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리 애기 일어났어요? 세상에, 눈 뜨자마자 이렇게 예쁘면 남편은 무슨 죄야?”한이서는 눈을 뜨자마자 자기 얼굴 위로 다가오는 남자의 입술을 봤다. 놀라서 몸을 뒤로 빼자 따뜻한 숨결이 이마 바로 앞에서 멎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남자는 한 손에 물컵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분홍색 토끼가 달린 작은 머리끈이 걸려 있었다.“……누구세요?”“우리 여보, 아직 잠이 덜 깼구나. 나는 당신 남편. 직업은 대표, 특기는 아내 예뻐 죽기.”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서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며 남자와 침대 끝을 번갈아 봤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오전 햇빛이 크림색 벽을 비추고, 발치의 두꺼운 융단에는 커튼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베개에서는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 고시원만 한 원룸에서 살던 사람에게 침대 하나가 거실만 한 방은 현실감이 없었다.더 현실감 없는 건 남자의 얼굴이었다. 경제 뉴스에서 본 적이 있었다. 하주그룹의 유일한 후계자, 강도진. 기자들 앞에서는 웃지도 않던 남자가 지금은 토끼 머리끈을 흔들며 자신에게 눈을 맞추고 있었다.“강도진 대표님이 왜 여기 계세요?”“어? 여보가 내 이름 불러 주니까 좋긴 한데, 좀 섭섭하네. 어제까진 자기야, 우리 잘생긴 왕자님, 그렇게 불러 놓고.”“제가요? 대표님을 왕자님이라고요?”“응. 난 당신을 여왕 폐하라고 부르다가 쫓겨났고.”이서는 비명을 삼켰다. 도진은 그제야 그녀가 장난을 받아 주지 못할 만큼 겁먹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물컵을 탁자에 내려놓는 손길이 조심스러워졌다. 그가 의자를 침대에서 멀찍이 끌어다 앉았다. 구두 끝이 융단에 닿을 때까지도 시선은 이서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미안. 내가 아침마다 이렇게 깨웠거든. 싫으면 안 할게. 우선 숨부터 편하게 쉬어.”이서는 그제야 이 방에서 낯선 사람은 오히려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머리맡에는 반쯤 읽은 책이 엎어져 있었고, 탁자 위 머그잔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강도진은 한이서 것’이라고 적
Last Updated : 2026-10-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