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Kabanata 11 - Kabanata 20

42 Kabanata

11화. 마지막 의상 반납

마지막 박수가 끝나자 의상실부터 전화가 왔다.“오늘 반납하셔야 해요. 내일 오전에 다른 촬영 나가는 옷이라서요.”밤 10시가 넘어서야 대기실의 옷걸이를 세었다. 흰 드레스와 입지 않은 검정 드레스, 이헌의 여벌 재킷까지. 사람들을 귀가시켜도 이 물건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기 전에는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사복으로 갈아입은 채원은 가방을 멘 채 기다렸다. 화장을 지운 얼굴이 한결 어려 보였다.“내일 오전 일정, 그대로 할게요.”“취소해도 되는 인터뷰예요. 오늘 일 질문할 수도 있고요.”“영화 잡지잖아요. 질문지 보고 결정할게요.” 채린은 습관처럼 괜찮겠냐고 한 번 더 물으려다 멈췄다. 채원은 자기 드레스가 커버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다.“저 옷, 오늘 입어서 다행이에요.” 채린은 말없이 지퍼를 올렸다. 찢어진 옆선이 손끝에 남아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 옷에는 아무 흠도 없었다.출입증을 반납하러 온 현정에게 병원은 어땠느냐고 물으려다 말을 삼켰다. 낮의 통화를 들었다는 설명부터 해야 할 터였다. 채린이 오늘 고생했다고 인사를 건네자, 현정도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마주 인사했다.출입 담당자가 내민 미회수 목록에는 최유정 명의의 증을 경찰에 인계했다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지우는 목록 곁에 제 출입증도 놓고 수량을 다시 세었다.“본부장님, 저 오늘 놓친 거 없었죠?”“응. 잘했어요.” 너무 빠른 대답이었는지 지우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어쩌면 오늘 하루 내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기다린 건 아니었을까.마지막으로 찾아온 행사 실장은 교체 인력 확인서와 외주 계약 사본을 내밀었다. 이름은 바로잡았지만 추가 비용 승인은 아직 남았다는 설명이었다.의자 등받이에 서류를 받쳐 놓고 넘기던 채린의 눈이 계약 하단에서 멎었다. 처음 보는 관리번호가 붙어 있었다.외주관리 R-17.인력 공급 업체명 옆에 붙은 번호인데 정작 지급처는 별도로 적혀 있었다. 채린은 실장에게 이 번호가 어느 쪽에서 붙인 것인지 물었다.“저희도 상위 계약에서 넘어온 거라. 내일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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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첫 번째 정시 퇴근 실패

잠에서 깼을 때 휴대폰에는 부재중 전화가 아니라 수정의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일어나면 연락. 회사 오기 전에 일부터 하지 말고.메시지를 다시 읽으며 메일로 가려던 엄지를 멈췄다. 침대에서도 출근할 사람이라는 걸 이렇게 잘 알 필요까지 있나.그래 놓고 결국 업무용 메일부터 열었다. 수정이 질문을 확인했고 채원도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오전 인터뷰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는 보고였다.다음 보고에 따르면 백민우 관련 조사 절차가 시작됐고, 제출된 메시지의 작성 경위와 반입 물품은 아직 확인 중이었다. JS엔터가 내놓은 답변은 개인적으로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짧은 말뿐이었다.답장을 쓰는 동안 오자가 3번이나 났다. 채린은 결국 글로 버티기를 포기하고 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오후에 갈게.”“오후에 와서 뭘 하려고?”“서명할 게 있어.”“전자 결재 되는 것과 내일까지 기다릴 수 있는 것밖에 없어.”“그래도…….”“침대에서 말하면 목소리가 더 멀쩡해지는 줄 아냐.” 채린은 이불을 무릎까지 끌어올렸다. 들킨 것 같아 짜증이 났다가, 들키지 않았다면 벌써 옷을 입었을 자신이 더 짜증 났다.점심을 먹고 한숨 더 잔 뒤에야 머릿속이 조금 맑아졌다. 해 질 무렵 사무실에 들를 수 있었던 건, 수정과 남은 일만 확인하고 바로 나온다는 조건을 받아들인 뒤였다.본부장실은 돌아왔던 순간과 비슷했다. 의자, 모니터, 창밖 교차로. 채린은 책상 모서리에 손을 올렸다.오후 5시 50분이 되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때와 같은 자리에 앉아 돌아오던 순간을 떠올렸다. 떨리는 손으로 시간을 확인해 봐도, 창밖의 차들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갔다.1분이 지났다.예약 버튼도 아닌데 시각부터 맞추고 있다니. 채린은 피식 웃었다. 무엇 때문에 돌아왔는지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는 처지였다.수첩에 한 줄을 더 적었다.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 앉는 것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무슨 실험을 계속할 힘도 없었다. 그녀는 수첩을 서랍에 넣고 잠갔다.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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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개봉까지 사흘

블러드 러너의 주연 배우는 자기 얼굴이 붙은 입간판 옆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류진혁은 채린을 보자 통화를 끊었다. 배급사 시사실 앞 복도였다. 벽에는 개봉까지 사흘 남았다는 홍보물이 붙어 있었고, 안내 직원은 예약된 인터뷰 명패를 하나씩 치우고 있었다.“왜 여기 있어요? 회사로 오라니까.”“원래 감독님하고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진혁은 대답하며 모자를 더 눌렀고, 평소라면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가리는 대신 먼저 인사했을 사람이었다. 채린은 그를 비어 있는 회의실로 데려갔다.배급 담당자는 이미 노트북을 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취소부터 결정하진 말아 주세요. 당사자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채린이 자리에 앉기 전에 말했다.“그사이에 예매가 빠져요. 오늘 저녁 인터뷰도 기자가 안 오겠답니다.”“저희가 지금 아니라고만 하면 내일 그 말을 또 확인하셔야 합니다. 1시간 주세요.”“1시간 뒤에는 답이 나와요?” 채린은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려다 다른 칸으로 손을 옮겼다. 회귀 기록 대신 업무용 메모장이 나왔다.“그때까지 뭘 확인했는지 먼저 드릴게요. 결론까지 약속하진 못합니다.” 담당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비웠다. 문이 닫힌 뒤에도 복도에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고, 시사회 취소가 확정은 아니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채린은 진혁 앞에 빈 종이를 놓았다.“그제 밤 동선 써요. 회사 일정 끝난 뒤부터 집에 들어갈 때까지.”“사진이 잘못된 거예요.”“어느 부분이요?”“제가 사람 치고 그냥 갈 사람이에요?” 진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채린은 펜 뚜껑을 벗겨 그에게 건넸다.“저 그날 같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물어야죠.” 그는 펜을 받지 않았다. 채린은 진혁이 자꾸 눈썹 사이를 누르는 모습을 봤고, 인터뷰 전에 대답을 외울 때 하던 버릇이었다.“멋있게 말 안 해도 돼요. 시간 틀리면 고치면 되고.”“나중에 제가 한 말 바뀌었다고 하실까 봐요.”“확실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않다고 써요.”그제야 진혁이 펜을 들었지만 채린의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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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말하지 못한 동승자

“혼자 탔어요?” 채린이 묻자 진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헌이 옆자리에서 조금 뒤로 물러났고, 가까이 붙어 앉아 있던 몸이 떨어지자 진혁이 겨우 고개를 들었다.“만나는 사람이 있어요.” 회의실 밖에서 카트가 지나갔다. 바퀴가 문턱에 걸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그날도 만났고요. 집까지 같이 가다가…… 그 사람 먼저 내려 주고 갔어요.”“운전은 누가 했어요?”“대행 기사요. 매니저가 불렀어요.”“그걸 왜 지금 말해요?” 질문이 날카롭게 나갔다. 진혁은 반사적으로 모자를 움켜쥐었다.“이름부터 나갈 것 같아서요. 제가 여기 있었다고 하면 누구 만났는지부터 찾아낼 거잖아요.” 채린은 숨을 한 번 골랐고, 당장 살릴 수 있는 답이 나왔는데도 말하지 않은 이유가 답답했다. 그렇다고 그 답을 끌어내려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내밀게 할 수는 없었다.“우리한테 사실대로 말하는 것과 밖에 공개하는 건 달라요. 그분 연락처를 기사에 줄 생각 없어요.”“회사에서 사진 내자고 하면요?”“그때 싫다고 하세요. 그 말은 지금보다 빨리요.” 진혁이 그녀를 봤다. 채린은 펜을 다시 들었다.“연애를 숨긴 건 따로 얘기해요. 지금은 차를 누가 몰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헌이 진혁 앞에 놓인 빈 물병을 봤다. 자기가 가져온 다른 병을 가까이 밀었고, 진혁은 고맙다는 말 없이 뚜껑을 열었다.“그 사람은 사진이 도는 걸 알아?”“네. 아무 말 하지 말아 달라고 했어요. 예전에 제 팬들한테 사진 찍힌 적도 있어서…….” 이헌은 잠깐 채린을 봤다가 진혁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럼 연락하기 전에 무슨 용도인지부터 말해. 갑자기 회사 번호로 전화 오면 더 겁나겠지.” 채린은 진혁에게 연락처를 물으려던 말을 삼켰다. 빨리 확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또 앞서 있었고, 진혁에게 먼저 설명할 시간을 줬다.문밖에서 진혁은 한동안 말을 못 했고, 유리창 너머로 고개만 끄덕이더니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었다. 채린은 입 모양을 읽으려던 시선을 거뒀다.조금 뒤 진혁이 문을 열고 얼굴만 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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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사진의 바깥

진입로는 사진보다 좁았다.채린은 차에서 내려 인도 안쪽에 섰고, 지우가 알려 준 주차장은 배급사에서 멀지 않았다. 늦은 저녁인데도 건물 안 식당으로 들어가는 차량 때문에 입구가 번잡했다.이헌은 차 안에 남았다. 그가 내리면 사람들이 어디를 보러 왔는지보다 누구와 왔는지를 찍을 것이었다.“10분만 볼게요.” 채린이 말하자 그가 창을 내렸다.“시간 넘기면 문 잠글 겁니다.”“제 가방은 내려 주세요.”“그건 담보.” 말이 끝나기 전에 채린이 돌아서자 그는 더 부르지 않았다. 조수석 위에 그녀가 읽던 확대 사진만 펼쳐 놓았다.채린은 게시물의 담장과 배수구 위치를 확인했고, 담장 옆 전신주에 붙은 반사판까지 같았다. 화면 속 차가 서 있는 곳은 주차장 바깥으로 완전히 나온 길이 아니라, 두 방향 차량이 잠깐 비켜 가는 부분이었다.마침 검정 승용차가 나오자 맞은편의 흰 차가 멈췄다. 채린이 인도 안에서 몇 걸음 옮기니 두 윤곽이 겹쳐, 뒤차의 문짝이 앞차 몸통에 붙은 듯 보였다.휴대폰에는 행인의 얼굴과 번호판을 피해서 위치만 담았다. 화면 위로 두 차가 겹쳤던 지점을 짚으니 그날 사진의 그림자가 왜 어긋나 보였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다만 지금의 사진으로 당시 사고까지 증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최초 사진 원본 받았어?”“요청했는데 답 없어. 지금 퍼진 건 다 화면 캡처야. 아래쪽도 잘렸고.”“여기 출입 차량이 붙어 보이는 자리야. 사진 속 뒷바퀴 쪽 선, 차 한 대로 보기엔 좀 이상해.”“다른 차일 수도 있다는 거지?”“응. 원본을 봐야 해.” 통화를 마치자 주차 관리인이 나왔고, 채린이 미리 전화했던 사람인지 물었다. 그녀는 진혁이 동의한 차량 확인 요청을 설명하고 출차 시간이 어떤 기록인지 다시 물었다.“차량 인식한 시각이에요. 결제만 먼저 한 시각하고 달라요.”“영상도 아직 남아 있나요?”“보존 요청받아 놨어요. 다른 차들이랑 손님도 찍혀서 여기서 보여 드리긴 어렵고요.”채린은 알겠다고 답하고 다음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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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피해자는 따로 있다

“병원이라도 찾아가 봐야죠.”제작사 실무자가 전화로 말했다. 채린은 회사에 돌아와 외투를 벗다 말고 멈췄다. 복도 끝 회의실에는 진혁과 그의 매니저가 기다리고 있었다.“어느 병원인지 어떻게 아셨어요?”“기자 통해서요. 본인도 억울한 거면 만나서 풀면 되는 거 아닙니까.”“방문 약속 잡으셨어요?”“아직요. 연락을 안 받는다니까 일단 가 보자는 거죠.”채린은 책상 위에 놓인 차 열쇠를 봤고, 다시 나가려면 나갈 수 있었다. 얼굴을 보고 설명하면 전화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 생각이 스친 순간, 병실 문밖을 가득 메운 자기 회사 사람들의 모습도 떠올랐다.“가지 마세요. 저희도 안 갑니다.”“본부장님은 여유 있으시네요. 개봉 밀리면 누가 책임져요?” 채린은 외투를 의자에 걸었다. 아까 겨우 풀린 어깨가 다시 굳었다.“다친 분한테 그 질문부터 할 순 없잖아요. 연락받을 방법을 먼저 확인할게요.” 전화를 끊자 회의실 문이 열렸다. 매니저가 제작사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고 묻자 채린은 대답 대신 진혁에게 피해자와 직접 연락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없어요. 누군지도 몰라요.”“앞으로도 혼자 찾아가진 마요. 만나고 싶으면 의사부터 확인하고요.”“제가 사고 낸 것도 아닌데 왜 만나야 해요?” 채린은 잠깐 펜을 내려놓았고, 진혁이 억울한 일을 당한 건 맞지만, 연락처조차 확인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자기 사정부터 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은 누구에게 전화를 걸든 그 이야기부터 꺼낼 것만 같았다.“사고 때문에 꼭 만나라는 뜻 아니에요. 기사 때문에 생긴 문제는 있을 수 있으니까 확인하자는 거예요.”그때 제작사 실무자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매니저가 받았고, 스피커에서 작게 새는 목소리가 들렸다.“회사에서 치료비 정도 먼저 주고 정리하면 안 돼요? 진혁 씨 이름만 안 나오게…….” 이헌이 문가에서 고개를 들었다.“다친 사람이 돈 달라고 했습니까?” 매니저가 스피커를 껐다가 이헌의 시선을 보고 다시 켰다.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말부터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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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잃어버린 두 시간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표의 두 칸이 비어 있었다.진혁은 그 시간에 누구를 만났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회사 일정이 끝난 뒤의 일을 말하지 않아 표가 비어 있을 뿐이었다. 채린은 그 칸 위에 '회사 미확인'이라고 적었다.“그냥 개인 일정이라고 하면 안 돼요?” 진혁이 물었다.“밖에 설명할 때는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사고 전후 이동은 우리도 알아야 확인을 맡기죠.” 그는 휴대폰을 열어 그날의 위치 기록을 보여 줬다. 지도 위에는 이동한 선과 멈춘 지점이 남아 있었고, 채린은 화면을 받지 않고 테이블 위에 놓게 했다.“여기는 제가 있었어요. 이쪽으로 나왔고.”“그건 휴대폰이 이동한 길이에요. 운전한 사람이 누군지는 여기 안 나와요.”진혁은 손을 내렸다. 채린도 저 선이 한 사람의 억울함을 곧장 풀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은 길었는데 필요한 답은 없었다.매니저 강태수가 옆에서 주차비 영수증을 내밀었고, 진혁의 카드로 결제된 내역이었다. 주차장을 이용한 사실은 맞았지만 출차 뒤 운전석에 누가 앉았는지는 여전히 빈칸이었다.“대행 예약은요?”“앱 확인 중이에요.”“아까도 확인 중이라고 했죠.” 태수가 휴대폰을 뒤집었다.“기록이 조금 꼬여 있어서요.” 채린은 대답 대신 손을 내밀 뻔했고, 피곤할 때는 직접 보는 게 빠르다는 생각부터 났다. 그녀는 내밀던 손을 물병 쪽으로 돌렸다.“진혁 씨 본인 계정에 있는 건 본인이 확인해요. 태수 씨 명의로 접수한 게 있으면 그것도요.”태수는 알겠다고 했다. 너무 빨리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채린은 그 등을 보다가 관자놀이를 눌렀다.수정은 홍보팀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모으고 있었다. 지우는 주차장 보존 요청의 회신을 기다렸다. 그런데도 채린의 노트북에는 열지 못한 파일이 쌓였다.그녀는 출차 시각을 옮기다가 10시 8분을 8시 10분으로 썼다. 화면을 한참 보고 나서야 이상한 것을 알아챘다.“그만 좀 봐요.” 이헌이 맞은편에서 말했다.“못 보면 더 오래 걸려요.”“지금도 오래 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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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좋은 매니저의 거짓말

태수는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진혁이 먼저 손을 뻗었다. 태수는 한 걸음 물러났다가, 그 행동이 더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테이블 위에 화면을 올렸다.“내 걸 취소한 건 알아요. 자기 걸로 다시 부른다고 했어요.” 진혁의 말에 채린은 태수를 봤다.“그럼 그 기록을 보여 주면 됐잖아요.”“목적지가 남아서요.” 태수는 진혁을 보지 않았다.“중간에 그분 내려 드린 주소가 있거든요. 진혁 씨 이름으로 기록 남으면 나중에 문제 생길까 봐 제 걸로 접수했어요.”오후 9시 43분. 강태수 명의의 새 예약이 있었다. 출발지는 같았고, 차량 번호는 진혁의 차 번호였다. 앞선 예약은 취소됐지만 그날의 운행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채린은 두 화면을 나란히 놓았다.“취소가 잘못이라는 얘기 아니에요. 왜 기록 없다고 하면서 이걸 안 줬냐고요.” 태수가 고개를 들었다.“본부장님도 예전에 숙소랑 식당 예약은 직원 이름으로 하라고 하셨잖아요.” 채린은 바로 대꾸하지 못했다. 숨긴 기록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자신이 가르쳤던 방식이 돌아왔다. 뒤에 서 있는 이헌 쪽으로는 차마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사실이었다. 이름이 알려지면 직원 명의로 바꾸고, 회사에는 필요한 결과만 보고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급한 현장에서 이유를 묻지 않으면 빨리 끝난다고 생각했다.“그랬어요.” 채린이 말했다.“그래서 제가 물어볼 자격 없다는 뜻이면, 그 얘기도 하죠. 그런데 지금은 그 기록이 없어서 진혁 씨가 운전한 것처럼 나오고 있어요.” 태수는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다. 진혁이 작게 말했다.“내가 숨겨 달라고 했어요. 태수 형한테.”“연애를 숨기는 것하고 사고 확인에 필요한 기록을 안 주는 건 달라요.” 채린은 목소리를 낮췄다.“두 분 다 그 차에 누가 탔는지 아는데 우리만 모른 채 아니라고 말해 달라는 거잖아요. 저 그렇게는 못 해요.” 채린은 손을 내밀지 않고 기다렸다. 마침내 태수가 연 화면에 배차 안내부터 운행 종료까지 기록이 나타났다. 그녀는 동승자 주소가 보이는 화면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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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상영관의 빈칸

아침에 다시 받은 예매표에는 회색 칸이 늘어 있었다.채린은 커피를 내려놓고 화면을 확대했다. 밤사이 일부 극장이 블러드 러너의 개봉일 선예매 편성을 줄였고, 원래 보이던 저녁 시간대 두 회차가 사라지고 다른 영화 제목이 들어가 있었다.“아직 사고 낸 사람인지도 안 나왔잖아요.”제작사 대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텅 빈 시사실에서 크게 울렸다.채린은 앞줄 의자에 앉았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 눈을 붙이고 나왔지만 눈꺼풀이 무거웠다. 옆자리에는 오늘 예정된 매체 인터뷰에 오지 않겠다고 한 기자의 명패가 놓여 있었다.“그래서 확인된 것부터 드리려고 합니다.”“결백하다고 해요. 운전 안 했다면서. 회사에서 믿어 주지도 않는데 관객이 믿겠어요?”대표는 그녀가 준비한 문안을 앞줄에 던졌고, 얇은 종이가 등받이를 타고 미끄러졌다. 채린은 바로 줍지 않았다.“지금 제가 확실히 확인한 건 대행 예약과 배차 기록입니다. 실제 운행은 기사 진술과 남아 있는 자료를 더 보고 있어요.”“그럼 그 사람이 운전했다잖아.”“진혁 씨 설명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확인 중이라고 쓰는 거고요.”“확인, 확인. 그동안 영화는 누가 지켜요?” 채린은 대표가 던진 종이와 그 뒤의 빈 좌석을 번갈아 봤고, 확인되지 않은 결론을 써 주면 저 사람이 잠깐은 고맙다고 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내일 또 그 말을 증명하라고 자기 앞에 앉을 것이다.채린이 뒤쪽 객석을 보니 개봉 전 단체 관람 문의가 들어왔다며 붙여 둔 예약 메모가 몇 군데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실제 상영할 관객은 아니어도, 그 이름들로 영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계산했던 흔적이었다.없어진 회차를 다시 넣어 줄 말이 자기 손에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녀는 떨어진 종이를 주워 펴고, 한 문장을 지웠다.피해자가 진혁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을 결백 근거처럼 붙여 놓은 부분이었다.수정이 낮게 물었다.“그것까지 빼면 더 화낼걸.”“이미 화났는데 뭐.” 건조하게 답했지만 채린의 손은 종이를 놓지 못했다. 빈 좌석을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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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좋은 기사도 검증한다

“기사에 언제 나갑니까?” 채린의 첫 질문에 정유라는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제가 사진 보내 드린 건 회사가 가진 정보와 맞춰 보려고요. 해명 자료 대신 써 달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채린은 창가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번호판을 보고 긴장이 풀리자 자신도 모르게 결과부터 재촉했다.“죄송합니다. 첫 번째는 진혁 씨 차량 번호와 일치해요. 두 번째 차량 정보는 저희에게 없어요.”“원본 제공자는 서로 다른 분입니다. 사진만 보면 최초 게시물에서 두 차가 겹쳐 보인 건 맞아요. 사고 관련성은 목격 내용도 더 대조하고 있고요.”“피해자분과도 통화하셨습니까?”“본인 동의받고요. 운전자 얼굴은 못 봤다고 하셨습니다. 배우가 아니라는 진술을 받은 건 아니고요.”유라는 채린이 지안에게 들었던 말을 별도로 확인하고 있었다. 대행 기사와도 회사가 연결해 준 설명을 받아쓰는 대신 본인에게 직접 취재 의사를 전했다고 했다.잠시 뒤 문자로 확인 질문이 왔다. 기사에 사용할 사실관계를 마지막으로 대조하려는 내용이었다.배우가 운전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는 표현이 중간에 있었다. 그 뒤에는 대행 예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문장이 붙어 있었다.채린은 첫 문장을 오래 봤고, 어젯밤부터 모든 사람이 써 달라고 요구한 문장이었다. 여기서 맞다고 답하면 자신도 잠깐은 숨을 쉴 수 있었다.“첫 문장은 저희가 아직 확인 못 했습니다.” 채린은 전화로 다시 말했다.“예약과 배차 내역은 있어요. 그 시각 운전석에 누가 있었는지는 자료를 더 봐야 합니다.”“본인에게 유리한 문장인데도요?”“예약만 해 놓고 본인이 운전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진혁 씨가 그랬다는 뜻은 아니고…….” 말이 길어졌다. 유라가 중간에 끊었다.“알겠습니다. 그 문장은 빼죠.” 전화를 끊고 나니 뒤에서 기다리던 이헌과 눈이 마주쳤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남은 질문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아까부터 그 말 듣고 싶어 했잖아요.” 채린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러니까 더 오래 봤어요.” 그는 잠깐 그녀를 보더니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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