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열닷새, 장날 새벽이었다. 여울은 첫 종이 울리기 전에 향을 뱃머리 구멍에 꽂아 두었다. 불은 아직 붙이지 않았다. 손님들이 선착장에 줄을 섰다. 장날이라 줄이 길었다. 자루를 진 장꾼, 바구니를 인 아낙, 닭 두 마리를 묶어 든 노인. 여울은 손님들 얼굴을 하나씩 보며 뱃삯을 받았다. 4푼, 4푼, 4푼.줄 맨 끝까지 보았다. 줄과 납추를 멘 사람이 없었다.여울은 버드나무 길 쪽을 보았다. 아직 어두웠다. 길 위에 아무도 없었다. 열흘이 넘도록 첫 종보다 늦게 온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제 첫 배에서도 아무 일 없었다. 질문 두 개를 하고, 향이 꺼지자 입을 닫았고, 6푼을 냈다. 어제 저녁 배에서도 4푼을 내고 건너왔다. 주막 앞을 지나면서 탁순 할멈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게 다였다.“누나, 아저씨 안 와요?”새남이 밧줄을 쥔 채 물었다.“안 오나 보지.”“기다려요?”“첫 배는 첫 종에 떠.”아버지가 평생 지킨 규칙이었다. 손님이 늦으면 다음 배를 타면 됐다. 첫 배는 기다리지 않았다. 첫 배를 기다리면 그다음 배가 다 밀렸고, 장날에는 그게 장꾼들 하루를 다 밀었다.강 건너에서 첫 종이 울렸다. 여울은 부싯돌을 쳐 향에 불을 붙였다.“새남아, 줄 풀어.”배가 선착장을 떠났다. 노 젓는 소리가 났다. 손님들이 장 이야기를 했다. 소금값이 올랐다느니, 오늘 장에 도성 비단 장수가 온다느니. 닭을 든 노인이 뱃머리 쪽 빈자리를 보았다.“그 키 큰 손님은 오늘 안 탔네. 줄 메고 다니는 사람.”“오늘은 안 왔어요.”“날마다 저기 앉아서 물에 추 내리던데. 저 사람 없으니까 배가 넓네.”노인은 그 빈자리에 닭 두 마리를 내려놓았다. 닭이 푸드덕거렸다. 여울은 노를 저었다. 여울은 노를 저었다. 향이 탔다. 강 가운데쯤 와서 여울은 오른쪽 뱃전을 보았다. 거기 납추가 내려가는 자리였다. 물만 지나갔다.향이 다 탈 때까지 여울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묻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향이 꺼지고 배가 돌계단에 닿았을 때에야 여울은 자기
Last Updated : 2026-10-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