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서리는 붓을 든 채 내 말을 기다렸다. 장부를 향해 몸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내가 적은 줄을 허락 없이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듯했다.“장부에 적힌 말 수를 오늘까지 합산했습니다.”그는 먼저 날짜를 적고, 그 아래에 숫자를 옮겼다. 붓끝이 종이에 닿자 먹이 한곳에 조금 맺혔다. 구 서리는 번진 자리를 손으로 문지르지 않았다. 종이를 돌려 마른 쪽을 아래에 받치고, 숫자 옆에 짧은 선을 그었다.“제가 들은 말과 적은 수입니다.”나는 그가 적은 종이를 보며 덧붙였다.“아이의 뜻을 제가 대신 적은 것은 아닙니다.”구 서리는 붓을 멈췄다. 숫자 아래에 무언가를 더 적으려다, 내 말을 듣고 손을 거두었다. 종이에는 날짜와 누계만 남았다. 그는 글을 다시 읽고 숫자의 자릿수를 하나씩 짚었다. 3, 1, 2, 0. 빠진 자리도, 보탠 자리도 없었다.“그렇게 적겠습니다.”구 서리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큰 동작은 아니었다. 붓을 놓기 전, 그는 종이 끝에 붙은 먹방울을 마른 종이로 살짝 눌렀다. 숫자는 번지지 않았다.나는 장부를 덮지 않았다. 구 서리는 더 묻지 않았다. 아이가 한 말을 기록한 종이와 내가 셈한 누계는 서로 닿지 않게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사이에 손바닥 하나 들어갈 자리가 남았다.이순형이 그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그 합계가 아이가 후사에 적합하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소.”◓“증인으로 서시오, 한하영. 보모가 아니라 말 장부의 주인으로.”“예, 대군 나리.”나는 대답하고 장부를 두 손으로 받쳤다. 건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 어전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상소를 올린 쪽과 그 내용을 살피러 온 관리들이 마주 앉아 있었고, 구 서리는 한쪽에 낮은 책상을 두고 종이를 펼쳤다.소리는 건우의 곁에 서 있었다. 작은 손이 얼룩이의 앞발을 감싸고 있었다. 목의 방울이 울리지 않도록 아이는 턱을 조금 당겼다. 내 손에 든 장부를 보지는 않았다. 바닥의 나뭇결만 바라보았다.“아이를 이 자리에 세워도 괜찮겠소?”건우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