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헉……!”죽은 정왕비의 몸에서 눈을 뜬 순간, 오세경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던 뜨거운 액체가 터져 나오자 숨이 턱 막혔다. 세경은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었지만, 팔다리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고 명치 아래에서는 장기를 비틀어 짜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마마! 제발 정신을 차리세요!”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젖은 수건이 입가를 훔쳤고, 작은 손이 등을 두드렸지만 세경은 한동안 제대로 숨을 들이마시지 못했다.겨우 기침이 잦아들었을 때 그녀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수술실의 흰 천장이 아니라 검게 그을린 서까래였다. 낡은 휘장 사이로 등잔불이 흔들리고, 창호지 너머에서는 비가 처마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여기가 어디지?분명 조금 전까지 대학병원 외상센터의 수술실에 있었다.서른셋의 외상외과 전문의 오세경은 교통사고 환자의 출혈을 막기 위해 수술대 앞에 서 있었다. 마취과 의사가 혈압이 떨어진다고 외쳤고, 세경은 출혈 부위를 확인하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천장의 조명이 길게 번지더니 귓속을 울리던 기계음이 갑자기 멀어졌다.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그런데 지금 그녀의 몸은 낯설 만큼 가벼우면서도 지독하게 아팠다. 손끝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혀에는 쓴 약 냄새가 진득하게 남아 있었다.“마마, 소인이 보이십니까? 복단입니다. 제발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울먹이는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열아홉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낡은 치마저고리의 소매는 피로 얼룩져 있었고, 눈물에 젖은 얼굴에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흔적이 역력했다.“여기가…….”입을 여는 순간 세경은 또 한 번 놀랐다. 자신의 것보다 훨씬 가늘고 여린 목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정왕부 별채입니다, 마마.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십니까?”정왕부. 별채. 마마.그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맞물리는 순간, 누군가 뜨거운 쇠꼬챙이로 관자놀이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붉은 혼례복을 입은 사내가 보였다.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