 늦으면 명부를 다시 올려야 합니다.”“짐은 어떤 겁니까?”“마력석입니다. 저희가 모아 놓으면 가지고 나오시면 돼요.”“자루에 담겨 있습니까?”“수거하면서 담습니다. 등짐 틀은 차에 있고요.”나는 일당 옆에 마력석이라고 적었다.팀장이 노트를 덮으려다 내 등록증을 다시 가리켰다.“등록 번호도 적어야 합니다.”등록증을 꺼내 건넸다. 팀장은 번호를 옮겨 적다가 아래쪽에서 손을 멈췄다.사진을 보고, 판정란을 보고, 내 얼굴을 봤다.“S급이십니까?”“아공간입니다.”“그럼 틀은 필요 없겠네요.”“묶여 있으면 옮기기 편합니다.”“알겠습니다. 내일 뵙죠.”팀장은 등록증을 돌려줬다. 뒤에서 장비를 정리하던 사람이 이쪽을 봤지만, 팀장은 손을 들어 일을 마저 하라는 표시를 했다.나는 가방에 등록증을 넣었다.자루가 몇 개인지도 물었어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그 빈칸을 봤다.◉3월 19일(목), 초소 앞에 도착했을 때 팀원들은 차 뒤에서 장갑을 끼고 있었다.팀장까지 다섯이었다. 칼집을 찬 사람 둘, 긴 봉을 든 사람 하나, 방패를 옆에 세운 사람 하나였다. 가장 젊은 팀원은 빈 자루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나는 작업자 명부에 서명했다.초소 직원은 등록증과 명부를 맞춰 본 뒤 출입선 안으로 들여보냈다.“안쪽에서는 팀과 떨어지지 마십시오.”“네.”팀장이 내 빈손을 봤다.“그냥 걸어 나오실 수 있는 거죠?”“짐은 몸에 무게가 안 걸립니다.”“잘됐네요. 점심 전에 반출 확인까지 마칩시다. 오후에 장비 맡길 데가 있어서요.”나는 기계식 손목시계의 태엽을 확인했다.“받는 자리에서 개수부터 세겠습니다.”“저희도 같이 세죠.”희끄무레한 막을 지나자 트럭 소리가 끊겼다.발밑은 흙이었다. 마른 풀 사이로 사람들이 밟아 놓은 길이 났고, 멀리 숫자를 새긴 표석이 보였다.팀원 하나가 손목을 두드렸다. 전자시계 화면이 꺼져 있었다.“밖에 나가면 다시 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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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사업자 등록을 마쳤습니다
나는 마지막 줄 아래에 선을 그었다.예진은 문턱에 서서 노트를 내려다봤다.“그걸 누구한테 보여 주려고?”“일 맡기는 사람.”“노트째 보여 줄 거야?”나는 흙 묻은 모서리를 손으로 털었다. 종이 사이에 마른 흙이 조금 더 나왔다.“따로 써야겠네.”예진이 책상 위 빈 종이를 집어 줬다.“돈 받는 일은 읽을 수 있게 써. 오빠만 알아보게 쓰지 말고.”나는 노트 옆에 종이를 놓았다. 받은 물건, 받는 자리, 내주는 자리부터 옮겨 적었다. 일당이라고 쓰려다 펜을 멈췄다.하루를 팔면 짐이 적어도 하루였고, 짐을 잘못 받으면 오늘처럼 하루가 없어졌다.이번에는 운임이라고 적었다.예진이 그 글자를 보고 물었다.“직접 하려고?”“그게 낫겠어.”“그럼 회사 이름도 있어야지.”나는 종이 맨 위를 비워 뒀다.◉3월 23일(월), 어머니가 밥그릇을 내려놓을 때까지 맨 위 칸은 비어 있었다.나머지는 주말 동안 채웠다. 자루에 담긴 물건과 낱개로 놓인 물건을 나눴고, 개수를 누가 확인할지도 적었다. 취급하기 어려운 물건은 받기 전에 따로 보기로 했다.상호만 남았다.어머니가 종이를 들여다봤다.“밥은 먹고 해라.”“이름만 쓰면 돼요.”“니 이름 쓰면 안 되냐.”나는 신우재 운송이라고 적어 봤다. 내 이름 아래로 인수 확인, 반출 확인, 파손 책임이 이어졌다.이름을 지우고 등짐 운송이라고 썼다.어머니가 숟가락을 놓았다.“등짐이 뭐냐.”“등에 지는 짐이요.”“니는 등에 안 진다며.”“하던 일이 그거라서요.”어머니는 내 어깨를 보고 종이를 다시 봤다.“전화로 말해도 알아듣겄다.”나는 종이 위에 적힌 글자를 소리 내 읽었다. 등짐 운송. 짧았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들어 있었다.시계를 보니 이름을 고르는 데 10분이 걸렸다.예진이 출근 가방을 메고 나오다가 종이를 집었다. 회사 이름 아래에 내가 적어 놓은 문장을 읽더니 펜으로 띄어쓰기를 고쳤다.“운송장 없는 짐은 안 받는다?”“서로 뭘 줬는지 적어야 해.”“파손 시 전액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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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출장 견적 받습니다
“네. 품목이 뭡니까?”나는 노트의 첫 번째 빈칸에 펜을 댔다.“마력석이요. 서울-5호 안에 모아 둔 게 있습니다.”“무게는요?”“300킬로그램쯤 됩니다. 아직 반출 창구에서 재지는 못했고요.”나는 무게 옆에 예상이라고 덧붙였다.“입구에서 얼마나 들어가야 합니까?”“2킬로미터 표석 바로 옆입니다. 혹시 명함에 적힌 분이 직접 오세요?”“네. 제가 갑니다.”전화기 너머에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창구에 명함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혼자 오시는 겁니까?”“짐이 어떻게 돼 있습니까?”“자루에 담았습니다. 10개요.”나는 펜을 멈췄다.“입구도 묶으셨습니까?”“네. 그건 묶어 놨죠.”“그럼 혼자 갑니다.”상대는 잠깐 조용했다. 전화기 밖에서 누가 뭘 묻는 소리가 났고, 팀장은 손으로 수화기를 가린 듯 낮게 대답했다.기다리는 동안 나는 자루 10개에 밑줄을 그었다.“운임은 얼마나 나옵니까?”“깊이 2킬로미터는 킬로그램당 4,000원입니다. 300킬로그램이면 120만 원입니다.”“추가 인원 비용은요?”“없습니다.”“출입하고 반출 신고하는 시간도 포함입니까?”“네. 품목과 포장 상태를 확인한 뒤 운송장에 적겠습니다. 그때 최종 금액을 정하면 됩니다.”상대가 다시 누군가와 짧게 말을 나눴다.“모레 오전에 가능하세요? 저희도 들어가서 짐 상태를 봐야 해서요.”나는 벽에 걸린 달력을 봤다.“3월 25일(수) 맞습니까?”“네.”“입구에서 뵙겠습니다. 출발 전에 전화 주십시오.”전화를 끊고 노트에 약속 장소를 적었다.예진이 방문 옆에서 물었다.“일 들어왔어?”“300킬로그램.”“얼마인데?”“120만 원.”예진은 벽에 붙인 운임 원칙을 한번 보고 나를 봤다.“이번에는 종이부터 받아.”나는 가방에서 운송장 두 장을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3월 25일(수), 서울-5호 입구 앞에는 등짐을 내려놓은 포터들이 앉아 있었다.나는 초소에 등록증을 보여 주고 의뢰인을 기다렸다. 가방에는 운송장과 노트, 펜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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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운송장 없는 짐은 받지 않습니다
“빈 양식은 드리겠습니다.”나는 가방 안쪽에서 아직 쓰지 않은 운송장을 꺼냈다.직원은 두 종이를 나란히 놓았다. 작성한 쪽에는 의뢰인의 이름과 서명, 계좌번호가 있었다.“이건 돌려드릴게요. 칸을 어떻게 쓰는지만 보겠습니다.”직원은 빈 종이를 복사기에 넣었다. 종이가 나오는 동안 팀장은 옆 창구에서 반출 확인을 마치고 돌아왔다.“다음에도 이 번호로 연락하면 됩니까?”“네. 품목과 무게, 깊이를 먼저 알려 주십시오.”“묶는 것도 해 놓고요.”“그러면 빨리 끝납니다.”팀장은 여자 헌터가 들고 있던 빈 자루를 받아 접었다. 매듭을 푸는 쪽 끈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직원이 복사한 종이를 내게 보여 줬다.“여기 인수란에 포장 상태도 쓰셨죠?”“찢어진 데가 있는지, 입구가 묶였는지 적습니다.”“다른 팀에도 이 칸은 쓰라고 해야겠네요.”나는 원본을 받아 가방에 넣었다. 직원은 복사본을 반출 창구 안쪽에 놓았다.그날 저녁에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짐이 자루에 들어 있는지부터 물었다.◉3월 27일(금), 아침에 적어 둔 약속은 세 건이었다.전부 서울-5호 안이었다. 품목은 마력석과 갑각이었고, 모아 둔 자리도 서로 멀지 않았다. 나는 노트에 의뢰인 이름을 쓰고 옆에 받으러 갈 순서를 적었다.어머니가 식탁에 보자기를 펼쳤다.밥통과 반찬통, 뚜껑을 돌려 잠그는 국통이 올라갔다. 어머니는 국통을 옆으로 기울여 새는 데가 없는지 봤다.“밥은.”“밖에서 먹으려고요.”“밖에서 뭘 먹어.”“편의점에 있습니다.”어머니는 대답 대신 반찬통 뚜껑을 한 번 더 눌렀다. 뚜껑 가운데가 들어갔다가 올라왔다.나는 전화로 들은 자루 수를 노트에 옮겼다. 어머니가 보자기 양끝을 잡고 묶었다.“이거 들고 가.”“점심에 못 먹을 수도 있어요.”“그럼 가져와서 먹어.”보자기는 가운데 매듭 하나로 묶여 있었다. 나는 국통이 눕지 않게 묶음의 밑을 받쳤다.시계를 보니 오전 8시였다.손을 대자 도시락이 아공간으로 들어갔다.어머니는 비어 있는 식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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