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왕야…….”
설미주였다. 연분홍 비단옷을 입은 그녀는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문턱에 서 있었다. 창백한 얼굴로 기침을 두어 번 하자 경헌의 표정이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어찌 여기까지 왔느냐.”
그는 직접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미주는 눈가를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왕비 마마께서 위중하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차라리 그날 차를 마시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네가 어찌 잘못이 있겠느냐.”
경헌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여자가 저지른 죄 때문에 네가 마음 쓸 필요는 없다.”
미주는 그의 품에 기대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왕비 마마께서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왕야께서 평생 마음에 짐을 지실까 두렵습니다.”
경헌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여자는 죽지 않는다.”
그는 잠시 문밖을 바라보다가 덧붙였다.
“설령 죽는다 해도, 그건 제 죄를 끝내 뉘우치지 않은 탓이다.”
미주는 경헌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입술 끝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지만, 경헌은 보지 못했다.
***
별채로 돌아온 복단은 새로운 탕약을 받아 들고 있었다. 사발에서는 짙고 쓴 냄새가 올라왔다. 약을 가져온 집사는 문밖에 서서 그녀를 재촉했다.
“왕야의 명이시다. 왕비 마마께 반드시 약을 올려라.”
복단은 사발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께서는 약을 드신 뒤 더 위중해지셨습니다. 오늘만이라도 의원을…….”
집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방금 왕야의 명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약을 거부하시면 네가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복단은 더는 대꾸하지 못했다. 그녀는 약사발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세경은 침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아직 숨을 조금만 길게 쉬어도 명치가 아팠고, 손끝의 저림도 가시지 않았다.
복단이 들고 온 사발을 보자 세경의 눈빛이 달라졌다.
“또 그 약이야?”
“왕야께서 반드시 드시게 하라고…….”
복단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세경은 사발을 받아 냄새를 맡는 대신 침상 옆 탁자에 내려놓게 했다. 약을 마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자 복단은 문밖의 집사를 의식하며 불안하게 손을 비볐다.
“마마, 소인이 벌을 받더라도 약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왕야께서 직접 확인하러 오시면 어찌해야 할지…….”
세경은 잠시 복단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걸려는 어린 시녀였다. 그녀는 복단의 손을 감싸 쥐었다.
“네가 벌을 받게 두지는 않을 거야. 약을 마시지 않겠다고 한 건 내 뜻이니까.”
복단의 눈가가 붉어졌다.
“마마께서는 전에도 늘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인 때문에 벌을 받으시는 것이 싫다고요.”
세경은 그 말에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담예린은 자신을 믿어 주는 사람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모양이었다.
그때 별채 문밖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왕비 마마께서 약을 거부하신다지요?”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복단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설미주가 들어오고 있었다.
***
설미주는 두 명의 시녀를 거느리고 별채 안으로 들어섰다. 연분홍 비단옷에는 진한 향기가 배어 있었고, 머리에는 정왕이 하사한 금비녀가 꽂혀 있었다. 병색이 완연하다는 소문과 달리 그녀의 걸음은 가벼웠으며, 얼굴에는 화사한 혈색이 돌았다.
세경은 침상에 앉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몸의 기억 속에서 설미주는 늘 주경헌의 보호를 받았다. 정실부인인 담예린보다 첩인 설미주의 말이 더 큰 힘을 가졌고, 그녀가 눈물 한 방울만 흘려도 왕부 전체가 움직였다.
미주는 방 안을 둘러보다가 입가를 찡그렸다.
“어머, 왕비 마마. 아직도 이렇게 누추한 곳에 계셨군요. 왕야께서 너무 노하셔서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도 마음을 돌리지 않으셨어요.”
말은 걱정하는 듯했지만, 그녀의 시선은 세경의 초라한 침상과 식어 버린 화로를 천천히 훑고 있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독이 든 차를 마신 저는 벌써 기운을 차렸는데, 마마께서는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시니 참 안타깝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마마.”“나는 아직 몸이 성치 않다. 열이 나거나 다리의 통증이 심해지면 의원이 필요하고, 처방받은 약을 먹더라도 누가 언제 가져왔는지 확인해야 한다.”월향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네게 부탁하는 일은 왕야를 속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프면 아프다고 전하고, 의원이 오지 못하면 오지 못했다고 말해 주는 것이다.”예린은 잠시 숨을 골랐다.“그것만큼은 숨기지 말아다오.”월향은 한참 뒤에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리하겠습니다.”예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어제까지만 해도 승전의 북소리가 들렸던 담장 너머에서는 이제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왕부가 다시 감옥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주경헌이 미처 지우지 못한 것이 있었다.자신이 살린 병사의 이름이 군영 장부에 남아 있었고, 그 기록을 읽은 사람도 있었다.주경헌이 별채의 문은 잠글 수 있어도 이미 일어난 일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같은 시각, 북방군 임시 군영에서는 병사들이 무너진 보급 창고의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밤새 내린 비로 창고 뒤편의 흙벽이 무너지면서 군량을 옮기던 병사 셋이 깔렸다. 둘은 가벼운 상처만 입고 빠져나왔지만, 마지막 병사는 무거운 목재와 흙더미에 다리가 짓눌린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그의 이름은 장태복이었다.서른넷의 군량 운반병으로, 전쟁터에서 적과 맞서 싸운 적은 많지 않았지만 삼 년 동안 보급로를 지키며 수천 명의 병사가 굶지 않도록 식량을 나른 사람이었다.태복은 잔해에서 구조된 직후에도 의식이 또렷했다.“제 다리는 괜찮습니다. 창고 안에 남은 쌀자루부터 꺼내 주십시오.”그러나 군의가 젖은 바짓단을 걷어 올리자 그의 말이 끊겼다.종아리는 비정상적으로 부어 있었고, 피부에는 넓게 퍼진 멍과 깊은 압박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발끝은 반대쪽보다 차갑고 창백했으며, 발가락을 움직이라는 말에 태복은 이를 악물었다.“움직이려고 하면 다리가 찢어질 것 같습니다.”군의는 발등의 맥을 짚어 보았지만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별채의 문이 잠긴 것은 새벽 종이 세 번 울린 뒤였다.복단은 마당에서 물을 길어 돌아오다가 호위들이 문 앞에 쇠빗장을 거는 모습을 발견했다. 평소라면 두 사람만 지키던 별채에 무장한 호위가 여섯이나 배치되어 있었고, 그중 둘은 창문 아래까지 지키고 있었다.“이게 무슨 짓입니까? 왕비 마마께서 아직 주무시고 계십니다.”호위장은 대답 대신 접힌 명령서를 내밀었다. 정왕의 인장이 찍힌 종이에는 왕비의 외출과 외부 의원의 출입을 금하고, 군영에서 보내는 전갈을 모두 정왕에게 먼저 보고하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복단은 마지막 줄을 읽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왕비의 시녀 복단을 별채에서 분리하여 내원 잡역소로 옮길 것.“저까지 내보내겠다는 겁니까? 마마께서는 아직 혼자 걸으시기도 힘드십니다!”“왕야의 명이오.”호위장이 손짓하자 병사 하나가 복단의 팔을 붙잡았다. 복단은 물동이를 떨어뜨린 채 문으로 달려가 주먹으로 두드렸다.“마마! 마마, 일어나 보십시오!”안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뒤 예린이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그러나 문짝은 쇠빗장에 걸려 손바닥 하나 들어갈 만큼만 벌어졌고, 그 틈으로 호위들의 갑옷이 보였다.“복단이를 어디로 보내겠다는 것이냐?”호위장이 명령서를 내밀자 예린은 끝까지 읽은 뒤 종이를 접었다. 전날 주경헌이 자신의 다친 팔을 움켜쥐며 내뱉었던 말이 떠올랐다.다른 사내에게 가는 것만큼은 허락하지 않겠다.그에게는 병사를 살리는 일도, 치료 기록을 남기는 일도 모두 다른 사내에게 마음을 주는 행위와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왕야께 전해라. 내 몸을 걱정한다면 의원부터 들여보내시라고.”“마마, 소인은 명을 전할 뿐입니다.”“그렇다면 네가 받은 명령도 빠짐없이 기록해 두거라. 누가 언제 별채를 잠갔고, 누구의 지시로 의원을 돌려보냈는지.”호위장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예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사람을 가두는 일에도 책임지는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그때 병사들이 복단을 끌어당겼다.“마마! 약은
그날 밤, 주무결은 군영으로 돌아와 도식의 기록을 다시 펼쳤다.서진이 곁에 서 있었다.“대군마마, 이것이 정왕비마마께서 작성하신 기록입니다. 환자의 상태뿐 아니라 응급 처치와 이후 살펴야 할 증상까지 적혀 있습니다.”무결은 기록을 천천히 읽었다.부상 시각과 경위, 처음 확인한 증상, 호흡 상태의 변화가 정리되어 있었다.그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긴장성 기흉 의심하에 응급 감압 시행. 일시적 호전 확인. 재악화 가능성 있어 지속 관찰 필요.’무결은 그 문장에 시선을 멈췄다.전쟁터에서는 확신에 찬 명령이 사람을 살릴 때가 있었다.그러나 잘못된 확신 때문에 수많은 병사가 죽기도 했다.그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무결은 종이를 내려놓았다.“서진, 도식의 상태를 밤새 보고받겠다. 호흡이 나빠지거나 의식이 흐려지면 즉시 내게 알리도록 해라.”서진은 고개를 숙였다.“의원들에게도 같은 명을 전하겠습니다. 밤새 환자 곁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무결은 임시 명단을 가리켰다.“그리고 오늘 왕비를 부른 군사가 누구인지 확인해 두어라. 도식의 이름이 명단에서 빠진 이유도 반드시 알아내야겠다.”서진이 고개를 들었다.“누군가 일부러 병사의 신원을 지우려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무결은 잠시 침묵했다.“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누군가 병사의 신원을 흐리려 한다면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의 이름이 도성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지는 일은 그냥 넘길 수 없으니까.”서진의 얼굴이 굳었다.무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도성에는 승전의 기쁨이 남아 있었지만, 군영 안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의 이름이 가득했다.그는 그 이름들을 쉽게 잊지 않았다.그리고 오늘, 처음 만난 여인이 그 이름 하나를 기록에 남기려 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무결은 다시 종이를 집어 들었다.담예린.그 이름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기록을 서류함에 넣었다.그러나 문득 예린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몸을 제대로
예린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왕야께서 제게 무엇을 하셨는지 정말 모르십니까?”경헌은 대답하지 않았다.예린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제가 웃지 않게 된 이유를 다른 사내에게서 찾지 마십시오. 왕야께서 제게서 무엇을 빼앗으셨는지부터 생각하셔야 합니다.”경헌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그는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예전처럼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고 싶었다.그러나 예린의 눈에는 이제 두려움보다 피로가 더 깊게 남아 있었다.경헌은 이를 악물었다.“앞으로 숙부를 만나지 마라. 군영에도 가지 말고, 그곳에서 치료를 부탁하더라도 응하지 마라.”예린은 고개를 들었다.“환자가 있다면 치료하겠습니다.”“내가 허락하지 않겠다.”“그렇다면 왕야께서는 앞으로도 제가 사람을 살리는 일을 막으시겠다는 뜻이군요.”경헌은 대답하지 못했다.예린은 지팡이를 고쳐 쥐었다.“저는 오늘 사람을 살렸습니다. 그 사실만큼은 왕야께서도 빼앗으실 수 없습니다.”그녀가 돌아서려 하자 경헌이 다시 입을 열었다.“담예린, 내가 너를 놓아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예린은 문 앞에서 멈췄다.경헌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네가 나를 미워해도 좋다. 내게 화를 내고 원망해도 좋다. 하지만 다른 사내에게 가는 것만큼은 허락하지 않겠다.”예린은 천천히 돌아보았다.“저는 누구에게도 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왕야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을 뿐입니다.”경헌의 얼굴이 굳었다.예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서재를 나섰다.그녀가 떠난 뒤에도 경헌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이 아내인지, 아니면 자신을 사랑하던 여자의 마지막 흔적인지 구분하지 못했다.***그날 밤, 경헌은 집사를 불렀다.“왕비의 별채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모두 기록해라. 특히 맹원식과 복단이 밖으로 보내는 전갈은 반드시 확인하도록 해.”집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왕비 마마께서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시기 위해 보내는 전갈도 모두 살펴야 하겠습
그 순간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경헌아, 손을 놓아라.”주무결이었다.그는 문 앞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경헌의 손이 멈췄다.“숙부님, 제 아내를 데리러 왔습니다. 왕부의 명을 어기고 나왔으니 제가 직접 데려가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무결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시선이 경헌의 손에 붙잡힌 예린의 팔에 머물렀다.“아내를 데려가는 일을 막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사람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데려가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경헌의 얼굴이 굳었다.“숙부님께서 저희 부부의 일까지 관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무결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네 아내라는 이유로 이 여인의 손을 묶을 수는 있어도, 오늘 그 손이 살린 병사의 목숨까지 네 것이라 할 수는 없다.”방 안이 조용해졌다.무결은 경헌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이 여인은 오늘 죽어 가는 내 병사를 살렸다. 나는 그 공을 인정할 뿐이고, 네가 남편이라는 이유로 그 사실까지 지울 수는 없다.”경헌은 입술을 깨물었다.무결은 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리고 경헌아, 네가 왕비의 남편이라면 먼저 그 몸이 왜 이렇게 성치 않은지부터 살펴야 하지 않겠느냐?”경헌의 눈빛이 흔들렸다.예린은 무결을 바라보았다.그는 그녀가 다친 이유를 묻지 않았다.그러나 이미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다.경헌은 마침내 예린의 팔을 놓았다.“돌아가자. 더는 이곳에서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예린은 복단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무결은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를 제대로 딛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는 서진에게 낮게 말했다.“왕비가 다친 경위를 알아보아라. 다만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함부로 소문을 내거나 접근하지 마라.”서진은 고개를 숙였다.“조심스럽게 확인하겠습니다.”무결은 예린이 문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그의 얼굴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분노가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왕부로 돌아온 뒤 주경헌은 예린을 자신의 서재로 불렀다.
“하지만 군영에는 장부가 있을 텐데요.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면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장부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문은 장부보다 빨리 퍼지는 법이니, 그 사이에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면 된다.”미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은자 주머니를 꺼냈다.“부상병을 옮긴 수레꾼과 관아의 하인들을 찾아라. 누가 먼저 왕비를 불렀는지, 병사가 어느 부대 소속이었는지 서로 다르게 말하도록 만들어.”초련은 주머니를 받아 들었다.“말씀하신 대로 사람들을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대군마마의 군사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으니 조심해서 움직이겠습니다.”“그리고 도식의 어머니가 어디에 사는지도 알아보아라.”미주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미라면 겁을 주기 어렵지 않을 테니까.”***관아의 치료실에는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예린은 기록을 정리하다가 잠시 손을 멈췄다.허리 아래의 통증이 다시 심해졌다. 오래 앉아 있었더니 다리까지 저려 왔고, 손끝에도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복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마마, 이제 돌아가셔야 합니다. 환자 곁에는 맹 의원님도 계시고 군의도 있으니, 남은 일은 그분들께 맡기시고 쉬셔야 합니다.”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맹 의원님께 기록을 모두 넘기고 가자. 밤사이 주의해야 할 증상까지 적어 두었으니 마지막으로 확인만 하면 돼.”그녀는 도식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병사는 잠들어 있었지만 호흡은 여전히 빠른 편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얼굴이 찌푸려졌고, 맥도 완전히 안정되지는 않았다.예린은 맹원식에게 다시 당부했다.“밤사이 상태가 나빠지면 바로 알려 주세요. 특히 호흡이 갑자기 빨라지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살펴야 합니다.”맹원식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살폈다.“왕비 마마께서도 쉬셔야 합니다. 이곳은 저희가 지키고 있을 테니 더는 무리하지 마십시오.”예린은 희미하게 웃었다.“이번에는 정말 쉬겠습니다. 다만 기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