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1 - チャプター 30

42 チャプター

21화. 공개할 수 없는 얼굴

멈춘 화면 속에서 여자가 웃고 있었다.사흘 뒤 자신의 얼굴이 어떤 제목 아래 놓일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채린은 노트북 덮개를 조금 내렸고, 맞은편에 앉은 태수의 시선도 함께 내려갔다.“얼굴만 가리면 되잖아요.” 진혁이 말했다. 영상이 시작된 뒤 처음 나온 말이었다.“주소도 나와요. 목소리도요.”“그것까지 지우면 되죠. 제가 전화할게요.”진혁은 이미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채린이 그 손을 막으려다 멈췄다. 대신 지안을 봤다.“당사자에게 편집 범위를 설명하고 답을 듣겠습니다. 배우님이 지금 부탁하면 거절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지안의 말에 진혁이 입술을 눌렀다.“저 살리자고 얼굴 팔겠다는 거 아닙니다.”“그렇게 생각해서 말씀드린 게 아니에요.” 두 사람 사이에서 경수가 카메라 케이스를 닫았다. 작은 지퍼 소리가 유난히 길었다.채린은 영상을 빨리 받아 수정에게 보내려던 자신을 떠올렸고, 아까는 그게 당연한 다음 순서였다. 당연한 일 때문에 아직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인터넷에 올라갈 뻔했다.“원본부터 따로 보관해 주세요. 수사 담당자에게 전달할 건 이쪽으로, 공개할 건 동의받은 뒤 편집해서요. 제가 보는 파일도 구분하고요.”“원본을 가려서 제출하는 건 아니죠?” 경수가 물었다.“네. 수사에서 확인할 자료는 손대지 않습니다. 전달 경로는 변호사님이 담당자와 맞출 거예요.”그가 그제야 케이스에서 저장장치를 다시 꺼냈다. 어떤 장면을 증명하는 일보다 자기 손을 떠난 영상이 어디까지 가는지가 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지안은 복사할 파일과 전달받는 사람을 경수에게 보여 줬다. 채린은 옆에서 기자들에게 보낼 답변을 쓰다가 ‘영상 확보로 결백 입증’이라는 첫 줄을 지웠다. 그 말을 쓰면 곧바로 보여 달라는 요구가 올 터였다.진혁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전 연락도 하면 안 됩니까?”“해도 돼요. 평소처럼요.” 채린은 답하다가 자기 말이 우스워서 숨을 짧게 뱉었다.“평소처럼 하기는 어렵겠네요. 그래도 언제까지 허락해 달라는 말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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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취소의 비용

취소 견적서에는 오지 않을 사람들의 저녁값까지 들어 있었다.채린은 케이터링 항목 옆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미 재료를 준비했다는 답을 들은 뒤였고, 줄일 수 없는 돈이 하나씩 늘어났다.“이 정도면 그냥 영상을 내는 게 싸네.” 장태경이 숫자 아래를 손가락으로 눌렀다.“본부장 판단으로 얼굴 가리고 내. 어차피 우리 배우 해명이잖아.” 채린은 대표실 창가의 화분을 봤다. 사장이 생각할 시간을 줄 때마다 물을 너무 많이 준 듯 잎 끝이 갈색이었다.“옆에 탄 사람까지 우리 배우는 아니에요.”“지금 누구한테 돈이 나가는데.”“그래서 취소 비용을 가져왔습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세게 나갔다. 채린은 종이를 다시 펴며 대관 변경이 가능한 항목과 이미 집행한 항목을 나눴고, 대표는 듣다가 의자에 등을 붙였다.“그 사람한테 손실 액수는 말했어?”“아니요.”“그래야 결정을 하지.” 채린도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지금 답을 받으면 몇 명의 밤이 돌아오는지, 얼굴을 가리는 데 몇 초도 걸리지 않는지. 지안에게 걸 전화번호를 찾다가 손가락이 멎었다.그걸 전하는 순간 허락이 아니라 비용 청구가 될 것 같았다.“우리 비용은 여기서 결정해 주세요. 상대에게 넘기지 말고요.” 태경은 안경을 벗고도 승인이나 영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기다리던 채린이 계산기 화면을 세 번 껐다 켜 봐도 숫자는 줄지 않았다.오후 3시가 넘어 대표실을 나오자 지안의 연락이 와 있었다. 담당자와 원본 제출 경로를 확인했고, 동승자에게서 공개 범위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전화하고 싶었지만 재촉할 수는 없었다. 그 마음을 누르느라 목이 말랐다.엘리베이터 앞에서 수정이 작은 회의실을 가리켰다. 홍보 대행 담당자가 와 있었다.“정식 공개 전에 기자 한 분에게만 보여 주면 됩니다. 기사로 먼저 나오면 회사는 자료 낸 적 없다고 하면 되고요.” 담당자는 의자를 빼 주며 말했다. 친절하게 설명하는 목소리여서 더 익숙했다.채린은 앉지 않았다.“그 한 분이 동승자 얼굴을 기억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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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기자회견 대신 설명회

벽에 붙이려던 영화 포스터를 채린이 떼었다.“오늘 사진에 제목까지 크게 나오면 곤란해요.”홍보 직원이 테이프를 말아 쥐었다. 접이식 의자 스무 개, 작은 화면 하나. 준비된 것은 그게 전부였다. 사과하는 얼굴 뒤에 개봉 날짜가 붙는 장면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오후 5시 58분, 배급사에 확인 자료와 공개본을 전달했다. 6시 30분으로 잡은 짧은 설명회가 끝날 때까지 시사회 취소 발송을 보류한다는 답이 왔다.진혁은 문 옆에서 자기 문장을 읽고 있었다. 손에 땀이 났는지 종이 끝이 휘었다.“본부장님이 먼저 다 설명해 주시면 안 돼요?”“자료는 제가요. 연락이 늦어진 건 진혁 씨가요.”“거짓말이라는 말까지 해야 합니까?” 채린은 그가 지운 문장을 봤다. ‘확인이 지연됐다.’ 누가 지연시켰는지는 없었다.“처음엔 사진이 잘못됐다고만 했잖아요. 거기 간 사실도 뒤늦게 말했고요.” 채린은 진혁이 지운 문장 옆에 펜을 내려놨다. 이번에는 누가 확인을 늦췄는지 없는 문장으로 바꿔 주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헌에게 진혁의 시선이 급히 향했다.“형이라면 어떻게 말하겠어요?”“난 네 전화를 대신 받은 적 없어서.” 차갑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이헌은 진혁이 들고 있던 물병을 받아 뚜껑을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네가 한 말부터 해. 나머지는 질문을 듣고.” 기자들이 들어오자 그는 뒷자리로 물러났다. 채린은 발표자가 둘이라는 안내를 다시 했고, 이헌을 향하던 카메라가 천천히 앞으로 돌아왔다.영상에는 진혁이 뒷좌석에 앉은 모습과 사고 시각이 남아 있었다. 옆자리는 얼굴과 신원을 알 수 있는 부분을 가렸고, 목적지를 말하는 음성은 제거했다. 화면 하단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편집했으며 수사용 원본은 별도라는 설명을 넣었다. 동승자는 그 버전을 확인한 뒤 공개에 동의했다.채린은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에 경수의 촬영 목적과 확인 경위를 설명했다. 긴 자막을 읽는 대신 원본을 어디서 받았고 무엇을 가렸는지 짚었다.“편집으로 중간에 운전석을 바꾼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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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이기지 않은 하루

아침 기사에서 ‘뺑소니 배우’라는 말이 빠졌다.대신 ‘차 안의 여성’이 들어갔다.채린은 한동안 같은 제목을 봤고, 해명 자료를 보내면 질문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 사람들은 답을 받은 자리에서 다른 질문을 만들었다.“이 사진은 내려갔대.” 수정이 메시지를 보여 줬다. 진혁과 무관한 사람의 예전 게시물을 가져다 동승자라고 지목한 글이었다. 삭제된 자리 아래에는 이미 다른 계정이 같은 사진을 올렸다는 링크가 붙어 있었다.채린은 다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담당 부서를 바꿔 주는 동안, 휴대폰에 남은 6시 알림이 보였고, 전날 지우지 못한 알림이었다. 지금은 아침 9시인데 화면은 어제의 퇴근을 축하하고 있었다.“축하할 사람이 없으니까 조용히 해.” 그녀가 화면을 누르자 수정이 웃었다. 잠깐이었다. 피해자 가족에게서 온 연락을 읽은 뒤에는 웃음을 거뒀다.피해자가 돈을 받으려고 배우를 지목했다는 글이 돌고 있었다.“그분은 처음부터 얼굴을 못 봤다잖아.”“그러니까 그 문장부터 보내요.” 채린은 어제 발표문에서 해당 대목을 찾았고, 진혁의 해명이 담긴 동영상은 짧게 퍼졌지만 그 뒤에 붙은 피해자에 관한 답변은 대부분 잘려 있었다. 길이를 줄여 달라는 요청에 자신이 앞부분만 따로 만들어 준 것도 있었다.채린은 편집을 맡았던 직원에게 전화했다.“어제 제가 짧은 버전 달라고 했죠. 그건 배우 얘기만 남아서 다시 만들게요. 수정 작업 시간 잡아 주세요.”직원이 뒤늦게 한숨을 쉬었다. 이미 예약해 둔 게시물을 다시 바꿔야 했고, 채린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발송 목록 일부를 직접 가져왔다.시사회 초대 확인 전화가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제작사 담당자는 오늘을 ‘반전의 날’이라고 불렀다.“진혁 씨가 억울했던 이야기부터 해 주면 좋겠어요. 관객도 응원하러 오는 거니까.”“오늘은 영화를 보러 오는데요.”“우리도 힘든 건 알려야죠.” 채린은 정정 요청 화면과 초대 명단을 번갈아 봤고, 억울했던 쪽은 많았다. 전부 무대에 올릴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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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관객에게 돌려줄 자리

“울면 좋겠다는 건 아닙니다.”제작사 실장은 그렇게 말하고 진혁이 눈물을 참는 장면을 예시로 보여 줬다.채린은 태블릿을 돌려주었다.“그럼 이 예시는 왜 가져오셨어요?”“고생한 진심이 전해져야 한다는 거죠.” 시사회가 시작되기 4시간 전이었다. 배급사 회의실에는 반환되지 않은 초대권이 쌓여 있었고, 전날 밤 참석하겠다고 다시 연락한 사람도 있었지만, 끝내 답이 없는 자리도 많았다.채린은 빈 좌석 목록을 제 쪽으로 당겼다.“내부 예약 중 안 쓰는 구역, 오늘 저녁 관객 시사로 돌립시다. 취재 시사와는 시간을 나누고요.”“지금 사람을 어떻게 모읍니까?”“처음부터 신청받았던 일반 시사 대기 명단 있잖아요. 동의한 분들께 참석 가능 여부부터 물어볼게요.”실장은 응원 관객인지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채린은 무심코 ‘가능한 범위에서’라고 답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싫은 평을 하지 않을 사람만 찾아 놓으면 영화를 보여 주는 의미가 없어졌다.“행사 방해나 개인정보 촬영에 관한 안내는 보내겠습니다. 감상까지 고르기는 어렵고요.”“한 점 주겠다는 사람이 들어오면?”“영화를 보고 한 점을 주면 저희가 막을 수는 없죠.” 실장이 눈을 감았다. 채린도 그 말이 쉽게 나온 건 아니었다. 오늘까지 지킨 좌석에서 내일 쓸 악평이 나올 수 있었다.회의가 끝난 뒤 수정은 신청서에 붙은 한 줄을 가리켰다. ‘긍정적인 후기 작성에 협조해 주실 분.’ 이전 시사에서 쓰던 문장이었다.“이건 지울게.” 채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예전에는 자신도 별생각 없이 넘겼을 문구였다. 오늘은 그 말이 먼저 사람을 골라내고 있었다.저녁이 되자 상영관 앞이 조금씩 찼다. 당첨 문자를 두 번 확인하는 사람, 퇴근 가방을 맨 사람, 표를 받아 놓고도 진혁 참석 여부를 묻는 사람이 있었고, 채린은 영화에 관한 질문을 받는 자리이며 사생활 추적이나 다른 관객 촬영은 삼가 달라고 안내했다.한 관객이 이미 좋지 않은 평을 블로그에 쓴 적 있다고 먼저 말했다. 전작에 대한 글이었다.입장을 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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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별점보다 어려운 말

“앞부분을 보셨으면 이해가 되실 텐데요.” 진혁이 말했다.객석 가운데서 질문 카드를 접던 손이 멈추자 채린은 통로로 한 걸음 옮겼다. 사회자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에게 먼저 끊어 달라고 부탁하는 시선이었다.감독이 자기 마이크를 들었다.“앞부분에 설명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진혁이 그쪽을 돌아봤다. 감독은 관객에게 마지막 선택이 어떻게 보였는지 다시 물었고, 가족을 지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끝에서 주인공만 자유로워졌다는 답이 돌아왔다.채린은 발을 멈췄고, 질문을 잘못 들었다는 식으로 정리하면 잠깐은 편해질 터였다. 대신 저 관객은 오늘 이후 마이크를 들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감독은 결말에서 지키려던 감정을 설명한 뒤, 관객이 동의하지 않자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질문을 받았다. 찬성을 얻지 못해도 그렇게 끝낼 수 있는 대화가 채린에게는 의외로 낯설었다.행사가 끝난 뒤 진혁이 빈 대기실로 들어왔다. 허리에 붙였던 마이크 송신기를 탁자에 놓는 소리가 컸다.“보호자처럼 가르치려는 질문이잖아요. 영화에서 시키는 대로 꼭 생각해야 해요?”“관객도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어요.” 채린이 답하자 진혁이 고개를 들었다.“지금까지 절 믿어 준 사람 맞아요?”피곤하면 말이 가장 손쉬운 곳으로 갔다. 채린도 손쉬운 대답을 고를 뻔했다. 이 영화에 자신이 쓴 시간이 얼마인데.그녀는 탁자 위 송신기를 제자리 케이스에 넣었다.“운전 안 한 걸 확인한 것하고, 영화가 좋았다는 대답은 달라요.” 진혁은 의자에 앉았고, 채린은 그를 달래 줄 생각으로 옆에 서 있다가 그만두었다.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둘 사이에 자신까지 들어가면 대화가 또 해명 문안으로 바뀔 것 같았다.복도에서는 홍보 직원이 관객 후기를 읽고 있었다. ‘배우가 관객 탓을 한다’는 짧은 글이 벌써 올라왔다.“현장 분위기는 이 정도 아니었는데요. 제가 댓글 하나 달까요? 전반적으로 훈훈했다고.”채린은 직원의 입력창을 봤다. 소속을 밝히지 않는 개인 계정이었다.“지금은 보내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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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프레임의 가격

“내일 이야기하면 안 됩니까?” 채린이 물었다. 극장 출입문을 잠그러 나온 직원이 두 사람을 피해 열쇠를 돌리고 있었다.유라는 잠깐 조용해졌다.“가능합니다. 제가 질문부터 보내 놓죠. 지금 답을 달라는 건 아니에요.” 전화를 끊자 이헌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봤다.“왜요?”“은 본부장 입에서 내일이라는 말도 나오네.” 채린은 대꾸하려다 웃고 말았지만, 차에 타자 곧바로 메일을 열었다. 답변은 미뤘어도 호기심까지 퇴근시키지는 못했다.유라가 보낸 자료는 두 장이었다. 사진을 계정 운영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은 업체의 청구서 일부와, 청구 항목에 대한 취재 질문. 거래처가 확인에 동의한 부분만 남기고 계좌와 개인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채린은 ‘이미지 전달 및 게시 요청’이라는 항목을 오래 봤다. 사진을 찍은 비용도, 사진이 사실임을 보증하는 비용도 아니었다. 그 사진이 여러 곳에서 보이도록 하는 비용이었다.“누가 시킨 건지 나온 거예요?” 운전석 뒤에 앉은 이헌이 물었다.“돈을 청구한 곳과 받은 곳만요. 저쪽도 더 확인 중이래요.” 채린은 화면을 잠갔다. 어둠 속에서도 문구가 남았다.회사에 두고 온 계약 사본이 떠올랐다. 집으로 가는 방향과 회사 방향이 갈라지는 교차로에서 그녀는 잠깐 입을 열었고, 이헌이 먼저 기사에게 말했다.“본부장님 집으로 가 주세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채린이 그를 보자 그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변경할 거면 직접 말해요. 내가 눈치 보고 돌아가 주지는 않을 거니까.” 그녀는 입을 다물고 앉은 자리에 등을 붙였다. 메일함에 남은 사본은 집에서도 열 수 있었고, 회사로 가자고 꺼낼 뻔했던 말을 도로 삼켰다.그날 밤 채린은 식탁 한쪽에 업무 수첩을 폈고, 사라진 하루를 적은 수첩은 회사의 잠긴 서랍에 그대로 있었다. 지금 꺼낸 것은 누구에게 보여도 되는 질문들이었다.시상식 광고주가 보내 준 원문에는 외부 작성 문안을 검토해 달라는 전달 메일이 붙어 있었다. 백민우의 제안과 별개로, 광고주 담당자가 첨부 파일의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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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개봉 첫날의 좌석

좌석은 많이 남아 있었다.그 사실은 휴대폰을 세 번 새로고침해도 바뀌지 않았고, 채린은 네 번째부터 화면을 끄고 출입문 앞 안내판을 바로 세웠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 한쪽 다리 밑에 종이를 접어 넣어야 했다.“다음 회차도 이래요?” 진혁이 물었다. 캡을 벗었는데도 이마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지금 들어오는 분들부터 봅시다.”“그럼 안 좋다는 거네요.” 채린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무대 인사 순서가 적힌 카드를 건넸다. 진혁은 휴대폰 위에 카드를 올려놓고도 엄지로 화면을 한 번 더 밀었다.극장 직원이 대기 구역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다른 영화의 인사 팀이 먼저 지나갔다. 꽃을 든 팬들이 몰려들었고, 이쪽 출입문 옆에서 기다리던 관객 둘이 고개를 돌렸다.진혁이 물었다.“우리도 인사 시간을 좀 늦출까요? 입장 더 받을 수 있게.”“지금 오신 분들 기다리는 시간은요?” 말하고 나서 채린은 너무 빨리 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혁이 공연을 하기 싫어서 묻는 건 아니었다. 빈자리를 덜 보고 싶었던 것이다.“저도 채우고 싶어요. 그런데 10분 늦춘다고 저쪽 줄이 이쪽으로 오지는 않아요.” 진혁은 결국 휴대폰을 태수에게 건넸다.“끝날 때까지 숫자 말하지 마요.” 태수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자기 휴대폰도 주머니에 넣었고, 둘 사이에 예전처럼 농담은 오가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문을 향해 서 있었다.채린은 앞줄을 메워 보이게 관객을 옮길지 묻는 현장 직원에게 그대로 두라고 했다. 이미 고른 자리들이었다. 사진 한 장 때문에 다시 일어나 달라고 부탁하기에는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요구한 게 너무 많았다.진혁은 밝은 조명 아래서 첫인사를 했다.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채린은 물을 건넬 준비를 하다 그가 스스로 말을 고르는 모습을 봤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영화 안에서 제가 달리는 걸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몇 사람이 웃었고, 팬으로 보이는 관객이 응원 카드를 들어 올렸다. 진혁은 그쪽만 보려다가 반대편 끝자리에도 고개를 돌렸다.무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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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무죄와 흥행 사이

개봉 일주일 뒤, 진혁이 사고 차량을 운전하지 않았다는 확인이 왔다.담당자가 대조한 원본과 동선을 짚으며 지안이 설명을 이어 갔다. 사고 관련 차량은 진혁의 차와 별개였고, 그 시각 진혁은 자기 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실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가 이어지는 중이었다.채린은 수정에게 알린 뒤 잠깐 전화기를 내려놓았고, 기다리던 결론이었다. 기다리면 좀 더 환하게 웃을 줄 알았는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늘 발표문에서 어떤 표현을 쓸까였다.“진혁 씨한테 먼저 전화해.” 수정이 말했다.채린은 그제야 번호를 눌렀고, 진혁은 전화를 받고 한참 말이 없었다. 뒤에서 차창 올라가는 소리가 났다.“이제 우리 영화도 좀 괜찮아지겠죠?” 채린이 모니터의 상영 시간표를 보니 저녁 회차가 빠진 자리에 다른 영화 제목이 들어와 있었다.“기사는 바로잡을 수 있어요. 영화는 남은 관객을 만나야 하고요.”“알겠어요.” 대답은 짧았다. 채린은 축하한다는 말이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입을 열었다.“진혁 씨. 오늘 확인받은 건 다행이에요. 정말로요.”그가 수화기 너머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소리를 듣고서야 채린도 의자에 기대앉았다.오후에는 홍보 예산 회의가 있었고, 제작사는 이번 결론을 크게 알리면 예매가 살아날 거라며 추가 광고를 제안했다. 채린은 첫날보다 줄어든 상영 시간을 종이로 뽑아 가져갔다.“지금 예산을 두 배로 써도 볼 수 있는 회차가 같이 늘지는 않아요.”“포기하자는 겁니까?”“오늘 확정된 무대 인사는 지킵니다. 아직 안 나간 대형 광고를 줄이자는 거예요.” 실장이 펜을 던지듯 내려놓았고, 이 영화를 포기하는 첫 사람이 되는 건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채린 역시 손실 숫자를 말하면서 자신만 냉정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홍보 항목 하나에 줄을 그었다. 자신이 처음 제안했던 대형 전광판 광고였다.“이건 제가 잡았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회수하기 어렵다고 봐요. 취소 가능한 부분부터 줄이겠습니다.”아무도 바로 동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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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지켜준다는 말

태수는 사직서를 써 왔다.채린은 종이 맨 위를 읽고 돌려놓았다.“어제는 담당에서 빠지고 싶다고 했죠.”“회사에서도 난처하실 것 같아서요.” 맞은편의 진혁이 팔짱을 풀었다. 면담에 함께 오겠다고 한 건 그였다.“내가 숨겨 달랬잖아요. 왜 형이 나가요?”“네가 사고 확인 전화에도 예약을 숨기라고 한 건 아니니까.” 태수가 진혁을 보지 않은 채 답하는 동안, 채린은 두 사람 사이의 대행 예약 내역을 끌어당겼다. 취소된 접수와 새로 잡힌 접수가 나란히 남아 있었고, 기록이 없어진 게 아니라,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개인 일정에 다른 이름을 쓴 경위, 회사가 확인할 때 대답하지 않은 이유를 각각 적어 주세요. 배우 담당을 바꾸는 건 인사팀과 협의하겠습니다. 사직부터 결정하지는 말고요.”태수의 손이 사직서 위에 놓였다. 가져가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채린은 자신도 과거에 대리 예약을 쓰게 했던 사례를 인사 담당자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을 막은 책임은 따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이자 태수가 눈을 들었다. 채린은 자기 사례를 적어 둔 메모를 내려다봤고, 그 줄을 말하는 동안 목이 조금 말랐다.진혁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내가 먼저 사실대로 말했어야 했어요.” 태수는 사직서를 접어 가방에 넣었고, 임시로 다른 팀의 일정 지원을 맡으며 기록 관리와 사고 보고 교육을 받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담당 변경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인수인계를 하되, 혼자 진혁을 맡지는 않기로 했다.“배우님 새 일정은 제가 새 담당자한테 설명할게요.” 태수가 말하자 진혁이 의자 끝을 만졌다.“좋아하는 식당까지 넘기지는 마요. 그건 나중에 같이 가요.” 채린은 서류를 모으는 속도를 늦췄다. 그 말에 답할 시간까지 일정에서 빼앗고 싶지 않았다.오후에 지안과 통화하니 피해자 쪽에서는 회사의 추가 방문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잘못 연결된 신상 글은 줄었어도 치료와 사고 조사는 계속되는 중이었다. 채린은 남은 삭제 요청만 맡겠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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