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나루터 사공이 되었더니 첫 배 손님이 다리 놓을 자리를 나에게 묻는다: Capítulo 31 - Capítul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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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새남 생일

탁순 할멈이 주막 평상 위에 떡을 내려놓았다. 김이 오르는 그릇 옆으로 흰 떡이 가지런히 놓였다.“새남아, 오늘은 네가 먼저 먹어.”새남은 손을 무릎에 붙인 채 앉아 있었다. 눈은 떡에 가 있었지만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제가 먼저 먹어도 돼요?”“생일인데 누구 허락을 또 받아.”“사공님도 아직 안 드셨잖아요.”한여울은 새남 앞에 숟가락을 놓았다.“네 생일상이야. 먼저 먹어.”새남은 숟가락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손바닥을 바지에 문지르고 다시 숟가락을 쥐었다.“오늘부터 열네 살이에요.”“그래. 그러니까 숟가락을 들고 떡부터 먹어.”탁순 할멈이 국그릇을 새남 앞에 놓았다. 솥에서 퍼 온 국물 냄새가 주막 안에 퍼졌다. 새남은 국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고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뜨겁다.”“식혀서 먹어. 생일이라고 입천장까지 데울 건 없잖아.”달삼이 평상 끝에서 크게 웃었다. 모자가 무릎 위로 떨어졌지만 줍지 않았다.“열네 살이면 이제 사공 어깨도 따라잡겠네.”“달삼 사공님 어깨는 못 따라잡아요.”“그건 그렇지. 내가 어깨 하나는 넉넉하니까.”하돌은 담뱃대를 손에서 굴리며 새남을 보았다.“어깨만 넉넉하면 뭐 하냐. 노를 놓치는데.”새남이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대답했다.“오늘은 안 놓칠 거예요.”“생일에는 노를 안 젓잖아.”“그러니까 오늘은 안 놓친다고요.”탁순 할멈이 새남의 그릇에 국물을 더 부었다. 새남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할멈을 올려다봤다.“할멈, 저 많이 먹을 수 있어요.”“많이 먹으라고 주는 거야. 네가 배에서 밥을 한 숟갈씩 남기니까 그렇지.”“남긴 적 없어요.”“어제 그릇에 밥알이 붙어 있었어.”“그건 그릇이 작아서요.”“밥알이 작았겠지.”탁순 할멈이 웃으며 새남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새남은 고개를 피하려다 국그릇을 건드렸다. 여울이 그릇 가장자리를 잡아 제자리에 놓았다.“밥 먹을 때는 가만히 있어.”“네.”주막 문이 열렸다. 도원이 문턱에서 모자를 벗었다. 여울은 평상 사이에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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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조합

도원은 모자를 벗은 손을 내리지 않았다.“재 보겠습니다.”“사공님을 업는 걸 재겠다는 거예요?”달삼이 눈을 크게 떴다. 새남은 입을 벌린 채 도원과 여울을 번갈아 보았다. 탁순 할멈은 국자를 든 손을 멈췄고, 하돌은 담뱃대를 입에서 뗐다.도원은 여울을 보았다.“새남이 제가 사공님을 업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그러니까 그걸 왜 재요?”“무리해서 넘어지면 다칠 수 있습니다.”“전 업어 달라고 한 적 없어요.”여울이 잘라 말했다. 새남은 어깨를 움츠렸다.“제가 물어봤어요.”“네가 물어본 건 알아. 생일이라고 사람을 업어 보라는 건 아니야.”“그럼 아저씨가 안 업어도 돼요.”새남이 한발 물러섰다. 도원은 무릎 위에 둔 모자를 내려다봤다.“그럼 재지 않겠습니다.”“재긴 뭘 재. 앉아요. 생일상 치우기 전에 다들 국이나 더 먹어요.”탁순 할멈이 다시 국자를 움직였다. 국물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달삼은 웃음을 참다가 결국 크게 웃었다.“사공 아가씨가 안 된다고 하니 측량관님도 바로 접는군.”“안 된다고 하셨습니다.”“저건 말이 그렇다는 거지, 꼭 안 된다는 건 아니지.”여울이 달삼을 쳐다봤다.“달삼 사공님.”“알았네. 입 다물겠네.”달삼은 입을 다물고도 웃었다. 새남은 자리로 돌아와 종이배를 접던 동실 옆에 앉았다. 동실은 종이배의 눌린 귀를 손톱으로 펴고 있었다.“새남 오빠, 아저씨가 사공님을 업으면 배처럼 가요?”“사람은 배가 아니야.”“그럼 어디로 가요?”“안 가. 그냥 업는 거야.”동실은 도원의 모자를 보았다.“모자도 같이 업혀요?”“모자는 내가 들고 있으면 됩니다.”도원이 답했다. 동실은 모자를 한참 살피다가 종이배를 무릎에 내려놓았다.“그럼 모자는 안 업혀도 되겠네.”“그렇습니다.”탁순 할멈이 국그릇을 새남 앞으로 밀었다.“얘야, 국부터 먹어. 말하다가 식겠다.”새남은 그릇을 받아 들었다. 여울은 평상 위에 남은 떡 접시를 치우고 그릇을 한쪽으로 모았다. 달삼이 발로 평상 아래를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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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첫 묶음표

도원은 서류를 펼쳐 평상 위에 놓았다. 여울이 적은 이름 아래로 조합원들의 이름이 이어져 있었다. 빈칸은 남아 있었고, 도원은 그 옆에 작은 종잇장을 가지런히 놓았다.『건너고 먹고』여울은 글자를 읽고 종이를 들었다. 뱃삯과 국밥 할인을 함께 적은 묶음표였다. 버들주막에서 국밥을 먹을 때 내면 값을 덜 받기로 했다. 여울은 종이를 앞뒤로 살핀 뒤 새남에게 건넸다.“이걸 손님한테 나눠 주면 돼요?”“배에 탄 분께 드리고, 국밥을 먹으러 가면 주막에 내면 됩니다.”도원이 짧게 설명했다.“배에서 받는 돈은 그대로 4푼이고요?”“그렇습니다. 국밥 값만 줄어듭니다.”“그럼 배에서 먼저 돈을 내고, 주막에 가서 이걸 내는 거네요.”새남은 종잇장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도원이 적은 글자가 번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모양이었다.“잃어버리면요?”“다시 받으면 되지.”여울이 답했다.“대신 국밥을 먹지 않은 사람한테는 묶음표를 주지 마. 배만 타는 손님은 뱃삯만 내면 돼.”“배에서 국밥 먹을 거냐고 물어보고 주면 되겠네요.”“그래. 손님이 원할 때만.”도원은 준비해 둔 종잇장 더미를 세어 보았다. 숫자를 입으로 읊지 않고 손가락으로 장수를 확인했다.“많이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더 필요하면 그때 적겠습니다.”“처음부터 잔뜩 만들면 남을 수도 있죠.”“맞습니다.”여울은 묶음표를 한 장 집어 들고 버들주막 쪽으로 걸었다. 탁순 할멈은 평상에 앉아 외상 장부를 펼쳐 놓고 있었다. 장부 위에 손바닥을 얹은 채 국솥을 살피던 할멈이 여울을 보았다.“그게 오늘부터 쓸 거야?”“네. 배에서 손님이 받아 가고, 국밥을 드시면 여기 내면 돼요.”여울이 묶음표를 내밀었다. 탁순 할멈은 받아 들고 글자를 읽었다. 손가락으로 국밥 할인이라는 말을 짚었다.“국밥을 얼마나 깎아 주면 돼?”“정한 만큼만요. 손님마다 다르게 받으면 안 돼요.”“알고 있어. 한 장을 내면 누구든 같은 값이지.”탁순 할멈은 장부 옆에 묶음표를 놓았다.“그럼 이건 외상 장부에 적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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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뗏목 금지 구역

수운청 안쪽 탁자에 펼친 안건 위로 명치의 손가락이 멈췄다.“측량관님, 이대로 올리면 뗏목방 허가와 부딪힙니다.”도원은 탁자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모자는 옆에 두었고 소매는 걷혀 있었다. 손목에 남은 먹줄 자국이 종이 가장자리에 닿았다. 도원은 손을 거두고 명치가 짚은 문장을 읽었다.『버들나루 앞 물길에서 뗏목 운행을 금한다.』“허가를 받은 물길인데 금할 수 있습니까?”“지금 적힌 문장만으로는 어렵습니다.”명치는 말끝을 낮췄다. 맞은편 서기들은 각자 맡은 서류를 정리하면서도 탁자 쪽을 살폈다. 붓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몇 번 이어졌다가 끊겼다.도원은 안건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문장을 바꾸겠습니다.”“운행을 금하는 대신, 나루 앞을 지나는 걸 제한하시겠습니까?”“그렇습니다.”도원은 붓을 들었다. 잉크를 충분히 묻힌 뒤 기존 문장 아래에 새 문장을 적었다.『버들나루 앞 나룻배 운행 구역을 뗏목이 지나지 못하게 한다. 뗏목은 정해진 바깥 물길을 이용한다.』명치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뗏목 운행을 금한다’보다 범위가 좁았다. 장칠수의 허가를 없애지 않으면서 나루 앞에서 배와 뗏목이 마주치는 일을 막으려는 안이었다.“바깥 물길은 어디까지입니까?”“허가된 뗏목 물길 안에서 나루 선착장과 겹치지 않는 곳입니다.”“허가서에는 나루 앞까지 지나갈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그러니 허가를 취소하자는 안이 아닙니다. 나루 앞의 운행 구역을 따로 정하자는 겁니다.”명치는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눈길이 문장 끝에서 한참 머물렀다.“구역을 나누면 뗏목방에서 길이 막힌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렇다면 그쪽이 말하는 길과 나루 배가 다니는 길을 나란히 놓고 확인해야 합니다.”“여기서요?”“여기서 검토한 다음, 필요하면 현장에서 재겠습니다.”명치는 붓을 쥔 손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손가락 끝에 먹이 조금 묻어 있었다. 그는 손을 소매에 닦으려다 멈췄다.“현장에 가면 장칠수도 올 겁니다.”“올 수 있습니다.”“그 사람은 허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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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물이 알려 준 날

첫 종이 울리기 전, 여울은 나루 말뚝에 묶인 배를 풀지 않았다.강에서 물비린내가 짙게 났다. 밤새 물이 빠진 뒤에도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여울은 선착장 끝에 쪼그려 앉아 물에 손가락을 담갔다. 손끝을 빼자 가느다란 모래가 묻어났다. 물살은 겉으로는 잔잔했지만, 아래쪽에서 자꾸 손가락을 밀었다.여울은 허리의 물때 매듭 줄을 풀었다. 하루 한 칸씩 묶어 둔 매듭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어제의 매듭과 오늘의 매듭 사이에 새 매듭을 만들고, 젖은 손으로 줄을 잡아당겼다. 매듭이 닿은 자리에 물이 살짝 찼다.새남이 빈 바구니를 든 채 선착장으로 뛰어왔다. 발소리가 널판을 울렸다.“사공님, 첫 종이 곧 울려요. 배부터 풀까요?”“잠깐 기다려.”“손님이 벌써 와 있어요.”새남이 나루 쪽을 돌아봤다. 버드나무 아래에 동실과 할머니가 서 있었다. 할머니는 광주리를 팔에 걸고 강 건너편을 살폈다. 동실은 종이배를 손에 쥐고 있었다.여울은 손가락에 묻은 모래를 물에 씻었다.“오늘은 배를 조금 위에서 띄워야 해.”새남이 선착장 아래를 내려다봤다.“물은 어제보다 낮아 보이는데요.”“낮아 보여서 그래.”여울은 배의 밧줄을 가리켰다. 새남이 말뚝에서 줄을 풀기 전에 여울이 손바닥을 들어 막았다.“지금 풀면 배가 아래로 밀려. 먼저 위쪽으로 옮기자.”“첫 손님은요?”“기다려 달라고 해.”새남은 입을 벌렸다가 다물고 손님들 쪽으로 갔다. 여울은 배 옆으로 돌아가 밧줄을 잡았다. 배 밑바닥이 널판에 닿아 둔한 소리를 냈다. 물살이 밧줄을 잡아당겼다.여울은 매듭 줄을 허리춤에 다시 감았다. 줄 끝을 손가락으로 눌러 오늘의 물높이를 기억했다. 냄새가 짙은 날에는 물밑이 빠르게 바뀌었다. 지금은 물이 내려가면서 모래를 끌고 있었다. 강 한가운데의 얕은 곳에 모래가 쌓이면, 무거운 배는 방향을 바꾸기 어려웠다.도원이 줄과 납추를 어깨에 메고 나루로 왔다. 소매는 걷혀 있었고 손목에 먹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여울 앞에서 모자를 벗었다.“배를 띄우지 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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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감사 인사

“3푼 배가 아니라 나룻배를 탔어야 했어!”승객의 말에 여울은 뱃전에 걸친 노를 놓지 않았다. 선착장에 있던 사람들이 그쪽을 돌아봤다. 승객은 젖은 옷자락을 털다가 손을 멈췄다. 옆에 선 사공이 뗏목배 쪽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을 들으니 이제야 숨이 놓이네.”“살아 돌아왔으니 하는 말이지. 아까는 누구 탓할 정신도 없었어.”“짐을 두고 오라고 해 준 사공님 말이 맞았어요. 꾸러미 하나 붙들고 있었으면 배에 못 올랐을 거요.”여울은 고개를 끄덕이고 널판 위에 걸린 밧줄을 걷었다. 물에 젖은 밧줄이 무거웠다. 손바닥에 밧줄 자국이 붉게 남았지만, 여울은 손을 털고 다음 배를 살폈다.“배 안쪽 물부터 퍼요. 바닥에 남았어요.”새남이 빈 바가지를 들고 배에 올라탔다.“제가 할게요!”“발 조심해. 널판이 젖었어.”“네. 이번엔 안 미끄러져요.”새남은 바가지를 배 밑에 밀어 넣었다. 물을 퍼서 강에 버릴 때마다 바가지가 뱃전에 부딪혔다. 달삼은 배를 끌어 올리려다 손을 털었다. 그의 팔뚝에 밧줄이 스친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이보게, 여울. 사람들은 다 내렸지?”“눈으로 확인했어요. 뗏목배에 남은 사람도 없어요.”“그럼 배부터 묶자. 물살이 아직 밀어.”하돌이 말없이 말뚝의 밧줄을 받았다. 여울이 밧줄 끝을 건네자 하돌은 매듭을 풀고 다시 단단히 감았다.“어제 물을 읽은 덕을 봤네.”“조합원들이 배를 다 내 주셔서 가능했어요.”“그 말은 나중에 해. 배가 또 밀리잖아.”하돌은 매듭을 당겼다. 여울은 뱃머리가 말뚝에 닿지 않는지 확인한 뒤, 밧줄을 한번 눌러 보았다.나루로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뗏목배에서 건너온 승객들이었다. 누군가는 젖은 옷을 갈아입고 왔고, 누군가는 짐을 찾으러 돌아왔다. 동실 할머니는 엿 광주리를 팔에 걸고 탁순 할멈의 주막 쪽에서 걸어왔다. 동실은 할머니 곁에서 종이배를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사공님, 어제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어요.”한 승객이 여울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여울은 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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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밤새 쓴 장부

도원은 서류를 묶던 손을 멈췄다. 여울의 말이 끝나자 새남이 그릇을 들고 주막 쪽에서 돌아왔다. 물을 다 마신 그릇을 탁순 할멈에게 건네고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측량관님 것도 장부에 안 적는 거예요?”“오늘은 그렇다고 하셨습니다.”도원이 대답했다.“그럼 오늘은 공짜예요?”“새남.”여울이 짧게 불렀다. 새남은 그릇을 등 뒤로 감췄다.“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오늘 건 내가 정한 일이야. 다른 손님까지 공짜로 태운다는 말은 아니야.”“그럼 다행이에요. 내일 손님들이 다 공짜인 줄 알면 곤란하잖아요.”“그럴 일 없게 말해 둘게요.”새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빈 그릇을 주막 안으로 가져갔다. 탁순 할멈은 그릇을 받아 솥 옆에 놓고, 여울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얘야, 손님들한테 고맙다는 말 듣고 뱃삯까지 안 받으면 너는 뭘로 배를 고치려고 그러니?”여울은 도원을 보았다. 탁순 할멈의 말은 주막 앞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들렸다. 젖은 옷을 말리던 승객이 그릇을 내려놓고 두 사람을 살폈다.“오늘은 인사를 받는 날이에요.”“인사만 받으면 배 밑바닥이 저절로 고쳐지니?”“그렇진 않죠.”“그러니까 장부는 써야지.”할멈은 외상 장부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 주머니 위를 한번 눌러 보고, 솥에 물을 더 부었다.도원은 서류 묶음을 평상에 내려놓았다.“오늘 뱃삯을 받지 않으시겠다면, 제가 억지로 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장부에서 지우는 것과 장부에 적지 않는 건 다릅니다.”“오늘은 그 차이를 따질 날이 아니에요.”여울은 널판 위에 놓인 밧줄을 정리했다. 한쪽 끝이 아직 축축했다. 손바닥으로 물기를 훑고 말뚝에 걸었다.“오늘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낸 값은 이미 충분해요.”“제가 낸 값도 그 사람들 몫으로 돌리겠다는 뜻입니까?”“측량관님이 뭘 내든 오늘은 따로 적지 않을 거예요.”“알겠습니다.”도원은 더 묻지 않았다.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 평상 위 서류의 모서리를 맞췄다. 여울은 잠깐 그 손을 보다가 허리에 매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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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거절

여울은 청원서의 모서리가 구겨지지 않도록 양손으로 받쳐 들었다. 수운청 문 앞에는 장날에 맞춰 서류를 내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안쪽에서 붓을 씻는 물소리가 났고, 문지기는 출입을 살피며 한 사람씩 안으로 들였다.도원은 여울에게서 청원서를 받아 들었다. 열두 사람의 이름이 아래에 가지런히 적혀 있었다. 먹이 번진 자국은 없었다.“제가 먼저 내겠습니다.”“저도 같이 들어갈게요. 제 이름도 들어 있어요.”“그렇지만 안에서 제게 물을 겁니다. 제가 답하겠습니다.”“제 장부에서 나온 숫자예요. 제가 설명할 수 있어요.”도원은 청원서를 한 번 내려다봤다.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 종이 끝을 눌러 구겨지지 않게 했다.“사공님이 쓴 기록이라는 점은 말씀드리겠습니다. 물으시면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물으시지 않으면요?”“그때는 제가 먼저 말씀드릴 수 있는 범위에서 답하겠습니다.”여울은 문 안쪽을 봤다. 줄에 선 사람 하나가 두루마리 종이를 품에 넣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에 선 사람은 손에 든 종이를 몇 번이나 펼쳐 확인했다. 여울의 장부를 빌려 적은 숫자와 열두 사람의 이름이 저 안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지 생각하자, 손가락이 종이 가장자리를 세게 눌렀다.“제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어요.”“아직 듣지 않으셨습니다.”도원은 짧게 말하고 문지기 쪽으로 걸어갔다. 여울도 뒤따랐다.문지기는 도원의 옷차림과 어깨에 멘 측심 줄을 확인했다. 도원이 이름을 말하자 문지기는 길을 열어 주었다. 여울이 그 뒤로 들어서려 하자 팔을 들어 막았다.“사공님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청원서에 제 이름이 있어요.”“문서를 내는 사람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밖에 있어야 합니다.”“저 사람은 들어가고 저는 못 들어가요?”여울은 앞서 들어간 사람을 가리켰다. 그 사람은 안쪽 책상에 종이를 놓고 서기에게 청원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다.“저 사람은 문서를 맡은 사람입니다.”“저도 맡았어요. 이 글은 제가 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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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강가 평상

빗물이 평상 널판의 틈으로 흘러내렸다. 여울은 무릎 위에 물때 매듭 줄을 올리고, 젖은 매듭을 손톱으로 하나씩 눌렀다. 물을 먹은 노끈은 평소보다 무거웠다.“그렇게 누르면 매듭이 더 조여.”탁순 할멈이 주막 쪽에서 말했다. 평상 끝에는 김이 나는 국그릇이 놓여 있었다. 할멈은 그릇 옆의 외상 장부를 가슴에 끌어안고 비를 살폈다.“풀려서 다시 묶는 것보다 나아요.”“줄이 물을 먹었는데 지금 풀면 더 안 풀려.”“알아요.”“알면서도 손이 먼저 가는구나.”여울은 줄을 내려놓고 국그릇을 들었다. 국물에서 파 냄새가 났다. 입술을 대자 뜨거운 김이 뺨에 닿았다.“할멈은 안 드세요?”“나는 주방에서 먹었어. 네가 먹어.”“이거 외상으로 적으셨어요?”“그릇값만 적었지.”탁순은 목에 건 주머니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 안에 든 외상 장부가 바스락거렸다.“비 오는 날 국물까지 먹고 그릇값만 내면 손해 아니에요?”“그럼 네가 국솥을 끓여 보든가.”“배 끓이는 일도 바빠요.”“그러니까 먹어.”여울은 국물을 두 숟갈 더 떴다. 비는 버드나무 잎을 때리고 널판 아래로 떨어졌다. 나루의 밧줄은 말뚝에 단단히 감겨 있었다. 물가에서 물살이 둔하게 부딪쳤다.탁순은 여울의 무릎 위 줄을 보더니 눈을 좁혔다.“그 줄도 오늘은 쉬게 둬.”“매듭이 젖었어요. 마르기 전에 살펴야 해요.”“네 손도 젖었고.”“손은 괜찮아요.”“그 말 하는 손이 괜찮은 손은 아니더라.”여울은 그릇을 내려놓고 손바닥을 폈다. 굳은살 사이에 물이 고여 있었다. 손가락을 오므리자 물이 손금 사이로 빠졌다.“이 정도는 괜찮아요.”“네가 괜찮다고 하면 다 괜찮은 줄 알아야 하니?”탁순은 평상 옆 기둥에 걸린 우산을 가져왔다. 손잡이에 빗물이 흘러 있었다. 우산을 펴 보려다 말고, 평상 한쪽에 조용히 기대 놓았다.“우산은 누가 쓰라고 두셨어요?”“비 맞는 사람이 쓰라고 두지.”“할멈은 주막으로 들어가시잖아요.”“나는 비를 안 맞아.”탁순은 평상에 놓인 빈 그릇을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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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정식

여울은 두 줄이 이어진 매듭을 손끝으로 눌렀다. 도원의 말이 비에 젖은 평상 위에 남아 있었다.“마주 보는 사이가 어떤 건데요?”도원은 모자를 무릎에 놓은 채 여울을 바라봤다. 대답하기 전에 줄을 감는 버릇이 나왔지만, 모자가 손에 닿아 있었다. 그는 모자 가장자리만 한 번 눌렀다.“제가 사공님께 숨기지 않고 말하는 사이입니다. 사공님이 제게 묻고, 제가 답하는 사이요.”“그건 지금도 하고 있잖아요.”“그렇습니다. 다만 제 마음도 묻지 않으셔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여울은 줄을 무릎에서 내려 평상에 놓았다. 젖은 매듭에 빗물이 맺혀 있었다. 방금 바꿔 묶은 곳은 다른 매듭보다 두툼했다.“그럼 제가 싫다고 하면요?”“그 말씀을 듣겠습니다.”“다시 묻지 않고요?”“네.”“제가 지금 답하지 않으면요?”“기다리겠습니다.”여울은 도원의 손을 봤다. 그 손은 줄에서 떨어져 있었다. 잡으려 들지도, 제 대답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도원은 늘 숫자를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 마음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는지는 여울이 알지 못했다.“마주 보는 사이는 측량관님이 정하는 게 아니에요.”“알고 있습니다.”“제가 먼저 말해도 기다릴 거예요?”“네.”“그럼 기다려 봐요.”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울은 젖은 줄을 걷어 허리춤에 넣었다. 매듭이 옷자락에 걸리지 않게 손으로 눌러 정리했다.“평상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저녁 배 준비를 놓칠 뻔했어요.”“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오늘은 달맞이 배를 띄울 거예요.”“제가 타도 됩니까?”“그걸 물으셨으니 답할게요. 타세요.”도원은 모자를 썼다. 여울은 평상 끝의 우산을 들어 펼쳤다. 한쪽 어깨가 젖을 만큼 작은 우산이었지만, 둘은 나란히 주막 쪽으로 걸었다. 도원이 우산 손잡이를 잡으려 하자 여울이 손잡이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제가 들게요.”“제가 들겠습니다.”“측량관님은 줄이랑 납추도 들고 있잖아요.”“지금은 내려놨습니다.”“그럼 다음에 드세요.”도원은 더 말하지 않았다. 우산 끝에서 빗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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