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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개봉까지 사흘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1.11.2026 22:35:41

블러드 러너의 주연 배우는 자기 얼굴이 붙은 입간판 옆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류진혁은 채린을 보자 통화를 끊었다. 배급사 시사실 앞 복도였다. 벽에는 개봉까지 사흘 남았다는 홍보물이 붙어 있었고, 안내 직원은 예약된 인터뷰 명패를 하나씩 치우고 있었다.

“왜 여기 있어요? 회사로 오라니까.”

“원래 감독님하고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진혁은 대답하며 모자를 더 눌렀고, 평소라면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가리는 대신 먼저 인사했을 사람이었다. 채린은 그를 비어 있는 회의실로 데려갔다.

배급 담당자는 이미 노트북을 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취소부터 결정하진 말아 주세요. 당사자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채린이 자리에 앉기 전에 말했다.

“그사이에 예매가 빠져요. 오늘 저녁 인터뷰도 기자가 안 오겠답니다.”

“저희가 지금 아니라고만 하면 내일 그 말을 또 확인하셔야 합니다. 1시간 주세요.”

“1시간 뒤에는 답이 나와요?” 채린은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려다 다른 칸으로 손을 옮겼다. 회귀 기록 대신 업무용 메모장이 나왔다.

“그때까지 뭘 확인했는지 먼저 드릴게요. 결론까지 약속하진 못합니다.” 담당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비웠다. 문이 닫힌 뒤에도 복도에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고, 시사회 취소가 확정은 아니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채린은 진혁 앞에 빈 종이를 놓았다.

“그제 밤 동선 써요. 회사 일정 끝난 뒤부터 집에 들어갈 때까지.”

“사진이 잘못된 거예요.”

“어느 부분이요?”

“제가 사람 치고 그냥 갈 사람이에요?” 진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채린은 펜 뚜껑을 벗겨 그에게 건넸다.

“저 그날 같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물어야죠.” 그는 펜을 받지 않았다. 채린은 진혁이 자꾸 눈썹 사이를 누르는 모습을 봤고, 인터뷰 전에 대답을 외울 때 하던 버릇이었다.

“멋있게 말 안 해도 돼요. 시간 틀리면 고치면 되고.”

“나중에 제가 한 말 바뀌었다고 하실까 봐요.”

“확실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않다고 써요.”

그제야 진혁이 펜을 들었지만 채린의 휴대폰에는 여전히 사진이 떠 있었다. 좁은 골목 진입로를 차지한 검은 승용차. 옆으로 기울어진 화면 끝에는 사람들의 다리가 걸려 있었고, 차 안에서는 얼굴 같은 얼룩만 흐릿하게 보였다.

같이 퍼진 글은 더 선명했다.

유명 배우가 사고를 내고 사라졌다. 자기 차를 타고 있었다.

그 두 문장이 어느새 배우가 직접 운전했다는 문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헌이 생수 세 병을 들고 들어왔다. 채린을 태워 주려다 여기까지 온 그는 진혁에게 물 한 병을 밀어 줬다.

“전화 왜 안 받아.” 진혁은 그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

“형도 내가 그럴 사람 같아요?”

“모르지. 그날 네가 뭘 했는지 말을 안 하니까.” 물병을 잡은 진혁의 손이 멈췄고, 이헌은 비어 있는 옆 의자를 당겼다. 진혁과 같은 방향으로 종이를 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아니라고 말해 달라는 사람들한테 최소한 뭘 했는지는 알려 줘. 나한테도 숨길 거면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말고.” 진혁의 손이 물병에서 떨어졌고, 채린은 말이 너무 세다고 끼어들려다 그가 종이 쪽으로 시선을 내리는 것을 봤다. 이헌은 펜을 대신 쥐여 주지 않고 맞은편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채린은 그를 봤고, 이헌은 위로할 때보다 연기 연습을 중단시키는 감독처럼 단호했다. 진혁도 그 차이를 알아들었는지 종이를 당겼다.

오후 8시, 회사 일정 종료.

그다음 줄에서 펜이 멈췄다.

“집에는 몇 시에 갔어요?”

“11시쯤요.”

“누구하고 있었고요?” 진혁이 모자를 벗어 무릎에 놓았고, 앞머리가 땀에 눌려 있었다. 문밖에서 자기 영화 제목이 다시 들리자 그는 눈을 감았다.

채린은 재촉하려다 물병부터 열었고, 팔에 힘이 덜 들어가 뚜껑이 한 번 헛돌았다. 이헌이 손을 뻗다가 그녀가 여는 것을 보고 거뒀다.

채린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서야 그가 끝까지 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진혁의 종이 쪽으로 눈을 돌렸다.

진혁이 사진 쪽을 가리켰다.

“저 차, 제 차 맞아요.” 채린은 펜을 내려놨다. 방금 전 사진이 잘못됐다는 말과 부딪혔다.

“번호를 보고 말하는 겁니까?”

“휠 바꾼 거랑 뒷유리 스티커요. 거기 갔던 것도 맞고.” 이헌의 시선이 진혁에게 돌아갔다.

“그럼 처음부터 말했어야지.”

“그런데 제가 운전한 건 아니에요.” 진혁이 종이의 빈 줄을 손바닥으로 눌렀고, 채린은 그 손을 치우라고 하지 않았다. 그 아래에 적어야 할 말이 무엇인지 기다렸다.

“저는 뒤에 탔어요. 뒷좌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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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치지 마세요, 퇴근해야 하니까   39화. 내부 문서의 문장

    “그거 초안이에요.” 채린은 지우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말했다.회의실 문 앞에 선 지우는 휴대폰을 내리지 않았다. 화면에는 보고서가 떠 있었고, 채린이 직접 쓴 문장, 직접 정한 제목, 아직 남겨 둔 이름이었다.“수정하려고 했어요. 배포할 문서가 아니고요.”“본부장님이 쓰신 건 맞죠?” 채린은 입을 다물었고, 유출됐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문장의 잘못까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다. 지우가 묻는 것은 경로가 아니었다.“맞아요.” 대답하자 그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안도한 모양은 아니었다. 더 확인할 것이 없어졌을 때의 움직임이었다.채린은 옆에 놓인 의자를 당겼다. 지우는 앉지 않았다.“지금 이야기하는 게 괜찮아요? 내일 해도 됩니다.”“지금 듣고 싶어요.” 그가 문을 닫았고, 채린은 노트북 덮개를 내렸다. 정정문도, 이 일에 대한 결론도 아직 쓰지 않은 상태로 마주 앉았다.“제가 승인 없이 답해서 일이 시작된 건 맞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지우가 말했다.“그런데 이번에 못한 사람으로 정리되면, 다음번에도 현장에 나갈 수 있습니까?”채린은 당연하다고 답하려다 멈췄다. 인사 결정은 아직 하지 않았다. 지우가 원하는 말을 알았다. 그러나 여기서 섣불리 보장했다가는 또 자기가 모든 결과를 떠안게 될 터였다.“잘못한 범위를 확인하고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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