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유리문 안쪽에서 서후가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염 여사가 옆에서 물었고, 서후는 고개를 저었다. 접힌 종이는 계산대 아래로 들어갔다.해담은 구씨열쇠 유리문을 닫았다. 손잡이에 올린 손을 한동안 떼지 못했다.「진짜로 오지 마.」그 말이 가게 안에 남았다. 해담은 작업대의 쇳가루를 털고, 벽에 걸린 열쇠 블랭크를 종류별로 다시 걸었다. 가지런한 열쇠를 확인하고 나서야 셔터를 내렸다.다음 날 아침, 해담은 평소보다 일찍 문을 열었다. 유리문을 밀어 고정하고, 복사 기계의 전원을 켰다. 작업대 위 공구도 손 닿는 자리에 놓았다.길 건너 약국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해담은 가게 안쪽을 정리하다가 유리문 밖을 봤다. 맞은편 영업시간 안내판에 적힌 9시가 보였다.셔터 앞은 비어 있었다.해담은 계산대 서랍을 열어 장부를 꺼냈다. 오늘 날짜를 적고, 지난 며칠의 매출을 확인했다. 숫자를 더하고 나누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장부를 덮고 열쇠 블랭크를 다시 걸었다.9시가 되자 약국 문이 열렸다. 서후는 유리문 안에서 염 여사와 짧게 이야기를 나눈 뒤 안으로 들어갔다. 해담은 손에 든 열쇠를 작업대에 내려놓았다.8시 20분이 아니었다. 서후가 매일 오던 시각은 아침이었다.해담은 열쇠를 집어 들고 손바닥으로 먼지를 털었다. 기계가 위잉 소리를 냈다. 손님이 맡긴 열쇠를 복사한 뒤 원본과 맞춰 보고, 손님에게 건넸다.“이제 잘 맞겠어요?”“네. 그래도 문에 넣어 보시고 걸리면 다시 가져오세요.”“알겠습니다.”손님이 문을 닫고 나가자 해담은 장부에 금액을 적었다. 손끝에 쇳가루가 묻었다. 앞치마에 문지르려다가 멈추고, 가게 뒤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점심 무렵, 봉 원장이 미용실 문을 열어 둔 채 가게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해담아, 오늘은 가게가 조용하네.”“아직 점심시간이에요.”“미용실 유리창이 괜히 큰 줄 아니? 오전에 손님 한 명 왔잖아.”“그 한 명도 보고 계셨어요?”“골목 일을 보는데 그 정도야 봐야지.”봉 원장은 가위
Last Updated : 2026-10-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