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로서라면, 제 옆에 서셔도 됩니다.”내가 대답하자 건우는 잡은 손에 힘을 더하지 않았다. 소리의 손이 우리 사이에 놓여 있었다. 나는 보자기를 든 손을 몸 안쪽으로 당겼다.“그 말이면 충분하오.”“정말 서리로서만 묻는 겁니까?”“지금은 그렇소.”건우가 짧게 답했다. 소리는 우리를 올려다보다가 손을 놓았다. 양손에 들고 있던 호박엿 봉지와 얼룩이 인형을 고쳐 안았다. 인형의 팔에 걸린 나무패가 부딪혀 소리가 났다.“아버지, 엿이 흔들려요.”“봉지가 찢어졌소?”소리는 봉지의 접힌 끝을 살폈다. 종이는 그대로였다.“아니요. 나무패가 부딪혔어요.”“그럼 괜찮겠소.”“괜찮아요.”소리는 봉지를 옷 안쪽으로 넣었다. 나무패는 인형의 팔에서 빼지 않았다. 나는 보자기의 매듭을 다시 확인하고 손을 내렸다.야시장은 조금 전보다 붐볐다. 좌판 사이로 손님이 오갔고, 국수 그릇을 든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국물 냄새가 났다. 엿을 자르는 칼 소리와 물건값을 부르는 목소리가 겹쳤다. 길이 좁아지는 곳에는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비켜 주며 지나갔다.“이쪽으로 가면 덜 붐비겠소.”건우가 앞을 가리켰다. 좌판 사이로 난 길이었다.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지만, 가운데에 널찍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사람들 뒤로 붙어 걷겠습니다.”내가 말하자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는 내 소매를 잡았다가 금세 놓았다. 나는 아이가 먼저 자리를 고를 때까지 기다렸다.“아줌마, 여기로 가요.”소리가 사람들 사이의 넓은 자리를 가리켰다.“그래. 네가 앞에서 천천히 걸어.”소리는 한 걸음 먼저 나섰다. 건우는 반대편에 붙었다. 나는 소리 뒤에서 보자기를 들고 걸었다. 사람들 사이로 밀려들지 않도록 보자기를 팔 안에 끼웠다.좌판 앞을 지날 때마다 소리는 물건을 구경했다. 나무 숟가락을 늘어놓은 자리를 지나고, 마른 과일을 담은 광주리 앞에서 멈췄다. 주인은 손님에게 과일 한 조각을 잘라 건넸다. 소리는 과일 냄새를 맡고 얼룩이 인형의 코를 바라봤다.“얼룩이도 냄새 맡아?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