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부 창에 등대 불빛이 한 번 스쳤다.복도 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나는 복도 벽에 붙은 항로도를 보고 있었다. 칼메 항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선이 여러 갈래로 그어져 있었다. 종이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고, 지도 아래에는 항로 확인관의 문서가 놓여 있었다.문 안쪽에서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나는 손에 든 일지를 고쳐 쥐었다. 엄지손가락이 두꺼운 표지를 눌렀다. 관리실에서 가져온 연필도 일지 사이에 끼워 두었다.문이 열렸다.유리안 님이 나왔다. 군복의 깃은 반듯했고, 손에는 봉투가 들려 있었다. 유리안 님은 문을 닫은 뒤 내 쪽으로 걸어왔다.“발령이 났습니까?”“예.”그는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겉면에는 남부 해역 순찰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봉투를 받아 글씨를 확인했다.“제가 읽어도 되겠습니까?”“예.”안에서 문서가 한 장 나왔다. 나는 종이를 펴고 첫 줄부터 읽었다.[남부 해역 순찰 발령.기간 4개월.출항일 1월 13일.]끝에는 왕립 해군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종이 한쪽에 손가락을 대고 조금 더 읽었다. 발령을 바꾸거나 미룰 수 있다는 문장은 없었다.“함대 재편에 따른 발령입니까?”“그렇습니다.”“프레야호 일의 책임을 벗은 뒤에도 제독님은 계속 항해하시는군요.”“제 임무는 남아 있습니다.”유리안 님은 종이에 시선을 두었다. 나는 문서를 반듯하게 접어 봉투에 넣었다.“4개월이면 긴 시간입니다.”“그렇습니다.”“저는 제독님을 보내 드려야겠군요.”“그렇게 해야 합니다.”대답은 짧았다. 유리안 님은 봉투를 받아 들지 않았다. 내 손에 들린 문서를 재촉하지도 않았다.나는 일지를 옆구리에 끼웠다. 그리고 두 손을 마주쳤다.짝, 짝.복도에 박수 소리가 울렸다. 나는 3번 더 손뼉을 쳤다. 유리안 님이 나를 바라봤다.“축하드립니다, 제독님.”“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발령을 받으셨고, 임무를 맡으셨습니다. 잘해 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고맙습니다.”“저는 기뻐해야 하는데, 잘 안
최신 업데이트 : 2026-10-2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