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 안쪽에서 병사 하나가 널빤지에 놓인 짐표를 살폈다. 젖은 종이가 말려 올라가자 옆 병사가 손바닥으로 눌러 주었다.“글씨가 번졌습니다.”“읽을 수는 있겠어?”“예. 다만 다시 적어야겠습니다.”병사는 짐표를 떼어 품에 넣었다. 둘은 우리 쪽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일을 이어 갔다. 대화를 엿듣는 대신, 자기들이 맡은 일을 끝내려는 듯했다.나는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다 유리안 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두의 사람들 앞에서 규정을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누군가는 듣고, 누군가는 듣지 않는 척했다. 그래도 내가 한 말은 취소되지 않았다.“사람들이 말한다고 규정이 달라지지는 않아요.”유리안 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세바스가 병사들 사이에서 손을 들었다. 곧장 박수를 치지 않고, 밧줄을 정리하던 병사가 손을 놓을 때까지 기다렸다.병사는 매듭을 확인하고 한 걸음 물러섰다. 세바스는 그제야 손뼉을 쳤다. 한 번뿐이었다.가까운 병사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세바스는 모자를 고쳐 쓰며 부두 끝을 바라봤다. 병사도 더 묻지 않았다. 짐표를 새로 적던 병사는 입가를 누르고 고개를 숙였다.나는 그 작은 소리를 들은 뒤에도 유리안 님을 보고 있었다. 세바스는 박수 친 손을 외투 옆에 내렸다. 누구에게도 말을 붙이지 않았다. 부두에서는 다시 밧줄 당기는 소리와 발소리가 이어졌다.*「부두 밑에서 물이 널빤지를 두드렸다.군함의 불빛이 젖은 밧줄 위에 길게 번졌다.」세바스의 말이 귀에 남은 채, 나는 해군 부두에 섰다.“제독님이 곶 앞 바다를 세 번 돌고 가셨어요.”그 말을 들은 뒤 나는 오래 묻지 않았다. 세바스가 제독님을 대신해 말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직접 물어야 할 것은 달랐다.해군 부두에는 군함이 몇 척 정박해 있었다. 밧줄이 팽팽하게 걸렸고, 물이 닿을 때마다 선체가 작게 울렸다. 병사들은 부두를 오가며 짐을 옮겼다. 젖은 나무 냄새와 기름 냄새가 섞여 났다.나는 외투 앞섶을 여미고 부두 안쪽을 살폈다. 세바스가 내 옆에 있었지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