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강도진, 오늘부터 ‘여보 예뻐요’ 금지.”이서가 식당 옆 작은 응접실에 세워 둔 칠판에 금지 문장을 적자 도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어젯밤 서재에서 고백 연습을 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듣고 아침부터 설레던 남자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학생처럼 책상에 앉아 있었다. 단정한 셔츠 위에 ‘고백 학원 1기 강도진’이라고 쓴 종이 명찰까지 붙인 채였다.“선생님, 그건 제 모국어인데요. 갑자기 한국말 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다른 언어 배우시면 되죠. 오늘 수업은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그리고 잘 들어주기.”“우리 여보는 구체적으로 어느 각도에서 봐도 예쁜데.”“강도진 학생, 시작한 지 12초 만에 벌점입니다.”이서가 칠판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자 도진은 억울하다는 듯 책상에 이마를 기댔다.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들어와 명찰 가장자리를 환하게 비췄다. 평소 임원들을 앞에 두고 회의를 이끄는 대표가 자신 앞에서는 벌점 하나에 세상이 무너진 사람처럼 군다는 사실이 어이없어, 이서는 분필을 든 손으로 입술을 가렸다.“좋아. 그럼 연습할게. 이서 씨는 어제 꽃을 받으면서 웃어 줬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줬어요. 그래서 내가 참 행복했습니다.”“그건 괜찮네요.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칭찬이 아니라 소감문이에요.”“소감문 제출하면 보너스 점수는 없나요? 아내가 최고야.”“그건 기출문제예요!”도진은 명찰 아래에 작은 글씨로 ‘외모 칭찬 봉인 중’이라고 덧썼다. 이서는 그가 너무 진지하게 펜을 움직이는 바람에 또 웃었다. 하지만 수업을 시작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볼 때마다 예쁘다고 했고, 말끝마다 사랑을 붙였다. 좋으면서도 가끔은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해냈는지 알아봐 주길 바랐다. 일 년의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그 전의 자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그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서는 어젯밤 도진이 꽃을 건네던 모습을 떠올렸다. 준비한 문장을 다 잊고도 끝내 자신의 마음을 전했던 순간이었
최신 업데이트 : 2026-10-2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