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루터 사공이 되었더니 첫 배 손님이 다리 놓을 자리를 나에게 묻는다: Chapter 51 - Chapter 60

80 Chapters

51화. 측량관입니다

여울은 매듭 줄 끝을 눌렀다. 표찰이 탁자에 닿는 소리가 났다.“제가 본 물높이와 물살을 먼저 적었습니다. 그다음 매듭으로 남겼고요. 측량관님이 같은 날짜에 잰 기록과 비교했습니다.”윤 판관은 눈을 내리깔았다.“그것으로 네가 물을 안다는 걸 보일 수 있느냐?”“제가 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날짜와 잰 자리를 함께 확인하면 됩니다.”여울은 줄의 표찰을 따라 손을 옮겼다. 어느 표찰에도 손톱을 대지 않았다.“제가 기록한 날과 측량관님이 잰 날이 같은지 먼저 봐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곳인지 확인해야 해요. 줄이 맞지 않는 날도 빼면 안 됩니다.”“맞지 않는 날을 함께 내놓으면 네게 불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그럴 수도 있습니다.”여울은 고개를 들었다.“그래도 남겨야 해요. 맞는 날만 골라 내면 제가 기록을 골랐다고 하실 테니까요.”서기가 붓대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렸다. 먹이 마르며 붓끝이 종이에 가볍게 스쳤다.“측량관의 기록도 그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두 사람의 기록이 서로 맞는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을 따라 적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확인합니까?”여울은 대답하기 전에 도원을 보았다. 도원은 소명 자리 뒤에 서 있었다. 모자를 든 손이 가슴 앞에 멈춰 있었다. 여울은 줄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제가 도원 측량관님의 기록을 받아 적은 적은 없습니다. 측량관님도 제 매듭 줄을 보고 그날의 수위를 적지 않았습니다.”“그 말을 믿으라는 뜻이냐?”“믿어 달라는 게 아니에요. 각자 먼저 기록한 것을 내놓고 확인해 달라는 겁니다.”여울은 표의 머리글을 손끝으로 가리켰다.“이쪽은 제가 본 물높이와 물살을 적은 기록입니다. 이쪽은 측량관님이 잰 깊이와 자리입니다. 기록한 사람이 다릅니다. 같은 날짜와 같은 자리를 맞춰 보면 됩니다.”서기가 탁자 위의 표를 내려다봤다. 표에는 날짜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그 아래로 여울의 물때 매듭 줄에 붙은 표찰과 도원의 측심 장부에서 옮긴 값이 이어졌다. 두 기록은 한 칸씩 나뉘어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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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깎지 않은 돌

“먼저 어디를 열면 됩니까?”현장 검증을 맡은 서기가 물었다. 가물막이 앞에는 삽과 괭이가 놓여 있었다. 윗마을 이장은 감자 한 소쿠리를 발치에 둔 채 둑을 살폈고, 인부들은 돌무더기에서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도원은 모자를 벗어 한 손에 들었다. 소매를 걷은 손목에 먹줄 자국이 드러났다.“물이 닿는 아랫부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바깥쪽 돌을 한꺼번에 빼면 안 됩니다. 안쪽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기 전에 둑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요.”감독관이 둑의 아랫부분을 눈으로 훑었다.“돌을 빼면서도 둑을 유지할 수 있겠어요?”“받칠 나무를 먼저 대고, 돌을 한 개씩 옮기면 됩니다. 안쪽을 확인할 만큼만 열겠습니다.”“확인할 만큼이라면 어느 정도요?”도원은 여울을 보았다. 여울은 둑에 가까이 다가가 물이 닿은 자리를 살폈다. 바깥에 쌓인 돌은 크기가 고르지 않았다. 일부는 넓적했고, 일부는 주먹 두 개를 붙인 정도였다. 돌 사이로 젖은 흙이 밀려 나와 있었다. 물이 닿는 아래쪽은 위쪽보다 흙이 많이 묻었다.여울은 허리에 찬 물때 매듭 줄을 풀지 않고, 끝을 손에 감았다. 매듭을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둑 가장자리의 젖은 자국과 물살을 먼저 눈으로 살폈다.“아래를 한꺼번에 열면 안 돼요. 저기 돌 두 개만 먼저 빼고 받침을 대세요. 물이 새면 바로 다시 막을 수 있어야 해요.”인부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삽자루를 내려놓고 널빤지 두 장을 가져왔다. 다른 인부가 짧은 받침목을 들고 와 둑 옆에 놓았다.감독관은 여울의 손에 든 줄을 바라봤다.“그 줄로 여기도 잰다는 말이에요?”“이 줄은 물때를 기록하는 줄이에요. 지금은 젖은 자리와 물 흐름을 봅니다. 안쪽의 물건은 직접 열어 봐야 알 수 있어요.”“그렇다면 먼저 물이 새는지 보겠어요?”“네. 돌을 옮긴 뒤 물이 흐르는 방향을 보면 됩니다.”도원은 여울의 말을 듣고 둑 아래를 살폈다. 이어 서기에게 말했다.“확인 순서를 적어 주십시오. 바깥 돌을 옮긴 뒤 안쪽을 보고, 옮긴 돌은 따로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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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장칠수의 웃음

서기가 마지막 기록을 읽고 붓을 내려놓았다. 먹 냄새가 소명방 안에 남았다. 여울은 탁자 위에 놓인 확인 기록을 바라봤다. 포대가 나온 자리와 방향, 안에서 확인한 재료가 짧은 문장으로 나뉘어 적혀 있었다.윤 판관은 기록을 접지 않았다.“현장에서 확인한 내용은 여기까지인가?”“그렇습니다.” 서기가 답했다. “확인하지 못한 포대 수와 재료는 단정하지 않았습니다.”여울은 허리에 찬 물때 매듭 줄을 손끝으로 눌렀다. 매듭은 건드리지 않았다. 젖은 흙이 손톱 밑에 남아 있었다. 여울은 손바닥을 치마에 문지르지 않고 그대로 내렸다.도원은 윤 판관 옆에 서 있었다. 소매를 걷은 손목에 먹줄 자국이 보였다. 모자는 손에 들고 있었다. 측심 줄은 벽 쪽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문 바깥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서기가 문을 열자 장칠수가 먼저 들어왔다. 비단 소매가 문설주에 스쳤다. 장칠수는 탁자 앞에서 윤 판관에게 고개를 숙이고 여울을 보았다.“사공 아가씨도 여기 있었네.”여울은 대답하지 않았다.장칠수 뒤로 노기수가 들어왔다. 마른 손에 장부를 들고 있었다. 소매 끝에는 먹물이 묻어 있었다. 노기수는 탁자 가까이 오다가 장칠수의 뒤에 멈췄다.장칠수는 은 담뱃대를 손에서 굴렸다.“현장에서 흙포대가 나왔다고 들었네. 그런데 돌값을 치른 기록은 이쪽에 있지.”그는 노기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노기수가 장부를 건넸다. 장칠수는 장부를 탁자 위에 놓고 손바닥으로 겉장을 쓸었다.“가물막이에 들어간 돌은 전부 값을 치렀네. 장부에도 다 적혀 있고, 허가 증서도 있지.”윤 판관이 장부를 내려다봤다.“그 기록을 확인하러 가져왔다는 말이냐?”“그렇네. 확인만 하면 되네.”장칠수는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겉장을 펼쳤다. 장부 안쪽에 날짜와 물품 이름, 수량, 값을 적은 칸이 이어졌다. 노기수는 탁자 옆에 서서 장부의 모서리를 잡았다.“서기, 장부를 받아 기록하라.”윤 판관이 말했다.서기는 장부를 받아 펼친 채 옆에 있던 빈 종이를 끌어왔다. 장칠수는 은 담뱃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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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셈하는 이

소명 열이틀째 밤이었다. 버들나루 선착장에는 등잔 하나만 켜져 있었다. 여울은 배 뒷자리에 앉아 매듭 줄을 무릎에 펼쳐 놓고 있었다. 낮에 소명방에서 장칠수가 내민 장부가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돌값을 다 치렀다는 장부. 숫자가 한 줄도 비지 않은 장부. 내일이 마지막 날이었다. 소명 기한 열이틀 가운데 하루가 남았다.버드나무 길에서 발소리가 났다. 도원이었다. 뒤에 명치가 등잔을 들고 따라왔다. 도원은 선착장 끝에서 걸음을 멈추고 모자를 벗었다.“여울 씨. 밤 배를 부탁드립니다.”“이 밤에 어디를요?”“청솔뗏목방입니다. 노기수 서기에게 숫자를 묻겠습니다.”여울은 매듭 줄을 허리에 감았다. 하류 건너편 뗏목방 창고에 불빛 하나가 보였다. 장칠수 사람들이 다 잠든 시각은 아니었다.“장칠수가 있으면요?”“숫자만 묻겠습니다. 다른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숫자만 물어서 뭐가 나와요?”“숫자가 맞으면 맞다고 적고, 다르면 다르다고 적습니다. 내일 소명방에 낼 것은 그것뿐입니다.”여울은 대답 대신 밧줄을 풀었다. 그때 주막 쪽에서 탁순 할멈이 그릇을 받쳐 든 아이 하나를 데리고 내려왔다. 주막 심부름을 하는 아이였다.“얘야, 밤 배 띄우니? 총각 오늘 저녁도 안 먹었지. 국물이라도 들고 가.”“할머니, 뗏목방 가는 거예요.”“그러니까 들고 가. 거기 사람들도 국물 먹으면 말이 좀 순해져.”할멈은 아이 등을 떠밀어 배에 태웠다. 아이는 뜨거운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배 가운데 앉았다. 김이 등잔 불빛 속으로 올라갔다. 도원이 밤 배 값을 내밀었다. 열 푼이었다. 여울은 받았다. 아버지 판자에 없는 값이었지만, 밤 배 값은 버들나루 사공들이 오래 지켜 온 값이었다.여울은 향을 켰지만 둘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 묻고 답할 이야기는 다 소명방에 두고 왔다. 향은 혼자 타다 꺼졌다. 노 젓는 소리와 물이 뱃전에 닿는 소리가 났다. 명치가 등잔을 뱃머리에 들고 앉아 물길을 비췄다. 밤 강은 낮보다 냄새가 짙었다. 물비린내 밑으로 젖은 나무 냄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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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소명 끝

소명관이 대조표를 탁자 가운데에 놓았다. 종이 모서리가 나무판에 닿아 가볍게 울렸다. 도원은 측심 장부를 그 옆에 내려놓았다. 여울은 허리에 찬 물때 매듭 줄을 풀어 탁자 아래로 늘어뜨렸다.소명방 안에는 사람들의 숨소리만 남았다. 달삼은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올렸고, 하돌은 담뱃대를 손에 든 채 입을 다물었다. 한덕만은 벽에 기대 앉아 무릎 위에 두 손을 얹었다. 손가락이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소명관이 대조표를 살폈다.“이 표에는 물때 매듭 줄에 남은 날짜와 물 높이, 측심 줄로 잰 수심이 나란히 적혀 있다. 맞느냐?”“네. 제가 매듭 줄에 적은 날짜와 물 높이입니다.”여울은 탁자 위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매듭 줄은 여울의 손에서 떨어져 탁자 끝에 놓였다. 물때를 적어 온 줄이었다. 지금은 소명방의 사람들이 살피도록 내놓은 증거였다.소명관은 도원을 보았다.“측량관은 수심을 직접 잰 것이냐?”“제가 잰 값입니다. 측심 장부에도 같은 값이 남아 있습니다.”도원은 말을 마치고 측심 장부의 펼친 쪽을 가리켰다. 소명관은 장부를 서기 쪽으로 밀었다. 서기는 대조표와 장부를 번갈아 확인했다. 붓끝이 종이 위를 짧게 긁었다.“90일치 기록 가운데 88일은 오차가 몇 치 안으로 맞습니다. 두 줄이 같은 날의 강을 기록했다고 보입니다.”서기의 말이 끝나자 방 안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났다. 장칠수는 은 담뱃대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렸다.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눈은 대조표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두 줄이 맞는다는 말만으로 여울 사공이 물때를 속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까?”장칠수가 물었다.소명관은 대조표를 접지 않았다.“그 점을 가리기 위해 다시 묻겠다. 사공은 이 줄을 언제부터 기록했느냐?”“아버지가 배를 몰 수 없게 된 뒤부터요. 배를 띄우기 전에 물 높이와 물살을 보고 하루 한 칸씩 매듭을 묶었습니다.”“기록한 값은 누가 확인했느냐?”“제가 확인했습니다.”“측량관의 기록을 미리 보았느냐?”“아니요.”여울은 장칠수 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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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이중 장부

청솔뗏목방 안쪽 탁자에 장부가 펼쳐져 있었다. 장날이라 창고 앞은 뗏목에 실을 짐을 가져온 사람들로 붐볐다. 마른 나무가 바닥에 닿는 소리와 사람들의 흥정이 문틈으로 들어왔다.여울은 장부의 귀퉁이를 누르고 있었다. 종이에는 돌을 산 값과 운반한 값이 차례로 적혀 있었다. 도원은 옆에서 그 숫자를 하나씩 짚었다.“이 장부에는 돌값이 전부 나와 있습니까?”“장칠수 어른이 쓰는 장부에는 빠진 게 없습니다.”노기수는 탁자 맞은편에 서 있었다. 소매 끝에 먹물이 묻어 있었다. 손은 등 뒤에 모았지만 손가락이 가만있지 못했다.“그럼 가물막이에 들어간 흙포대 값도 있겠네요.”여울이 물었다.노기수는 장부를 보았다가 시선을 내렸다.“그 값은 돌값으로 적혀 있습니다.”“흙포대가 돌값으로 적혀 있다고요?”“그렇습니다.”“그걸 직접 적으셨습니까?”노기수는 대답하기 전에 탁자 끝을 손톱으로 긁었다. 짧은 소리가 났다.“제가 적었습니다.”도원은 모자를 벗어 손에 들었다.“가물막이에 들어간 돌의 수량과 장부의 수량이 맞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흙포대였습니다.”“장부에는 돌을 샀다고 되어 있죠.”여울은 손을 거두었다. 장부의 숫자는 한 줄씩 이어졌다. 돌을 산 날짜, 옮긴 짐의 수, 값을 치른 날짜. 숫자만 보면 가물막이에 돌이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노기수는 장부를 덮지 않았다.“이 장부만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이 장부 말고 다른 장부가 있습니까?”여울의 말에 노기수의 손이 멈췄다. 창고 앞에서 누군가 짐을 내려놓았다. 바닥이 울리고, 흥정하던 목소리가 잠시 커졌다가 잦아들었다.노기수는 장부의 모서리를 맞췄다.“있습니다.”도원이 시선을 들었다.“그 장부를 관아에 내놓으시겠습니까?”노기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여울은 노기수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 끝에 종이 먼지가 묻어 있었다.“그 장부에는 뭐가 적혀 있습니까?”“제가 실제로 받은 돈과 내보낸 돈입니다.”“방금 본 장부와 다른 내용입니까?”“같은 날짜가 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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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뗏목방 문 닫다

노기수의 말이 끝난 뒤, 소명방 안에 잠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탁자 가운데 낡은 장부가 펼쳐져 있었다. 장칠수는 은 담뱃대를 쥔 손을 내리지 않았다. 노기수는 장부에서 손을 떼고 두 팔을 옆으로 내렸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장부를 다시 품에 넣지는 않았다.서기가 기록을 정리하는 동안 소명관은 장칠수에게 물었다.“이 장부의 내용에 이의가 있습니까?”장칠수는 담뱃대를 탁자 위에 놓았다.“내 장부는 이미 냈어. 노기수의 기록은 따로 확인해야 할 일이야.”“확인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드러난 기록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습니다.”소명관이 서기에게 장부를 거두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했다. 서기는 낡은 장부와 장칠수가 냈던 장부를 나란히 놓았다. 날짜와 금액이 겹치는 곳에 얇은 종이를 끼워 표시했다.여울은 노기수를 보았다. 노기수는 장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관아 문밖에서 도시락을 들고 기다리던 부인은 이곳에 없었다. 여울은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거두었다.장칠수가 의자에서 일어났다.“이제 됐어? 나는 뗏목방으로 돌아가야 해.”“돌아갈 수는 있습니다. 다만 장부와 허가 증서에 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뗏목방의 재산을 옮기거나 처분해서는 안 됩니다.”소명관이 말했다.장칠수의 입가에 걸렸던 웃음이 사라졌다.“그걸 누가 정해?”“수운청에서 나왔습니다. 장부와 증서에 기록된 일을 확인하기 전까지 창고와 큰 뗏목배를 보전합니다. 장칠수는 조사에 따라야 합니다.”수운청에서 온 서기들이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장칠수에게 조사에 응하라는 말을 전했다. 장칠수는 그 사람의 옷깃을 한 번 보고 여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사공 아가씨는 속이 시원하겠군.”여울은 대답하지 않았다. 장칠수는 담뱃대를 집어 들려다 말고 손을 거뒀다. 서기가 장부를 덮지 않도록 그 앞에 섰다.“장부는 여기 두고 가세요.”“내 장부야.”“지금은 조사에 필요한 물건입니다.”장칠수는 잠깐 장부를 내려다봤다. 이어 노기수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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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숨 돌리는 날

여울은 낚싯줄 끝의 매듭을 당겨 확인했다. 매듭은 단단히 묶여 있었다. 강가에 내려놓은 바구니에는 미끼와 먹을 것이 함께 들어 있었다. 일할 때 쓰는 물때 매듭 줄은 허리에 없었다.“그 줄은 정말 두고 왔네요.”도원이 낚싯줄을 손가락 사이로 밀어 보며 말했다. 낚싯대는 무릎 옆에 세워 두었다. 소매를 걷은 손목에는 먹줄 자국이 남아 있었다.“오늘은 쉬는 날이니까요.”“나루에 갈 일이 없습니까?”“오늘은 없어요. 아버지도 제가 나가지 말라고 했고요.”“잘됐습니다.”도원은 모자를 벗어 옆에 놓았다. 모자 안쪽에 붙은 먼지를 손끝으로 털었다. 여울은 낚싯바늘에 미끼를 꿰었다.“도원 씨는 쉬는 날에도 줄을 재십니까?”“낚싯줄은 처음 써 봅니다. 얼마나 풀어야 하는지 재고 있었습니다.”“강 깊이를 잴 때 쓰는 줄이랑 같지는 않아요.”“그 차이를 알고 싶어서요.”여울은 미끼를 바늘 끝까지 밀어 끼웠다. 도원이 들고 있는 낚싯줄을 살폈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지만 낚싯바늘은 아직 물에 닿지 않았다.“물고기가 있는 곳까지 닿아야 해요.”“그래서 길이를 재고 있습니다.”“그렇게 재면 손에 줄이 더 많이 감기잖아요.”도원은 손가락 사이에 감긴 낚싯줄을 내려다봤다. 한 바퀴씩 풀어 바닥에 놓았다. 줄이 마른 풀잎에 걸렸다.“이렇게 하면 풀린 길이를 확인하기 쉽습니다.”“풀린 길이는 확인되지만, 바늘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죠.”“그럼 여울 씨는 어떻게 아십니까?”여울은 낚싯대를 들고 강가로 다가갔다. 물가에는 발자국이 몇 개 찍혀 있었다. 여울은 그중 가장 가까운 자리에 쪼그려 앉아 물을 살폈다. 물빛이 탁한 곳과 맑은 곳이 얇게 나뉘었다.“물이 꺾이는 데가 있어요. 저쪽에 바늘을 던지면 줄이 물살을 타고 이쪽으로 와요.”도원은 여울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눈으로 보입니까?”“냄새가 먼저 와요. 물비린내가 조금 진한 쪽이요.”도원은 강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는 여울을 보았다.“저는 아직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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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큰물 오기 전

여울은 대답하지 않고 바구니를 발치에서 조금 밀었다. 도원의 빈 낚싯줄은 단정히 감겨 있었다. 강가에는 아침 물 냄새가 짙게 깔려 있었다.여울은 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비린내 사이로 젖은 흙 냄새가 섞여 왔다. 물살은 겉으로 잠잠했지만 강가에 놓인 풀잎 끝이 조금씩 아래로 눕고 있었다.“도원 씨.”“네.”“오늘은 낚시를 접어요.”도원은 감아 둔 낚싯줄을 내려놓았다.“강에 변화가 있습니까?”“있어요. 냄새가 달라졌어요.”여울은 물가에 쪼그려 앉았다. 손을 담그지는 않았다. 물이 닿는 널판 아래를 살피고, 말뚝에 감긴 물때 자국을 눈으로 따라갔다. 여울의 허리에는 오늘의 매듭을 묶은 물때 줄이 있었다.“물이 불어날 겁니다. 10일 전에 말씀드린 것보다 빨라요.”도원은 모자를 벗었다. 모자 안쪽을 손가락으로 한번 쓸고 여울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10일 전에 말씀하신 큰물이 오늘 온다는 뜻입니까?”“네. 오늘 밤이에요.”도원은 곧장 대꾸하지 않았다. 강을 살핀 뒤 낚싯줄을 옆에 놓았다. 허리에서 측심 줄을 꺼내 널판 끝에 걸었다. 줄에 달린 납추가 물에 잠겼다.“제가 잰 값은 평소와 다릅니다. 다만 아직 나루를 닫을 정도는 아닙니다.”“아직은요.”“수운청에 대피 공문을 올리겠습니다.”여울은 매듭 줄을 풀어 손바닥 위에 펼쳤다. 오늘 매듭 옆에는 전날과 다른 표시가 있었다. 여울은 매듭을 눌러 확인한 뒤 다시 줄을 허리에 감았다.“윗마을 가물막이 물은 어때요?”“제가 확인한 뒤로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래도 물이 더 오르면 흙포대가 먼저 눌릴 수 있습니다.”도원은 줄을 거두었다. 납추에서 흙물이 한 방울 떨어져 널판에 작은 자국을 남겼다.“물이 불기 전에 사람을 옮겨야 합니다.”“그런데 공문 답이 늦으면요?”“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조합과 먼저 준비하겠습니다.”여울은 도원의 얼굴을 살폈다. 도원은 모자를 쓰지 않고 측심 줄을 어깨에 걸었다. 입술은 다물려 있었다.“사람들이 믿지 않으면 배에 타지 않을 거예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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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큰물 밤

여울은 물때 매듭 줄을 허리에서 풀어 말뚝에 감았다. 물이 말뚝 중간을 넘었다. 널판 밑으로 부딪치는 물소리가 아까보다 굵어졌다.“첫 배부터 띄웁니다. 빈자리를 남기고, 아이와 걷기 힘든 사람을 먼저 태워요.”달삼이 배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젖은 밧줄을 손으로 당겨 매듭을 살폈다. 하돌은 노를 배 바닥에 눕히지 않고 옆에 묶었다.“물살이 빠릅니다. 배가 돌아가면 혼자 잡지 말고 줄을 당겨요.”여울은 사공들을 둘러봤다. 달삼과 하돌을 포함해 조합원 열둘이 각자 배에 붙어 있었다. 새남은 징채를 두 손으로 쥔 채 여울의 지시를 기다렸다.“사람들이 모이면 징을 한 번 쳐요. 먼저 치면 안 돼요.”“네. 한 번만 치겠습니다.”“사람들이 널판으로 몰리면 징을 치지 말고 이름을 불러요. 배에 타는 순서를 알려 줘요.”새남은 징채를 내렸다. 여울은 배 안을 다시 확인했다. 바닥에 고인 물은 손으로 퍼냈다. 노가 매인 자리를 당겨 보고, 밧줄 끝이 배 안쪽으로 늘어지지 않았는지 살폈다.도원은 선착장 바깥의 물살을 보고 있었다. 모자를 벗어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측심 줄을 잡았다. 납추는 강물 아래로 내려가 보이지 않았다.“측량관님, 줄이 당겨집니다.”명치가 줄의 끝을 붙들고 말했다. 도원은 줄이 쓸리는 방향을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매듭을 짚었다.“이쪽 물살이 더 빠릅니다. 배를 띄울 때 줄을 곧게 잡으십시오. 한쪽으로 쏠리면 놓지 말고, 배가 안정될 때까지 당기지 마십시오.”“네.”명치의 손이 떨렸다. 도원은 말없이 줄을 한 바퀴 더 감아 명치의 손에 건넸다. 명치는 두 손으로 줄을 붙잡았다.윗마을 쪽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렸다. 이장이 앞서 걸어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빈 소쿠리를 들고, 다른 손으로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낮은 곳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일렀다.“아이들부터 이쪽으로 오시오. 짐은 놓고 오시오. 배에 탈 때 밀지 말고!”탁순 할멈은 주막에서 가져온 그릇들을 널판 한쪽에 내려놓았다. 국 냄새가 물비린내 사이로 올라왔다.“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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