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열한 번째 보모가 되었더니 말 없는 대군의 딸이 나에게만 속삭인다: Capítulo 51 - Capítulo 60

80 Capítulos

51화. 구 서리의 값

“그럼 감찰원에서 확인하겠습니다.”구명우 서리는 내가 말한 항목을 종이에 옮겨 적었다. 탁자 한쪽에는 건우가 써 온 확인 요청서가 놓여 있었다. 성직은 보자기를 무릎 위에 올리고 매듭을 풀었다. 서란의 장부 사본이 안에 들어 있었다.감찰원은 왕실 곳간과 진상미를 살피는 관청이었다. 서리들이 장부를 받아 기록을 대조하고, 이상이 있으면 윗사람에게 보고했다. 구 서리는 요청서를 먼저 읽은 뒤 사본을 펼쳤다.“원본은 청죽당에 있습니까?”“예. 이건 원본을 보고 옮긴 사본입니다.”“누가 옮겼습니까?”“제가 옮겼습니다.”구 서리는 붓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원본과 사본이 다른 곳은 없습니까?”“제가 확인한 항목은 대조했습니다. 다만 사본만으로 원본과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원본을 함께 놓고 확인해야 합니다.”“그 점도 기록하겠습니다.”구 서리는 종이에 짧게 적었다. 붓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났다. 나는 손등의 먹물 점을 엄지로 문질렀다. 점은 지워지지 않았다.“여기서 확인할 것은 진상미 항목입니다. 소작미 장부와 섞어 계산하지 않겠습니다.”“그렇게 부탁드립니다.”건우가 내 옆에서 말했다.“감찰원에서 확인한 내용은 종정부에도 알릴 수 있소?”구 서리는 붓끝을 들어 올렸다.“관할이 겹치는 부분이 확인되면 알릴 수 있습니다. 아직은 진상미로 적힌 항목이 실제로 어떤 쌀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그렇다면 종정부가 먼저 장부를 가져가는 일은 막을 수 있겠소?”“장부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권한은 종정부에도 있습니다. 다만 진상미 항목을 확인하는 일은 저희 관할입니다. 서로 맡은 일을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구 서리는 말을 서두르지 않았다. 나는 요청서에 적힌 문장을 다시 읽었다. 왕실에 올릴 쌀의 입고와 출고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변 집사의 이름은 없었다. 그가 곳간 장부를 맡고 있다는 사실도 이 요청서에는 없었다.“집사님이 장부를 맡았다는 기록도 있어야 합니다.”내가 말했다.구 서리는 사본의 가장자리를 눌러 종이가 말리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52화. 상소의 값

“증거를 대라고 했다고요?”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은재가 손에 든 빈 종이를 접었다 폈다. 접힌 자국이 카드에 남을까 봐 조심하는 손이었다.“상소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까?”“제가 들은 말은 그렇습니다. 소리 아가씨가 3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으니 후사 자격이 없고, 대군께서는 재취하셔야 한다고 했습니다.”소리가 얼룩이를 안은 채 카드의 『용기』를 내려다보았다. 글자를 짚던 손끝이 카드 모서리에 멈췄다. 건우는 아이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가 멈췄다.“상소가 올라간 날은 언제입니까?”내가 묻자 은재가 대답했다.“오늘입니다. 14일 뒤에 어전에서 소리 아가씨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날짜도 정해졌다고 들었습니다.”나는 품에 넣어 둔 접수 기록 사본을 꺼내려다 손을 멈췄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장부의 수가 아니었다. 상소에 적힌 문장과 그 문장이 아이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어전에서 아이에게 무엇을 시키겠다고 했습니까?”“말을 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들었습니다. 정확한 절차는 모르겠습니다.”은재는 대답을 마치고 시선을 내렸다. 소리 앞에서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입술을 다물었다. 나는 카드 쪽으로 손을 뻗지 않았다. 은재가 건넨 물건은 소리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건우가 은재를 보았다.“상소를 직접 보았소?”“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 사람을 보내시는 걸 들었습니다. 제가 자세한 내용을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그럼 들은 말과 확인한 일을 나누어야 하오. 그대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겠소.”은재가 고개를 들었다.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예. 제가 들은 말만 말씀드렸습니다.”“알려 주어 고맙소.”건우는 그 뒤로 묻지 않았다. 은재는 소리에게 인사하고 물러났다. 소리는 카드를 가슴에 붙인 채 그 인사를 받았다.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문이 닫힌 뒤에도 나는 한동안 은재가 서 있던 자리를 보았다. 건우는 소리 곁에 쪼그려 앉지 않고, 아이가 고개를 들면 볼 수 있는 거리에서 무릎을 굽혔다.“소리야.”소리는 아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53화. 궁에 선 날의 값

나는 건우의 말을 듣고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소리가 방 안에 있었다. 문은 조금 열려 있었고, 아이가 우리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대군 나리, 어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까?”“그대가 아이의 말을 대신 전하는 일은 없소.”“저도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그대는 보모요. 어전에는 보모가 설 수 없다고 들었소.”건우는 문서 한 장을 펼쳤다. 상소의 요지를 옮긴 종이였다. 소리가 3년 동안 말하지 않았다는 문장 아래에 후사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나는 종이를 받아 들지 않았다. 읽었던 글을 또 읽는다고 해서 아이에게 필요한 답이 생기지는 않았다.“그럼 소리가 가고 싶다고 해도, 제가 같이 설 수는 없겠군요.”“보모로는 안 될 것이오.”“그렇다면 보모가 아닌 사람으로 서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건우가 종이를 접었다.“그대가 아이의 말을 들은 사람이라서 그러는 것이오?”“제가 들은 말은 제가 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는 소리에게 물어야 합니다.”“그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면?”“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남겨야 합니다.”나는 말 장부를 펼쳤다. 어제 적은 줄 아래에 오늘 날짜를 쓰려다 붓을 멈췄다. 소리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말 장부에는 내가 바라는 말을 적을 수 없었다.건우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리는 얼룩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귀를 만지고 있었다. 작은 카드에는 『용기』라고 적혀 있었다. 소리는 카드를 인형 옆에 두었다가 다시 들어 책상 모서리에 맞춰 놓았다.“소리야.”건우가 부르자 아이는 손을 멈추었다.“아버지가 네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지금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소리는 건우를 보았다. 건우는 그 자리에서 말을 잇지 않았다. 소리가 카드를 놓고 고개를 들 때까지 기다렸다.“어전에서 너를 확인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아버지는 네가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소리는 입술을 다물었다. 얼룩이의 귀를 잡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54화. 증인의 값

구 서리는 붓을 든 채 내 말을 기다렸다. 장부를 향해 몸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내가 적은 줄을 허락 없이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듯했다.“장부에 적힌 말 수를 오늘까지 합산했습니다.”그는 먼저 날짜를 적고, 그 아래에 숫자를 옮겼다. 붓끝이 종이에 닿자 먹이 한곳에 조금 맺혔다. 구 서리는 번진 자리를 손으로 문지르지 않았다. 종이를 돌려 마른 쪽을 아래에 받치고, 숫자 옆에 짧은 선을 그었다.“제가 들은 말과 적은 수입니다.”나는 그가 적은 종이를 보며 덧붙였다.“아이의 뜻을 제가 대신 적은 것은 아닙니다.”구 서리는 붓을 멈췄다. 숫자 아래에 무언가를 더 적으려다, 내 말을 듣고 손을 거두었다. 종이에는 날짜와 누계만 남았다. 그는 글을 다시 읽고 숫자의 자릿수를 하나씩 짚었다. 3, 1, 2, 0. 빠진 자리도, 보탠 자리도 없었다.“그렇게 적겠습니다.”구 서리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큰 동작은 아니었다. 붓을 놓기 전, 그는 종이 끝에 붙은 먹방울을 마른 종이로 살짝 눌렀다. 숫자는 번지지 않았다.나는 장부를 덮지 않았다. 구 서리는 더 묻지 않았다. 아이가 한 말을 기록한 종이와 내가 셈한 누계는 서로 닿지 않게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사이에 손바닥 하나 들어갈 자리가 남았다.이순형이 그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그 합계가 아이가 후사에 적합하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소.”◓“증인으로 서시오, 한하영. 보모가 아니라 말 장부의 주인으로.”“예, 대군 나리.”나는 대답하고 장부를 두 손으로 받쳤다. 건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 어전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상소를 올린 쪽과 그 내용을 살피러 온 관리들이 마주 앉아 있었고, 구 서리는 한쪽에 낮은 책상을 두고 종이를 펼쳤다.소리는 건우의 곁에 서 있었다. 작은 손이 얼룩이의 앞발을 감싸고 있었다. 목의 방울이 울리지 않도록 아이는 턱을 조금 당겼다. 내 손에 든 장부를 보지는 않았다. 바닥의 나뭇결만 바라보았다.“아이를 이 자리에 세워도 괜찮겠소?”건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55화. 기다린 사람의 값

어전의 문을 나선 뒤에도 소리는 얼룩이를 놓지 않았다. 건우는 아이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나는 말 장부를 품에 안고 그들보다 반걸음 뒤에 섰다. 구 서리가 적어 간 숫자가 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장부를 펼치지 않았다.청죽당에 돌아온 것은 7월 25일이었다. 대문을 넘자 오 어멈이 부엌에서 나왔다. 손에는 누룽지를 담은 작은 그릇이 들려 있었다. 소리는 냄새를 맡고 발을 멈췄다.“어전에서 배가 고팠을 테니 조금 먹어라.”오 어멈이 그릇을 내밀었다. 소리는 건우를 먼저 보았다. 건우는 아이가 고를 때까지 기다렸다. 소리는 그릇을 받아 들고 누룽지 조각을 손끝으로 집었다.“뜨거우니 천천히 먹어.”오 어멈이 말하자 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울이 작게 울렸다. 나는 말 장부를 펼쳐 어전에서 소리가 직접 한 말을 적을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붓을 들기 전에 아이에게 물었다.“소리야, 오늘 네가 어전에서 한 말을 장부에 적어도 될까?”소리는 누룽지를 씹었다. 한참 뒤 내 귀에만 닿게 속삭였다.“제가 말한 건 적어도 돼요. 그런데 제가 왜 말 안 했는지는 적지 마요.”“알겠어. 그건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돼.”소리는 한 조각을 더 먹고 장부 쪽을 보았다. 나는 어전에서 한 말을 소리의 허락을 받은 만큼만 옮겼다. 그 뒤 장부를 덮었다. 아이는 그릇을 오 어멈에게 돌려주고 얼룩이의 귀를 손가락으로 쓸었다.건우는 안채 쪽으로 가려다 멈췄다.“소리야. 오늘은 쉬어도 된다. 어전에서 한 말은 아버지가 들었다.”소리는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입을 열지는 않았다. 손에 든 인형을 건우에게 내밀지도 않았다. 건우도 아이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는 아이가 지나갈 자리를 비켜 섰다.나는 말 장부를 보모방 책상에 놓았다. 대문 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감찰원에서 온 사자였다. 그는 건우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고, 상소에 대한 처분이 정해졌다고 짧게 전했다.건우가 종이를 읽었다.“상소는 기각되었소.”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56화. 소문의 값

“보모의 빚 92냥이 대군부에서 갚아졌다더라.”나는 보자기 끈을 누른 손을 놓지 않았다. 건우도 바로 대꾸하지 않았다. 장터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모였다.“제 빚은 제가 갚고 있습니다.”내가 말했다.“그 말은 내가 하겠소.”건우가 말했다.“아니요. 제 빚입니다. 제가 말하겠습니다.”건우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말할 자리를 내주듯 옆으로 한 걸음 비켰다.“제가 받은 30냥은 석 달 시험에 걸린 상금입니다. 약속대로 받은 돈이고, 제 빚을 갚는 데 썼습니다. 대군부에서 제 빚을 대신 갚은 돈은 없습니다.”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말소리가 났다. 처음 소문을 말한 사람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건우는 그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나는 보자기 매듭을 다시 눌러 보고 발을 옮겼다.청죽당 대문까지 40걸음이었다. 걸음을 세는 동안 건우는 한 번도 내 앞에 서지 않았다.◓8월 3일, 나는 보모방 책상에 빚 장부를 펼쳐 놓았다. 어머니가 손짓말로 물었다.‘사람들이 네 빚을 대신 갚았다더냐?’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의 귀에는 내 목소리가 잘 닿지 않았다. 나는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숫자를 적었다.‘내가 받은 돈으로 갚았어.’어머니는 내 손을 살피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마루에 앉아 장부를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눈이 어두워 숫자를 가까이 대야 보셨다.“92냥에서 30냥을 갚았으니 아직 62냥이 남았습니다.”내가 말했다.“그 30냥은 대군부에서 준 돈이 아니고?”아버지가 물었다.“제가 약속을 채워 받은 상금입니다. 받은 날과 소 대방에게 건넨 날을 장부에 적어 두었습니다.”아버지는 장부를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갔다. 손끝이 종이의 줄을 따라갔다.“그럼 네 삯은?”“보모 삯은 매달 4냥입니다. 받은 날과 쓴 곳을 따로 적었습니다. 빚을 갚는 돈과 집에서 쓰는 돈도 나누어 두었습니다.”어머니가 내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손짓으로 물었다.‘그 장부를 남들에게도 보여 줄 거니?’‘필요하면 보여 줄게.’어머니는 내 손바닥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57화. 증언의 값

은재는 마당에 선 사람들을 바라보며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건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증언은 감찰원에서 하시오. 네가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말하면 되오.”은재는 손을 모았다. 손가락이 맞물린 자리가 하얗게 변했다.“할아버지께서 시킨 일도 말해도 됩니까?”“그렇소. 다만 네가 들은 말과 네가 본 일을 나누어 말하시오.”건우는 내 쪽을 보았다. 나는 장부를 덮어 보자기에 넣었다. 은재가 감찰원까지 혼자 가게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대신 말해서도 안 됐다.“저도 같이 가겠습니다.”은재가 내 손을 보았다. 내가 장부를 넣은 보자기를 들고 있었다.“제가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말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돼.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도 돼.”은재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건우가 마당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오늘 들은 말은 확인된 증언과 섞지 마시오. 감찰원에서 확인할 것이오.”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졌다. 나는 그들에게 더 말하지 않았다. 은재가 내 옆에 섰다. 오 어멈과 쑥이는 소리 곁에 남았다. 소리는 얼룩이를 안은 채 은재를 바라보고 있었다.감찰원까지 가는 동안 은재는 말을 하지 않았다. 건우가 앞서 걷고, 은재와 나는 나란히 걸었다. 은재가 손을 맞잡았다 풀었다 하는 동안 나는 말을 재촉하지 않았다.감찰원 문 안으로 들어가자 종이와 먹 냄새가 났다. 서리들이 긴 책상에 앉아 장부를 살피고 있었다. 구 서리가 우리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한 낭자, 오셨습니까.”“은재가 증언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왔습니다.”구 서리는 은재에게 시선을 옮겼다.“무엇을 말할지 정했습니까?”은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소매 끝을 눌렀다. 잠시 뒤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본 것부터 말씀드릴게요.”“좋습니다. 본 것과 들은 것을 나누어 말하면 됩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십시오.”구 서리는 안쪽 자리를 가리켰다. 건우는 은재가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나도 그 옆에 앉았다. 감찰원 서리 한 사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58화. 압송의 값

성직은 별채 마당의 흙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수레가 나간 자국입니다. 바퀴 폭이 서로 같습니다.”나는 성직이 짚은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바퀴 자국은 마당 문에서 쌀 창고 쪽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대문으로 향했다. 흙이 눌린 깊이는 일정하지 않았다. 창고 앞에서는 바퀴 자국이 더 깊었다.감찰원 서리가 자국 옆에 나무 표식을 세웠다. 그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종이에 위치를 적었다. 누구도 자국을 밟지 않았다.“이 자국만으로 무엇을 실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성직이 말했다.“그렇습니다. 수레가 오간 흔적과 쌀이 나간 기록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나는 들고 있던 장부 사본을 펼쳤다. 종이 위에는 진평군 별채로 나간 값이 적혀 있었다. 쌀 수량은 적혀 있지 않았다. 적힌 값만으로 쌀의 양을 정하면 안 됐다.“수레가 나간 날과 장부에 값이 적힌 날을 맞춰 보겠습니다. 날짜가 맞아도 쌀을 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감찰원 서리가 종이 위에 두 날짜를 적었다.“그러면 창고 안에 남은 쌀을 확인해야겠군요.”“예. 나간 기록과 남은 쌀을 함께 봐야 합니다.”진평군 별채의 창고 문 앞에 변 집사가 서 있었다. 허리에 찬 열쇠 꾸러미가 움직일 때마다 짧게 부딪혔다. 집사는 감찰원 서리가 창고를 살펴보는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성직은 창고 앞에 선 사람들에게 길을 비켜 달라고 했다.“안쪽을 살펴보겠습니다. 창고에 있는 쌀을 옮기지는 마십시오.”변 집사가 열쇠 꾸러미를 손에 감았다.“내 허락 없이 창고를 뒤질 수는 없습니다.”“감찰원에서 확인을 요청했습니다.”“진평군 별채의 곳간은 종정부 관할입니다.”감찰원 서리는 대답하기 전에 종이에 적힌 문서를 다시 확인했다.“곳간 장부에 진상미 출납이 섞여 있습니다. 그 부분은 감찰원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평군 쪽에도 확인 요청을 넣었습니다.”변 집사의 손가락이 열쇠를 눌렀다. 그는 바로 길을 비키지는 않았다.“내가 문을 열겠습니다.”“부탁드리겠습니다.”성직이 말했다. 집사는 열쇠 하나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59화. 곳간 셈의 값

8월 18일, 큰곳간 문 앞에는 변 집사의 열쇠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감찰원에서 확인 표식을 붙인 문서도 그 옆에 있었다. 나는 문서의 글줄을 다시 읽었다. 압송된 집사의 이름 아래로 곳간 관리에 관한 말은 없었다.“문을 열어도 되겠소?”건우가 물었다.“열쇠가 누구에게 넘어갔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성직이 맡아 두었소. 확인 문서도 함께 왔소.”나는 문서 끝에 찍힌 표식을 확인했다. 감찰원이 보관하는 기록과 맞는다고 성직이 알려 준 표식이었다. 건우는 문을 열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내 손이 종이에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저는 임시로 곳간을 정리할 수는 있어도, 혼자 관리하겠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그렇게 허가할 생각이오.”건우는 품 안에서 접은 종이를 꺼냈다. 관리 허가를 적은 문서였다. 허가 범위에는 장부를 새로 정리하고, 쌀의 입고와 출고를 기록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다만 이미 확인된 쌀의 차이를 임의로 메우거나, 새 장부만으로 지난 일을 덮을 수는 없다고 적혀 있었다.나는 문서를 다 읽고 건우를 올려다봤다.“지난 기록은 그대로 남기는군요.”“그래야 하오. 지금 정리한 장부가 지난 장부를 지우면, 새로 적는 쪽도 믿을 수 없게 되오.”“확인한 사람도 함께 적겠습니다. 제가 센 수와 다른 사람이 확인한 수를 나누겠습니다.”“그렇게 하시오.”건우는 붓을 들지 않았다. 대신 문서 아래에 자기 이름을 적고, 관리 허가를 내린 사람이라는 표시를 했다. 그 뒤에 성직이 확인한 내용을 덧붙일 자리를 비워 두었다.“이걸 받으면 보모 일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내가 물었다.건우는 잠시 종이 위를 내려다봤다.“보모 일을 그만두라는 뜻은 아니오. 지금 맡은 일에 곳간 정리를 더하는 것이오. 그대가 원하지 않는 일까지 얹을 생각은 없소.”“곳간을 정리하다가 제 집안 빚을 대신 갚았다는 말이 또 돌 수 있습니다.”“그 말은 이미 돌고 있소. 그대의 빚은 그대의 장부로 밝히고, 곳간 일은 곳간 기록으로 밝히면 되오. 둘을 섞지 않겠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60화. 보모의 값

나는 장부를 덮지 않았다. 붓을 내려놓고, 허가 문서와 장부가 나란히 놓인 자리를 보았다.“보모라 부르는 건 제가 맡은 일의 시작을 말하는 겁니다. 곳간 일을 맡았다고 해서 그 이름이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건우는 문서에 손을 얹었다가 거두었다. 종이 모서리는 가지런히 맞아 있었다.“맡은 일을 하나의 이름으로만 부를 수 없다는 말이오?”“제가 한 일을 기록할 때는 구분해야 합니다. 아이를 돌본 일과 곳간을 정리한 일은 다르니까요.”“그렇다면 그대 자신을 부를 때는 어떻소?”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입술을 다물고 장부 끝에 적은 내 이름을 보았다. 관리자로서 맡은 범위가 그 아래에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은 내가 원해서 적었다. 허가받은 일은 허가받은 일대로 기록했고, 확인하지 않은 수는 빈칸으로 두었다.“제 이름으로 부르면 됩니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묻지 않았다. 오 어멈은 누룽지 그릇을 비우고 헝겊으로 입가를 닦았다. 소리는 얼룩이를 무릎에 올린 채 장부에서 조금 떨어져 앉아 있었다. 한 손으로 인형의 귀를 만지고, 다른 손으로는 그릇의 가장자리를 짚었다.“이제 장부는 여기 두면 되겠네.”오 어멈이 말했다.“허가 문서와 따로 보관하겠습니다. 장부에는 실제로 확인한 일만 적어 둘게요.”“그래. 나중에 누가 봐도 헷갈리지 않아야지.”나는 허가 문서를 접지 않고 장부 옆에 놓았다. 종이끼리 겹치지 않게 조금 간격을 띄웠다. 한쪽은 내가 맡은 범위였고, 다른 한쪽은 실제로 확인한 수였다. 이름을 나란히 적는다고 해서 기록의 뜻까지 같아지는 건 아니었다.소리는 얼룩이의 배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실밥이 조금 풀린 곳이 있었다. 소리는 내게 인형을 내밀지 않았다. 나는 묻지 않고 아이를 보았다. 소리는 배를 다시 손으로 덮었다.“실이 풀렸니?”소리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인형을 품에 안고 귀를 만졌다.“지금 꿰매지 않아도 돼. 네가 맡겨도 괜찮을 때 말해 줘.”소리는 손을 내리지 않았다. 나는 더 다가가지 않았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ANTERIOR
1
...
345678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