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일요일, 해담은 가게 문을 열자마자 열쇠 블랭크 판부터 확인했다.왼쪽 벽에 걸린 열쇠들이 종류별로 정리돼 있었다. 손님이 찾는 열쇠를 바로 꺼낼 수 있도록, 앞뒤가 바뀌지 않게 해 두는 게 해담의 버릇이었다. 오늘은 걸린 열쇠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작업대 아래쪽에 둔 상자를 꺼내고, 안에 든 블랭크를 한 종류씩 나누기 시작했다.“오늘은 또 뭘 그렇게 꺼내?”봉 원장이 미용실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해담은 빈 상자를 발끝으로 밀어 놓았다.“재고 조사요.”“날 잡고 하는 거야?”“날 잡으면 더 미뤄요. 생각났을 때 해야죠.”“하긴. 네가 생각난 김에 하다가 다른 일 잡는 거, 여러 번 봤어.”“오늘은 안 그래요.”“그 말도 들었어.”봉 원장은 미용실 앞에 빗자루를 세워 놓고 안으로 돌아갔다. 해담은 대꾸 대신 상자 안의 블랭크를 길이와 머리 모양에 따라 나누었다. 흔하게 나가는 종류는 작업대 가까이에 두고, 오랫동안 손대지 않은 것은 따로 놓았다. 한 상자에 섞여 있던 작은 열쇠를 꺼내자 바닥에 쇳가루가 조금 떨어졌다.해담은 손바닥으로 쓸어 모아 휴지에 털었다. 빈 상자에 종류별로 담은 뒤 장부에 표시했다. 남은 수량을 전부 숫자로 적지는 않았다. 부족한 종류와 주문할 종류만 표시하면 됐다. 재고는 가게를 지키는 데 필요했고, 기록은 손님에게 값을 설명할 때도 필요했다.작업대 한쪽에 놓인 복사 장부와 공구는 움직이지 않게 벽 쪽으로 밀어 두었다. 기계는 끄지 않았다. 문을 열어 둔 동안 손님이 올 수 있었다.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들어왔다. 집 열쇠를 복사하러 온 사람이었다. 해담은 원본을 받아 열쇠 날을 살핀 뒤, 벽에서 맞는 블랭크를 골랐다.“이걸로 되나요?”“네, 됩니다.”“예전 열쇠라서 맞는 게 없을까 봐요.”“모양은 맞습니다. 복사해 보고 잘 돌아가는지도 확인하셔야 해요.”손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담은 열쇠를 기계에 물리고 스위치를 켰다. 위잉 소리가 가게 안에 퍼졌다. 기계가 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