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7년 짝사랑을 폐업했더니 길 건너 약사가 단골이 됐다: Capítulo 1 - Capítulo 10

80 Capítulos

1화. 오늘 영업 끝

“조심히 가세요.”진서후가 계산대 너머에서 말했다. 구해담은 피로회복제 한 병을 남색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약국 문을 열었다.바깥 공기가 약국 안보다 차가웠다. 구씨열쇠 셔터를 내린 지 10분. 오늘도 8시 40분에 맞춰 길을 건넜다. 늘봄약국에서 구씨열쇠까지, 해담의 걸음으로 23걸음이었다.약국 문이 닫히기 전에 서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조심히 가세요.”해담은 걸음을 멈췄다. 약국 앞 평상 아래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두레슈퍼 고양이 깜이였다. 서후는 깜이 쪽으로 몸을 조금 숙이고 있었다.“조심히 가세요.”해담은 손에 든 피로회복제 병을 내려다봤다. 병의 뚜껑을 엄지로 문질렀다. 서후는 사람에게 하던 것과 똑같은 목소리로 고양이에게 인사했다. 특별한 말도, 특별한 표정도 없었다.깜이는 꼬리를 한 번 흔들고 평상 안쪽으로 들어갔다. 서후는 약국 문을 닫고 안으로 돌아갔다.해담은 길을 건너지 않은 채 약국 유리문을 바라봤다. 유리문 안쪽에 붙은 영업시간 안내판이 보였다. 9시부터 21시까지. 21 아래에는 지운 숫자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저 숫자는 몇 번을 봐도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오늘 해담이 본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참.”입 밖으로 나온 말은 작았다. 지나가던 사람은 없었다.해담은 병을 앞치마 주머니 안쪽으로 밀어 넣고 구씨열쇠로 돌아갔다. 허리에 매단 열쇠 꾸러미가 짤랑거렸다. 셔터 안쪽의 불을 끄고, 유리문에 걸어 둔 자물쇠를 확인했다. 손잡이를 당기자 문이 움직이지 않았다.괜찮았다. 늘 하던 대로였다.그런데 가게 안에 들어서자 기계의 쇳가루 냄새가 코에 닿았다. 저녁 내내 기계를 돌린 탓이었다. 해담은 앞치마를 벗지 않고 계산대 뒤로 가 장부 서랍을 열었다. 오늘 복사한 열쇠의 종류와 값을 적고 서랍을 닫았다.가게는 3평 남짓했다. 왼쪽 벽에는 열쇠 블랭크가 종류별로 걸려 있었고, 가운데에는 복사 기계 2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아버지가 쓰던 공구함은 선반 위에 있었다. 뚜껑에는 『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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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열쇠 복사 삼천 원

해담은 가게 문을 닫지 않은 채 작업대에 앉아 장부를 맞춰 보고 있었다. 계산이 한 번 어긋났다. 손님이 낸 돈은 맞았고 거슬러 준 돈도 맞았다. 그래도 숫자를 처음부터 다시 짚었다.건너편 탁씨정육에서는 칼 가는 소리가 났다. 탁종팔은 숫돌에 물을 묻히고 칼날을 천천히 밀었다. 해담은 장부를 덮고 문간으로 나갔다.“사장님, 오늘 칼이 잘 안 드세요?”“잘 든다.”탁종팔은 칼날을 한 번 돌려 살폈다. 숫돌에 칼을 다시 대자 서걱이는 소리가 이어졌다.“잘 드는데 왜 계속 갈아요?”“갈아 두는 거다.”해담은 대답을 기다렸지만 탁종팔은 칼을 밀고 당기는 데만 집중했다. 흰 앞치마에 작은 물방울이 튀었다. 해담은 자기 손바닥을 뒤집어 봤다. 손끝에는 쇳가루가 조금 묻어 있었다.“저도 열쇠 깎고 나면 모서리를 한 번 더 봐요. 멀쩡해 보여도 걸리는 데가 있을 수 있어서요.”“그래.”탁종팔은 칼을 숫돌에서 떼어 천으로 닦았다. 칼날이 빛을 받아 얇게 반짝였다. 해담은 장부에 적힌 숫자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고기는 거짓말 안 해. 사람이 하지.”탁종팔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칼을 다시 숫돌에 댔다.해담은 고개를 기울였다.“그 말은 무슨 뜻이에요?”탁종팔은 답하지 않았다. 손목을 움직여 칼을 천천히 갈았다. 해담은 한동안 그 소리를 듣다가 가게 쪽으로 몸을 돌렸다.“물어본 사람은 저인데요.”숫돌 소리만 계속됐다. 해담은 장부를 들고 안으로 들어와, 어긋난 숫자에 손가락을 댔다. 세어 보니 처음 적은 값이 맞았다.◎서후가 내민 놋쇠 열쇠를 해담은 받아 들었다.“복사요?”“네. 하나 부탁드립니다.”해담은 셔터를 더 올렸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서후가 문 옆에 섰다. 흰 가운 아래로 남색 니트가 보였다. 해담은 열쇠를 들고 계산대 쪽으로 돌아섰다.“열쇠 종류를 알아야 하는데요.”“잘 모르겠습니다.”“사용하는 문은요?”“제가 가지고 있는 문입니다.”그 말에 해담의 손이 잠깐 멈췄다. 열쇠는 오래된 놋쇠였다. 손잡이 가장자리는 닳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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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같은 열쇠 또 됩니다

3월 4일 저녁, 해담은 장부에 열쇠 종류를 적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복사 기계가 식는 소리와 벽시계 초침 소리만 났다. 작업대 한쪽에는 낮에 깎은 열쇠가 놓여 있었다. 해담은 모서리를 손톱으로 훑어 걸리는 데가 없는지 확인했다.8시 20분이었다.해담은 시계를 보자마자 장부 쪽으로 눈을 돌렸다. 놋쇠 열쇠가 적힌 줄 아래에 빈칸이 하나 있었다. 그 줄을 다시 보지 않으려고 손님이 맡기고 간 열쇠들을 종류별로 나눴다.문이 열렸다.진서후가 들어왔다. 흰 가운 안에는 남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전날 들고 왔던 놋쇠 열쇠가 들려 있었다.해담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오늘도 복사하시게요?”“네.”“같은 걸 왜 또 깎아요?”서후는 열쇠를 해담에게 내민 채 대답했다.“필요해서요.”“하루에 하나씩 필요한 열쇠가 어디 있어요?”“제가 씁니다.”해담은 열쇠를 받아 작업대에 놓았다. 오래된 놋쇠 손잡이는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날의 홈도 어제 확인한 모양 그대로였다. 해담은 서후를 쳐다봤다.“잃어버리셨어요?”“아닙니다.”“그럼 복사한 걸 어디다 쓰는데요?”“가지고 있습니다.”서후는 틀린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말만 했다. 해담은 더 묻지 않았다. 손님이 설명하지 않겠다면 억지로 알아낼 일도 아니었다. 해담은 열쇠의 홈을 다시 확인하고 블랭크 판에서 맞는 것을 골랐다.“오늘은 어느 쪽으로 깎을까요?”“어제와 똑같이 부탁드립니다.”“어제랑 똑같이 깎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 열쇠가 필요한 이유가 궁금한 거죠.”“필요해서입니다.”「문 닫힌 가게에 대고 묻는 기분이네.」해담은 블랭크를 기계에 물리고 원본을 옆에 고정했다.복사 기계가 위잉 소리를 냈다. 쇳가루가 작업대 위에 떨어졌다. 해담은 손잡이를 천천히 돌려 날을 깎았다. 원본과 블랭크가 어긋나지 않도록 눈을 가까이 두었다.서후는 문 옆에서 기다렸다. 흰 가운의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았고,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았다. 시선은 기계와 해담의 손에 머물렀다.“약국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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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잠시 자리 비움

다음 날 아침, 해담은 셔터를 올리고 문턱에 쌓인 먼지를 쓸어냈다. 빗자루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골목에 퍼졌다. 토요일이라 가게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한동안 유리문은 조용했다.해담은 빗자루를 세워 두고 작업대에 앉았다. 전날 장부에 적은 놋쇠 열쇠 아래로 새 기록을 적을 자리가 남아 있었다.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오늘도 놋쇠 열쇠를 복사하러 올 게 분명했다.「아직 안 왔는데.」해담은 장부를 덮고 벽의 열쇠 블랭크 판으로 갔다. 한 줄에 걸린 열쇠들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손으로 하나씩 만져 보니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해담은 맨 아래쪽 열쇠 두 개를 빼서 다시 걸었다.유리문 밖에서 구두 소리가 멈췄다. 해담은 돌아봤지만, 문 앞에 선 사람은 열쇠를 맡기러 온 동네 손님이었다. 손님은 낡은 열쇠를 꺼내 계산대에 놓았다.“이거 하나 더 만들 수 있어요?”“네, 됩니다.”해담은 열쇠를 받아 홈을 살폈다. 손님이 기다리는 동안 복사 기계를 켰다. 기계가 위잉 소리를 내고, 얇은 쇳가루가 작업대에 떨어졌다. 해담은 열쇠 끝을 다듬어 손님에게 건넸다.손님은 새 열쇠를 손잡이에 끼워 확인했다.“잘 맞네요. 역시 사장님 손을 거쳐야 해요.”“문에서도 확인해 보세요. 여기서 맞아도 문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알았어요. 주말에 문이 잠겨서 부르면 바로 와야 해요.”“출장비는 낮에는 30,000원입니다.”“돈은 내야죠. 문은 열어야 하고.”손님은 값을 치르고 돌아갔다. 해담은 문이 닫힌 뒤에야 어깨를 내렸다. 시계를 보지 않으려고 손을 장부로 뻗었는데, 장부 위에 놓인 펜이 눈에 들어왔다. 해담은 펜을 서랍에 넣었다.오전이 지나자 골목에 오가는 사람이 조금씩 늘었다. 봉미용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가위 소리가 들렸다. 맞은편 탁씨정육에서는 칼과 도마가 부딪쳤다. 해담은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문을 열고 맞았다.점심 무렵, 늘봄약국 문이 열렸다. 염금옥이 약국에서 나와 골목을 건넜다. 동그란 파마머리 아래로 돋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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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손님 사절

해담은 대답 대신 팻말을 접어 계산대 아래에 넣었다.“기다렸으면 됐잖아요. 이제 가세요.”“열쇠를 복사해야 합니다.”“문 닫을 시간이에요.”“8시 30분입니다.”“저도 알아요.”해담은 서후가 든 놋쇠 열쇠를 받아 작업대에 놓았다. 문을 닫을 시간은 지났지만, 열쇠를 맡겨 놓고 그냥 보내기도 애매했다. 기계를 켜자 익숙한 위잉 소리가 났다. 서후는 문 옆에서 기다렸다.복사한 열쇠를 줄로 다듬어 원본과 나란히 놓았다. 해담은 두 열쇠를 비교해 보고 서후에게 건넸다. 서후는 새 1,000원짜리 지폐 세 장을 계산대에 놓았다.“오늘은 팻말을 다시 걸지 마세요.”“제가 알아서 해요.”“네.”서후는 영수증을 반으로 접어 지갑에 넣었다. 해담은 셔터를 내렸다. 서후는 약국 쪽으로 건너갔고, 해담은 잠금장치를 확인한 뒤 2층으로 올라갔다.◎다음 날 낮, 엄분이는 두레슈퍼에서 나온 해담을 불러 세웠다. 손에는 녹슨 자물쇠가 들려 있었다.“담이야, 장독대 문이 안 열린다.”“열쇠는요?”“여기 있지.”엄분이는 낡은 열쇠를 내밀었다. 날에 검은 때가 묻어 있고 손잡이에는 긁힌 자국이 많았다. 해담은 열쇠를 받아 손끝으로 홈을 살폈다.“자물쇠가 녹슬었나 봐요.”“문은 열어야 하는데, 열쇠가 안 돌아가.”“억지로 돌리면 부러질 수 있어요. 제가 볼게요.”해담은 앞치마에 손을 닦고 공구함을 들었다. 엄분이의 장독대는 두레슈퍼 뒤쪽에 있었다. 가게 옆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낮은 문이 나왔다. 해담은 자물쇠를 살피고 열쇠를 넣어 봤다. 반쯤 들어갔지만 돌아가지 않았다.“언제부터 이랬어요?”“한참 됐지. 며칠 전부터는 아예 안 열리더라.”“그동안 장독대는 안 쓰셨어요?”“쓰긴 썼지. 된장도 꺼내고 간장도 꺼내고. 문은 안 잠그고.”엄분이는 장독대 문에 손을 얹었다. 해담은 자물쇠 몸통을 손가락으로 눌러 흔들림을 확인했다.“잠금쇠는 괜찮아요. 안에 녹이 많이 꼈어요. 열쇠도 같이 다듬어야겠어요.”“새 걸로 바꾸면 안 되나?”“고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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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개업 축하 사절

월요일 아침, 해담은 셔터를 올리다 말고 길 건너 늘봄약국을 봤다. 약국 문 앞에 봉숙자가 서 있었다. 손에는 가위집이 들려 있었다.서후가 약국 문을 열고 나왔다. 흰 가운 안에는 남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봉숙자는 서후를 보자마자 가위집을 들어 보였다.“진 약사, 개업 축하한다.”서후가 봉숙자를 바라봤다.“무슨 개업을 말씀하십니까?”“그럼 어젯밤에 새로 연다는 가게가 뭔데?”해담의 손이 셔터 손잡이에서 멈췄다. 서후는 잠시 해담 쪽을 보았다가 다시 봉숙자에게 고개를 돌렸다.“제가 개업하겠다고 했습니다.”“그러니까 축하해야지. 개업이면 떡도 돌리고, 돼지머리도 놔야지.”“약국에 돼지머리를 놓을 자리는 없습니다.”“약국 말고 네 마음에 놓으라는 거야.”봉숙자는 해담 쪽을 흘끗 봤다. 해담은 셔터를 끝까지 올렸다. 금속이 위로 말려 들어가는 소리가 골목에 났다.“원장님, 아침부터 남의 장사에 왜 돼지머리를 놔요?”“축하하는 거지. 개업한다잖아.”“누가요?”“진 약사가.”“약국 문은 어제도 열려 있었는데요.”“그 가게 말이야.”봉숙자는 손가락으로 구씨열쇠를 가리켰다. 해담은 앞치마 끈을 묶으며 봉숙자를 봤다.“우리 가게는 폐업했어요.”“그러니까 진 약사가 새로 연다잖아.”“제 가게예요.”“알지. 내가 옆 가게잖아.”봉숙자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해담은 대꾸를 멈췄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봉 원장이 정말 뭘 봤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원장님, 미용실 문 여셔야죠.”“열었어. 손님도 안 왔고.”“그럼 들어가 계세요.”“개업 축하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들어가.”서후가 약국 문을 잡고 있었다. 봉숙자는 가위집을 겨드랑이에 끼고 서후에게 한마디 더 보탰다.“진 약사, 돼지머리는 내가 알아볼까?”“필요하지 않습니다.”“개업하는 사람이 벌써 사양하면 안 돼.”“축하만으로 충분합니다.”봉숙자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해담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벽의 블랭크 판을 봤다. 한쪽 열쇠가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해담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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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연중무휴

서후는 열쇠를 쥔 채 가게 문을 나섰다.해담은 닫히지 않은 문을 바라보다가 손잡이를 잡았다. 골목 건너 약국으로 돌아가는 서후의 뒷모습이 유리문에 비쳤다. 해담은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작업대 위에는 장부와 펜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내일부터 오지 말라니까.」해담은 장부를 덮었다. 벽의 열쇠 블랭크 판에서 비스듬히 기울어진 열쇠를 찾아 똑바로 걸었다. 손을 떼고 나니 맞은편 열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해담은 그것도 고쳐 걸었다.가게 밖에서 빗소리가 났다.해담은 앞치마를 풀어 의자 등받이에 걸고 2층으로 올라갔다. 철계단을 밟을 때마다 신발 밑창에 물기가 묻어 미끄러웠다. 방에 올라가 창을 닫고, 젖은 손을 수건에 닦았다. 창 너머 늘봄약국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아침이 되자 비는 더 굵어졌다.해담은 셔터 앞에 서서 빗줄기를 잠깐 살폈다. 처마 끝에서 물이 떨어졌고, 골목 바닥에는 얕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해담은 앞치마를 두르고 셔터를 올렸다. 금속이 말려 올라가는 소리가 빗소리를 밀어냈다.맞은편 약국 문도 열렸다. 염 여사가 먼저 나와 입구 앞을 살폈고, 뒤이어 서후가 안에서 문을 잡았다. 서후는 약국 안으로 들어갔다. 해담은 시선을 거두고 빗자루를 들었다.물이 가게 앞까지 흘러들어오지 않도록 문턱을 쓸었다. 빗자루 끝에 젖은 먼지가 뭉쳤다. 해담은 그걸 한쪽으로 모아 물이 고인 곳에서 치웠다. 빗줄기는 멈추지 않았다.해담은 문 안으로 들어가 작업대에 앉았다. 손님이 오면 들으려고 문을 조금 열어 두었다. 골목에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맞은편 정육점 셔터는 올라갔지만 탁종팔은 안쪽에서 나오지 않았다. 봉미용실 문에는 아직 불이 꺼져 있었다.해담은 장부를 펼쳤다. 어제 적은 거래 내역을 다시 읽고, 장부를 덮었다. 오늘 적을 것은 없었다.벽의 열쇠 블랭크 판이 눈에 들어왔다. 해담은 자리에서 일어나 열쇠를 종류별로 살폈다. 작은 것과 긴 것을 나누고, 손잡이 모양이 비슷한 것끼리 한쪽에 걸었다. 잘못 놓인 열쇠를 옮기고 나니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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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열지 마시오

서후는 젖은 놋쇠 열쇠를 작업대 위에 놓았다.해담은 걸레를 내려놓고 열쇠를 집었다. 물기를 닦아 내자 손때 묻은 표면이 드러났다.“비 오는 날에도 복사할 열쇠는 안 젖게 들고 오시네요.”“손으로 감싸고 왔습니다.”“그렇게까지 해야 해요?”“필요한 열쇠입니다.”해담은 대답하지 않고 열쇠를 살폈다. 서후는 늘 그 열쇠를 가져왔다. 놋쇠 손잡이에는 잔흠집이 있었고 날은 닳아 있었다. 해담은 맞는 블랭크를 골라 기계에 물렸다.기계가 위잉 소리를 냈다. 서후는 계산대 앞에서 기다렸다. 해담은 기계의 손잡이를 움직여 열쇠의 홈을 깎았다. 쇳가루가 작업대 위에 얇게 쌓였다.복사가 끝나자 해담은 줄로 날을 다듬었다. 원본과 나란히 놓고 홈을 확인한 뒤 서후에게 건넸다.서후는 새 1,000원짜리 지폐 3장을 계산대에 놓았다. 해담은 돈을 서랍에 넣고 영수증을 내밀었다.“약사님은 정말 비가 와도 오네요.”“사장님이 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기억은 하시네요.”“네.”“그런데도 오고요.”“열쇠를 복사해야 합니다.”해담은 영수증을 들고 있다가 손가락을 접었다. 서후는 영수증을 반으로 정확히 접어 지갑에 넣었다.“그 열쇠가 그렇게 많이 필요해요?”“네.”“어디에 쓰는지는 여전히 못 말하고요?”“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해담은 새 열쇠를 다시 살폈다. 홈은 원본과 맞았다.“그럼 다음에도 이걸 가져오세요.”“그러겠습니다.”서후는 고개를 숙이고 가게를 나갔다. 해담은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작업대에 남은 쇳가루를 쓸어 모아 통에 털어 넣었다.셔터를 내릴 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다. 해담은 걸레를 빨아 널고, 작업대 위의 공구를 제자리에 놓았다.아침이 되자 해담은 셔터를 올리고 가게 문을 열었다. 빗물은 밤새 그쳤지만 골목 바닥은 아직 젖어 있었다. 해담은 문턱을 쓸고 작업대에 앉아 장부를 펼쳤다.장부에는 어제의 거래가 적혀 있었다. 해담은 잉크가 번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책을 덮었다. 벽의 열쇠 블랭크 판에서 한쪽으로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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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분실물 보관함

은결이 책가방을 가게 바닥에 내려놓고 주머니를 뒤집었다. 손바닥에 딱지 두 장과 지우개 부스러기가 떨어졌다.“누나, 열쇠가 없어요.”해담은 계산대에서 고개를 들었다. 은결은 가방 앞주머니부터 옆주머니까지 다시 뒤졌다. 지퍼를 열고 안에 든 공책과 필통도 하나씩 꺼냈다. 열쇠는 나오지 않았다.“집에는 들어갔어?”“아직요. 엄마가 오늘도 야간 근무라서 제가 먼저 들어가야 돼요.”“가방에 넣은 건 기억나?”은결은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서 나올 때는 있었어요. 문 앞에서 꺼내려니까 없었어요.”해담이 가게 벽의 열쇠 블랭크 판을 보았다. 방금 정리한 칸 하나가 삐뚤어져 있었다. 해담은 자리에서 일어나 판을 바로잡았다. 그러고는 작업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이번 달 들어 3번째네.”“이번엔 진짜 주머니에 넣었는데요.”“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어.”“그때는 책가방 안에 넣었어요.”“그게 달라?”은결이 대답 대신 가방을 들었다. 가방 끈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해담은 유리문을 열고 골목을 살폈다.“어디부터 왔어?”“큰길에서 두레슈퍼 앞 지나서 여기까지요.”“그럼 그 길을 다시 보자. 네가 먼저 생각나는 데부터 말해.”은결은 학교에서 나와 걸었던 길을 차례로 짚었다. 골목 입구, 두레슈퍼, 봉미용실 앞. 자기가 걸음을 멈춘 곳이 어디였는지도 떠올리려 했다. 해담은 가게 문에 『잠시 자리 비웁니다』라고 적은 종이를 걸었다. 문을 닫지는 않았다. 골목에서 안쪽이 보이도록 유리문을 조금 열어 두었다.두 사람은 골목 입구 쪽으로 걸었다. 은결은 한 손으로 가방을 들고 다른 손으로 바닥을 훑었다. 해담은 벽 쪽과 가게 문 앞을 살폈다.“열쇠고리 같은 건 달았어?”“그냥 열쇠만요.”“가방 안에 달아 두면 덜 빠져.”“그럼 애들이 놀려요.”“뭘 놀려?”“목에 열쇠 걸고 다니는 거요. 그러면 꼭 놀려요.”해담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잃어버려서 집에 못 들어가는 게 더 싫지 않아?”“그건 엄마한테 혼나요.”“놀림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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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거스름돈은 없습니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해담은 평소처럼 9시에 가게 문을 열었다. 셔터를 올리고 문턱을 쓸었다. 어제 마지막으로 정리한 공구도 자리에 있었다. 작업대에 앉아 장부를 펴고 날짜를 적었다.아침 손님은 없었다. 해담은 기계에 남은 쇳가루를 털어 통에 모았다. 문밖에서 탁씨정육의 칼 가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 입구에서는 두레슈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해담은 작업대에 놓인 열쇠 꾸러미를 풀어 한 번씩 훑었다. 아빠가 가게에 들렀다 간 뒤로 열쇠 몇 개가 다른 고리에 끼워져 있었다. 고리를 풀고 종류별로 다시 걸었다.“오늘은 안 만지려나 했는데.”봉숙자가 미용실 문을 열며 말했다.“열쇠가 섞여 있잖아요.”“어제는 안 섞였고?”“오늘 보니까 섞였어요.”“그럼 어제는 마음도 괜찮았나 보네.”해담은 고개를 들었다. 봉숙자는 가게 앞에 서서 해담을 보고 있었다. 보라색 브릿지가 햇빛 아래서 더 선명했다.“원장님은 아침부터 할 일이 없으세요?”“있지. 손님 기다리는 일.”“저도 손님 기다리는 중이에요.”“그럼 둘이 사이좋게 기다리자.”봉숙자가 미용실로 들어갔다. 해담은 열쇠 고리를 다시 묶었다. 걸린 열쇠가 서로 부딪히며 짤랑 소리를 냈다.오전이 지나도록 손님은 2명 왔다. 한 사람은 낡은 자물쇠를 가져와 열쇠가 뻑뻑하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현관 열쇠를 하나 더 만들었다. 해담은 원본과 복사한 열쇠를 대어 확인하고 값을 받았다.“잘 안 맞으면 가져오세요.”“사장님이 깎으셨는데 안 맞겠어요?”“문에 넣어 봐야 알아요.”손님은 웃으며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해담은 손님이 나간 뒤 장부에 거래를 적었다.점심이 조금 지나자 셔터 밖에서 자동차가 멈추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고 젊은 부부가 들어왔다. 남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고, 여자는 손에 든 가방을 고쳐 쥐었다.“열쇠가 없어진 건가요?”“열쇠는 있는데 문이 안 열려요. 도어록 번호를 잊어버렸습니다.”남자가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현관문 사진이 떠 있었다.“집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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