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담은 셔터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시범 기간은 제가 정해요.”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맞춤 전과 달라진 건 없었다. 짧은 대답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해담은 가방끈을 고쳐 메고 계단을 올랐다. 철계단을 밟을 때마다 열쇠 꾸러미가 짤랑거렸다.그날 밤, 2층 방에 올라가서도 한동안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손끝에 쇳가루가 조금 묻어 있었다. 해담은 물로 손을 씻고, 작업 앞치마를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6월 1일 아침, 구씨열쇠 셔터를 올릴 때는 평소대로였다. 열쇠 복사 기계 두 대를 확인하고, 벽의 블랭크 판을 훑었다. 종류별로 제대로 걸려 있었다.「정상 영업.」해담은 계산대 서랍에서 장부를 꺼내 펼쳤다. 문을 연 뒤 들어온 손님은 열쇠를 하나 복사해 달라는 근처 주민이었다. 해담은 열쇠를 깎고, 쇳가루를 털어 낸 다음 값을 받았다.잠시 뒤 골목 입구에서 발걸음이 급하게 들렸다. 두레슈퍼 앞에 서 있던 엄 할머니가 평상에서 몸을 일으켰다.“담이야. 순경이 왔다.”해담은 기계 스위치를 끄고 문밖을 내다봤다. 오 순경이 두레슈퍼 뒤편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모자 챙을 한 번 고쳐 쓴 뒤, 골목 양쪽을 살폈다.“사장님, 잠깐 여쭤볼 게 있습니다.”“무슨 일이에요?”“두레슈퍼 뒤 원룸에 도둑이 들었습니다.”해담의 손이 앞치마 옆에서 멈췄다.“사람은요?”“다친 분은 없습니다. 집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엄 할머니가 평상에서 일어섰다.“그 집 사람은 어젯밤에 들어왔다고 했는데.”“네. 지금은 집에 계십니다. 다친 데는 없고요.”오 순경은 골목을 한 번 더 둘러봤다. 봉미용실 문이 열리고 봉 원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정육점 안에서는 칼을 가는 소리가 멈췄다.해담이 물었다.“문은 부서졌어요?”“아닙니다. 문틀이나 자물쇠에 억지로 연 흔적은 없었습니다.”“그럼 안에서 문을 열어 줬거나, 열쇠를 썼겠네요.”“현재로서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오 순경은 골목 안쪽을 가리켰다.“집 안도 살펴봤습니다. 서랍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