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루터 사공이 되었더니 첫 배 손님이 다리 놓을 자리를 나에게 묻는다: Chapter 11 - Chapter 20

80 Chapters

11화. 안개 주의

노 끝이 물에 닿기 전에 안개가 먼저 배를 덮었다.여울은 손을 멈췄다. 강 건너 버드나무도, 맞은편 선착장도 보이지 않았다. 나루 입구의 나무 세 그루가 희미한 덩어리로 남아 있었다. 물비린내가 평소보다 짙었다.“새남아, 줄 풀지 마.”“네.”새남은 배 고리에 걸어 둔 묶음줄을 다시 감았다. 줄이 팽팽해지자 손바닥을 털었다.“안개가 이러면 첫 배는 쉬는 거 아니에요?”“배가 나갈 수 있는지 먼저 봐야지.”“맞은편이 안 보이는데요.”“안 보이는 것과 못 가는 건 달라.”여울은 허리의 물때 매듭 줄을 풀었다. 손끝으로 어제 매듭을 짚고, 그 옆에 오늘 물살을 적을 자리를 남겼다. 줄을 강물 가까이 내리자 찬 기운이 손가락에 닿았다. 물은 선착장 기둥을 따라 조용히 흘렀다. 겉으로는 느려도 바닥 물살은 달랐다.도원은 배 앞에 서서 모자를 벗었다. 어깨의 측심 줄을 풀어 납추를 달았다.“재 보겠습니다.”여울은 고개를 끄덕였다.도원이 납추를 물에 내렸다. 줄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매듭 하나가 물에 잠기고, 다음 매듭도 잠겼다. 도원은 줄이 팽팽해지는 곳에서 손을 멈췄다.“바닥이 어제보다 높습니다.”“얼마나 달라요?”“1뼘은 안 됩니다.”“강 가운데도요?”“아직 모릅니다. 나가서 재야 합니다.”여울은 물때 매듭 줄을 다시 손에 감았다. 노를 들기 전에 물 냄새를 맡았다. 진흙 냄새가 나루 쪽에서 올라왔다. 상류에서 온 물이 선착장 앞을 비껴가고 있었다.“배는 띄울 수 있어요. 다만 맞은편으로 바로 가지 않을 겁니다.”“어느 쪽으로 갑니까?”“물살이 밀어 주는 쪽을 먼저 봐야 해요.”도원은 측심 줄을 거두지 않았다.“알겠습니다.”첫 종이 울렸다. 안개 안쪽에서 소리가 한 번 퍼졌다가 가라앉았다.선착장에 장에 갈 짐을 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상인 노인이 보자기 꾸러미를 품에 안고 배 가까이 왔다.“오늘은 배가 뜨겠어요?”“건너는 동안에도 안개가 걷힌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래도 물살을 확인하고 갈게요.”“그러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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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붉은 물

도원의 말이 끝나자 배가 맞은편 선착장 널판에 닿았다. 여울은 노를 걸고 배머리가 밀리지 않게 밧줄을 잡았다. 새남이 먼저 내려 묶음줄을 당겼다.“오늘은 안개가 오래가네.”“걷히고 있어요. 줄은 풀지 말고 널판에 단단히 묶어.”“네.”새남은 매듭을 확인하고서야 손을 뗐다. 도원은 측심 줄을 어깨에 걸었다. 여울은 배 안의 향 그릇을 들고 재를 털었다. 강물에 붉은 기운이 비쳤다.여울은 그릇을 든 채 강을 내려다봤다. 붉은 기운은 선착장 앞에서만 보이지 않았다. 상류 쪽 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물 가장자리에 흙거품이 걸려 있었다.“새남아, 배 묶어 둬.”“왜요?”“물 봐.”새남이 허리를 굽혔다. 붉은 물이 배 옆을 스쳤다. 물결은 아직 높지 않았지만 밑바닥에서 밀어 올리는 힘이 느껴졌다.여울은 손가락을 물에 담갔다. 찬물이 손톱 밑을 훑었다.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흙냄새가 짙었다. 물때 매듭 줄을 풀어 오늘 적을 자리를 찾았다.도원도 강가로 다가와 납추를 내렸다. 줄의 매듭이 차례로 물속에 잠겼다. 납추가 바닥에 닿자 도원은 손을 멈췄다. 한참 뒤 줄을 끌어 올렸다.“바닥이 어제보다 높아졌습니다.”“나루 앞만 그래요?”“조금 더 재야 합니다.”도원은 배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납추를 다시 내렸다. 이번에는 줄이 팽팽해지기 전에 물속에서 한 차례 흔들렸다. 그는 줄을 당겨 올리고 납추 끝을 살폈다. 붉은 흙이 얇게 묻어 있었다.여울은 물때 매듭 줄을 강 위에 낮게 늘어뜨렸다. 줄이 흐름에 눕더니 잠깐 당겨졌다. 손바닥의 굳은살 아래로 움직임이 전해졌다.“상류에서 흙이 밀려와요.”“비가 왔습니까?”“이쪽은 아니에요. 냄새가 달라요.”여울은 물을 손끝으로 다시 찍었다. 젖은 흙 냄새에 풀뿌리 냄새가 섞여 있었다. 강가의 흙이 조금 쓸린 정도라면 이렇게 진하게 퍼지지 않았다. 상류에서 물이 불었거나, 물길에 막힌 것이 터졌을 때 나는 냄새였다.“상류에 큰물이 났을 수 있어요.”도원은 모자를 벗었다. 모자 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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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한 길

장칠수는 손을 놓지 않는 여울을 내려다봤다. 밧줄이 한 번 크게 떨렸다. 물살이 말뚝에 부딪혀 붉은 거품을 밀어 올렸다.“측량관, 저 여자가 밧줄을 잡고 있으면 뗏목이 안전해지나?”“아닙니다. 운행을 멈추고 확인해야 합니다.”도원은 모자를 벗어 가방 위에 놓았다. 허가서를 든 손이 종이 끝을 눌렀다.장칠수는 잠깐 허가서를 보더니 뗏목꾼들에게 턱짓했다.“줄을 풀어. 물이 더 불기 전에 건너면 돼.”뗏목꾼 하나가 여울을 쳐다봤다. 손은 밧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는 물가의 붉은 물을 내려다보고 다시 장칠수를 봤다.“아가씨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흙물이 계속 내려옵니다.”“자네는 내 말을 들으면 돼.”“그래도 사람을 태우는 일입니다.”장칠수의 담뱃대가 손가락 사이에서 돌았다.“지금 와서 겁을 내나?”뗏목꾼은 입을 다물었다. 밧줄 매듭을 풀던 손도 멈췄다. 다른 사람은 장대를 바닥에 내려놓고 뗏목 아래쪽을 살폈다. 여울은 그들의 발목을 스치는 물을 봤다. 물 높이는 조금 전보다 올라 있었다.“장칠수 씨, 뗏목에 사람을 더 태우지 마세요.”“이미 태웠어.”여울은 뗏목 위를 살폈다. 뗏목꾼들이 타고 있었다. 짐을 옮기던 사람까지 여섯이었다. 한 사람은 뗏목 가장자리에 쪼그려 앉아 묶음줄을 잡았다. 다른 사람들은 장대와 밧줄을 들고 있었다.“모두 내리게 하세요.”“이제 와서 내리라면 손님은 어디로 가나?”“손님은 없어요. 지금은 뗏목을 먼저 묶어야 해요.”여울은 물때 매듭 줄을 풀었다. 오늘 자리에 손끝을 대고 물살이 미는 방향을 확인했다. 줄은 아래로 누웠다가 다시 팽팽해졌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힘이 배 옆을 밀고 있었다.“밧줄을 말뚝에서 풀지 마세요. 뗏목을 안쪽으로 돌려서 묶어야 해요.”“저대로 둬도 괜찮겠나?”도원이 물었다.“지금은요. 하지만 물이 더 오르면 말뚝이 못 버텨요. 뗏목을 강 가운데로 내보내면 돌아오기 어려워요.”도원은 허가서를 접어 품에 넣었다.“운행을 멈추십시오. 허가 조건을 어기면 기록하겠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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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물 빠진 뒤

여울은 가물막이 아래쪽에 쪼그려 앉아 물이 빠진 자리를 살폈다. 흙이 쓸려 나간 자리에 돌 몇 개가 드러나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반듯했지만, 표면이 진흙으로 덮여 모양을 알아보기 어려웠다.“이쪽은 아직 밟지 마세요. 흙이 물러요.”여울이 뒤에 선 도원에게 말했다. 도원은 발을 멈추고 측심 줄을 한쪽 어깨에서 내렸다. 줄 끝의 납추가 진흙에 닿지 않도록 손에 감아 들었다.“여기까지는 괜찮습니까?”“저는 괜찮아요. 오른쪽으로 오세요. 바닥이 단단해요.”도원은 여울이 가리킨 곳으로 옮겨 섰다. 발밑에서 물이 조금 솟았다가 멎었다. 가물막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은 어제보다 가늘었다. 그래도 흙 사이에 남은 물이 작은 길을 만들며 강 쪽으로 흘렀다.여울은 허리의 물때 매듭 줄을 풀었다. 오늘 매듭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매듭 아래의 줄은 젖어 있었지만 풀리지 않았다.“물은 많이 빠졌네요.”도원이 말했다.“겉으로 보이는 건요. 아래쪽은 아직 밀고 있어요.”여울은 손바닥을 땅에 대지 않고, 손등으로 흙의 결을 살폈다. 손등에 묻은 물기가 차가웠다. 조금 전까지 물이 차 있던 자리에는 가는 나뭇가지와 풀뿌리가 붙어 있었다. 물이 빠져나가면서 흙이 움푹 파였다.“그날 붉은 물이 올라왔을 때보다 낮아졌습니다.”도원은 납추를 줄에 매달았다. 줄을 늘어뜨리고 잠깐 기다렸다가 끌어 올렸다. 납추 옆면에 진흙이 묻었다.“재 보았습니다. 이쪽은 물이 빠졌지만, 가물막이 안쪽에는 물이 남아 있습니다.”“안쪽에서 새는 거예요?”“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디에서 흐르는지 확인하겠습니다.”“줄을 더 당기지 마세요. 안쪽 흙이 같이 무너질 수 있어요.”도원은 줄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모자를 벗어 허리춤에 걸었다. 소매를 걷자 손목의 먹줄 자국이 드러났다. 여울은 가물막이의 아래쪽을 바라봤다.물길이 생긴 곳은 한 군데가 아니었다. 얕은 틈이 몇 갈래로 나뉘어 흙을 조금씩 끌고 갔다. 물이 흐르는 소리는 작았지만, 한쪽에서는 계속 흙 알갱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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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거스름 항아리

새남이 징을 한 번 울렸다. 소리가 안개 걷힌 강 위로 퍼졌다가 버드나무 세 그루 사이에서 낮아졌다.여울은 배 밧줄을 말뚝에서 풀었다. 젖은 밧줄이 손바닥의 굳은살을 스쳤다. 새남이 배 가장자리에 한쪽 발을 올리자 여울이 눈짓했다.“발부터 안으로 들여요. 배가 흔들려요.”“예. 오늘은 안 놓칠게요.”“어제도 그렇게 말했어요.”새남은 입을 다물고 남은 발을 옮겼다. 배가 널판에서 떨어지자 물이 옆구리를 두드렸다. 여울은 노를 들고 강물을 살폈다. 밤새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상류에서 내려온 붉은 흙물은 강 가장자리에 조금 남아 있었다. 물살은 어제보다 느렸다.도원이 뱃전에 올라섰다. 어깨에는 측심 줄과 납추가 걸려 있었다.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놓고는 여울 쪽을 보았다.“사공님, 오늘 물은 어떻습니까?”“가장자리는 가라앉았어요. 가운데는 어제보다 빨라요. 납추는 바닥에 닿으면 바로 올리세요.”“알겠습니다.”“새남은 징을 한 번 더 치지 말고, 맞은편에서 소리 들릴 때까지 기다려요.”“예.”새남은 징을 가슴에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배에는 장바구니를 든 여인과 어깨에 자루를 멘 사내가 함께 탔다. 여울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자리를 가리켰다.“바구니는 발밑에 두세요. 자루는 가운데 놓고요. 움직이지 않게 묶겠습니다.”“사공님, 이 자루가 젖으면 곤란해서요.”“그러면 발로 누르지 마세요. 배가 기울어요.”사내는 자루를 품 쪽으로 당겼다가 여울의 눈을 보고 그대로 내려놓았다. 새남이 밧줄을 짧게 묶었다. 매듭이 한 번 느슨해지자 여울이 손을 뻗었다.“끝을 안으로 넣어요. 그래야 풀리지 않아요.”“이렇게요?”“네. 잘했어요.”여울은 돛대 아래에 향을 세우고 불을 붙였다. 향 끝에서 가는 연기가 올랐다. 도원은 뱃삯을 내며 6푼을 널판 위에 놓았다. 여울은 4푼을 집어 들고 나머지 2푼을 거스름 항아리에 넣었다.동전이 항아리 안쪽을 치며 짧게 소리를 냈다.도원은 그 소리를 듣고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여울은 항아리 뚜껑을 닫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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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손잡이

여울은 아버지의 이불 끝을 고쳐 덮었다. 손가락이 천 위에서 잠깐 멈췄다.“알았어요.”아버지는 더 말하지 않았다. 도원도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지켰다. 여울은 상 위의 국그릇을 아버지 쪽으로 밀었다.“국부터 드세요. 식겠어요.”“내가 알아서 먹는다.”“숟가락은 여기 있어요.”여울은 숟가락을 그릇 옆에 놓았다. 도원은 문 가까이에 둔 측심 줄을 어깨에 걸었다.“오늘은 이만 가 보겠습니다.”“그래. 자네도 밥은 먹고 다니게.”“예.”도원은 아버지에게 허리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여울은 뒤따라 문 앞까지 갔다. 도원은 버들주막 쪽으로 가지 않고 나루 선착장으로 걸었다. 여울은 문턱에 서서 그 뒷모습을 보았다.아버지 말이 방 안에 남아 있었다. 받은 값은 반드시 갚는다. 여울은 허리춤에 넣어 둔 천을 손으로 눌렀다. 천 안에는 도원이 돌려받지 않겠다고 한 거스름이 묶여 있었다.“저 사람한테 뭘 갚으라는 거예요?”아버지가 국그릇을 당겼다.“네가 받은 걸 네가 정해라.”“저는 받은 게 없어요.”“그럼 그 사람도 갚을 게 없겠지.”여울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숟가락을 들었다. 여울은 문을 닫고 부엌으로 향했다.◎삼월 그믐, 첫 종이 울리기 전이었다. 여울은 선착장 널판 위에 노를 늘어놓고 닳은 손잡이를 살폈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였어도 거친 나무를 오래 쥐면 살이 벗겨졌다. 노 손잡이 하나는 천이 풀려나가 나무가 드러나 있었다.새남은 옆에서 노를 하나씩 들어 보고 있었다. 노 끝이 널판에 닿을 때마다 둔한 소리가 났다.“그건 거기 두지 말아요. 손잡이가 젖어요.”“아직 마른 널판인데요.”“물이 튀면 젖어요.”새남은 노를 내려놓고 제 발밑을 살폈다. 널판에는 물방울이 몇 개 맺혀 있었다.“벌써 튀었네요.”“그러니까 안쪽에 두라고 했어요.”새남은 노를 들어 선착장 안쪽으로 옮겼다. 이번에는 손잡이부터 바닥에 닿았다.“끝을 먼저 내려요.”“이렇게요?”“네. 그게 낫네요.”새남은 노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손바닥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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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물때표

도원은 손을 내리고 모자를 벗었다. 손가락을 한 번 폈다가 모자 테를 잡았다.“죄송합니다. 미끄러지실까 봐 그랬습니다.”“알아요.”여울은 팔을 옆구리에 붙였다. 소매에 남은 눌린 자국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새남은 노 손잡이에 감긴 천을 만지려다 여울의 눈치를 보고 손을 거뒀다.“노는 제자리에 있습니다.”“잘했어요. 망치는 그대로 두고요.”“예.”새남은 망치를 널판 안쪽으로 밀어 놓았다. 여울은 새로 감은 천이 들뜨지 않았는지 다시 살폈다.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어제보다 부드러웠다. 도원은 모자를 쓴 뒤 측심 줄을 어깨에 고쳐 멨다.“오늘도 물을 재러 오셨죠?”“예. 물때 매듭 줄도 볼 수 있습니까?”여울은 허리춤에 매달린 줄을 손으로 가렸다.“왜요?”“제가 잰 수위와 사공님이 기록한 물때를 맞춰 보고 싶습니다.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값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면 도움이 됩니다.”“줄을 가져가시겠다는 말은 아니죠?”“아닙니다. 여기서 보겠습니다.”여울은 줄을 허리에서 풀었다. 마디마다 매듭이 하나씩 있었다. 매듭 사이 간격은 똑같지 않았다. 물이 빠르게 오르거나 느리게 오르는 날에는 여울이 매듭을 조이는 힘도 달랐다.도원은 줄을 보면서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어느 쪽부터 보시면 돼요?”“오늘 묶은 매듭부터요.”“그걸 알아보시겠어요?”“사공님이 알려 주시면 기억하겠습니다.”“잘 기억하셔야 해요. 줄을 보고 아무 매듭이나 오늘 것이라고 하면 안 되니까요.”“예.”여울은 줄을 널판 위에 놓았다. 매듭을 하나씩 짚었다. 손끝이 매듭에 닿을 때마다 젖은 노끈이 조금씩 눌렸다.“이쪽이 오늘 묶은 자리예요. 매듭을 묶은 뒤 남은 꼬리가 아직 말끔하죠. 어제 것부터는 물에 젖고 널판에 쓸려서 올이 일어났어요.”도원은 몸을 숙여 매듭을 살폈다.“매듭 모양도 매일 같습니까?”“비슷하게 묶으려고 해요. 그래도 손이 바쁘면 달라져요. 중요한 건 모양보다 간격이에요.”“매듭 사이가 물 높이를 나타내는 겁니까?”“물 높이만은 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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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6푼의 값

표 맨 위에는 여울의 이름이 먼저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 도원의 이름이 나란히 놓였다. 여울은 종이 가장자리를 돌로 눌러 두고, 이름이 번지지 않았는지 손끝으로 살폈다.장날이라 나루에는 평소보다 일찍 사람이 모였다. 광주리를 든 사람 둘이 선착장 널판에 짐을 내려놓았다. 버들주막 쪽에서는 국 끓는 냄새가 났고, 강가에는 젖은 밧줄 냄새가 섞였다. 여울은 배 안에 놓인 바구니를 하나씩 옮겨 자리를 만들었다.도원은 말뚝 옆에서 측심 줄을 정리했다. 모자를 벗어 손에 든 채 매듭을 확인하고 있었다. 여울은 그 앞에 선 채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며칠째 생각한 말이었는데, 얼굴을 마주하자 혀끝에서 맴돌았다.새남이 광주리 하나를 배 안에 들였다.“이건 어디에 둘까요?”“가운데 두세요. 발밑에 놓으면 배가 흔들릴 때 쏟아져요.”“예.”새남은 광주리를 두 손으로 들어 가운데에 놓았다.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나자 광주리 안에서 나무 숟가락이 부딪혔다. 여울은 광주리가 움직이지 않도록 옆에 작은 나무 조각을 끼웠다.동실 할머니가 광주리를 이고 선착장으로 다가왔다. 동실은 할머니 옆에서 종이배를 들고 있었다. 종이배의 한쪽 모서리가 구겨졌지만, 아이는 물에 닿지 않게 손을 높이 들고 걸었다.“얘야, 먼저 타세요.”여울이 말하자 동실 할머니가 배를 내려다봤다.“총각이우?”할머니는 도원을 보고 물었다. 도원은 모자를 벗은 손을 내리고 고개를 숙였다.“측량관입니다.”“측량관이면 총각이 아니란 말이우?”“아닙니다. 총각입니다.”할머니는 도원의 대답을 듣고 여울을 봤다. 여울은 광주리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새남은 입을 열었다가 여울의 시선을 받고 다물었다.“뱃삯은 4푼이에요.”여울은 할머니에게 먼저 말했다.“알고 있수. 엿값 남겨서 가져왔어.”할머니가 돈을 내자 여울은 4푼을 받아 허리춤 주머니에 넣었다. 도원은 기다렸다는 듯 6푼을 건넸다. 여울은 익숙하게 2푼을 따로 쥐어 내밀었다.“거스름입니다.”“받지 않겠습니다.”“매일 그러시네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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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달 없는 밤

“그 말, 다른 데서 하지 마세요. 사공들이 들으면 업어 가요.”도원은 모자를 쓴 채 대답하지 않았다. 배가 선착장에 닿을 때까지 입을 다문 채 앉아 있었다. 여울은 노를 걸고 승객들이 짐을 내리는 동안 손바닥에 남은 동전을 주머니에 넣었다. 도원은 배에서 내리며 여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그 뒤로 이틀이 지나 사월 초이레가 되었다. 그날 밤, 버들나루에는 여울만 남아 있었다. 새남은 집으로 돌아갔고, 마지막 승객도 선착장 널판을 건너 사라졌다. 여울은 배 안의 물기를 훑어 내고 노를 말뚝에 기대 놓았다.강 건너편은 어두웠다. 달은 보이지 않았다. 버드나무 잎 사이로 바람이 지나갔고, 선착장 밧줄이 말뚝에 닿아 둔한 소리를 냈다.여울은 거스름 항아리를 들여다보다가 뚜껑을 닫았다. 낮 동안 받은 돈을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손이 조금 피곤했다. 항아리를 평상 아래 두고 물때 매듭 줄을 허리에 다시 매었다.강가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여울은 몸을 돌려 선착장 끝을 봤다. 도원이 측심 줄과 납추를 들고 있었다. 모자는 벗어 손에 쥐었다. 소매는 걷혀 있었고 손목에는 먹줄 자국이 남아 있었다.“아직 계셨네요.”“측량이 늦어졌습니다.”“늦었다고 배를 부를 시간은 지났어요.”“알고 있습니다.”도원은 말뚝 앞에 멈춰 섰다. 어깨에 멘 줄이 옷자락을 눌렀다. 납추 끝에서 물이 떨어져 널판에 작은 자국을 남겼다.“밤에도 건널 수 있습니까?”여울은 도원의 줄과 납추를 번갈아 봤다.“건널 수는 있어요. 다만 밤 배 값은 낮과 달라요.”“얼마입니까?”“열 푼이에요.”도원은 품에서 돈을 꺼내 세어 여울에게 건넸다. 여울은 동전을 받아 손가락으로 확인한 뒤 주머니에 넣었다.“밤에는 다른 손님이 없으니 제가 노를 저어야 해요. 측량관님도 배가 흔들리면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세요.”“알겠습니다.”“헤엄은 못 치시죠?”“못 칩니다.”“그러니 더더욱 움직이지 마세요.”“그렇게 하겠습니다.”여울은 배 안을 살폈다. 낮에 쓴 광주리는 없었다. 널판 한쪽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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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임명장

첫 종이 울리자 여울은 배의 밧줄을 풀었다. 강물에 닿은 노가 낮게 울었다.사월 초열흘이었다. 장날이라 이른 시간부터 사람과 짐이 나루에 모였다. 버들주막에서 국 끓는 냄새가 흘러왔고, 선착장 널판에는 짐 보따리를 내려놓는 소리가 이어졌다.“타세요. 짐은 가운데 놓으세요.”여울은 배에 오르는 사람들을 차례로 살폈다. 동실 할머니는 광주리를 품에 안고 있었고, 동실은 그 옆에서 종이배를 양손으로 감쌌다. 새남은 노를 들고 자리를 찾다가 승객의 보따리에 발이 걸렸다.“아이고, 죄송합니다.”“발밑부터 보고 움직여.”“네, 사공님.”새남이 노를 바로 잡았다. 그 뒤로 도원이 측심 줄과 납추를 메고 다가왔다. 모자를 벗어 손에 든 채였다. 여울은 배 안을 살피고 도원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6푼입니다.”도원은 동전을 건넸다. 여울은 손바닥 위에서 1개씩 확인했다. 뱃삯 4푼을 덜어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2푼은 거스름 항아리에 넣었다.딸랑, 동전이 항아리 바닥에 닿았다.도원은 그 소리를 듣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여울은 향을 받침에 꽂아 불을 붙였다. 불씨가 옮겨붙자 연기가 가늘게 올랐다.“타세요.”승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도원은 측심 줄을 발밑에 모아 두고 배 가운데 앉았다. 새남은 노를 저으려다 여울의 눈길을 받고 손을 바꿔 쥐었다.“줄 밟지 말고, 노는 천천히.”“네.”배가 말뚝을 벗어났다. 여울은 노를 당겨 강 가운데로 방향을 잡았다. 건너는 동안 향 1대가 타는 시간만 말하기로 한 나루 규칙은 그대로였다. 동실은 종이배를 무릎 위에 놓고 손가락으로 접힌 모서리를 눌렀다.“할머니, 이 배도 건너가요?”“종이배는 네가 들고 있으니 어디든 가겠지.”“물에 띄우면요?”“물에 띄우면 젖는다. 네 손에 들고 가.”동실은 종이배를 품에 넣었다. 여울은 물살이 배 옆을 미는 힘을 살피며 노를 저었다. 도원은 줄을 풀지 않고 수면을 보고 있었다.“오늘도 강을 보세요?”여울이 물었다.“예. 어제와 다른지 확인하고 있습니다.”“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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