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열한 번째 보모가 되었더니 말 없는 대군의 딸이 나에게만 속삭인다: Capítulo 71 - Capítulo 80

80 Capítulos

71화. 전교의 값

그날 청죽당으로 돌아온 뒤, 나는 얼룩이를 소리에게 돌려주었다. 소리는 인형의 배를 손끝으로 눌러 꿰맨 자국을 확인하고는 내 소매를 만졌다. 인형을 잘 가져왔다는 뜻이었다.“대왕대비마마께서 장부를 보셨어.”소리는 고개를 들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장부를 펼치는 모양을 만들었다. 소리는 얼룩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내 손을 살폈다.“내가 아는 만큼만 말씀드렸어. 소리가 내게 맡긴 것도 그대로 말씀드렸고.”소리는 손바닥을 펴 보였다. 더 말해도 된다는 뜻인지, 그만 말해도 된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손바닥 위에 손가락으로 작은 선을 하나 그었다. 대왕대비께서 얼룩이의 꿰맨 자국을 보셨다고만 알렸다.소리는 인형을 품에 안았다. 놋쇠 방울이 옷깃에 닿아 작게 울렸다. 나는 방울 소리가 그친 뒤에야 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그날 저녁, 청죽당에 전교 사자가 왔다. 대문 안에서 기다리던 집사가 전교를 받아 들고 사랑채로 들어갔다. 건우는 전교를 펼쳐 끝까지 읽었다. 글이 적힌 종이를 바로 덮지 않고 한동안 탁자 위에 두었다.“대군 나리, 무슨 전교입니까?”“내 재혼은 내 뜻에 맡긴다는 내용이오.”건우는 종이를 돌려 내 쪽에 보였다. 나는 서 있는 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만큼만 눈으로 따라갔다. 전교에는 건우의 재혼을 종친의 뜻으로 재촉하지 말라는 뜻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진평군이 종친 직을 반납한다는 내용이 이어졌다.“진평군 어르신께서 종친 직을 내려놓으셨습니까?”“그렇소. 전교에 그렇게 적혀 있소.”말은 짧았다. 건우는 더 보태지 않았다. 나는 종이 위의 문장을 다시 읽지 않았다. 진평군이 재취를 요구하며 청죽당에 왔던 날, 그가 내게 물었던 말을 떠올렸다. 보모는 아이를 말 못 하게 키우는 데 삯을 받느냐고 했다. 나는 그때 아이의 하루를 누구도 대신 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대군 나리께서 바라신 결과입니까?”건우는 전교를 접지 않은 채 내게 물었다.“아니오. 내가 바란 것은 소리를 재취의 까닭으로 내세우지 않는 일이었소. 종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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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오래된 규정의 값

그 말이 서고 안까지 따라왔다.“혼인하면 서리는 그만둬야 합니다. 오래된 규정이라서요.”나는 책상 위에 규정집을 펴 놓았다. 어제 구 서리에게 돌려준 책과 같은 판본이었다. 책등에는 감찰원 규정집이라고 적혀 있었다. 책 안쪽에는 빌려 간 책을 적는 종이표가 끼워져 있었다. 구 서리는 내 이름 옆에 책을 돌려받았다는 표시를 해 두었다.“구 서리님, 혼인하면 그만둬야 한다는 조항을 다시 확인하고 싶습니다.”구 서리는 서고 안쪽 책장에서 꺼낸 문서 꾸러미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끈을 풀 때 종이에서 마른 냄새가 났다. 그는 문서의 겉장을 확인하고 나서 내 맞은편에 앉았다.“어제 말씀드린 조항을 말하는 겁니까?”“예. 규정집에 적혀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랬습니다.”구 서리는 책을 내 쪽으로 돌려 놓았다. 나는 어제 표시해 둔 부분을 펼쳤다. 규정집 본문에는 혼인한 여성 서리가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조항이 없었다. 어제 구 서리가 짚어 준 문장은 규정집 뒤에 묶인 보충 문서에 있었다. 그 문장은 혼인한 뒤 직을 내놓은 사례를 모은 기록이었다.나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혼인한 뒤 직을 내놓았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내놓아야 한다고 정한 문장은 아니었다. 직을 계속 맡으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도 없었다.“제가 읽은 곳은 여기입니다. 본문은 아니고, 뒤에 붙은 기록입니다.”구 서리는 문장을 따라 읽었다. 그의 손가락은 책에서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그렇습니다. 어제는 보충 문서를 규정의 조항으로 잘못 말씀드렸습니다.”“이 문서가 규정집에 함께 묶여 있어서 그렇습니까?”“그 이유만으로는 안 됩니다. 본문인지 사례 기록인지 확인했어야 합니다.”구 서리는 손을 거두고 보충 문서를 펼쳤다. 문서 겉장에는 ‘혼인한 여성 서리의 직책 처리’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여성이 혼인한 뒤 일을 그만둔 사례가 이어졌다. 사유는 길지 않았다. 남편의 집으로 옮겼다, 집안일을 맡게 되었다, 본인이 사직을 청했다. 어느 쪽에도 규정에 따라 사직했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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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질의서의 값

나는 소리가 밀어 준 종이를 받았다. ‘하영’ 두 글자의 먹이 아직 마르지 않아 종이 모서리를 잡았다.“이름만으로도 충분해. 나머지는 네가 쓰고 싶은 만큼 쓰면 돼.”소리는 붓을 내려놓고 자기 글씨를 바라봤다. 쑥이가 옆에서 종이를 반듯하게 펴려다 손을 멈췄다. 소리가 쓴 글자를 덮지 않으려고 종이 아래만 눌렀다.나는 질의서를 보자기에 넣고, 소리가 쓴 종이는 따로 접지 않았다. 잉크가 번지지 않게 펼친 채로 얇은 종이판에 끼웠다. 오순덕은 보자기 속 주먹밥을 꺼내 책상 끝에 놓았다. 장부와 서류가 있는 곳에서는 한 뼘 떨어져 있었다.“먹기 전에 손부터 닦아. 종이에 묻으면 안 되니께.”오순덕이 물수건을 내밀었다. 소리는 수건을 받아 손가락을 하나씩 닦았다. 오른손 엄지에 먹이 조금 묻어 있었다. 소리는 물수건을 접어 엄지에 댔다. 먹은 바로 지워지지 않았다.“문질러도 괜찮아.”소리는 엄지를 한 번 더 닦았다. 먹 자국이 옅어지자 수건을 돌려주었다. 나는 소리의 손을 보지 않고 질의서 끈을 묶었다.건우는 여전히 서고 문밖에 있었다. 내 쪽으로 손을 내밀지 않았다. 내가 보자기를 들자, 건우는 한 발 비켜 문을 넓게 열었다.“제가 들겠소.”“제가 들 수 있습니다.”“그럼 문을 잡겠소.”건우가 문을 잡았다. 나는 보자기를 안고 서고를 나왔다. 소리는 쑥이와 나란히 걸었다. 오순덕은 빈 보자기를 팔에 걸고 뒤따랐다. 유성직은 먼저 복도에 나와 주위를 살폈다.질의서는 감찰원 접수대에 냈다. 접수 담당 서리는 종이를 펼쳐 제목과 서명을 확인했다. 나는 규정집 본문과 사례 기록을 따로 적은 자료 목록도 함께 내밀었다.“혼인한 여성 서리의 사직 의무에 관한 질의입니다. 본문과 사례 기록을 나누어 확인해 주십시오.”접수 담당 서리는 자료 목록을 읽었다. 내 이름이 적힌 곳에서 잠시 손을 멈췄다.“질의 내용은 확인했습니다. 접수했다는 것과 답이 정해졌다는 것은 다릅니다.”“그 점은 알고 있습니다. 접수 날짜와 자료 목록을 기록해 주십시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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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열흘의 값

달고개 야시장의 호박엿 냄새가 바람을 타고 왔다. 나는 품에 넣은 사례 기록을 손으로 눌렀다. 종이 모서리가 접히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손을 뗐다.“그것부터 내려놓으시오.”건우가 내 손을 보고 말했다. 소리는 건우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한 손에는 얼룩이 인형을 안았다.“잃어버리면 안 되는 자료입니다.”“기록은 감찰원에 냈소. 지금은 보자기 안에 있지 않소?”나는 보자기를 옆으로 돌려 매듭을 확인했다. 매듭은 단단했다. 그래도 손이 다시 종이 쪽으로 갔다.“토론 자리에서 묻는 말에 바로 답하려면 숫자를 외워 둬야 합니다.”“일곱 명 중 넷. 그중 본인 뜻으로 그만둔 분과 사직하라는 말을 들은 분은 나누어 적었소.”건우는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되짚었다. 나는 그를 보았다.“그걸 외우셨습니까?”“하영 씨가 여러 번 확인했소.”“제가 여러 번 말했습니까?”“기록을 읽으면서 두 번, 제게 설명하며 3번.”“3번이네요.”소리는 우리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가락을 펴 보였다. 손가락은 하나씩 천천히 접혔다. 소리는 마지막에 두 손을 다시 얼룩이 인형 위에 올렸다.“아줌마, 오늘은 종이 안 봐도 돼요?”“오늘은 안 봐도 돼.”“그럼 몇 명인지도 말하지 말아요.”소리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귀를 가린 손 사이로 눈이 보였다. 나는 보자기를 어깨에 걸고 매듭을 한 번 더 당겼다.“알았어. 오늘은 일곱 명도 넷도 말하지 않을게.”소리는 귀에서 손을 내렸다. 건우가 소리 쪽으로 몸을 낮췄다.“호박엿을 먹고 싶소?”소리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시장 안쪽에서 엿을 자르는 소리가 났다. 칼이 나무판에 닿을 때마다 짧은 소리가 이어졌다. 소리는 그쪽을 바라보다가 내 얼굴을 살폈다.“먹고 싶으면 먹어도 돼.”“아줌마도 먹어요?”소리는 내 대답을 기다리다가 건우를 바라봤다. 건우가 대답했다.“소리가 고르면 나도 먹겠소.”소리는 인형의 귀를 매만졌다. 인형을 내게 건넸다. 내가 받자 소리는 두 손을 비웠다.“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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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야시장의 값

“서리로서라면, 제 옆에 서셔도 됩니다.”내가 대답하자 건우는 잡은 손에 힘을 더하지 않았다. 소리의 손이 우리 사이에 놓여 있었다. 나는 보자기를 든 손을 몸 안쪽으로 당겼다.“그 말이면 충분하오.”“정말 서리로서만 묻는 겁니까?”“지금은 그렇소.”건우가 짧게 답했다. 소리는 우리를 올려다보다가 손을 놓았다. 양손에 들고 있던 호박엿 봉지와 얼룩이 인형을 고쳐 안았다. 인형의 팔에 걸린 나무패가 부딪혀 소리가 났다.“아버지, 엿이 흔들려요.”“봉지가 찢어졌소?”소리는 봉지의 접힌 끝을 살폈다. 종이는 그대로였다.“아니요. 나무패가 부딪혔어요.”“그럼 괜찮겠소.”“괜찮아요.”소리는 봉지를 옷 안쪽으로 넣었다. 나무패는 인형의 팔에서 빼지 않았다. 나는 보자기의 매듭을 다시 확인하고 손을 내렸다.야시장은 조금 전보다 붐볐다. 좌판 사이로 손님이 오갔고, 국수 그릇을 든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국물 냄새가 났다. 엿을 자르는 칼 소리와 물건값을 부르는 목소리가 겹쳤다. 길이 좁아지는 곳에는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비켜 주며 지나갔다.“이쪽으로 가면 덜 붐비겠소.”건우가 앞을 가리켰다. 좌판 사이로 난 길이었다.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지만, 가운데에 널찍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사람들 뒤로 붙어 걷겠습니다.”내가 말하자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는 내 소매를 잡았다가 금세 놓았다. 나는 아이가 먼저 자리를 고를 때까지 기다렸다.“아줌마, 여기로 가요.”소리가 사람들 사이의 넓은 자리를 가리켰다.“그래. 네가 앞에서 천천히 걸어.”소리는 한 걸음 먼저 나섰다. 건우는 반대편에 붙었다. 나는 소리 뒤에서 보자기를 들고 걸었다. 사람들 사이로 밀려들지 않도록 보자기를 팔 안에 끼웠다.좌판 앞을 지날 때마다 소리는 물건을 구경했다. 나무 숟가락을 늘어놓은 자리를 지나고, 마른 과일을 담은 광주리 앞에서 멈췄다. 주인은 손님에게 과일 한 조각을 잘라 건넸다. 소리는 과일 냄새를 맡고 얼룩이 인형의 코를 바라봤다.“얼룩이도 냄새 맡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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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큰 소리의 값

“응. 아주 큰 소리였어.”내가 대답하자 소리는 목에 걸린 방울을 손끝으로 만졌다. 청죽당에 돌아온 뒤에도 방울 끈은 그대로였다. 소리는 얼룩이를 품에 안고 내 앞에 앉아 있었다.“사람들도 다 들었어요?”“응. 네가 외친 말을 다 들었어.”“그럼 도둑도 들었어요?”“그 사람도 들었겠지.”소리는 방울에서 손을 뗐다. 입을 다문 채 얼룩이의 나무패를 살폈다. 패가 인형 팔에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를 보았다.“아줌마도 들었죠?”“들었어. 아주 또렷하게.”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이에게 더 묻지 않았다. 소리가 다시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건우는 사랑채에서 유성직과 함께 나왔다. 유성직은 손에 접은 종이를 들고 있었다. 건우는 안채 쪽을 한 번 보고, 소리와 나 사이에 자리를 두고 멈췄다.“소리는 괜찮소?”“네. 방울도 그대로예요.”소리가 직접 대답했다. 건우는 아이의 목을 살피려다 손을 거두었다.“잘됐소.”유성직은 종이를 펼쳤다.“시장에 있던 분들의 말과 붙잡힌 자의 진술을 대조했습니다. 방울을 빼앗으려 한 것은 맞습니다.”“누가 시켰는지는 밝혀졌습니까?”내가 묻자 유성직은 종이를 접지 않았다.“변 집사 아래에서 곳간 심부름을 하던 자들과 이어져 있었습니다. 붙잡힌 자에게 돈을 준 쪽도 그들과 함께 일했던 자입니다. 이름을 적은 쪽지와 돈이 맞아떨어졌습니다.”건우가 물었다.“그들이 방울을 노린 까닭은?”“값을 받고 넘기려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뒤에 시킨 사람이 더 있는지는 확인했으나, 더는 없었습니다. 감찰원에서도 관련된 자들을 조사해 정리했다는 문서를 보냈습니다.”유성직은 종이를 건우에게 내밀었다. 건우는 펼쳐 읽고 내게 건넸다. 나는 종이의 문장을 한 줄씩 살폈다. 시장에서 본 사람들의 말과 다른 곳이 없었다. 누가 방울을 잡았는지, 누가 그 손을 붙들었는지, 누가 길을 막았는지 차례대로 적혀 있었다. 보지 못한 일을 보았다고 적은 사람도 없었다.“이제 끝난 겁니까?”“그렇소. 더 확인할 사람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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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토론의 값

감찰원 대청의 문이 닫히자 바깥 소리가 얕아졌다. 방청석에 앉은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고 자리를 고쳤다. 나는 손에 든 자료를 무릎 위에 놓았다. 종이 가장자리가 손등의 먹물 점에 닿았다.감찰관은 탁자 앞에 앉아 오늘 다룰 안건을 읽었다. 혼인한 여성 서리가 직을 계속 맡을 수 있는지, 관행을 유지할 것인지 살필 것이라고 했다. 말을 마친 감찰관은 양쪽에 발언 순서를 알렸다.내 뒤에는 구 서리가 앉아 있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내 자료 한쪽 끝을 손가락으로 눌렀다.“한 서리, 순서가 되면 1장부터 내시오.”“네. 준비했습니다.”구 서리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종이 뭉치를 무릎 위에서 반듯하게 맞췄다.대청 끝 방청석에는 건우와 소리가 앉아 있었다. 건우는 소리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아이의 허리를 받쳤다. 소리는 얼룩이를 안고 있었다. 놋쇠 방울은 옷깃 아래에 가려져 작은 소리도 내지 않았다.나는 소리에게 손가락을 하나 펴 보였다. 기다려 달라는 손짓이었다. 소리는 눈을 마주친 뒤 얼룩이의 귀를 만졌다. 건우는 내 쪽을 한 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감찰관이 내게 발언하라고 했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이 뭉치를 탁자 위에 올리고 첫 장을 펼쳤다. 대청 안의 시선이 내 손으로 모였다. 종이 위에는 여성 셈꾼 7명의 사례가 적혀 있었다. 이름은 적지 않았다. 맡았던 일과 혼인 뒤의 처분, 확인한 기록의 출처만 남겼다.“저는 혼인한 여성 셈꾼 7명의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그중 4명은 혼인 뒤 직을 그만두었습니다. 나머지 3명은 계속 일했습니다.”방청석 한쪽에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반대편에 앉은 노신료가 손을 들었다.“7명의 사례로 관행을 바꿀 수 있겠소?”“7명만으로 모든 경우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례마다 처분 기록과 근무 기록을 따로 확인했습니다.”나는 첫 장을 들었다. 기록을 찾은 순서대로 표에 표시한 칸을 짚었다.“4명 가운데 2명은 혼인한 날을 기준으로 직을 그만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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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혼인 허락의 값

청죽당 대문 앞에서 어머니가 내 손목을 잡았다. 손끝으로 내 소매를 2번 두드린 뒤 손바닥을 위로 펼쳤다.어머니는 안에 사람이 많으냐고 손짓했다.나는 아버지와 하람이 있고 대군 나리도 계신다고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답했다.어머니는 손끝을 오므렸다 폈다. 긴장할 때마다 하는 버릇이었다. 아버지는 문턱 앞에서 지팡이 끝을 바닥에 대고 방향을 살폈다. 하람이 아버지의 팔꿈치를 받쳤다.“문턱이 바로 앞이에요. 1걸음만 더요.”“그래. 청죽당 문은 우리 집 문보다 넓구나.”아버지가 문틀을 손으로 짚었다. 어머니는 내 옆에서 그 말소리를 듣지 못한 채 아버지의 입술을 보고 있었다. 내가 손짓으로 옮겨 주자 어머니가 작게 웃었다.대문 안쪽에서 건우가 걸어 나왔다. 바깥에 나갈 때 입는 옷차림이었고, 허리에는 띠가 단정히 매여 있었다. 건우는 아버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였다.“한 어르신,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대군 나리께서 직접 맞아 주시니 송구합니다.”아버지는 고개를 숙였다. 건우는 손을 뻗지 않았다. 아버지가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버지의 손을 두 손으로 받았다.그는 어머니 쪽으로 몸을 돌렸다. 평소보다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먼저 자기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그다음 어머니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손끝으로 부탁하는 모양을 만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잘 부탁드립니다.”건우가 입으로도 말했다. 이어 손짓을 한 번 더 했다.어머니는 건우의 손을 살폈다. 입술을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내가 어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어머니는 내 손바닥에 손가락을 올리고 천천히 움직였다. 대군 나리가 우리 말을 배웠다는 뜻이었다.나는 건우에게 어머니의 말을 옮겼다.“어머니께서 손짓말을 배우셨느냐고 물으셨습니다.”“하영 씨가 쓰는 것을 보았소. 인사부터 배우고 싶었소.”건우가 대답했다. 어머니는 건우의 입술을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손바닥을 가슴에 대고 건우에게 내밀었다. 감사하다는 뜻이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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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소리가 정한 날의 값

첫눈이 마당에 내렸다. 소리는 손바닥을 위로 펴고 눈송이를 기다렸다. 눈은 손에 닿자마자 물이 되어 작은 자국을 남겼다.“차갑지?”내가 묻자 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바닥을 뒤집어 물기를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소매 끝으로 손을 닦았다. 얼룩이는 다른 팔에 끼워져 있었다. 소리는 인형의 귀가 젖지 않도록 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얼룩이는 눈을 처음 보지?”소리는 인형을 내려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인형의 귀를 손가락으로 두 번 쓸었다. 놋쇠 방울은 옷깃 안에 들어가 있었다. 소리가 움직일 때마다 방울이 작게 닿았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마당 끝에는 건우가 서 있었다. 눈을 맞으며 우리 쪽을 보고 있었다. 처마 밑으로 들어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소리에게 먼저 다가오지도 않았다. 손에는 서란의 붓이 들려 있었다. 붓끝을 종이에 댈 생각은 없는 듯했다.나는 손등을 올려 눈송이를 받았다. 먹물 점 옆에 물기가 맺혔다. 소리가 내 손등을 가리켰다.“내 손에도 내려앉았네.”소리는 손끝으로 제 손바닥을 가리키고, 내 손등을 짚었다. 두 곳을 번갈아 본 뒤 고개를 기울였다.“손바닥은 따뜻해서 바로 녹고, 손등은 조금 남았어.”소리는 내 손등을 다시 살폈다. 물방울이 손가락 쪽으로 흘러내리자 소리는 자기 소매로 닦아 주려다 멈췄다. 소매가 젖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괜찮아. 내가 닦을게.”내가 손수건을 꺼내자 소리는 손을 거두었다. 손수건에 물기가 옮겨졌다. 나는 접어서 소매 안에 넣었다.“눈이 더 많이 오면 마당에 쌓이겠지.”소리는 마당 바닥을 살폈다. 흙 위에 눈이 드문드문 내려앉아 있었다. 소리는 한쪽 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발자국을 남기면 자국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한 듯했다.“밟아 봐도 돼.”소리는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흙이 드러난 곳을 골라 발을 옮겼다. 신발 끝이 눈을 눌렀다. 자국은 작았고 가장자리에 흙이 비쳤다. 소리는 발을 들고 그 모양을 오래 보았다.“한 번 더 밟으면 옆에 자국이 생기겠다.”소리는 이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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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말 장부의 값

12월 5일 아침, 청죽당 큰마당에 혼례상이 놓였다.첫눈이 왔던 날의 눈은 담 밑 그늘에만 조금 남아 있었다. 마당 흙은 쓸어서 고왔다. 오 어멈이 상 위에 대추와 밤을 올리고, 붉은 천 모서리마다 작은 돌을 얹었다. 바람에 천이 들리지 않게 하려는 일이었다.나는 연화채 마루에서 혼례옷 고름을 다시 맸다. 소매 안쪽에는 주판알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오늘도 빼 두지 않았다. 손등의 먹물 점은 분을 발라도 가려지지 않았다. 가리지 않기로 했다.3월 3일 아침, 나는 저 대문 밖 줄에 9번째로 서 있었다. 품에는 92냥이 적힌 빚 문서가 있었다. 오늘까지 278일이었다. 빚 문서는 지난달 아버지 손으로 돌려받았다. 품이 비어 있었다. 그 자리에 천으로 싼 장부가 들어 있었다.소리가 방에서 나왔다. 새 옷을 입고 얼룩이를 안고 있었다. 놋쇠 방울이 옷깃 밖으로 나와 있었다. 3월에는 늘 옷 안에 넣어 두던 방울이었다.“엄마.”나는 대답을 늦추지 않았다.“응, 소리야.”“오늘은 방울 꺼내도 돼요?”“그럼. 오늘은 숨길 날이 아니야.”나는 아이 고름을 다시 매 주었다. 3월부터 매일 아침 해 온 일이었다. 예전에는 고름을 매고 나서 방울이 깃 안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했다. 오늘은 깃 밖에 나온 방울 끈을 가지런히 펴 주었다.소리가 방울을 손바닥에 올려 흔들었다. 방울이 마루 끝까지 울렸다. 부엌에서 오 어멈이 고개를 내밀었다가 웃으며 들어갔다.“얼룩이 자리는 내가 정할 거예요.”“어디로?”“그건 맨 마지막에요.”아이는 얼룩이의 귀를 엄지로 문질렀다. 귀 한쪽은 여전히 납작했다. 지난여름 내가 다시 꿰맨 배는 실이 아직 하얬다.오 어멈이 부엌에서 나와 내 옷깃을 손끝으로 폈다.“서리님, 옷이 불편하진 않으셔요?”“괜찮아요. 어멈이 잘 여며 주셨잖아요.”“매듭이 흔들릴까 봐 3번이나 다시 맸어요. 오늘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른 날이니까 그 말은 안 할게요.”오 어멈은 그렇게 말하고 혼자 웃었다. 쑥이가 찻잔을 나르다 내 쪽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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