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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사진의 바깥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1.11.2026 22:35:49

진입로는 사진보다 좁았다.

채린은 차에서 내려 인도 안쪽에 섰고, 지우가 알려 준 주차장은 배급사에서 멀지 않았다. 늦은 저녁인데도 건물 안 식당으로 들어가는 차량 때문에 입구가 번잡했다.

이헌은 차 안에 남았다. 그가 내리면 사람들이 어디를 보러 왔는지보다 누구와 왔는지를 찍을 것이었다.

“10분만 볼게요.” 채린이 말하자 그가 창을 내렸다.

“시간 넘기면 문 잠글 겁니다.”

“제 가방은 내려 주세요.”

“그건 담보.” 말이 끝나기 전에 채린이 돌아서자 그는 더 부르지 않았다. 조수석 위에 그녀가 읽던 확대 사진만 펼쳐 놓았다.

채린은 게시물의 담장과 배수구 위치를 확인했고, 담장 옆 전신주에 붙은 반사판까지 같았다. 화면 속 차가 서 있는 곳은 주차장 바깥으로 완전히 나온 길이 아니라, 두 방향 차량이 잠깐 비켜 가는 부분이었다.

마침 검정 승용차가 나오자 맞은편의 흰 차가 멈췄다. 채린이 인도 안에서 몇 걸음 옮기니 두 윤곽이 겹쳐, 뒤차의 문짝이 앞차 몸통에 붙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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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44화. 두 번째 어제

    채린이 전화를 했을 때 채용 담당자는 회의 중이었다.두 번째에는 외근 중이라고 했다. 세 번째에는 채용 결정이 끝났으며 지원자에게 별도 답을 전달했다는 말이 돌아왔고, 하루 동안 같은 책상에 앉아 다른 문 앞에서 거절당하는 기분이었다.지우는 옆 회의실에서 행사 장비를 인계했고, 취소된 현장에 들고 갈 무전기였다. 담당 직원이 수량을 확인하자 그가 예비 배터리까지 꺼내 놓았다.“이건 충전해 놨습니다.” 채린은 문밖에서 그 말을 들었다. 나가지 못할 현장의 배터리를 충전한 사람에게 어떤 설명이 충분할지 알 수 없었다.오후 3시, 제휴 제작사에서 최종 답이 왔다. 철회한 채용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내용이었고, 회사의 정정 연락은 참고하겠다고 했다. 지우가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요청한 문장에는 답이 없었다.채린은 수정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자기가 더 잘 말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붙들고 있었는데, 목소리부터 상대가 싫어할 만큼 굳어 있었다.“공식 문안을 바꾼 건 저쪽인데 왜 지우 씨가 못 들어가요.” 말이 유치하게 나왔다. 수정은 누구 잘못인지 다시 설명하지 않았다. 지우와 함께 면담 요청을 계속하고, 거래처별 정정 수신을 확인하겠다고 했다.그 일을 해도 오늘 없어지는 자리는 돌아오지 않을 수 있었다.복도에서 이헌과 마주쳤다. 채린은 그가 언제 왔는지 몰랐다. 그는 낮아진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손에 든 대본을 가방에 넣었다.“정리가 안 됐어요.” 채린이 먼저 말했다.“기다리시면 더 늦을 텐데.&rd

  • 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43화. 대신 쓰는 사과

    오후 4시 20분, 채린은 사과문의 첫 문장을 다시 썼다.‘총괄 담당자인 저의 판단과 안내가 명확하지 못했습니다.’지우에게 자필 경위서를 내게 하는 대신 자신이 책임지는 문안이었고, 광고주가 그걸로 받아 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신입의 글씨가 찍힌 종이가 다시 떠도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문 앞에서 지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채린은 그에게 초안을 보여 주려다 아직 답이 오지 않았다는 말부터 했다.“본부장님, 제가 쓸 내용 정리해 왔습니다.” 그가 작은 수첩을 내밀었다. 추가 촬영 확정 권한이 없었고, 일정만 확인하는 요청이라고 이해했다는 내용이 첫 줄에 있었다.“그 문장만 나가면 핑계로 읽힐 수 있어요. 회사에서 먼저 정리할게요.” 채린이 말하자 지우는 수첩을 쥔 채 잠시 서 있었다.“제 말은 언제 하면 돼요?”“받아 줄 조건부터 만들고요.”지우는 수첩을 덮지 않았다. 채린이 다시 화면을 보는 동안에도 첫 장을 펴 놓은 채 서 있었고, 그녀는 그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다리라는 말은 이미 한 번 들은 뒤였는데도.그가 나간 뒤 채린은 보내기 버튼 앞에서 머뭇거렸다. 며칠 전 대신 사과하지 않겠다던 자신을 떠올렸지만 이번에는 제 잘못을 쓰는 것이니 괜찮다고 여겼다. 본문에서도 지우의 이름을 뺐다.재무팀에는 비용 분담 검토용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외부 발송은 확정본으로 하겠다고 적고 오후 5시 조금 넘어 초안을 보냈다.

  • 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42화. 퇴근하지 않는 사람

    사무실 유리문에 자기 얼굴이 두 개 비쳤다.밖은 어둡고 안은 밝았다. 채린은 모니터와 유리문을 번갈아 보다가 커튼을 닫았고, 반성하는 얼굴까지 옆에서 일하는 기분은 별로였다.감사 예고를 받은 다음 날 밤이었고, 라운에 보낼 수정안은 4번째 파일이 됐다. 기존 촬영분에서 만들 영상, 새로 찍어야 할 영상, 취소할 영상. 셋으로 나누면 될 일이 비용을 넣을 때마다 하나로 엉켰다.채린은 추가 인건비를 회사 부담 칸으로 옮겼고, 그만큼 본부 실적이 줄었다. 지우의 계약 연장을 설명할 때 또 이 숫자가 돌아올 터였다.“밑줄 친다고 돈이 생겨?” 수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코트 단추를 채운 채로 채린의 책상부터 봤고,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남아 있는 자료의 양을 훑었다.“왜 아직 있어요?”“네가 보낸 파일 기다리느라.” 채린은 낮에 검토본을 공유하겠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완성하고 보내려고 미뤘다. 미완성인 채로 부탁하면 남의 일까지 늘리는 것 같았다.“거의 됐어요.” 수정이 노트북 시계를 봤다.“그 말 듣고 3시간 지났어.” 채린은 반박하려다 파일 목록을 돌려 보여 줬다. 수정은 의자를 끌어 앉지 않고 선 채로 첫 장을 읽었다.“이 안이면 지우 씨가 내일 뭘 말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어?”“걔는 아직 거래처 앞에 세우기 어려워요.”“네가 쓴 초안 때문에 겁먹었는데, 그걸 네가

  • 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41화. 잘할수록 맡기는 회사

    채린은 메일을 닫지 않은 채 가방을 들었다.“밥은 먹고 올게요.” 이헌이 대본에서 고개를 드는 표정을 보니 지금이라도 식사를 취소할 줄 알았던 모양이었고, 채린은 감사 대상 명단이 떠 있는 모니터를 끄고 문을 열었다. 굶으면 억울한 말부터 더 쉽게 나왔다.식당까지는 가지 못했다. 대표 비서가 로비에서 두 사람을 불렀고, 장태경이 잠깐 보자고 한다는 말에 채린은 이헌에게 먼저 내려가 달라고 했다.“잠깐이 몇 분인데요?”“이번 건 저도 모릅니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린은 빈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식사 약속 하나를 지키는 데도 회사 전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대표실 탁자에는 라운 광고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감사 예고 메일은 출력되지 않았다.“분쟁부터 끝내자. 그러면 민석 이사한테도 내가 말할 수 있어.” 태경이 빈 의자를 가리켰다. 채린은 앉기 전에 물었다.“재무팀 접속 경위는 확인됐어요?”“그건 별도로 보겠지.”“저희 관리 실패는 지금 감사하고, 그쪽은 별도로요?” 태경은 펜을 내려놓았다. 부드럽던 목소리에서 온도가 빠졌다.“광고주가 손실 처리해 달라고 들어오면 이쪽에서도 책임을 정해야 해. 네가 합의해 오면 정보 관리 건은 개선 조치로 끝내도록 막아 줄 수 있다고.” 채린은 계약서를 펼쳤고, 추가 촬영 조건은 여전히 빈칸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전에 얼마

  • 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40화. 계정을 빌려준 날

    “재무팀에서 쓴 적이 있어요.” 서진의 목소리는 수화기 안에서 작았다.“임원 보고에 넣을 파일을 바로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요. 권한 신청하면 늦는다고, 잠깐만 제 계정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채린은 책상 모서리를 손으로 짚었고, 누가 시켰느냐고 묻는 말이 너무 빨리 튀어나올 것 같았다. 먼저 지금도 접속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물었다.“비밀번호를 바꿔 놓지는 않았어요.”“알겠어요. 기록 지우지 말고, 주고받은 연락은 그대로 두세요. 접속 차단은 담당자에게 요청할게요.”그날 밤 채린은 정보 담당자에게 계정 보호 조치를 맡기고 집으로 갔다. 의자에 더 앉아 있으면 밝혀질 일이 아니었는데, 잠들기 전까지 서진이 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다음 날 아침, 서진은 평소보다 일찍 와 있었고, 채린은 문 앞에서 서류를 받지 않고 면담실로 함께 갔다. 수정도 자리했다.“그 파일을 밖으로 보냈어요?”“아니요. 전 보고자료 출력 요청인 줄 알았어요. 열어 볼 수 있는 계정이 제 것밖에 없다고 해서…….”서진은 메시지를 보여 줬다. 재무팀 직원이 임원 보고 시각을 적어 보냈고, 접근 권한 처리를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채린의 초안을 특정해 달라는 문장은 없었다. 보고용 폴더 안에서 어떤 파일을 열었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했다.“전달받은 사람이 그 글을 올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정의 말에 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이름 대

  • 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39화. 내부 문서의 문장

    “그거 초안이에요.” 채린은 지우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말했다.회의실 문 앞에 선 지우는 휴대폰을 내리지 않았다. 화면에는 보고서가 떠 있었고, 채린이 직접 쓴 문장, 직접 정한 제목, 아직 남겨 둔 이름이었다.“수정하려고 했어요. 배포할 문서가 아니고요.”“본부장님이 쓰신 건 맞죠?” 채린은 입을 다물었고, 유출됐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문장의 잘못까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다. 지우가 묻는 것은 경로가 아니었다.“맞아요.” 대답하자 그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안도한 모양은 아니었다. 더 확인할 것이 없어졌을 때의 움직임이었다.채린은 옆에 놓인 의자를 당겼다. 지우는 앉지 않았다.“지금 이야기하는 게 괜찮아요? 내일 해도 됩니다.”“지금 듣고 싶어요.” 그가 문을 닫았고, 채린은 노트북 덮개를 내렸다. 정정문도, 이 일에 대한 결론도 아직 쓰지 않은 상태로 마주 앉았다.“제가 승인 없이 답해서 일이 시작된 건 맞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지우가 말했다.“그런데 이번에 못한 사람으로 정리되면, 다음번에도 현장에 나갈 수 있습니까?”채린은 당연하다고 답하려다 멈췄다. 인사 결정은 아직 하지 않았다. 지우가 원하는 말을 알았다. 그러나 여기서 섣불리 보장했다가는 또 자기가 모든 결과를 떠안게 될 터였다.“잘못한 범위를 확인하고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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