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깼을 때 휴대폰에는 부재중 전화가 아니라 수정의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일어나면 연락. 회사 오기 전에 일부터 하지 말고.메시지를 다시 읽으며 메일로 가려던 엄지를 멈췄다. 침대에서도 출근할 사람이라는 걸 이렇게 잘 알 필요까지 있나.그래 놓고 결국 업무용 메일부터 열었다. 수정이 질문을 확인했고 채원도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오전 인터뷰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는 보고였다.다음 보고에 따르면 백민우 관련 조사 절차가 시작됐고, 제출된 메시지의 작성 경위와 반입 물품은 아직 확인 중이었다. JS엔터가 내놓은 답변은 개인적으로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짧은 말뿐이었다.답장을 쓰는 동안 오자가 3번이나 났다. 채린은 결국 글로 버티기를 포기하고 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오후에 갈게.”“오후에 와서 뭘 하려고?”“서명할 게 있어.”“전자 결재 되는 것과 내일까지 기다릴 수 있는 것밖에 없어.”“그래도…….”“침대에서 말하면 목소리가 더 멀쩡해지는 줄 아냐.” 채린은 이불을 무릎까지 끌어올렸다. 들킨 것 같아 짜증이 났다가, 들키지 않았다면 벌써 옷을 입었을 자신이 더 짜증 났다.점심을 먹고 한숨 더 잔 뒤에야 머릿속이 조금 맑아졌다. 해 질 무렵 사무실에 들를 수 있었던 건, 수정과 남은 일만 확인하고 바로 나온다는 조건을 받아들인 뒤였다.본부장실은 돌아왔던 순간과 비슷했다. 의자, 모니터, 창밖 교차로. 채린은 책상 모서리에 손을 올렸다.오후 5시 50분이 되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때와 같은 자리에 앉아 돌아오던 순간을 떠올렸다. 떨리는 손으로 시간을 확인해 봐도, 창밖의 차들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갔다.1분이 지났다.예약 버튼도 아닌데 시각부터 맞추고 있다니. 채린은 피식 웃었다. 무엇 때문에 돌아왔는지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는 처지였다.수첩에 한 줄을 더 적었다.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 앉는 것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무슨 실험을 계속할 힘도 없었다. 그녀는 수첩을 서랍에 넣고 잠갔다.문을 열고
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