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파혼당한 영애가 등대지기가 되었더니 제독이 밤마다 불을 확인하러 온다: Capítulo 41 - Capítul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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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청문 소집장

「렌즈의 긴 빛이 관리실 벽을 지나갔다.바깥 안개종은 한 번 울리고 소리를 낮췄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도리가 일지에서 고개를 들었다. 나는 연필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낯선 사내가 문밖에 서 있었다. 젖은 외투 어깨에 안개가 붙어 있었다.“페른 관리인께 전할 서류입니다.”사내가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앞면에는 내 이름과 회색곶 등대 관리실이 적혀 있었다. 뒷면에는 왕립 감독청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받았다는 표시가 필요합니까?”“아닙니다. 전달만 하면 됩니다.”나는 봉투를 받아 들었다. 사내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발소리가 계단 아래로 멀어졌다.문을 닫자 도리가 탁자 옆으로 다가왔다. 봉투 위에 찍힌 인장을 내려다보던 아이는 손가락을 뻗었다가 멈췄다.“만져 봐도 돼요?”“종이가 찢어지지 않게 조심해.”도리는 손가락 끝으로 인장의 둥근 테두리를 따라갔다. 밀랍이 굳어 올록볼록했다. 아이는 가운데 무늬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손을 조금씩 옮겼다.“이건 칼메 항에서 쓰는 인장하고 달라요.”“왕립 감독청에서 쓰는 거니까.”“그래도 모양은 비슷한데요. 바깥에 줄이 있고, 가운데는 글자가 있어요.”도리는 손가락을 거두지 않았다. 인장의 가장자리에서 멈춘 손끝이 조금 붉어졌다.나는 봉투를 탁자 위에 놓았다. 일지는 펼쳐진 채였고, 마지막 줄에는 등대 불을 켠 시각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아래에 연필을 내려놓고 봉투를 살폈다.“도리, 손을 씻고 와.”“조금만 더 보면 안 돼요?”“손에 밀랍이 묻었어. 종이에 묻으면 자국이 남아.”도리는 손가락을 얼른 바지에 문질렀다.“미안해요.”“괜찮아. 대신 종이에는 손대지 말자.”나는 봉투를 뒤집어 봉함을 확인했다. 인장은 온전했다. 가장자리 어디에도 칼을 넣은 자국이 없었다.“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요?”“아직은 몰라.”“좋은 소식이면 인장을 이렇게 크게 찍진 않겠죠?”“인장은 내용과 상관없을 거야.”도리는 잠시 인장을 바라봤다.“그래도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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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규정 12조

「렌즈의 긴 빛이 안개를 가르며 관리실 벽을 훑었다.바깥에서는 종소리가 낮게 한 번 들렸다.」나는 규정집을 탁자 가운데로 당겼다. 표지가 뻣뻣하게 펴지며 먼지가 조금 일었다.“제가 읽을게요.”도리가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유리안 님은 탁자 옆에 서 있었다. 나는 책장을 넘겨 규정 12조가 적힌 곳을 찾았다.“여기예요.”나는 손가락을 문장 위에 대지 않고 줄 아래에 두었다.[감사·점검 직권을 가진 자와 관리인의 사적 관계를 금한다.]도리가 글자를 따라 읽었다. ‘직권’에서 입술이 멈췄다.“직권이 뭐예요?”“정해진 일을 살피고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야.”“그러면 감사관님 같은 분이요?”“맞아. 점검을 맡은 사람도 그렇고.”도리는 문장을 다시 보았다.“그럼 유리안 님도 여기에 들어가요?”유리안 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은 책에 놓여 있었다. 나는 문장 앞쪽으로 손을 옮겼다.“조항은 아무 관계나 금하는 게 아니야. 감사나 점검을 할 권한이 있는 사람과 관리인의 사적 관계를 금한다고 되어 있어.”“그럼 그 권한이 없으면요?”“이 문장만 보면 금지 대상에 들어가지 않아.”도리는 소집장의 문장과 규정집을 번갈아 보았다.“소집장에는 군 간부라고만 적혀 있었어요.”“그래. 규정 12조의 말을 그대로 쓴 건 아니야.”나는 소집장을 책 옆에 놓았다. 두 문장을 나란히 두자 다른 부분이 눈에 띄었다. 소집장은 군 간부와 사적 관계를 문제 삼았고, 규정은 감사·점검 직권을 가진 자라고 정했다.“이 차이를 말하면 되는 거예요?”도리가 물었다.“그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야. 다만 조항을 제대로 읽으려면 이 차이를 먼저 봐야 해.”유리안 님이 책 가까이 다가왔다. 손을 뻗지는 않았다.“제가 등대의 감사를 하거나 점검을 맡은 적은 없습니다.”“네. 제독님은 항로를 살피러 오셨죠.”“군 순찰 중 확인한 항로 정보를 보고합니다. 관리인의 일을 지시하거나 평가할 권한은 없습니다.”그는 짧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책상 위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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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오지 않는 밤

「렌즈를 돈 긴 빛이 안개를 옅게 비췄다.아래쪽 바다에서 종소리가 한 번 들리고 끊겼다.」해가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자 나는 등대의 불을 켰다.심지 높이를 맞추고 기름 공급을 확인했다. 불꽃은 흔들렸지만 꺼지지 않았다. 겹렌즈가 돌자 긴 빛이 바다 쪽으로 뻗었다. 12초 뒤, 같은 빛이 다시 회색곶을 돌았다.나는 불빛을 눈으로 따라가며 일지에 적었다.[일몰 시각, 점등 완료. 렌즈 회전 이상 없음.]연필을 놓고 손끝에 묻은 기름을 천으로 닦았다. 천에서는 기름 냄새가 났다. 렌즈실 안은 따뜻했지만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차가웠다.나는 외투의 단추를 잠갔다.계단 쪽에서 소리가 났다.나는 돌아보았다.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발소리는 없었다. 기름통이 식으며 가볍게 울린 소리였다. 나는 한동안 그쪽을 보다가 다시 렌즈로 눈을 돌렸다.불빛은 제 간격을 지켰다.그런데도 빛이 등을 돌릴 때마다 계단을 살폈다. 혹시 발소리를 놓쳤나 싶어 귀를 기울였다. 바람이 창틀을 건드리는 소리만 났다.나는 일지에 연필을 댔다가 멈췄다.오늘 밤에도 오지 않으실까.속으로 그 말을 하고 나니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연필심이 종이에 작은 점을 남겼다. 나는 점을 문지르지 않고 그 옆에 점등 기록을 이어 썼다.[일몰 시각, 렌즈 회전 확인.]적을 일은 적었다. 그 외의 말은 일지에 쓰지 않았다.렌즈가 돌아가며 내 얼굴을 잠깐 비췄다. 빛이 지나간 뒤에도 나는 계단 쪽을 보고 있었다.*불빛을 켠 뒤에도 나는 꼭대기에서 내려가지 않았다.기름이 제대로 오르는지 다시 살폈다. 심지 끝은 고르게 타고 있었다. 렌즈의 유리에도 얼룩은 없었다. 할 일이 남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작은 천을 접어 장비 옆에 놓았다.“불은 켜졌어.”아무도 듣지 않는 말이었다.나는 일지의 가장자리를 눌렀다. 바람이 창문 아래를 지나가며 종이를 들추려 했다. 연필을 올려놓자 종이가 가라앉았다.지난밤에도 불을 켰다. 그때도 유리안 님은 오지 않았다.나는 그 사실을 헤아리지 않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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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불은 당신 때문이 아니다

부두 안쪽에서 병사 하나가 널빤지에 놓인 짐표를 살폈다. 젖은 종이가 말려 올라가자 옆 병사가 손바닥으로 눌러 주었다.“글씨가 번졌습니다.”“읽을 수는 있겠어?”“예. 다만 다시 적어야겠습니다.”병사는 짐표를 떼어 품에 넣었다. 둘은 우리 쪽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일을 이어 갔다. 대화를 엿듣는 대신, 자기들이 맡은 일을 끝내려는 듯했다.나는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다 유리안 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두의 사람들 앞에서 규정을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누군가는 듣고, 누군가는 듣지 않는 척했다. 그래도 내가 한 말은 취소되지 않았다.“사람들이 말한다고 규정이 달라지지는 않아요.”유리안 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세바스가 병사들 사이에서 손을 들었다. 곧장 박수를 치지 않고, 밧줄을 정리하던 병사가 손을 놓을 때까지 기다렸다.병사는 매듭을 확인하고 한 걸음 물러섰다. 세바스는 그제야 손뼉을 쳤다. 한 번뿐이었다.가까운 병사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세바스는 모자를 고쳐 쓰며 부두 끝을 바라봤다. 병사도 더 묻지 않았다. 짐표를 새로 적던 병사는 입가를 누르고 고개를 숙였다.나는 그 작은 소리를 들은 뒤에도 유리안 님을 보고 있었다. 세바스는 박수 친 손을 외투 옆에 내렸다. 누구에게도 말을 붙이지 않았다. 부두에서는 다시 밧줄 당기는 소리와 발소리가 이어졌다.*「부두 밑에서 물이 널빤지를 두드렸다.군함의 불빛이 젖은 밧줄 위에 길게 번졌다.」세바스의 말이 귀에 남은 채, 나는 해군 부두에 섰다.“제독님이 곶 앞 바다를 세 번 돌고 가셨어요.”그 말을 들은 뒤 나는 오래 묻지 않았다. 세바스가 제독님을 대신해 말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직접 물어야 할 것은 달랐다.해군 부두에는 군함이 몇 척 정박해 있었다. 밧줄이 팽팽하게 걸렸고, 물이 닿을 때마다 선체가 작게 울렸다. 병사들은 부두를 오가며 짐을 옮겼다. 젖은 나무 냄새와 기름 냄새가 섞여 났다.나는 외투 앞섶을 여미고 부두 안쪽을 살폈다. 세바스가 내 옆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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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항로 확인관

「군 사령부 창문에 등불이 비쳤다.복도 끝에서 구두 굽 소리가 멎고, 종이가 책상 위에 놓였다.」“이 직책으로는 점검할 수 없습니다.”유리안 님은 서류에서 눈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세바스가 가져온 초안은 책상 가운데 펼쳐져 있었다. 종이 위에는 ‘회색곶 등대 점검 담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나는 그 문구에 선을 그었다.“점검 담당이면 규정 12조에 걸려요.”“맞습니다.”유리안 님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의 손은 서류 옆에 놓인 황동 시계에 닿아 있었다. 뚜껑을 열지는 않았다.세바스가 초안을 내 쪽으로 돌렸다.“초안은 제가 작성했습니다. 항로 확인 업무와 등대 점검 업무를 한 문서에 담으려 했습니다.”“그럼 안 돼요. 두 업무가 같은 말처럼 보일 수 있어요.”“그 부분을 나누겠습니다.”세바스는 펜을 들었다. 나는 그가 고쳐 쓸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등대의 상태를 검사하거나 관리인의 업무를 평가하는 권한은 없어야 해요. 불빛이 항로에서 보이는지만 확인하는 일이면 돼요.”유리안 님이 고개를 들었다.“항로에서 보이는지 확인하고, 항로 기록과 대조하는 일입니다.”“그 확인 결과로 제 업무를 지시할 수는 없고요.”“그럴 권한은 없습니다.”그의 말은 짧았다. 나는 종이 위에 적힌 직책을 다시 보았다. 단어 하나가 달라지면 규정에 대한 해석도 달라졌다. 일부러 빈틈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직책 이름부터 정확히 써야 해요.”“항로 확인관입니다.”유리안 님이 말했다.세바스는 고쳐 적기 전에 내 얼굴을 살폈다.“이 표현이면 점검 권한이 없다는 점도 함께 적을 수 있습니다.”“직책만 적고 권한을 비워 두면 안 돼요. 이름만 바꿨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요.”“그렇다면 맡는 일과 맡지 않는 일을 나누겠습니다.”세바스는 초안의 여백에 줄을 그었다. 종이 끝이 책상에 걸려 살짝 접혔다. 나는 접힌 부분을 눌러 폈다.“항로 확인관의 임무는 항로에서 회색곶 등대의 빛을 확인하고, 확인한 시각과 상태를 항로 기록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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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도리의 첫 등교

「밤새 켜 둔 등대 불빛이 아침 바다 위에서 희미해졌다.학교 앞 종이 울리자 도리는 가방끈을 고쳐 잡았다.」교문 앞에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 옷깃을 여미고, 가방끈이 풀리지 않았는지 살폈다.도리도 그들 사이에 서 있었다. 구멍 난 장화 끝이 길바닥에 닿았다 떨어졌다. 가방은 어깨에 단단히 멨지만, 끈 한쪽이 자꾸 미끄러졌다.“도리, 어깨가 아프면 말해.”“안 아파요.”“끈이 자꾸 내려오잖아.”“제가 고칠 수 있어요.”도리는 가방을 내려놓지 않고 끈을 당겼다. 매듭이 잘못 묶였는지 끈이 다시 풀렸다. 나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도리는 매듭을 내려다봤다.“이상하네. 아까는 됐는데.”“가방을 잠깐 내려놓으면 쉽게 고칠 수 있어.”“그러면 다시 메기 귀찮아요.”“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풀리면 더 귀찮겠지.”도리는 한숨을 쉬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나는 끈의 꼬인 부분을 풀어 곧게 펴 주었다. 매듭은 도리가 다시 묶게 두었다.“여기를 잡고 당겨. 그래야 풀리지 않아.”“이렇게요?”“조금 더.”도리가 끈을 당겼다. 매듭이 단단히 조여졌다.“됐어요.”“이번에는 잘 묶였네.”도리는 가방을 다시 멨다. 끈이 어깨에 걸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도리는 손으로 매듭을 눌러 보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유리안 님은 우리 옆에 서 있었다. 학교로 들어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그를 힐끔거렸다. 제복 차림의 제독이 학교 앞에 있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그는 시선을 의식한 듯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내 옆을 비워 두고도 도리에게는 가까운 거리였다.“가방이 무거워 보입니다.”도리가 어깨를 폈다.“괜찮습니다.”“무거우면 내려놓으십시오. 수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멜 필요는 없습니다.”“학교에 들어가면 내려놓을 거예요.”“그렇다면 다행입니다.”유리안 님은 더 묻지 않았다. 도리는 입술을 다물고 교문 안쪽을 바라봤다.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가고 있었다. 선생님 한 사람이 문 옆에서 아이들을 맞았다.도리가 내 소매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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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여덟 번째 열쇠

「렌즈를 도는 빛이 유리 가장자리에 푸른 선을 남겼다.촛불 아래서 열쇠 꾸러미가 작게 부딪혔다.」나는 렌즈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렌즈 받침 아래에 납작한 판이 붙어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손톱이 들어갈 만큼 작은 틈이 났지만, 판은 움직이지 않았다.아버지에게서 받은 열쇠 꾸러미를 손에 올렸다. 열쇠 일곱 개가 고리에 매달려 서로 닿았다.“제가 다시 해 보겠습니다.”유리안 님은 촛대를 들고 내 옆에 서 있었다.“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열쇠 일곱 개를 다 써 봤습니다. 맞는 게 없었어요.”“그렇다면 잠금장치가 열쇠로 움직이는지부터 확인해 보시죠.”나는 가장 큰 열쇠를 골랐다. 판에 난 작은 구멍에 밀어 넣었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다음 열쇠도 같았다. 고개를 숙여 구멍을 살폈다. 바닥에서 올라온 먼지가 가장자리에 조금 붙어 있었다.“구멍이 막힌 건 아닙니다.”“안쪽에 걸린 것이 있습니까?”“보이지 않아요.”“힘을 주기보다 다른 열쇠를 써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나는 열쇠를 하나씩 바꿔 넣었다. 손잡이 모양이 다른 열쇠도, 끝이 가는 열쇠도 맞지 않았다. 마지막 열쇠까지 살폈지만 판은 그대로였다.꾸러미를 내려놓으려다 손을 멈췄다. 고리 옆에 작은 쇠 조각이 붙어 있었다. 열쇠가 서로 빠지지 않게 고정하는 부품인 줄 알았다. 다른 열쇠보다 가늘고 짧아서, 꾸러미에 달린 채로도 잘 보이지 않았다.나는 쇠 조각을 손톱으로 건드렸다.“이게 처음부터 있었습니까?”유리안 님이 물었다.“열쇠 꾸러미에 달려 있었습니다. 고리의 일부인 줄 알았어요.”“빠지지 않게 고정되어 있습니까?”나는 손가락으로 쇠 조각의 밑부분을 눌렀다. 조금 움직였다. 고리에서 빠지는 듯하더니, 둥근 테 안에서 돌아갔다.“돌아갑니다.”“열쇠일 수도 있겠군요.”나는 작은 쇠를 잡아당겼다. 손끝에 걸리던 부분이 빠져나왔다. 짧은 열쇠였다. 끝은 마모되어 둥글었지만, 판의 구멍에 들어갈 만한 폭이었다.손바닥에 올려놓고 한동안 살폈다.“일곱 개가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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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마지막 장

「등대 불빛이 관리실 창을 지나 책상 끝에 걸렸다.촛불 아래에서 마른 종이의 모서리가 조금 들렸다.」“……아버지는 이걸 쓰다 쓰러지셨어요. 병이라고만 하셨는데요.”내 목소리가 종이 위에서 멈췄다.유리안 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촛대를 든 손을 낮추지도 않았다. 불꽃이 마지막 장을 계속 비추고 있었다.나는 입술을 깨물었다가 놓았다. 아래쪽에 눌린 글씨가 더 보였다. 접힌 자리 때문에 획 하나가 가려져 있었다.“조금만 더 펴 보겠습니다.”“종이가 상할 수 있습니다.”“접힌 자국만 누를게요.”나는 손끝으로 종이의 가장자리를 눌렀다. 힘을 주지 않고 천천히 밀었다. 오래 접혀 있던 선이 펴지지는 않았다. 대신 가려졌던 글자 일부가 드러났다.“아버지 글씨가 맞아요.”“일지의 글씨와 같습니까?”“네. 날짜를 쓸 때 끝을 길게 긋는 버릇까지 같아요.”유리안 님은 종이를 내려다봤다. 내 손과 닿지 않도록 조금 떨어진 곳에 촛대를 두고 있었다.나는 첫 줄로 눈을 옮겼다. 아까부터 읽으려던 문장이었다. 이번에는 연필을 옆에 내려놓고, 글씨만 따라갔다.[9월 14일. 프레야호 좌초. 등대 일지 23시 10분 다음 기록은 23시 40분.]그 아래에는 짧은 메모가 이어졌다.[사이의 기록이 없다. 원본은 내가 보관한다.]나는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글씨는 흐려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일지에 비어 있는 시각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마지막 장에 남겨 두었다.“아버지는 공백을 모르신 게 아니었어요.”“그렇게 적혀 있습니다.”“23시 10분 다음에 23시 40분이 온다는 걸 확인하셨어요.”“예.”“그리고 원본은 본인이 보관한다고 쓰셨고요.”“그렇습니다.”나는 일지와 마지막 장을 나란히 놓았다. 일지에는 23시 10분과 23시 40분이 떨어져 있었다. 마지막 장에는 그 두 시각 사이가 비어 있다는 말이 있었다.글씨가 같았다. 종이 가장자리도 맞물렸다. 이 기록이 아버지의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글씨를 베끼고, 종이를 찢고, 판 안에 넣었어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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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마게가 사라졌다

「등대 불빛이 마당의 돌바닥을 훑고 지나갔다.동이 트자 안개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마게 씨가 아직 안 나오셨어요.”도리가 등대 마당을 둘러보며 말했다. 손에는 소라 껍데기가 들려 있었다. 어제처럼 손가락으로 구멍을 문지르지는 않았다.“아침에 만나기로 한 건 아니었잖아.”“그래도 늘 이 시간쯤 여기 계셨어요.”도리가 대답하고는 관리실 쪽을 바라봤다. 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문짝이 조금씩 움직였다.나는 일지와 연필을 들고 있었다. 마게 씨에게 아버지의 마지막 장을 보여 주고, 그날 들은 말이 있는지 물을 생각이었다. 종이에서 확인한 사실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일을 나눠 묻기로 했다.“안에서 쉬고 계실 수도 있어.”“그러면 문을 두드려 볼게요.”도리가 소라 껍데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손바닥을 바지에 한 번 문지르고 관리실 문 앞에 섰다.“마게 아저씨. 계세요?”대답은 없었다.도리는 문틀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소리가 마당에 짧게 퍼졌다.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마게 씨.”이번에는 내가 불렀다. 문 너머에서 대답이 없었다.도리가 나를 쳐다봤다.“안으로 들어가 볼까요?”나는 문 안쪽을 살폈다. 마게 씨의 침상이 보였다. 그 위에 반쪽 손가락 장갑이 놓여 있었다. 평소 끼고 다니던 장갑이었다. 손가락이 없는 쪽이 위로 향해 있었다.“장갑만 있네.”도리가 문턱을 넘지 않은 채 말했다.“다른 곳에 두고 나가셨을 수도 있어.”“그런데 왜 장갑을 벗어 두셨을까요?”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문틀에 손을 얹고 방 안을 더 살폈다. 눈에 띄는 물건은 없었다. 침상 위에 장갑이 놓여 있고, 방 안은 조용했다.“마당부터 확인하자.”“네.”도리는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나도 문턱을 넘지 않았다. 마게 씨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방 안 물건을 함부로 만지고 싶지 않았다.나는 일지를 펼쳤다. 빈 줄에 연필을 댔다.[11월 28일. 마게 올든을 만나러 관리실에 왔으나 찾지 못함. 침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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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바닷가 동굴

「동굴 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파도 소리가 잦아들면 물소리가 들렸다.」나는 일지를 품에 안고 바위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쪽지는 일지 사이에 끼워 두었다. 종이 모서리가 젖지 않도록 조심했다.“누나, 발밑 조심해요.”도리가 앞을 살피며 말했다. 소라 껍데기는 주머니에 넣어 둔 모양이었다. 양손으로 바위 틈을 짚고 천천히 걸었다.“미끄러우면 바로 말해.”“네. 여기 물이 고였어요.”발밑에 얕은 물이 번져 있었다. 바닥은 바깥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물은 그쪽으로 조금씩 흘렀다. 썰물이 빠지며 드러난 길이었다. 바위 사이로 난 물길이 가늘게 이어졌다.나는 일지 끄트머리를 확인했다. 종이는 아직 마른 채였다.“안쪽에서 소리가 났어요.”도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람 소리였어?”“잘 모르겠어요. 물 떨어지는 소리랑 섞였어요.”동굴 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일정한 간격으로 물소리가 났다. 그 사이로 작은 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나는 걸음을 멈췄다.“마게 씨?”대답은 없었다.도리가 입구 쪽을 돌아봤다. 바깥의 빛은 바닥 가까이에만 얇게 들어왔다. 더 안쪽은 어두워서 바위의 모양만 겨우 보였다.“아저씨, 저 도리예요.”“도리야?”이번에는 분명히 들렸다. 목소리가 안쪽에서 울렸다.도리가 움직이려 했다. 나는 팔을 뻗어 그의 앞을 막았다.“천천히 가자. 바닥부터 보고.”“네.”나는 일지를 가슴에 안고 발을 옮겼다. 바위가 낮아지는 곳에서 몸을 숙였다. 물이 발등을 스쳤다. 차가운 감촉이 양말까지 번졌다.“마게 씨, 어디 계세요?”“여기 있소.”어둠 속에서 흰 수염이 먼저 보였다. 마게 씨는 바위가 움푹 들어간 곳에 앉아 있었다. 굽은 등이 벽에 닿아 있었고, 한쪽 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반쪽 손가락 장갑은 끼고 있었다.“다치셨어요?”내가 물었다.“아니오. 물에 젖었을 뿐이오.”“혼자 계셨어요?”“그렇소.”도리가 그에게 다가가려다 내 옆에서 멈췄다.“아저씨, 왜 여기에 계세요?”마게 씨는 바로 대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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