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 형조 관리의 술잔에 피 묻은 천을 넣고, 대장군 앞에서 아버지를 잡아간 일을 따져 물어? 살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하니?”“있습니다.”“그런데도 그런 짓을 벌였단 말이냐?”“살아 있으려면 제가 누구인지 잊어서는 안 되니까요.”옥매향은 헛웃음을 흘리다가 고개를 저었다.“그 고집이 언제까지 너를 지켜 줄지 두고 보자꾸나.”그녀는 시비를 불러 해원을 뒤채의 작은 방으로 데려가게 했다. 방에는 낡은 이불 한 채와 물그릇이 놓여 있었고, 높은 창문 너머에서는 청월각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시비가 상처에 바르라며 약그릇을 내려놓았다.“아씨,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행수 어른께서도 많이 화나셨어요.”해원은 약그릇을 받아 들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시비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그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손목의 상처가 욱신거렸고 얻어맞은 뺨은 열이 올랐지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방 안의 고요였다.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밤마다 서재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날이면 해원은 차를 끓여 들고 갔고, 아버지는 늘 같은 말을 하셨다.'우리 해원이 왔구나.'그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었다.해원은 소매에서 천 조각을 꺼냈다. 술에 젖어 피의 흔적이 번진 천을 무릎 위에 펼쳐 놓고 가장자리를 쓸어 보다가 끝내 고개를 숙였다.“아버지…….”눈물이 천 위에 떨어졌다.해원은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손등으로 입을 막았지만, 어깨가 떨리는 것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오늘 아침까지 살아 계셨던 분이었다. 자신이 밥을 잘 먹었는지 물어보셨고, 찬바람이 부니 겉옷을 챙기라고 하셨다. 그 평범한 말들이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한 번만 더 아버지의 손을 잡았을 것이다.한참 후, 해원은 눈가를 닦았다.그리고 아버지가 가르쳐 준 방식대로 오늘 있었던 일을 머릿속에서 되짚었다.처형장의 관리와 형조에서 왔다는 사내, 붉은 비단 주머니와 옥가락지, 청월각의 장
Last Updated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