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감찰원 시험장 앞에 응시자들이 줄을 섰다. 나는 소매 속 주판알 세 개를 손끝으로 밀어 보았다. 하나, 둘, 셋. 빠진 알은 없었다.“여기가 셈 도감 서리 시험장 맞습니까?”내가 묻자 문 앞의 관리가 시험지를 든 채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이름을 확인하십시오. 시험이 시작되면 자리를 바꿀 수 없습니다.”시험장 안에는 긴 책상이 놓여 있었다. 먹과 붓, 답안 종이는 자리에 이미 준비돼 있었다. 나는 이름이 적힌 자리를 찾아 앉았다. 손등의 먹물 점이 종이에 닿지 않도록 손을 책상 아래로 내렸다.옆자리 응시자는 내 소매를 한 번 보고는 앞을 향했다. 맞은편에 앉은 사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대군부에서 아이를 돌보던 사람이 셈 시험을 본다더군.”“그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보모 삯만으로는 부족했겠지요.”“그 집 곳간 일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건 대군부 일이니 감찰원 셈과는 다르지 않겠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험관이 앞쪽 탁자에 시험지를 놓는 소리가 났다. 종이 모서리가 책상에 닿았다.“응시자는 자리에 앉으십시오. 시험은 시작 알림 뒤에 펼치십시오. 서로 말을 나누거나 다른 답안을 보는 일은 허락하지 않습니다.”응시자들이 등을 폈다. 나는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책상 아래에서 주판알 하나가 손바닥을 굴렀다. 손가락으로 붙잡아 제자리에 놓았다.시험관이 시험지를 한 장씩 돌렸다. 내 앞에 종이가 놓였다. 나는 시험관이 시작을 알릴 때까지 손대지 않았다.“시작하십시오.”종이를 펼치자 첫 문제 위에 환산 기준이 적혀 있었다. 1섬은 10말, 1말은 10되, 1되에는 10홉이 들었다. 기준은 그 아래에도 한 번 더 쓰여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종이의 첫 줄을 짚었다.문제는 2섬 3말 4되 5홉을 되와 홉으로 나타내라는 것이었다.2섬은 200말이 아니라 20말이었다. 한 섬에 10말이 들었다. 20말은 200되였다. 3말은 30되. 거기에 4되를 더하면 234되였다. 5홉은 그대로 남았다.나는 답안에 2
최신 업데이트 : 2026-10-2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