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소 창에 등대의 빛이 스쳤다.바깥에서는 바람에 흔들린 깃발이 짧게 울었다.」“길을 만든다는 건, 배가 볼 수 있는 불을 하나 더 켜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내 말에 코브 선장이 펼쳐 둔 해도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해협의 양쪽 끝이 탁자 위에 펼쳐져 있었다. 낡은 선에는 선장들이 다닌 항로가 겹쳐 있었다.등대국 출장소 안에는 우리와 켈러 감사관만 있었다. 창틀이 바람에 떨릴 때마다 탁자 위 종이 모서리가 들렸다.켈러는 종이 위에 문진을 올렸다.“그러면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감독관 지명자?”“한쪽 불빛이 가려져도 다음 불빛을 볼 수 있어야 해요. 불빛이 끊기는 구간이 생기면 안 됩니다.”코브가 해도 위의 좁은 물길을 짚었다.“이 해협에서는 안개가 끼면 곶의 등대부터 안 보입니다. 건너편 등대가 보여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모르면 소용없소.”“그래서 등대마다 신호를 구분해야 합니다.”나는 해도 옆에 놓인 기상 기록을 펼쳤다. 바람이 바뀐 시각과 안개가 모인 때를 적은 줄이 보였다.“등대 불을 확인하는 신호는 긴 빛 한 번과 짧은 빛 두 번이에요. 위험 신호는 짧은 빛 3번이고요. 그 약속은 바꾸지 않겠습니다.”“신호의 뜻은 그대로 두고, 어디에서 온 빛인지를 더하겠다는 말이군요.”켈러가 말했다.“네. 서로 다른 색 가림판으로 등대를 구분하면, 배는 어느 쪽에서 신호가 왔는지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안개 간격표에 맞춰 불빛이 이어지는 시각을 정해야 합니다.”코브가 해도 위에 손가락을 세웠다.“가벼운 안개와 짙은 안개, 밤안개는 불빛이 닿는 거리가 다르오. 같은 간격을 쓰면 짙은 안개 때는 다음 불이 오기 전에 앞선 불이 사라질 수 있소.”“그래서 간격도 하나로 고정하지 않을게요. 정해 둔 안개 간격표를 따르되, 불빛이 겹치는 구간을 남겨야 합니다.”“그 구간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오?”“지금 가진 기록만으로는 정할 수 없어요.”나는 해도 위에 손을 대지 않았다. 직접 확인하지 않은 선을 그어 넣고 싶지 않았다.“등대
최신 업데이트 : 2026-10-2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