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열한 번째 보모가 되었더니 말 없는 대군의 딸이 나에게만 속삭인다: Capítulo 41 - Capítulo 50

80 Capítulos

41화. 상금의 값

“아줌마.”소리의 목소리는 내게만 들릴 만큼 작았다. 아이는 얼룩이를 안은 채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아버지랑 같이 있고 싶어요.”나는 아이의 손등에 손끝을 댔다. 소리는 얼룩이의 귀를 한 번 접었다. 건우 나리의 손은 내 손등 가까이에서 멈춰 있었다. 조금 전 닿았던 입술이 아직 따뜻했다.“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내가 건우 나리에게 물었다. 그는 소리를 바라봤다.“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나는 소리에게 손바닥을 펴 보였다. 아이는 얼룩이를 가슴에 안은 채 천천히 일어났다. 건우 나리가 먼저 길을 비켜 주었다. 소리는 아버지 옆을 지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은 닫지 않았다.마루에 남은 건우 나리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소리가 방 안에서 얼룩이를 눕히는 소리가 났다. 나무 인형의 발이 바닥에 닿으며 두 번 가볍게 긁혔다.“하영 씨.”“예, 나리.”“오늘의 판정은 바뀌지 않소. 소리는 내 앞에서 입을 열었소. 약조한 조건은 채웠소.”“예.”“상금도 약조대로 지급하겠소.”나는 손등에 묻은 종이 가루를 털었다.“청죽당 곳간에서 나가는 돈입니까?”“아니오. 내 사비에서 내겠소. 곳간 돈을 섞을 이유가 없소.”“장부에 출처도 남겨 주십시오.”“그렇게 하겠소.”그는 더 말을 보태지 않았다. 나는 방 안을 한 번 보았다. 소리는 얼룩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이의 손은 천천히 움직였다. 방울은 울리지 않았다.“소리한테도 상금 이야기를 해야겠어요.”“아이에게는 알리지 않아도 되오. 그 돈은 그대가 받을 몫이오.”“제가 받은 돈이 아이의 말을 산 것처럼 들리면 싫습니다.”“그렇게 생각하지 않소.”“그렇더라도 소리에게는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약조에 따라 받은 삯이고, 소리에게 무엇을 더 하라고 요구하는 돈은 아니라고요.”건우 나리는 잠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대가 말하시오.”나는 방 문 앞에 섰다. 노크를 하지 않고 문틀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소리가 얼룩이를 안고 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42화. 문서의 값

“집 문서를 6월 28일까지 넘기라는 통지가 왔다.”아버지는 손에 쥔 종이 모서리를 만졌다.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목에 얹었던 손을 내리고 내 얼굴을 살폈다. 어머니의 귀에는 내 목소리가 잘 닿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입 모양이 보이도록 천천히 말했다.“누가 6월 28일까지 집 문서를 넘기라고 했어요?”“소 대방이 보낸 사람이 왔다. 그날까지 문서를 넘기라고 했다.”아버지의 눈이 내 손에 든 통지로 향했다. 눈앞의 글씨를 살피려 고개를 기울였지만, 종이와 거리가 있었다. 나는 통지를 펴서 아버지 쪽으로 돌렸다.“이 종이에 적힌 대로라면 집이 넘어간 뒤예요. 하지만 제가 가진 계약서에는 기한이 6월 말로 적혀 있어요.”“그 사람은 기한이 지났다고 했다.”“언제 지났다고 했어요?”“6월 10일이라더라.”나는 통지의 날짜를 다시 보았다. 문서가 작성된 날은 6월 10일이었다. 통지에 적힌 새 기한은 6월 28일이었다. 6월 말에서 이틀을 앞당긴 날짜였다.“아버지, 계약서 원본은 어디 있어요?”아버지는 손에 쥔 종이를 내려놓고 마루 안쪽을 가리켰다. 어머니가 먼저 일어나 작은 궤짝을 열었다. 집안 문서와 오래된 영수증이 차례로 묶여 있었다. 어머니는 종이 묶음을 꺼내 내게 건넸다. 나는 계약서를 펼쳤다.접힌 자리를 펴고, 맨 아래에 찍힌 도장을 확인했다. 기한은 분명했다.『원금 92냥은 6월 말까지 갚는다. 기한 안에 갚지 못하면 담보 문서를 넘긴다.』나는 한 줄을 손끝으로 짚었다. 어머니는 내 손끝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귀가 어두운 어머니에게는 내가 종이를 보여 드리는 편이 빨랐다.“6월 말까지라고 적혀 있어요. 오늘은 6월 11일이에요. 기한이 지나지 않았어요.”어머니가 내 손목을 잡았다. 말순 어머니는 내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물었다.‘문서는?’나는 계약서를 들어 보였다.“여기 있어요. 원본이에요.”어머니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아버지는 계약서를 가까이 끌어당겼다가 눈을 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43화. 고친 날짜의 값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려면, 문서부터 봐야 합니다.”6월 14일, 나는 청죽당 큰곳간 앞에 서 있었다. 소 대방은 내 맞은편에서 통지를 펼쳤다. 종이에는 6월 28일까지 갚지 않으면 우리 집 담보 문서를 넘긴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곳간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변 집사는 열쇠 꾸러미를 허리에 찬 채 문 옆에 서 있었다. 열쇠끼리 부딪혀 짧은 소리를 냈다.“청죽당 사람이 가져왔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얼굴을 기억하십니까?”내가 묻자 소 대방은 통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소. 문서를 내밀고는 오래 머물지 않았으니까.”“옷차림은요?”“대군부 하인 옷을 입었소. 하지만 그 옷만으로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말투나 걸음걸이는요?”“그것도 자신 없소. 내가 아는 건 이 종이를 내게 준 사람이 청죽당 사람이었다는 것뿐이오.”소 대방은 통지를 접으려다 멈췄다. 나는 접힌 자리가 더 생기지 않도록 종이 아래쪽을 눌렀다.“그럼 이 문서는 여기서 확인해야겠습니다. 어디서 받았는지, 어떤 상태였는지부터 적어 두고요.”“내가 이걸 왜 맡겨야 하오?”“맡기시라는 뜻은 아닙니다. 문서에 찍힌 인장을 확인하고, 대방님께서 본 사실을 남기자는 뜻입니다.”“내가 본 사실은 이미 말했소.”“예. 그래서 그대로 적겠습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쓰고, 짐작은 짐작이라고 나누겠습니다.”소 대방은 내 얼굴을 살폈다. 나는 통지에 손을 얹은 채 기다렸다. 종이 아래에 손바닥 땀이 묻지 않도록 소매 끝으로 가장자리를 받쳤다.변 집사가 열쇠 꾸러미를 손바닥으로 감쌌다.“곳간 앞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소 대방이 받은 문서의 인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그 일은 대군부 안에서 할 일이 아닙니다.”“청죽당 사람이 가져왔다고 하셨으니, 청죽당 안에서 확인하는 편이 맞습니다.”변 집사는 소 대방에게 눈길을 돌렸다.“대방께서도 그 문서를 그냥 보여 주시면 안 됩니다. 사사로운 빚 문서가 대군부 일로 번지면 서로 곤란해집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44화. 방울 속의 값

소리는 내 소매 끝을 잡고 얼룩이 집 앞으로 데려갔다. 방 안에는 낮은 책상과 침상, 나무 호랑이 집이 있었다. 창호는 닫혀 있었고, 방 안에는 누룽지 냄새가 조금 남아 있었다.나는 감자 도장을 소매에서 꺼내 책상 한쪽에 놓았다. 어제 소리가 내게 준 감자였다. 감자는 물기가 말라 단단해졌지만, 밑면의 선은 아직 보였다.소리는 얼룩이를 집 앞에 앉혔다. 그러고는 자기 목에 달린 놋쇠 방울을 손으로 감쌌다. 방울은 옷깃 안에 들어가 있어 흔들리지 않았다.“방울을 풀어 달라는 거니?”소리가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끈 매듭을 풀어 방울을 받았다. 소리는 손바닥을 펴 보였다. 방울 하나가 손바닥 가운데 놓였다. 겉은 둥글었고, 아래쪽에는 좁은 틈이 있었다. 나는 손톱으로 틈을 건드렸다. 안에서 작은 쇠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안에 뭔가 들어 있구나.”소리는 얼룩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내게 방울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집 앞면을 손가락으로 짚었다.얼룩이 집에는 작은 문 모양이 몇 군데 있었다. 소리가 세 살 때 서란이 만들어 준 장난감이었다. 나는 소리가 자주 얼룩이를 안고 다닌다는 것만 알았다. 집의 어디가 열리는지는 본 적이 없었다.“열쇠 놀이를 하자는 거야?”소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작은 문 하나를 짚었다. 방 안이라고 말하듯 자기 침상을 가리킨 다음, 문 모양 아래에 방울을 가져갔다.나는 방울의 둥근 면을 홈에 대 보았다. 들어가지 않았다.소리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방울을 뒤집어 아래쪽 틈을 홈에 넣으려 했다. 끝이 닿았지만 더 들어가지는 않았다.“방울을 돌려 볼까?”소리는 내 손가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방울을 조금 기울였다. 쇠가 안에서 다시 움직였다. 홈의 입구에 작은 걸림이 있었다. 방울의 틈을 그 걸림에 맞추자, 끝이 조금 들어갔다.소리가 내 손등을 톡 건드렸다. 나는 힘을 주지 않고 방울을 천천히 돌렸다. 작은 문이 열렸다.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가 얇게 깔려 있었다. 나는 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45화. 장부 사본의 값

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종이 꾸러미를 서랍에 다시 넣지 않고 두 손으로 받쳤다. 소리의 손가락이 끈 위에 잠시 머물렀다가 떨어졌다.“그럼 아버지께 보여 드릴게. 네가 허락한 거라고 말씀드리겠어.”소리는 얼룩이를 안고 내 귀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아버지가 지킬 수 있어요.”나는 그 말을 말 장부에 옮기지 않았다. 소리가 한 말을 기록할 때는 소리에게 먼저 물었다. 그날은 소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종이 꾸러미를 작은 보자기에 싸서 서랍에 넣었다. 끈은 풀지 않았다.◓6월 21일 밤, 나는 보자기를 서재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건우는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서란의 붓 한 자루가 책상 끝에 놓여 있었다. 유성직은 문 옆에서 방 안을 살폈다. 문은 닫혀 있었고, 서재에는 세 사람의 숨소리가 들렸다.나는 보자기 매듭을 풀기 전에 건우를 보았다.“소리가 허락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께 맡기라고 했다고도 했습니다.”건우는 책상 위의 보자기를 보았다. 바로 손을 대지는 않았다.“소리가 직접 말했소?”“제 귀에 속삭였습니다. 제가 들은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그렇다면 열어 보시오.”나는 매듭을 풀었다. 안에는 종이 묶음이 있었다. 가장자리가 닳았고, 접힌 자리는 누렇게 변해 있었다. 맨 위의 장을 걷자 둥글게 쓴 글씨가 나왔다. 서란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건우가 붓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서란의 글씨요.”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글씨만 보고 사람을 정하지 않는 게 내 버릇이었다. 다만 건우는 서란의 붓을 한 번 만지고,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분이 적은 곳간 장부 사본입니다. 쓴 때와 적힌 내용은 확인해야 합니다.”유성직이 문 옆에서 한 걸음 다가왔다.“그럼 제가 먼저 훑어보겠습니다. 누구 이름이 적혀 있는지 확인하면 되겠습니까?”“이름부터 찾지는 않겠습니다. 입고와 출고가 맞는지 먼저 보죠.”“알겠습니다.”나는 종이 묶음을 건우 쪽으로 밀지 않았다. 세 사람이 한꺼번에 같은 장을 잡으면 종이가 찢어질 수 있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46화. 얼룩이 뱃속의 값

건우의 말이 끝난 뒤에도 소리는 한동안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벼루 옆에 놓인 붓을 가지런히 놓았다. 서재 책상 위에 펼쳐진 사본과 쪽지는 그대로 두었다. 건우는 소리의 어깨에 손을 댄 채 기다렸다.소리가 먼저 몸을 일으켰다. 얼룩이를 끌어안고 문 쪽을 보았다. 건우가 일어나자 소리는 그의 손을 잡았다. 나는 보자기를 들었다. 사본과 쪽지를 다시 담은 뒤, 소리가 이끄는 대로 방으로 들어갔다.6월 22일, 소리 방에는 얼룩이가 책상 위에 앉아 있었다. 소리는 인형을 침상에 눕히고 두 손으로 배를 쓸었다. 나는 보자기를 책상 한쪽에 놓고 방 안을 살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창호 틈으로 낮은 빛이 들어왔다.건우가 소리의 옆에 앉았다. 나는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누구도 서재의 일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소리는 얼룩이의 앞발을 바로 놓고, 인형이 옆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배 아래에 손을 받쳤다.그때 얼룩이의 배에 난 실밥이 눈에 들어왔다. 몸통의 천과 색이 다른 실이 짧게 이어져 있었다. 바늘땀이 새로워 보였다. 실 끝은 매듭으로 묶여 있었다.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소리야, 얼룩이 배에 새 실이 있네.”소리는 인형을 두 팔로 감쌌다. 고개를 숙인 채 실밥을 내려다봤다. 건우도 얼룩이를 보았지만 손대지 않았다.“이 실을 풀면 안에 있는 걸 볼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먼저 보고 싶니?”소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매듭을 한 번 눌렀다가 뗐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소리가 얼룩이를 안고 있어도 괜찮도록 책상 위를 비웠다. 사본을 넣은 보자기도 인형에서 떨어진 곳에 두었다.방 안에는 소리의 손끝이 천에 닿는 소리만 났다. 건우는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렸다. 나는 손을 접어 기다렸다. 얼룩이의 배에 난 실밥은 그대로였다.잠시 뒤 소리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입술이 내 귀 가까이 왔다.“지금 읽고 싶어요.”나는 소리를 보았다.“네가 원하면 실을 풀게. 네가 직접 해도 되고, 내가 해도 돼.”소리는 얼룩이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47화. 아버지에게 한 말의 값

건우의 무릎 위에 앉은 소리는 얼룩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건우는 등을 곧게 세운 채 아이를 받쳤다. 방 안에는 낮은 등잔불이 있었고, 책상 위에는 서란의 편지가 접힌 채 놓여 있었다.소리는 건우의 옷자락을 쥐고 있었다. 한동안 입술만 움직였다. 건우는 재촉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소리의 등을 쓸지도 않았다. 손바닥을 무릎에 얹은 채, 소리가 고개를 들 때까지 기다렸다.소리가 숨을 들이켰다.“아버지.”건우의 눈이 소리의 얼굴에 머물렀다. 소리는 얼룩이의 귀를 만지다가 말을 이었다.“엄마가 글을 남겼어요. 엄마 글씨를 아버지가 읽어 줬어요. 저는 그 글을 보고 울었어요. 아버지가 안아 줬어요. 그때는 괜찮았어요.”소리가 한 문장씩 말을 멈출 때마다 나는 손가락으로 마디를 셌다. 방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나는 문밖에 앉아 말 장부를 무릎에 올렸다. 방 안에서 소리의 목소리가 끊기면 손가락을 하나 접었다.건우의 눈가가 붉어졌다. 소리는 그 얼굴을 올려다봤다.“아버지, 눈이 빨개요.”건우는 입술을 다물었다. 눈가에 맺힌 물기가 뺨을 타고 내려왔다. 그는 급히 닦지 않았다. 소리도 손을 뻗지 않았다. 얼룩이를 건우의 무릎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았다.“아버지가 울어도 돼요.”건우는 소리의 손을 바라봤다. 목소리를 내기까지 조금 기다렸다.“그래도 되겠소?”“네. 저도 울었어요.”건우의 숨이 짧게 멎었다가 이어졌다. 소리는 그의 소매를 놓지 않았다.◓나는 방문 밖에서 장부를 펼쳤다. 글을 적을 자리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먹과 붓은 가져왔지만 아직 붓에 먹을 묻히지 않았다. 방 안의 말이 끝나기 전에 기록부터 남기고 싶지 않았다.소리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손가락을 접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수를 다시 셌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문틈으로 들렸다. 소리가 말하는 동안 건우는 끼어들지 않았다.“아버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요.”잠시 멈췄다가, 소리가 다음 말을 꺼냈다.“제가 자고 있으면 방문을 열어 봐요.”건우가 고개를 숙였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48화. 증거 한 줄의 값

건우는 소리의 손을 놓지 않았다. 소리는 얼룩이를 가슴에 안은 채 그의 무릎에 기대 있었다. 방 안에는 물그릇이 식어 가는 소리만 들렸다.나는 장부를 덮고 문밖에서 일어났다. 오늘 적을 말은 충분했다. 소리가 더 말하고 싶다면 그때 다시 펴면 됐다.건우가 나를 보았다.“보모, 잠시 이야기할 수 있겠소?”“소리가 잠든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소리는 얼룩이의 귀를 손끝으로 접었다 폈다.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오 어멈에게 물그릇을 부탁하고, 소리가 잠들 때까지 방문 가까이에 앉아 있었다.소리는 건우의 소매를 쥔 채 잠들었다. 건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저릴 만도 했지만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 내가 이불 끝을 정리하려 하자 소리가 눈을 떴다.“이불이 내려왔어.”소리는 내 말을 듣고 턱 밑까지 이불을 끌어올렸다. 얼룩이도 함께 감쌌다. 건우가 천천히 손을 뺐다. 소리는 깨지 않았다.방 밖으로 나온 건우는 서재 쪽을 보았다.“서란이 남긴 장부를 성직에게 맡기고 싶소.”“지금 맡기시려는 까닭이 있으십니까?”“변 집사가 찾고 있소. 서재 벽장만 뒤진 것이 아니오.”그 말에 나는 복도 끝을 살폈다. 큰마당 쪽에서 발소리가 지나갔다. 열쇠 꾸러미가 부딪히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장부가 밖으로 나가면 소리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그렇소. 그래서 성직에게 맡기되, 곧바로 고발하지 않겠소.”“무엇을 더 확인하실 건가요?”“소작미 기록과 맞는지 살펴야 하오. 장부 한 권만으로는 쌀이 어디로 갔는지 다 밝힐 수 없소.”나는 소매 안의 주판알 세 개를 만졌다. 장부에 적힌 수는 분명했다. 올해 들어온 소작미는 480섬이었다. 곳간 장부에는 694섬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만 차이를 적었다고 해서 쌀이 움직인 길까지 드러나는 건 아니었다.“사본을 맡기기 전에, 집사님이 다시 손댈 수 없는 상태로 두어야 합니다.”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겠소. 성직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게 보관할 것이오.”나는 그를 보았다.“소리가 말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49화. 곳간 열쇠의 값

성직의 목소리가 들리자 변 집사의 손이 문틀에서 떨어졌다. 문은 더 열리지 않았다. 나는 문 앞에 선 채 소리의 방을 등졌다.“손을 내렸습니다.”“방에서 물러나시오.”성직이 한 걸음 다가왔다. 변 집사는 등잔을 든 손을 내렸지만 방 안을 들여다보려는 눈은 거두지 않았다. 허리의 열쇠 꾸러미가 흔들렸다. 나는 문고리에 손을 얹고 문틈을 좁혔다.“성직 나리, 집사님이 잠든 아이를 보겠다고 하셨습니다.”“하영 씨, 아이 곁으로 가시오. 문은 내가 지키겠소.”“소리가 깨면 제가 부르겠습니다.”성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기 직전, 변 집사의 등잔불이 문틈에서 사라졌다.소리는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리고 있었다. 얼룩이의 귀만 이불 밖에 나와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이불 끝을 접어 주었다. 소리는 내 손을 바라보다가 얼룩이의 귀를 안으로 넣었다.“괜찮아. 성직 나리가 문 앞에 계셔.”소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이불 위에 올려놓고 한 번 접었다가 폈다. 나는 그 손가락을 세지 않았다. 아이가 스스로 수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복도에서는 낮은 목소리가 오갔다. 건우가 변 집사에게 자택 근신을 명했다. 성직은 문 앞을 지키기로 했다. 변 집사는 자기 방을 벗어나지 말라는 말을 듣고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군 나리, 집안 살림을 맡은 사람을 밖에 세워 두시면 곳간은 누가 봅니까?”“곳간 열쇠를 내놓으시오.”“곳간 열쇠가 몇 개인지 아십니까?”“알고 있소. 내놓으시오.”열쇠 꾸러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하나, 또 하나. 성직이 열쇠를 받아 갔다. 변 집사는 마지막 열쇠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집사님.”건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아이 방에 들어가려 한 까닭부터 말하시오.”“잠든 아이가 있는지 확인하려 했습니다.”“문을 열려고 하면서 안을 보지 않았다고 하겠소?”변 집사는 입을 다물었다. 잠시 뒤 마지막 열쇠가 바닥에 닿았다. 성직이 그 열쇠를 주웠다.“오늘부터 집사님은 자기 방에서 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50화. 관할의 값

“이 장부를 맡길 곳이 종정부인데, 그 우두머리가 진평군이오.”건우의 말이 끝난 뒤에도 나는 탁자 위의 종이를 보았다. 종정부에서 적어 준 종이에는 진평군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성직 나리가 맡은 보자기는 그 옆에 놓여 있었다. 보자기 매듭은 풀리지 않았다.“진평군이 살피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그렇소.”“다만 다른 곳에서 확인할 길도 있어야 합니다.”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도 곧장 말을 잇지 않았다. 종이 한 장이 탁자 가운데 놓여 있었고, 그 위로 등잔불이 비쳤다.나는 주판알 세 개를 소매에서 꺼냈다. 탁자 위에 줄을 맞춰 놓았다. 손끝으로 하나씩 굴려 보았다. 숫자를 다시 셀 생각은 아니었다. 내가 이미 확인한 것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을 나누려 했다.“곳간에 들어온 소작미는 480섬이었습니다. 장부에는 694섬이 적혀 있고, 그 차이는 214섬입니다.”“그 수는 확인했소.”“예. 그런데 입고 기록을 모두 소작미라고 부를 수 있는지 다시 봐야겠습니다.”성직이 보자기 곁에서 고개를 들었다.“다른 곡식이 섞였다는 뜻이오?”“곡식이 아니라, 들어온 까닭이 다를 수 있습니다.”나는 옆에 놓인 기록을 펼쳤다. 서란의 장부 사본은 성직 나리가 맡고 있었다. 내가 읽는 것은 성직 나리가 보관하던 기록을 건우가 옮겨 적어 둔 부분이었다. 원본처럼 내놓을 수는 없어도, 적힌 항목을 다시 살피는 데는 쓸 수 있었다.“종정부에 갔을 때는 소작미와 곳간의 전체 수만 보았습니다. 하지만 서란은 쌀이 들어온 까닭도 따로 적었습니다.”건우가 기록을 내 쪽으로 밀어 주었다. 종이는 가장자리가 조금 말려 있었다. 나는 손바닥으로 종이 끝을 눌렀다. 소매 끝에 묻은 먹이 기록에 닿지 않도록 손을 옮겼다.“어떤 항목을 찾을 생각이오?”“소작미가 아닌 쌀입니다. 이름이 붙어 있다면, 그 쌀을 살피는 곳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성직이 보자기의 매듭을 한 번 살폈다.“그런 항목이 있으면 처음부터 나누어 적혔을 것이오. 다만 사본이 아니라 원본으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25
Leer más
ANTERIOR
1
...
345678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