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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Author: 해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9 00:07:54

문이 열리자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다정하게 변했다.

“복단아, 마마께서 약을 거부하시니 어쩔 수 없구나. 내가 왕야께 잘 말씀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복단은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미주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손길은 다정해 보였지만, 손끝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미주가 떠난 뒤 복단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세경은 그녀를 침상 곁에 앉혔다. 복단의 팔목에는 조금 전 붙잡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아까 그 여자들이 무슨 말을 했니?”

복단은 고개를 숙였다.

“약을 드시게 하지 않으면 소인을 벌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가 어디 사시는지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경의 표정이 굳어졌다. 복단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사흘 전 약방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미주의 몸종이 자신에게 심부름을 시켰고, 돌아왔을 때 약사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는 것. 그날부터 정왕비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는 것.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입을 조심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세경은 이야기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그녀는 복단이 직접 본 것과 나중에 추측한 것을 구분해 다시 확인했다. 약그릇이 바뀐 정황은 있었지만, 누가 어떤 물질을 넣었는지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미주가 직접 찾아와 약을 먹이려 했다는 사실은 심상치 않았다.

“약방에서는 약을 내보낼 때 기록을 남기니?”

“예. 약재가 귀하니 누가 얼마를 가져갔는지 장부에 적어 둡니다.”

“그 장부를 누가 관리하는지도 알아?”

“약방을 맡은 하인이 관리합니다. 다만 설 아씨 처소의 시녀들도 자주 드나듭니다.”

세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은 장부를 건드리지 마. 누군가 우리가 의심한다는 걸 알면 흔적부터 없애려고 할 거야.”

복단은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선 네가 본 일을 날짜별로 적어 두자. 약을 가져온 사람, 약사발이 바뀐 시각, 내가 아프기 시작한 때까지 기억나는 대로.”

세경은 침상 아래에 보관해 둔 사기 조각을 바라보았다.

“남은 약도 버리지 말고. 다만 맨손으로 만지거나 냄새를 가까이 맡지는 마.”

복단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세경의 배에서 갑작스럽게 통증이 일었다. 그녀는 말을 멈추고 침상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마마?”

복단이 놀라 몸을 일으켰다. 세경은 대답하려 했지만 목구멍으로 신물이 치밀었다. 그녀는 급히 몸을 옆으로 돌렸고, 곧 심한 구역질과 함께 몸을 떨었다.

복단은 대야를 가져와 그녀의 입가에 받쳤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세경은 대답할 수 없었다. 시야가 좁아지고 귓속에서 낮은 울림이 일었다. 손끝이 저리더니 발끝까지 차가워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의심되는 약을 끊었다고 해서 이미 몸에 들어온 물질의 영향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반복된 구토와 충분하지 못한 수분 섭취로 탈수가 심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세경은 복단의 소매를 붙잡았다.

“나를…… 옆으로…….”

복단은 그녀가 토사물에 숨이 막히지 않도록 몸을 옆으로 받쳐 주었다. 세경은 간신히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의원을…… 불러.”

복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왕야께서 금하셨습니다.”

“그래도…… 불러야 해. 내가 다시 의식을 잃으면…… 위험해.”

복단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문을 박차고 나가 별채를 지키던 호위에게 매달렸다.

“마마께서 다시 쓰러지셨습니다! 의원을 불러 주십시오.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그러나 호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왕야의 명이시다. 별채에는 누구도 들이지 않는다.”

복단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면 제가 직접 왕야께 가겠습니다. 마마께서 정말 돌아가실지도 모릅니다!”

호위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한 걸음이라도 나가면 명을 어긴 죄를 묻겠다.”

복단은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사람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왕비 마마께서 돌아가시면 그 책임을 누가 지실 겁니까!”

호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복단의 손을 거칠게 떼어 내고 별채 문을 닫아 버렸다.

무거운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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