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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Author: 해월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10-24 18:39:54

강무진은 자신이 내린 명령을 뒤돌아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북방의 얼어붙은 성벽 아래에서 수천의 군사를 움직일 때도, 반란군의 퇴로를 끊어야 했을 때도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장수의 판단이 늦어지면 부하들이 죽었고, 한번 내린 명령을 번복하면 전장의 질서가 무너졌다. 서른둘의 나이에 북방군 대장군이 된 뒤에도 그 원칙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오늘 밤에는 장부 한 권을 앞에 두고 같은 이름을 몇 번이나 읽고 있었다.

윤해원.

열아홉. 역적 윤승학의 딸. 관비로 편입되어 청월각에 배속된 여인.

장부에는 그녀가 오늘 이곳에 들어온 것으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름 아래에는 벌써 새 옷 두 벌과 비단 신발, 숙식비와 기예 교육비까지 빼곡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강무진은 붓으로 적힌 숫자를 짚어 내려가다가 마지막 항목에서 손을 멈췄다.

아직 옷도 갈아입지 못한 여자에게, 받지도 않은 물건의 값을 빚으로 지운 셈이었다.

그는 장부를 덮으려다 다시 펼쳤다. 윤해원을 청월각에 인계한 관리의 이름이 눈에 걸렸기 때문이다.

형조 참의보 민정수.

윤승학의 역모 사건에서 증거를 취합했던 자였다.

강무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윤승학이 살아 있을 때는 그를 청렴한 선비라 칭송하던 자들이 처형이 끝나자마자 집안의 재산과 사람을 나누어 가졌다. 역적의 딸을 관비로 편입하는 일 자체는 조정의 처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챙겼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밖에 누구 있느냐.”

문이 열리자 호위 군사 하나가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장군.”

“윤해원을 청월각에 넘긴 관리가 누구인지 확인해라. 처형이 끝난 시각부터 인계가 완료된 시각까지, 누가 그 여인을 데리고 움직였는지도 빠짐없이 적어 오고.”

“명을 받들겠습니다.”

“관비 인계 명부도 필요하다. 형조에 정식으로 요청해라.”

군사가 잠시 망설였다.

“장군, 형조에서는 윤승학 사건이 이미 종결되었다며 관련 기록을 봉해 두었습니다.”

강무진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역모 사건 기록을 달라고 했느냐?”

“아닙니다.”

“관비를 넘긴 기록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 명부까지 감출 이유가 있다면, 이유를 적어 보내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거부한 자의 이름도 남겨라. 내일 아침 직접 확인할 테니.”

군사는 더 묻지 않고 물러났다.

강무진은 다시 장부를 펼쳤다. 군의 권한으로 형조의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었지만, 행정 기록의 이상을 확인하고 책임자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일은 가능했다. 상대가 버티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조정에는 소문이 돌 터였다. 대장군이 역적의 딸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은 왕의 귀에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명령을 거두지 못한 까닭은 조금 전 청월각 복도에서 들었던 말 때문이었다.

*장군께서는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이곳에 계십니까?*

해원은 그 말을 하면서 울지 않았다. 처형장에서 아버지를 잃고, 형조 관리에게 뺨을 맞고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있었다.

강무진은 차라리 그녀가 울부짖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망을 퍼붓고 자신을 저주했다면 장수의 얼굴로 그 말을 받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원은 그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살아가는 이유를 물었다.

그 질문에는 아직 대답을 찾지 못했다.

***

옥매향이 들어왔을 때, 강무진은 청월각의 장부 두 권을 모두 살핀 뒤였다.

행수는 문턱을 넘자마자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검은 비단 치마 끝이 마룻바닥을 스쳤고, 그녀의 시선은 탁자 위에 펼쳐진 장부로 향했다가 곧 내려갔다.

“장군,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십니까?”

“윤해원을 데려오라.”

옥매향이 고개를 들었다.

“그 아이를 말씀하십니까? 오늘 막 들어온 터라 손님을 모시는 법도를 전혀 모르고, 옷차림도 변변치 못합니다. 상처까지 있으니 다른 아이를 불러 드리는 편이…….”

“내가 술상을 차리라고 했느냐?”

옥매향의 입이 다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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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윤해원을 기루로 보내는 일에 지나치게 서둘렀다. 단순한 우연이라면 형조가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었다.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청월각의 붉은 등불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윤해원은 지금 저 등불 아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아버지를 잃은 날에도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여자였다.강무진은 그 이름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그가 처음으로 후회한 명령은 윤승학을 체포하라는 왕명을 따랐던 날의 명령이었다.그리고 오늘 밤, 그는 또 하나의 명령을 내렸다.윤해원을 감시하라는 명령.그것이 훗날 자신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할지, 강무진은 아직 알지 못했다.***새벽이 가까워졌을 무렵, 옥매향이 다시 찾아왔다.평소 침착하던 행수의 얼굴에 불안이 어려 있었다.“장군, 한 가지 여쭐 것이 있습니다.”강무진은 문서를 덮었다.“말해라.”“윤해원에게 손님을 붙이지 말라는 명령은 받들겠습니다. 다만 그 아이의 이름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이름?”“기루에 들어온 관비는 손님 앞에서 본래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청월각에서도 새 이름을 내려 주는 것이 관례입니다.”강무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윤해원.그 이름을 부르면 여인은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유산처럼 자신의 이름을 지키려는 모습이 떠올랐다.“지금 당장 바꿀 이유가 있느냐?”“아직 정식으로 기예를 배우기 전이라 서둘러야 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루의 장부와 손님 명부를 정리하려면 언젠가는 정해야 합니다.”강무진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관비의 신분과 기루의 관례를 알고 있었다. 왕명이 내려진 일을 장군의 개인적인 호의만으로 뒤집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이름만큼은 빼앗기게 두고 싶지 않았다.“내가 확인할 일이 끝날 때까지는 본래 이름을 그대로 두어라.”옥매향은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그녀가 돌아선 순간, 강무진이 다시 불렀다.“옥매향.”“예, 장군.”“윤해원에게는 내가 감시를 명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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