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7년 짝사랑을 폐업했더니 길 건너 약사가 단골이 됐다: Capítulo 51 - Capítulo 60

80 Capítulos

51화. 현장 감정

6월 29일, 첫 번째 피해 집의 현관문 앞에 해담이 쪼그려 앉았다. 문틀에는 깨진 자국이 없었다. 손잡이 주변도 긁히거나 찌그러진 곳 없이 말끔했다.“문을 열었을 때도 이랬습니까?”형사가 집주인에게 물었다. 집주인은 현관 안쪽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문이 잠겨 있지 않았어요. 누가 억지로 연 것 같지는 않았고요.”“마지막으로 문을 잠그신 건 언제였습니까?”“나가기 전에요. 열쇠를 돌려서 잠갔습니다.”형사는 짧게 기록하고 문고리 주변을 살폈다. 오 순경은 현관 옆에 서서 수첩을 들고 있었다. 해담은 작업 앞치마 허리춤의 열쇠 꾸러미를 누르고 집 안을 둘러봤다. 서랍 몇 개가 열린 채였고, 거실장 위에 놓인 작은 상자가 비어 있었다.“자물쇠를 확인해도 되겠습니까?”형사가 물었다.집주인은 한 걸음 물러났다.“네. 필요한 건 보셔도 됩니다.”형사는 문을 닫고 손잡이를 천천히 돌렸다. 안쪽에서 잠금쇠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다시 문을 열어 손잡이를 살폈다.“잠금장치 자체에는 부서진 흔적이 없네요.”“그렇죠?”집주인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문이 부서진 것도 아니고, 창문도 다 잠겨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제가 잠그는 걸 깜빡했나 했어요.”“확인하겠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형사는 집주인을 안심시키려는 말도, 반대로 의심을 거두지 않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해담은 열린 서랍 안쪽을 훑었다. 물건이 어지럽게 뒤집혀 있지는 않았다. 손이 닿은 곳만 비어 있었다.“열쇠를 볼 수 있을까요?”형사가 물었다.집주인은 현관 선반으로 가 열쇠 꾸러미를 가져왔다. 작은 열쇠 두 개가 함께 묶여 있었다. 형사는 열쇠를 받아 번호표가 붙은 봉투 옆에 놓았다. 해담은 바로 손을 뻗지 않았다.“먼저 사진으로 남겨도 되겠습니까?”형사가 물었다.“네.”오 순경이 열쇠와 자물쇠를 차례로 촬영했다. 형사는 열쇠를 조심히 들어 빛이 드는 쪽으로 기울였다.“사장님, 이 열쇠를 깎은 흔적을 봐 주실 수 있습니까?”“볼게요.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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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참고인 조사

형사는 구판길이 내민 돋보기를 받아 들었다. 열쇠는 집주인에게 돌려주고, 열쇠의 홈과 자물쇠 상태를 기록했다. 구판길은 돋보기를 접어 낚시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사장님 말씀도 기록하겠습니다. 양쪽에서 확인하신 흔적은 일치하는군요.”“확인한 것만 적으세요.”구판길이 말했다. 해담은 아빠를 봤다.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첩을 덮었다.집주인은 자기 열쇠를 꾸러미에 다시 묶었다. 현관문을 잠가 보고 손잡이도 당겨 봤다. 잠금쇠는 제대로 걸렸다. 확인을 마친 형사가 집주인에게 연락 방법을 설명하는 동안, 해담은 문 옆에 서 있었다.“두 번째 집 열쇠에서도 기계로 깎인 흔적이 나왔죠.”집을 나온 뒤 구판길이 물었다.“네. 그래도 같은 기계라고는 말 못 해요.”“알고 있다.”구판길은 낚시 조끼 앞을 여몄다. 해담은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열쇠 꾸러미가 주머니 안쪽에 닿았다.“아빠는 이제 가세요. 낚시도 안 가면서 여기까지 왔잖아요.”“갈 데가 있어서 온 거다.”“어디요?”“집에.”“그럼 얼른 가세요.”구판길은 대답 대신 해담의 앞치마에 묻은 먼지를 손바닥으로 털어 냈다. 해담은 고개를 숙여 그 손을 피했다.“나도 내 가게 봐야지.”“아빠 가게는 없잖아요.”“네가 보는 가게가 내 가게다.”“말은 잘하시네.”구판길은 현관문을 한 번 더 돌아봤다. 형사가 집주인과 마지막 확인을 마치고 현관에서 나왔다.“수고하셨습니다.”형사가 말했다.“확인할 게 더 있으면 연락하세요.”구판길은 짧게 답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해담은 아빠가 골목 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현관 앞에 남았다.◎7월 2일 저녁, 해담은 엄 할머니 집 앞에 서 있었다.대문과 문틀에는 깨진 자국이 없었다. 자물쇠도 바깥에서 억지로 비튼 흔적은 없었다. 엄 할머니는 열린 대문 안쪽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평소 슈퍼 앞 평상에 앉아 깜이를 부르던 목소리가 나지 않았다.“담이야, 내 열쇠는 네가 갖고 있지?”“네. 할머니가 맡겨 두신 여벌 열쇠요.”“그걸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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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당분간 문 닫습니다

“염 여사님이 보십니다.”해담은 서후의 남색 니트 소매를 바라봤다. 약국 문을 닫고 나온 차림은 아니었다. 지구대 앞 계단에서 기다린 사람의 옷이었다.“몇 시부터요?”“문을 여실 때부터 맡아 주셨습니다.”“제가 나올 때까지요?”“네.”은결은 계단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오 순경이 아이의 책가방을 옆에 두고 곁에 서 있었다. 해담은 은결의 머리가 기울어진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서후에게 시선을 돌렸다.“약국으로 돌아가세요. 이제 괜찮아요.”“가게까지 모셔다드려도 되겠습니까?”“괜찮다고 했잖아요.”“알겠습니다. 그럼 가게 앞까지만 같이 가겠습니다.”서후는 더 권하지 않았다. 해담도 더 밀어내지 않았다. 잠깐 뒤, 오 순경이 은결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는 말을 건넸다. 해담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내려갔다. 서후는 몇 걸음 뒤에서 따라왔다.구씨열쇠 앞에 도착했을 때, 골목은 아직 조용했다. 해담은 셔터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가 놓았다. 앞치마에 묻은 쇳가루를 털었다. 손끝이 쉽게 깨끗해지지 않았다.“제가 열겠습니다.”“제가 할게요.”해담은 열쇠 꾸러미에서 가게 열쇠를 골랐다. 손잡이를 풀고 셔터를 올렸다. 금속이 위로 말려 올라가며 소리를 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열쇠 복사 기계와 블랭크 판이 그대로였다. 계산대 서랍도 닫혀 있었다.서후는 문턱을 넘지 않았다.“여기 있겠습니다.”“약국에 가셔도 돼요.”“해담 씨가 들어가시는 걸 보고 가겠습니다.”“보고 나면 가실 거예요?”“네.”해담은 대답 대신 가게 안쪽으로 걸어갔다. 셔터를 내리기 전, 문을 다시 열고 서후를 봤다. 서후는 유리문 앞에 서 있었다.“이제 가세요.”“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서후는 약국 쪽으로 건너갔다. 해담은 그가 늘봄약국 문을 여는 것을 본 뒤 셔터 손잡이를 잡았다.셔터가 내려오자 기계 소리와 골목 소리가 끊겼다. 가게 안에는 쇳가루 냄새가 남았다. 해담은 계산대 앞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허리에 매달린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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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긴급 출장

해담은 셔터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금속이 올라가며 골목에 소리를 냈다. 손바닥에 쇳가루가 묻었다.“담이야, 내가 더 기억나는 게 있으면 말해 줄게.”엄 할머니가 열쇠를 보관함에 넣었다. 해담은 셔터를 끝까지 올리고 유리문을 열었다.“네. 지금은 그 열쇠부터 확인할게요. 맡아 둔 열쇠는 그대로 있어요.”“알아. 네가 잘 보관했잖니.”“그런데 누가 복사해 갔는지는 확인해야 해요.”엄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봉 원장과 탁 사장은 가게 앞에 놓인 의자를 한쪽으로 치웠다. 봉 원장이 안내문을 읽고 눈썹을 모았다.“이제 문 열었네.”“네.”“그럼 이 종이는 떼도 되겠어?”“아직은요.”해담은 유리문에 붙은 『당분간 문 닫습니다』를 바라봤다. 종이는 한쪽 모서리가 살짝 들떠 있었다. 해담이 손끝으로 눌러 다시 붙였다.“지구대부터 다녀올게요. 할머니, 손자가 키박스에서 열쇠를 복사한 날을 물어봐 주세요.”“전화해 볼게.”“기억이 안 나시면 무리해서 맞히지 마시고요.”“알았다.”엄 할머니는 해담의 손을 잠깐 살핀 뒤 골목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봉 원장이 그 곁을 따라붙었다.“혼자 가실 수 있겠어요?”“내 발로 왔다니까.”“그럼 천천히 가세요. 제가 옆에서 천천히 걷겠습니다.”탁 사장은 의자를 가게 벽 쪽에 밀어 놓았다.“가게는 내가 볼게.”“아직 손님도 없는데요.”“그러니까 볼 수 있지.”해담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봉 원장과 탁 사장이 가게 앞에 남았다. 해담은 셔터를 반쯤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문을 닫아 두면 사람들의 말이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올 것 같았다.「문 열자.」해담은 작업대에 놓인 장부를 가방에 넣었다. 엄 할머니의 보관함은 서랍 안쪽에 그대로 두었다. 유리문을 잠그고 지구대 쪽으로 걸었다.◎지구대에서 오 순경은 해담이 가져온 장부를 책상 위에 펼쳤다. 해담은 기록을 넘기며 피해 집들의 열쇠를 맡은 날짜와 복사한 내역을 설명했다.“이건 제가 확인한 내용이고, 이쪽은 집주인에게 들은 내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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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정상 영업

셔터가 올라가자 『당분간 문 닫습니다』라는 종이가 유리문 안쪽에서 흔들렸다.해담은 한쪽 모서리를 눌러 종이를 떼었다. 접힌 자국을 펴려다 그만두고, 종이를 반듯하게 두 번 접어 계산대 서랍에 넣었다. 셔터를 끝까지 올리고 유리문을 열었다.열쇠 복사 기계의 전원을 켰다. 위잉, 소리가 났다. 해담은 기계 앞 작업대를 닦고 블랭크 판을 살폈다. 비어 있는 자리에 열쇠를 채우고 종류별로 다시 걸었다. 손끝에 쇳가루가 묻었다.골목 건너편에서 약국 문이 열렸다. 해담은 그쪽을 보지 않고 계산대 위 장부를 펼쳤다. 줄을 맞춰 오늘 날짜를 적은 뒤, 가게 문 앞에 작은 안내판을 세웠다.『정상 영업합니다』탁 사장이 정육점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오늘은 열었네.”“네.”“그 종이는 뗐고.”“네.”“됐어.”탁 사장은 더 묻지 않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봉 원장이 미용실 문을 열고 나왔다. 보라색 브릿지가 아침 햇빛을 받았다. 봉 원장은 안내판을 읽고 유리문 안을 들여다봤다.“정상 영업이라. 시원하네.”“손님 오면 더 시원하죠.”“손님은 내가 보내 줄게.”“억지로 보내지는 마세요.”“억지는 안 써. 구씨열쇠가 열려 있다고 말만 할 거야.”“그 말도 너무 크게 하지 마세요.”봉 원장은 골목을 향해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고는 맞은편에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오늘 구씨열쇠 열었어요. 열쇠 맡길 일 있으면 들러요.”해담은 블랭크 판에서 시선을 들었다.“원장님.”“크게 안 했어.”“골목 끝까지 들렸어요.”“그럼 끝까지 알려졌네.”봉 원장은 미용실 쪽으로 돌아갔다. 해담은 안내판을 안으로 조금 당겼다. 유리문은 열어 두었다. 기계는 계속 낮은 소리를 냈다.처음 들어온 사람은 열쇠 하나를 손에 쥔 중년 손님이었다. 손님은 문턱에서 안쪽을 한 번 살피고 작업대 앞에 열쇠를 놓았다.“이거 하나 복사될까요?”“네, 됩니다.”“기계가 오래돼서 잘 안 맞는다고 들었는데요.”해담은 손님을 바라봤다.“어디서 들으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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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공구함 개봉

해담은 장부를 덮었다가 다시 펼쳤다. 기계 자국 감정 내용과 복사 기록을 나란히 놓고 봐도 새로 확인되는 건 없었다. 확인된 날짜는 표시하고, 들은 말은 따로 적었다. 빈칸은 빈칸으로 두었다.7월 11일, 일요일이었다. 가게 문은 열려 있었지만 손님은 뜸했다. 해담은 작업대 앞에 앉아 장부의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왼손 엄지에 묻은 쇳가루를 앞치마에 닦고, 종이에 적은 날짜를 손가락으로 짚었다.“그 날짜는 장부에 없어요.”맞은편 의자에 앉은 서후가 고개를 들었다.“출장 기록도 없습니까?”“네. 집에 다녀온 기록도, 열쇠를 복사한 기록도 없어요.”“그럼 확인되지 않은 걸로 남겨 두겠습니다.”“그렇게 해 주세요.”서후는 종이에 『확인되지 않음』이라고 적었다. 해담은 글씨를 확인하고 장부를 넘겼다. 어제부터 같은 일을 반복했다. 기록을 맞추고, 모르는 곳에는 표시를 남겼다. 잘못 적은 날짜는 고쳤고, 장부 사본과 맞지 않는 줄은 다시 찾아봤다.“이 줄도 봐 주세요.”해담이 장부 한쪽을 짚었다. 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대 옆으로 왔다. 종이 위에 몸을 숙이고 기록을 살폈다.“이 기록은 열쇠 복사입니까?”“아니요. 문에 맞춰 본 거예요. 복사한 건 그 아래.”“제가 옮겨 적을 때 순서를 바꿨습니다. 고치겠습니다.”“천천히 하셔도 돼요.”“확인하고 넘어가야 합니다.”서후는 이전에 적은 줄에 표시를 하고 새 종이를 꺼냈다. 해담은 작업대 위에 놓인 물컵을 그쪽으로 밀었다. 서후가 펜을 내려놓고 물을 마셨다.“오늘도 약국은 염 여사님이 보고 계세요?”“네. 잠깐 맡겼습니다.”“가게 일도 있으실 텐데요.”“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록을 옮기는 겁니다.”서후는 물컵을 내려놓고 종이를 다시 정리했다. 해담은 대답하지 않았다. 빈칸을 채우는 일보다, 빈칸을 그대로 두는 일이 더 오래 걸렸다. 누군가 묻는 말에 답하고, 잘못 전해진 내용을 고쳐 말하는 동안 해담은 같은 장부를 몇 번이고 펼쳤다.가게 문밖에서 열쇠 꾸러미가 짤랑거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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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야간 순찰 협조

“그 카드만 가져가시면 기계 안에 남은 기록은 어떻게 확인합니까?”편의점 앞에서 형사가 키박스 옆면을 살폈다. 오기찬 순경은 한 손에 서류를 들고 기계 앞에 서 있었다. 왕두식은 회색 작업복 차림으로 그들 맞은편에 섰다. 손에 든 열쇠 꾸러미는 짤랑거리지 않았다. 왕두식이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기록 카드는 보존해야 합니다. 확인을 마칠 때까지 기계를 손대지 말아 주세요.”형사가 차분하게 말했다. 왕두식은 기계 옆에 붙은 안내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내가 설치한 기계요. 기록 카드도 내 물건이고.”“현재 수사와 관련된 자료라서 확인이 필요합니다.”“확인할 거면 내가 보면 되잖아.”“절차에 따라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오기찬 순경이 서류를 앞으로 내밀었다. 왕두식은 종이를 받아 들지 않았다. 대신 기계의 모서리를 훑었다. 그 시선이 카드 덮개에 잠깐 머물렀다.해담은 구씨열쇠 문 안쪽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셔터는 반쯤 내려와 있었고, 유리문은 닫혀 있었다. 가게 안에는 정리 중인 공구와 빈 블랭크 상자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손님 응대와 경찰에 낼 자료 정리로 작업대가 어수선했다.“기계를 옮기실 생각이면 그만두십시오.”형사의 말에 왕두식이 눈을 들었다.“내가 언제 옮긴다고 했소?”“지금 기계 손잡이를 잡으셨습니다.”왕두식의 손은 키박스 아래쪽 금속 손잡이에 얹혀 있었다. 그는 손을 떼고 한 걸음 물러섰다.“기울어져 있어서 바로 세운 거요.”“기계는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말은 잘하네.”왕두식이 해담을 봤다. 해담은 유리문을 열지 않았다. 가게 안쪽에서 눈을 맞받았다.“기록이 있으면 경찰이 본다면서. 그럼 내 기록도 제대로 봐야지.”“보고 있어요.”“네 장부만 보겠다는 것 아니고?”“필요한 건 다 확인하겠죠.”“필요한 것만 고른다는 말이군.”해담은 대꾸하지 않았다. 형사가 다시 서류를 펼쳐 왕두식에게 필요한 절차를 설명했다. 왕두식은 듣는 동안에도 키박스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오기찬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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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범인 검거 완료

짤랑.해담은 셔터 아래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리가 난 쪽은 편의점 앞 키박스였다. 검은 그림자가 기계 옆에 붙어 있었다. 손이 카드 덮개 아래로 들어갔다.“저 소리, 그 사람이에요.”서후가 해담 옆에서 골목을 봤다. 탁 사장은 감시 화면 앞에서 일어섰다. 해담은 상자에서 손을 떼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사장님, 안쪽에 계십시오.”오기찬 순경의 목소리가 골목 건너에서 들렸다. 조금 전 키박스 근처에 남아 있던 순경이 편의점 벽 쪽에서 뛰어왔다. 형사도 뒤따랐다.그림자가 카드 덮개에서 손을 뗐다. 회색 작업복이었다. 왕두식은 한 걸음 물러섰다가 몸을 돌렸다.“왕두식 씨, 움직이지 마십시오.”형사가 말했다.왕두식은 멈췄다. 손에는 짧은 드라이버가 들려 있었다. 다른 손에는 키박스에서 빼낸 카드가 잡혀 있었다. 오기찬 순경이 다가가 왕두식의 손목과 드라이버를 확인했다. 형사는 카드가 구겨지지 않도록 받아 들었다.“이게 뭡니까?”왕두식은 대답하지 않았다.“카드 덮개를 열고 계셨습니다.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내 기계요. 내가 확인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수사 자료로 보존 중인 기계입니다. 손대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형사의 말이 끝나자 왕두식은 입을 다물었다. 열쇠 꾸러미가 손에서 조금 기울었다. 금속이 서로 닿아 작은 소리를 냈다.해담은 편의점 앞에 더 다가가지 않고 섰다. 키박스의 카드 덮개는 열린 채였다. 덮개 안쪽에 나사가 놓여 있었고, 나사 하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사장님, 가까이 오지 마세요.”오기찬 순경이 말했다.“네.”해담은 발을 멈췄다. 서후도 해담 옆에 멈춰 섰다. 탁 사장이 화면 앞에서 나오며 물었다.“이 사람이 카드 빼는 걸 본 거야?”“손을 넣는 건 봤어요.”해담은 기계와 왕두식을 번갈아 봤다.“무슨 카드를 빼냈는지는 형사님이 확인하셔야 해요.”형사가 카드의 앞뒤를 살폈다. 손으로 내용을 만지지 않고 카드 모서리만 잡았다.“이 카드에 기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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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기계 철거

장부를 품에 안고 구씨열쇠로 돌아왔을 때, 가게 앞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로 어수선했다. 해담은 셔터를 올리고 장부를 서랍 안에 넣었다. 모서리가 접히지 않았는지 다시 살핀 뒤에야 손을 뗐다.“사장님, 물 좀 마셔요.”서후가 종이컵을 내밀었다. 약국에서 가져온 물이었다. 해담은 컵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약사님도 계속 여기 계셨네요.”“네. 사장님이 지구대에 계시는 동안 기다렸습니다.”“약국은요?”“염 여사님이 봐 주셨습니다.”서후는 짧게 답하고 더 묻지 않았다. 가게 밖에서는 탁 사장이 편의점 앞 키박스를 살피고 있었다. 카드 덮개는 닫혀 있었고, 경찰이 붙인 안내문이 옆면에 붙어 있었다. 기계는 전원을 끈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해담은 컵을 계산대에 두고 밖으로 나갔다. 골목 입구에서 구씨열쇠까지 몇 걸음 떨어지지 않았지만, 키박스 앞에는 사람이 쉽게 모였다. 편의점을 드나드는 손님이 멈춰 서서 안내문을 읽고는 골목 안쪽을 흘끔거렸다.봉 원장이 미용실 문을 열고 나왔다.“이제는 기계도 입을 다물었네.”“기계가 말한 건 아니죠.”“그러니까. 사람이 대신 말을 만들었지.”봉 원장은 키박스에서 눈을 떼고 해담을 봤다. 보라색 브릿지 머리 사이로 흰 머리카락이 몇 올 보였다.“오늘은 좀 들어가 있어. 얼굴이 말이 아니야.”“괜찮아요.”“그 말은 다들 하는데, 듣는 사람은 안 믿어.”탁 사장이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다가왔다.“나는 믿소. 사장님 말은 기록에 맞으니까.”“탁 사장님은 이제 제 편이세요?”“이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지.”해담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키박스의 덮개를 바라봤다. 나사를 조인 자리가 어두웠다. 기계를 통째로 치우기 전까지는 손을 대지 말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이거 언제 가져간대요?”“확인 끝나면 철거한다고 들었소.”“오늘이요?”“아직 모르지. 경찰이 연락을 준다고 했어.”탁 사장은 기계 옆을 한 바퀴 돌았다. 손을 대지는 않았다.“이걸 붙인 날에는 골목에 손님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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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재개업 신고

유리문 위 종이종이 울렸다.서후가 고개를 들었다. 계산대 앞에 있던 염 여사도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았다.해담은 문 안쪽에 서 있었다. 남색 앞치마 허리에는 열쇠 꾸러미가 걸려 있었다. 손끝에 쇳가루가 조금 묻어 있었다.“피로회복제 한 병이요.”서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이 해담의 얼굴에 머물렀다. 손에 들고 있던 약 봉투를 계산대에 내려놓고, 안쪽 선반에서 피로회복제 한 병을 꺼냈다.“네.”병을 건네려던 서후의 손이 잠깐 멈췄다. 해담은 병을 받았다. 손끝이 닿았지만 이번에는 둘 다 물러서지 않았다.해담은 병을 계산대에 놓고 가방도 주머니도 뒤지지 않았다. 대신 앞치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접힌 자국이 여러 줄 난 종이였다. 한쪽에는 해담의 글씨로 『짝사랑 폐업 신고서』라고 적혀 있었다.염 여사가 안경을 고쳐 썼다.“그 종이가 아직 있었네요.”“네. 안 버렸어요.”해담은 종이를 펴서 계산대 위에 놓았다. 익숙한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종이 한쪽에는 서후에게 건넸던 문장도 있었다. 해담은 그 문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지 않았다.서후는 종이를 읽었다. 종이를 만지지는 않았다.“이걸 주시려고 오셨습니까?”“네.”“오늘은 약을 사러 오신 게 아니고요?”“그것도 맞아요.”해담은 병을 계산대 안쪽에 놓았다. 해담은 종이를 돌려 뒷면이 위로 오게 했다.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재개업』이라고 썼다. 글씨가 종이의 접힌 선을 가로질렀다.서후의 눈이 글자에 머물렀다.“재개업이군요.”“네.”“어떤 영업입니까?”“짝사랑 영업은 아니고요.”“네.”“약국 단골 영업도 아니에요.”“그럼 어떤 영업입니까?”해담은 펜을 쥔 손에 힘을 줬다. 종이가 계산대 위에서 조금 밀렸다. 해담은 손바닥으로 종이 끝을 눌렀다.“좋아하는 사람하고 만나는 영업이요.”염 여사가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 내려놓았다. 종이가 계산대에 닿는 소리가 작게 났다.서후는 해담을 바라봤다.“저하고요?”“네. 약사님하고요.”“해담 씨는 저를 좋아하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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