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소?”문밖의 건우가 다시 물었다. 나는 소리의 등을 살폈다. 아이는 내 소매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뜨고 있었다.“예. 깨어 있습니다.”“놀랐소?”“조금요.”나는 소리의 말을 건우에게 옮기지 않았다. 아이는 내 귀에만 말하겠다고 했고, 나는 그 약속을 지켜야 했다. 건우는 문밖에서 한동안 기다렸다. 소리가 얼룩이를 품에 안자 그제야 발소리가 멀어졌다.나는 책상 위 장부를 덮지 않았다. 오늘 적은 1마디는 그 자리에 두었다. 소리는 눈을 감지 않고 종이 끝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얼룩이의 귀를 눌렀다. 나는 이불을 고쳐 주고 방석에 앉았다. 아이의 숨이 고르게 이어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3월 20일, 나는 건우의 서재로 불려 갔다.서재 문은 열려 있었다. 안에는 책상과 낮은 책장, 벽에 걸린 주련이 보였다. 먹 냄새가 났다. 책상 위에는 서란의 붓이 놓여 있었다. 나는 문턱에 서서 안을 살폈다.“대군 나리, 부르셨습니까?”건우는 책상에서 종이를 내려놓았다.“서재를 정리할 사람이 필요하오. 보모가 맡아 줄 수 있겠소?”“소리 곁을 오래 비우지 않는다면 맡겠습니다.”“오래 걸리지 않게 하겠소. 급한 일이 있으면 바로 돌아가시오.”“예.”나는 소매에 넣어 둔 주판알이 움직이지 않게 팔을 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오래 쌓인 먼지 냄새가 났다. 먼저 책상 위에 놓인 종이들을 모양대로 맞췄다. 책은 크기대로 나누지 않고, 건우가 쓰던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서란의 붓도 건드리지 않았다.건우는 맞은편에서 읽던 문서를 접었다. 내가 책장 쪽으로 가자 의자에서 일어났다.“무엇부터 치우면 되겠소?”“책상 위 종이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책은 위치를 옮기지 않겠습니다.”“좋소.”“벽과 바닥에 먼지만 닦아도 되겠습니까?”“그렇게 하시오.”나는 마른 천으로 책상 가장자리를 닦고,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쓸었다. 책장 아래쪽에는 얇은 나무 조각이 몇 개 흩어져 있었다. 조각을 하나씩 주워 쟁반에 담았다. 끝이 깨져 있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