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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Author: 해월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10-23 02:58:14

윤승학의 말이 기침에 끊겼다. 해원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애원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가난한 백성에게는 허리를 굽혀도 권세가 앞에서는 뜻을 굽히지 않던 분이, 딸 하나를 살리기 위해 처형장 바닥에 이마를 대고 있었다.

“안 돼요,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저 때문에 고개 숙이지 마세요.”

윤승학은 눈물 어린 눈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우리 해원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형리가 다가와 어깨를 눌렀다. 해원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아버지께 마지막 인사라도 하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손이라도 한 번 잡게 해 달라고 빌었으나 군졸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마침내 형리가 칼을 들어 올렸다.

그제야 해원은 정말 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고, 내일 아침에도 그다음 날에도 서재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울고 빌어도 저 칼날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버지!”

윤승학이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렸다.

“살아야 한다.”

해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없이 어떻게 살아요…….”

“살아남거라, 해원아. 반드시…….”

그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형조 관리가 손을 들어 올리며 형 집행을 명했기 때문이었다.

“안 돼!”

해원의 비명이 터지는 순간, 시퍼런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아버지의 몸이 앞으로 무너졌고 형틀 아래로 붉은 피가 쏟아졌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

해원은 눈앞의 광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버지, 일어나세요. 제발 일어나세요.”

몇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어릴 적 잠든 자신을 깨우던 아버지처럼, 조금만 더 부르면 눈을 뜨실 것 같았다. 그러나 형리들은 이미 시신을 치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제야 해원은 목이 찢어지도록 울부짖었다.

“아버지이이!”

군졸이 붙잡고 있던 팔을 놓치자 해원은 형장으로 기어갔다. 찢어진 무릎이 바닥에 끌리고 손바닥에 돌조각이 박혔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옷자락에 손을 뻗는 일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손끝에 피가 묻었다. 아직 따뜻했다.

“아버지, 저 좀 보세요. 해원이에요. 아버지 딸 해원이가 여기 있어요. 한 번만…… 한 번만 눈을 떠 주세요.”

뒤에서 달려온 군졸들이 해원의 어깨를 붙잡아 끌어냈다. 그녀는 아버지의 옷자락을 더욱 세게 움켜쥐며 혼자 두고 갈 수 없다고 울부짖었지만, 거친 손길에 끌려나오는 동안 옷자락이 찢어지고 말았다.

해원의 손에 남은 것은 아버지의 피가 묻은 작은 천 조각뿐이었다.

“제발…… 아버지만은…….”

울음이 목구멍에 걸려 더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처형장을 향해 손을 뻗었을 때, 아버지의 시신은 이미 천으로 덮이고 있었다.

아버지를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칼을 휘두른 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씻고 있었다. 해원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피 묻은 천 조각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녀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도 형조 관리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둥근 얼굴과 오른쪽 눈가의 점, 엄지에 낀 옥가락지, 형 집행을 재촉하던 목소리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아버지, 제가 기억할게요.'

눈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을 한 사람도 잊지 않을게요.'

***

처형이 끝나자 해원의 이름은 죄인 가족의 명부에서 관비 명부로 옮겨졌다. 아버지의 시신을 거둘 틈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형조 관아 뒤편의 작은 마당으로 끌려갔다.

마당에는 그녀처럼 가족의 죄에 연루되어 신분을 잃은 여인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고, 누군가는 맨발로 주저앉아 있었으며, 울다가 기진맥진한 여인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관리가 명부를 펼쳤다.

“윤해원. 역적 윤승학의 여식. 관비로 편입.”

해원은 고개를 들었다.

“제 아버지는 역적이 아닙니다. 재심을 청하겠습니다. 억울한 죽음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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