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돈 빛이 바다에 닿을 때마다 흰 선이 길게 열렸다.유리실 안에는 불빛이 돌고, 발밑에서는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나는 일지를 무릎 위에 펼쳐 두었다. 연필 끝이 종이에 닿아 있었지만, 아직 글을 쓰지는 않았다.제독님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등대 꼭대기까지 올라온 뒤에도 늘 그랬듯, 먼저 렌즈를 바라봤다. 불빛이 한 바퀴 돌아 바다 쪽으로 향할 때마다 그의 눈이 움직였다.시계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나는 연필을 내려놓았다.“오늘도 확인하러 오셨습니까?”“예.”“불이 켜졌는지요?”“그렇습니다.”“매일 밤 확인하십니다.”“그렇습니다.”그는 짧게 대답하고 다시 렌즈를 바라봤다. 나는 그가 더 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늘 그랬다. 불이 켜졌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말을 나눈 뒤, 계단을 내려갔다.그런데 오늘은 질문이 입안에 남았다.나는 일지를 덮지 않았다. 펼쳐 둔 페이지에 손바닥을 얹었다. 연필은 그 아래로 굴러가지 않았다.“제독님.”“말씀하십시오.”나는 말을 고르는 동안 렌즈를 바라봤다. 불빛이 유리실을 지나갔다. 바다에 닿은 빛이 가늘게 번졌다가 사라졌다.“제독님은 불이 켜지는 걸 보러 오시는 겁니까?”제독님은 나를 보지 않았다.“예.”짧은 대답이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묻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아니면 저를 보러 오시는 겁니까?”그의 손이 주머니 시계 위에서 멈췄다.나는 연필 끝을 손가락으로 굴렸다. 나무가 손톱 아래를 스쳤다. 대답을 재촉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일지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까?”“그렇습니다.”제독님은 이번에도 바로 대답했다.나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신가요?”“예.”“그럼 기다리겠습니다.”그는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렌즈를 바라봤다. 말은 없었다. 나는 연필을 들어 일지 여백에 짧은 표시를 했다. 방금 질문을 적지는 않았다.‘내 질문까지 기록하면,
Last Updated : 2026-10-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