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1 - チャプター 40

42 チャプター

31화. 빈 시간은 공짜가 아니다

“빈칸이어서 되는 줄 알았습니다.”다음 날 아침, 지우가 일정표를 펼쳤고, 이헌의 촬영 종료 시각 아래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지우가 색을 칠한 3시간만 새로 생겨 있었다.채린은 그 칸을 지우려다 펜을 내려놓았다.“배우 일정만 봤어요?”“다음 날 오전 일정도 확인했습니다. 이동은 같은 건물 안이라서…….”“조명팀은요?” 지우가 입을 다물었고, 대답하려고 넘기던 종이도 멈췄다. 배우 이름 아래에는 다른 현장 인력의 시간을 적는 칸이 없었다.“그쪽 일정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광고는 생활용품 브랜드 라운의 신제품 캠페인이었고, 계약된 촬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식을 포함한 일정이었다. 여섯 장면의 본편 뒤에 짧은 세로 영상을 세 편 더 찍자는 요청이 붙었다.한 편에 15초.채린은 그 숫자 옆에 적힌 3시간이라는 말을 봤다. 화면 속 15초가 현장에서는 얼마가 되는지, 요청한 쪽도 이미 알고 있었다.“누가 가능하다고 답해 달랬어요?”“제작사 권 실장님이요. 일정만 확인하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정식 견적은 다른 쪽에서 이야기하는 줄 알았고요.”지우가 보낸 메시지에서 ‘가능합니다’라는 말이 유독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앞뒤에 적힌 건 장소와 시각뿐. 어젯밤 귀가 직전이었다는 사정까지 보태면, 채린은 당장 그 한 문장만으로도 책임을 묻고 화낼 수 있을 것 같았다.“전체 대화 보내 주세요.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지우는 곧바로 파일을 보냈다. 이미 여러 번 읽었는지 화면이 같은 위치에서 열렸다.제작사 권기석 실장은 전화에서 난처한 목소리를 냈다.“매니저님이 된다고 하셔서 작은 스튜디오까지 잡았습니다. 배우분 옷도 갈아입을 필요 없는 컷이에요.”“사람은 갈아 끼웁니까? 본편 팀이 그대로 찍나요?” 말이 날카로웠다. 채린은 수정이 쳐다보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인원하고 장비, 소품 준비까지 필요한 시간표 보내 주세요. 추가 출연 조건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어요.” 기석은 이미 예약금을 넣었다고 했다. 채린이 취소 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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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모두가 아는 관행

“전에는 이런 걸 따로 계산 안 했습니다.” 권기석 실장이 오래된 촬영표를 내밀었고, 채린의 이름이 하단에 있었다. 그녀는 그 칸을 보는 순간 대답이 늦어졌다.“그때랑 이번은 제작물이…….” 말을 잇다가 채린은 멈췄다. 지난번에도 본편 밖의 영상이 두 편 더 있지 않았던가. 배우에게 다음 일정이 없으니 진행해 달라고 했던 자신은, 야간 수당을 누가 내는지 묻지도 않았다.제작사와 연결한 화면 속에서 기석이 종이를 넘겼다.“이건 같은 광고주도 아니에요. 업계에서 다 이렇게 하니까 저희가 이번만 특별히 부탁드린 게 아닙니다. 그때도 본부장님이 괜찮다고 하셨고요.”채린은 모니터 옆에 앉은 지우를 봤고, 그는 변명에 쓸 수 있는 자료가 나타났는데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용해졌다.“그때 추가 비용이 어디에 반영됐는지 확인해 주세요.”“전체 제작비 안에서 맞췄죠.”“누가 덜 받았는지도 확인해 주세요.” 기석의 표정이 굳었다. 채린은 자기도 그 질문을 처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제가 당시에는 종료 시간만 보고 승인했습니다. 그 부분부터 다시 보겠습니다.” 화상 회의가 끝나자 방 안이 조용해졌고, 계약 담당자가 자료를 가져오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채린은 그를 붙잡지 않고 남은 직원들에게 잠깐만 앉아 달라고 했다.이헌은 벽 쪽 의자에서 피팅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타일팀을 보내고 나갈 수도 있었는데 그대로 남았다.“지우 씨가 혼자 결정한 건 잘못입니다.” 채린이 말했다. 지우의 어깨가 굳었다.“그런데 제가 지난번에 승인한 표를 보고 똑같이 해도 된다고 생각할 만했어요. 어디까지 일정 확인이고 어디서부터 계약인지, 저도 말로만 구분했습니다.” 그녀는 예전 촬영표를 직원들 쪽으로 돌렸다.“내가 하면 현장 수습이고, 신입이 하면 월권이라고만 쓰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잘못했어요. 미안합니다.” 지우는 촬영표 한쪽을 눌렀다.“저도 확인을 끝냈다는 말부터 보냈어요. 계약 담당자한테 물어보고 답했어야 하는데.” 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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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이번만의 목록

촬영 전날, 채린은 대표실에 표 한 장을 놓았다.맨 위에는 ‘이번만’이라고 적었다.장태경이 제목부터 보고 웃었다.“나한테 항의하는 거냐?”“아래 서명은 다 제 겁니다.” 여섯 번의 촬영, 늘어난 시간, 당시 확인한 비용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비용. 채린은 정확히 알 수 없는 칸을 빈칸으로 남겼다. 손해를 크게 보이게 하려고 모두 같은 단가로 계산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다시 그 숫자를 설명하느라 하루가 갈 터였다.“이번 추가 영상을 그대로 받으면 인력부터 바꿔야 해요. 배우가 남는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그럼 취소해?”“본편은 찍습니다. 여섯 장면 중 같은 공간을 쓰는 두 장면을 한 세팅으로 묶을 수 있는지 감독님이 보겠대요. 세로 영상은 기존 촬영분에서 만들 수 있는 범위만 따로 협의하고요.”대표는 전화기를 만지다가 내려놓았고, 광고주에게 좋게 설명하라는 답이었다. 채린은 그 말을 승인으로 확대하지 않고 자신이 제안할 범위만 메일로 남겼다.다음 날 현장에는 아침부터 냄새가 섞여 있었다. 새로 칠한 소품 벽, 뜨거운 조명, 식어 가는 커피. 지우는 출입문 옆에서 변경표를 나눠 주고 있었다.“추가 3시간은 확정이 아닙니다. 종료 예정은 6시 그대로예요.” 반복해서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갈수록 작아졌다. 세 번째 사람에게는 채린이 대신 설명하려다 멈췄고, 지우가 문장을 끝내고 상대의 질문을 적는 것을 기다렸다.이헌은 모니터 앞에서 감독과 새 동선을 맞췄고, 문을 열고 제품을 집는 장면 뒤에 다른 대사를 이어 붙이면 카메라 위치를 한 번 덜 옮길 수 있었다. 대신 배우의 표정이 연결을 맡아야 했다.“기뻐했다가 바로 담담해지면 이상한데요.” 그의 말에 채린은 조건을 줄여 줬는데 또 요구가 나오나 싶어 시선을 들었다.이헌은 다음 테이크에서 대사를 시작하기 전에 물건을 한 번 더 봤고, 뭔가 생각난 사람처럼 웃음을 삼켰다. 그 짧은 반응 뒤에 두 번째 대사가 붙자 끊긴 장면 같지 않았다.감독이 모니터를 돌려 봤다.“그렇게 갑시다. 여기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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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사진 속의 태도

사진 속 이헌은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었다.그 누군가는 화면에 없었다. 아래에 붙은 설명이 대신 자리를 채웠다.‘밥 먹는 스태프에게 촬영하자고 짜증 내는 배우.’사진을 확대하니 도시락 상자 옆으로 이헌의 구겨진 미간이 보였다. 불과 몇 시간 전 자신도 거기에 서 있었는데. 그때 어떤 전화를 받았는지보다 그의 표정이 먼저 떠올랐다.“거꾸로 붙였네요.” 수정의 말에 채린은 바로 반박문을 쓰려다가 손을 멈췄고, 이헌이 한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 못했다. 전화가 끼어 있었다.“원래 사진하고 그때 있던 사람부터 확인해요.”“현장팀 연락할게. 너는 이헌 씨한테.” 이헌은 밴 안에 있었고, 채린이 차 문을 열자 휴대폰을 무릎에 내려놓았다. 이미 사진을 본 얼굴이었다.“표정은 참 별로네요.”“그런 평가 받으러 오신 거 아닙니다.”“그럼 왜 왔어요?” 평소보다 말이 짧았다. 채린이 문턱에 서서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 묻자 이헌은 식사 시간이 밀린 것을 보고 촬영을 잠깐 멈추자고 했다고 답했다.“내가 쉬자고 했다고 해요. 스태프 얘기 꺼내지 말고.”“현장도 확인해야죠.”“괜히 그 사람들 이름 나오면 귀찮아져요. 내가 짜증 냈고 내가 시간 늘렸다고 해요.”채린은 밴 문 손잡이를 놓았고, 이헌이 저 말대로 사과하면 회사에도 제작사에도 보낼 문장이 금방 나왔다. 그녀는 열려 있던 메모 창을 닫았다. 이헌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모습까지 떠올리고 있었다.이헌은 차 안에서도 촬영용 구두를 다 벗지 못한 채 뒤꿈치만 빼고 있었다. 채린의 눈길이 닿자 불편한 모습을 들킨 듯 재빨리 발을 구두 안으로 넣었다.“차에서는 좀 벗으셔도 돼요.”“지금 사진 때문에 온 거라면서요.” 그는 자기 발보다 화면 속 얼굴을 먼저 바로잡고 싶어 했다.“그러면 밥 못 먹은 사람들은 배우 성격 때문에 현장이 늦어진 거라고 설명해야 해요.”“그 사람들 입을 막자는 게 아니잖아요.”“대신 대답하면 그럴 수 있어요.” 이헌을 따라 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장비를 실은 차가 빠져나가고 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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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누가 버튼을 눌렀나

다경은 회사로 오지 않겠다고 했다.채린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어디가 편하냐고 물었지만, 카페에 먼저 도착해서는 출입문이 잘 보이는 자리를 골랐다. 누가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했다. 지우가 맞은편 의자를 당기는 것을 보고서야 구석 자리로 옮겼다.“회사 사람들 같이 안 오셨죠?” 다경의 첫 질문이었다.“저하고 지우 씨만요. 녹음은 원하시면 같이 켜겠습니다.”“제 폰으로 할게요.” 그녀가 휴대폰을 테이블에 놓자 채린은 질문지를 꺼내지 않고 말을 골랐다. 종이부터 펴면 조사받는 듯할까 봐서였고, 그래 놓고 정작 입에서는 가장 급한 말이 나왔다.“사진은 왜 찍었어요?” 다경이 컵에서 손을 뗐다.“그렇게 물으실 줄 알았어요. 사진 찍은 사람이 문제라는 말부터 하실 줄 알았거든요.” 채린은 바로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도시락이 계속 저기 있었거든요. 시간은 지나는데 사람은 못 먹고. 팀장님한테 상황 보내려고 찍었어요. 배우 사진 찍으려고 기다린 거 아니에요.”그녀가 원본을 보여 줬다. 아래쪽에는 작업자가 장비 옆에 쪼그려 앉아 있었고, 도시락 상자가 더 넓게 찍혀 있었다. 파일을 보낸 대화에는 ‘점심 계속 밀려요. 교대라도 잡아 주세요’라는 문장이 붙었다.채린은 자신이 전화받으러 나갔던 시각을 떠올렸다. 그 잠깐 동안 다른 사람도 누군가에게 해결해 달라고 보내고 있었다.“제가 질문을 너무 빨리 했네요. 미안합니다.” 다경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설명을 계속했다.“이헌 씨가 말해서 쉬긴 했어요. 그런데 그 전에도 저희가 여러 번 물었어요. 유명한 사람이 말해야 쉬는 것도 싫었고요.”채린의 손가락이 컵 옆에서 멎었고, 배우가 현장을 구했다는 문장을 쓰려던 생각이 들켰다. 그 문장 안에는 먼저 부탁한 사람들의 시간이 없었다.“그 부분도 남길게요. 공개할 때 이름은 쓰지 않고, 인용할 문장은 먼저 보여 드리겠습니다.”“제 말은 안 쓰셔도 돼요. 제가 이헌 씨 몰래 욕한 사람으로만 안 나오면 돼요.”다경이 식은 커피를 밀어 놓자, 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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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잘못 찍힌 표정

영상 속에서 이헌이 미간을 구겼다.“이렇게는 못하겠는데요. 저쪽 팀 밥부터 먹고 하죠.”제작사의 현장 기록 영상에는 제품 세팅을 찍는 동안 옆에서 나눈 대화도 담겨 있었다. 채린은 재생을 멈췄다가 소리를 다시 들었다. 사진에 붙은 설명과는 반대의 말이었다.권기석은 원본을 임의로 배포하지 않는 조건으로 회사 회의실에서 확인하게 했다. 채린은 그 앞에서 필요한 시각과 대화를 적었고, 휴대폰으로 화면을 다시 찍지는 않았다.“이걸 처음부터 주셨으면 됐잖아요.”“저희도 어젯밤에 찾아봤습니다. 카메라가 배우분을 찍던 게 아니라서요.”상대의 피곤한 눈을 보고 채린은 다음 말을 삼켰다. 밤새 찾아낸 사람이 앞에 있는데 왜 이제야 나왔느냐고 물을 뻔했다. 그녀는 먼저 고맙다고 했다.사진 시각은 오후 1시 26분이었다. 식사는 12시 30분부터 순차 진행하기로 했지만 제품 확인과 세팅 변경 사이에서 미뤄졌다. 다경이 팀장에게 먼저 보낸 요청도 남아 있었고, 채린은 그 앞뒤를 함께 적었다.“배우님이 쉬자고 해서 멈춘 건 맞네요.” 광고주 담당자가 말했다. 그는 변호사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하지만 저희가 식사를 금지한 적은 없습니다. 제작사에서 알아서 조정했어야죠.” 기석이 펜을 내려놓았다.“승인 기다리는 동안 세팅 바꾸라고 하신 건 광고주입니다. 배우분도 대기하고 있었고요.” 회의가 그곳에서 맴돌기 시작했고, 누가 밥을 먹지 말라고 했는지 말한 사람은 없었다. 누구도 먹어도 된다고 정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채린은 노트에 적은 자기 통화 시각을 봤고, 식사 요청을 받고 광고주에게 전화한 뒤, 제품 색상 확인으로 통화가 넘어갔다. 다시 묻지 않은 사람에 자신도 있었다.“이 구간은 제가 현장 확인을 끝까지 못 했습니다. 그렇다고 사진 설명이 맞아지는 건 아니니까, 그 부분의 정정은 오늘 요청하죠.” 광고주 쪽 변호사가 정정 문안을 먼저 검토하겠다고 했다. 채린은 초안을 건넸고, 배우의 비협조라는 보고서도 함께 바로잡아 달라는 요청에는 별도 문제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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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평판을 파는 사람

견적서에는 ‘집중 대응’이라는 항목이 세 번 나왔다. 채린은 세 번째 줄까지 읽고 금액보다 기간을 먼저 봤다. 사흘. 그 안에 검색 결과와 기사 분위기를 정리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지우는 데 돈이 드는 겁니까, 새로 쓰는 데 드는 겁니까?” 세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둘 다 필요할 수 있죠. 지금은 사실 하나를 바로잡는다고 관심이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그 말은 맞았다. 채린은 영화 사건 뒤 며칠 동안 같은 삭제 요청을 반복했고, 사실이 전달되는 속도와 잘못된 설명이 사라지는 속도는 달랐다. 광고주 담당자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 이미지도 캠페인에 중요하니까, 회사 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채린은 사진 전달 대화를 그 앞에 놓았다. “그 전에 직원분이 사진을 받은 뒤 어디로 보냈는지 답해 주세요.” 세라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곧 부드럽게 웃었다. “제작사에서 상황 확인을 부탁했어요. 대외 대응 담당자에게 온 자료를 받는 건 이상하지 않죠.” “받은 다음이요.” “내부 확인 중입니다. 최초 게시 계정까지 저희가 관리하는 건 아니고요.” 답을 줄 수 없는 일은 짧았고, 돈을 받으면 해 주겠다는 일은 견적서 몇 장을 채웠다. 채린은 금액이 적힌 쪽을 넘기지 않았다. 채린은 더 밀어붙이고 싶었다. 시상식, 사진 배포, 이번 광고. 같은 이름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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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이름을 지우는 일

다경의 계정은 비공개로 바뀌어 있었다. 이미 저장된 사진은 그대로 돌아다녔다. 예전 행사장에서 지우와 찍은 단체 사진, 회사 이름이 보이는 출입증,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계정까지 화살표로 이어져 있었다. 채린은 화면을 끄고 다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은 받지 않았고, 두 번째에는 숨소리만 들렸다. “지금 통화할 수 있어요?” “제가 사진 찍은 건 맞다고 말하면 끝나요?” 채린은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 끝난다고 말하면 쉬웠다. 그 말을 믿고 얼굴을 내놓은 뒤에는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끝난다고 약속은 못 하겠어요. 지금은 공개 답변하지 않아도 됩니다. 원하시면 이름과 가족 사진 내려 달라는 요청부터 도울게요.” 다경은 자기 사진보다 옆에 찍힌 친구들의 얼굴을 먼저 가려 달라고 했다. 채린은 링크를 보내 달라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이미 자신이 보고 있었다. “저희가 목록 만들고, 다경 씨는 빠진 것만 확인해 주세요.” 수정은 화면을 두 개 열고 삭제 요청을 나눴다. 지우가 아는 계정들에게 직접 따지러 가겠다고 하자 채린은 댓글부터 달지 말고 게시 주소를 모아 달라고 했다. 지우는 손을 쥐었다가 풀었다. “저랑 같이 찍힌 사진 때문에 더 찾기 쉬웠을 거예요.” “찍힌 사람들한테 연락은 하되, 지우 씨가 전부 해명하겠다고 약속하지는 마요.” 그 말은 자신에게도 필요했다. 채린은 다경에게 법률 상담을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당장 공개 대응을 맡기라고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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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내부 문서의 문장

“그거 초안이에요.” 채린은 지우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말했다. 회의실 문 앞에 선 지우는 휴대폰을 내리지 않았다. 화면에는 보고서가 떠 있었고, 채린이 직접 쓴 문장, 직접 정한 제목, 아직 남겨 둔 이름이었다. “수정하려고 했어요. 배포할 문서가 아니고요.” “본부장님이 쓰신 건 맞죠?” 채린은 입을 다물었고, 유출됐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문장의 잘못까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다. 지우가 묻는 것은 경로가 아니었다. “맞아요.” 대답하자 그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안도한 모양은 아니었다. 더 확인할 것이 없어졌을 때의 움직임이었다. 채린은 옆에 놓인 의자를 당겼다. 지우는 앉지 않았다. “지금 이야기하는 게 괜찮아요? 내일 해도 됩니다.” “지금 듣고 싶어요.” 그가 문을 닫았고, 채린은 노트북 덮개를 내렸다. 정정문도, 이 일에 대한 결론도 아직 쓰지 않은 상태로 마주 앉았다. “제가 승인 없이 답해서 일이 시작된 건 맞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지우가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못한 사람으로 정리되면, 다음번에도 현장에 나갈 수 있습니까?” 채린은 당연하다고 답하려다 멈췄다. 인사 결정은 아직 하지 않았다. 지우가 원하는 말을 알았다. 그러나 여기서 섣불리 보장했다가는 또 자기가 모든 결과를 떠안게 될 터였다. “잘못한 범위를 확인하고 필요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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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계정을 빌려준 날

“재무팀에서 쓴 적이 있어요.” 서진의 목소리는 수화기 안에서 작았다. “임원 보고에 넣을 파일을 바로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요. 권한 신청하면 늦는다고, 잠깐만 제 계정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채린은 책상 모서리를 손으로 짚었고, 누가 시켰느냐고 묻는 말이 너무 빨리 튀어나올 것 같았다. 먼저 지금도 접속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물었다. “비밀번호를 바꿔 놓지는 않았어요.” “알겠어요. 기록 지우지 말고, 주고받은 연락은 그대로 두세요. 접속 차단은 담당자에게 요청할게요.” 그날 밤 채린은 정보 담당자에게 계정 보호 조치를 맡기고 집으로 갔다. 의자에 더 앉아 있으면 밝혀질 일이 아니었는데, 잠들기 전까지 서진이 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다음 날 아침, 서진은 평소보다 일찍 와 있었고, 채린은 문 앞에서 서류를 받지 않고 면담실로 함께 갔다. 수정도 자리했다. “그 파일을 밖으로 보냈어요?” “아니요. 전 보고자료 출력 요청인 줄 알았어요. 열어 볼 수 있는 계정이 제 것밖에 없다고 해서…….” 서진은 메시지를 보여 줬다. 재무팀 직원이 임원 보고 시각을 적어 보냈고, 접근 권한 처리를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채린의 초안을 특정해 달라는 문장은 없었다. 보고용 폴더 안에서 어떤 파일을 열었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했다. “전달받은 사람이 그 글을 올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정의 말에 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이름 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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