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구름 아래 렌즈의 흰빛이 창문에 스쳤다.항구 쪽 경보종이 두 번 울리고 그쳤다.」나는 창가에 기대 둔 경보문을 관리실 책상에 펼쳤다.[칼메 항 폭풍 경보. 회색곶 인근 해역의 운항을 삼가고, 등대의 점등 상태를 확인할 것.]종이 아래에는 감독청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나는 경보가 도착한 시각과 상태를 일지에 적었다. 종이 가장자리가 젖어 잉크가 번지지 않도록 등잔을 멀리 밀어 두었다.도리가 젖은 소매를 걷었다.“누나, 창문이 제대로 닫혔어요?”“아래쪽 걸쇠가 헐거워. 네가 잡아 줄래?”“네.”도리가 창틀을 눌렀다. 나는 걸쇠를 걸고 손바닥으로 틈을 확인했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았다.“이제 괜찮아요.”“고마워.”도리는 창틀에서 손을 떼고 경보문을 내려다봤다.“폭풍이 곶까지 올라오는 거예요?”“그럴 수 있어. 그래서 미리 준비하는 거야.”나는 연료 장부를 꺼냈다. 등대는 해가 진 뒤부터 날이 밝을 때까지 불을 켜야 했다. 하루에 필요한 기름은 18리터였다. 평소에도 빈틈없이 챙겨야 하는 양이었다. 폭풍이 불면 기름을 들고 창고와 렌즈실을 오가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기름통부터 확인하자. 뚜껑이 풀린 게 없는지 보고, 물이 섞였는지도 확인해야 해.”“제가 장부를 들게요.”도리는 두꺼운 장부를 받쳐 들었다. 나는 지하 저장 탱크에 보관한 기름통을 하나씩 살폈다. 봉인이 온전한 통과 먼저 쓸 통을 나눴다. 물기가 묻은 통은 따로 두었다.“이건 오늘 쓰면 안 되겠어요.”도리가 통 밑을 가리켰다.“왜 그렇게 생각했어?”“바닥에 맺힌 물이 다른 통보다 많아요. 전에 누나가 물이 섞인 기름은 따로 적으라고 했잖아요.”“잘 봤어. 이 통은 사용할 수 있는 기름과 섞지 말고, 상태를 적어 두자.”나는 장부에 통의 위치와 상태를 적었다. 확인하지 않은 기름의 양은 쓰지 않았다. 도리가 장부를 내려다봤다.“기름이 모자라면 어떡해요?”“먼저 남은 양과 쓸 수 있는 양을 구분해야 해. 모르는 채로 모자란다고 쓰면, 다음 사람이 더
최신 업데이트 : 2026-10-2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