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건 심사위원이 먼저 나한테 반해야 합격하는 시험이잖아. 너무 어려운 거 아니야?”도진은 봉투에서 꺼낸 종이를 양손으로 쥔 채 이서를 바라봤다. ‘한이서가 먼저 다음 데이트를 신청하게 만들 것.’ 글자를 다시 읽더니, 회사의 계약서를 검토할 때보다 훨씬 진지한 얼굴이 됐다. 창가에 놓인 찻잔에서는 아직 김이 올랐고, 식당 천장 조명이 그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떨어졌다.“자신 없으세요? 세계적인 그룹 대표님이?”“회사 계약은 조건이 보이는데 우리 여보 마음은 볼 때마다 예뻐서 자꾸 까먹어.”“그럼 탈락이에요. 말로만 점수 따려고 하니까.”“알겠습니다, 면접관님. 행동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단, 아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실수하면 재시험 기회 한 번만.”이서는 웃음을 참느라 찻잔을 들었다. 도진은 종이를 정성스레 접어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곳에 무엇을 더 넣어 두는지 이서는 몰랐지만, 구겨지지 않게 손바닥으로 천을 누르는 모습이 오래 눈에 남았다.다음 날 오전 도진은 출근 전 식탁에서 아내의 취향을 묻지도, 데이트 장소를 재촉하지도 않았다. 대신 이서가 좋아하는 딸기잼 뚜껑을 열어 주고, 신문을 넘기다가도 그녀의 접시가 비면 빵 한 조각을 더 놓았다. 현관에서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잠시 머뭇거렸다.“오늘 저녁에 봐, 이서 씨.”“어? 애기니 공주님이니 오늘은 안 해요?”“어제 면접에서 배웠잖아. 이름으로 부르면 당신이 더 편하다면서.”도진은 현관에서 한 번 돌아보더니 손가락으로 자기 볼을 가리켰다. 이서가 멀뚱히 쳐다보자 그는 얼른 손을 내렸다.“아, 이건 아직 심사 항목에 없지. 신청서부터 내겠습니다.”그러고는 정말 작은 메모지에 ‘퇴근 인사 예쁘게 받기’라고 적어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웃으며 나간 뒤 이서는 식탁에서 한동안 잼 병만 만지작거렸다. 듣기 싫다고 해 놓고 정작 조용하니 허전했다. 자신이 얼마나 유치해졌는지 깨닫자 괜히 토스트 끝을 세게 베어 물었다.오전 내내 이서는 저택을 둘러봤다. 햇빛이 내리꽂히는
최신 업데이트 : 2026-10-2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