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시에 퇴근한다.은채린은 휴대폰에 적어 둔 문장을 다시 읽었다. 일정이라기보다는 소원에 가까웠지만, 이렇게 써 놓으면 누군가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지 않을까. 어제 넥타이 하나로 30분을 붙잡아 둔 배우 이헌이라든지.시상식장 지하 복도에서는 무전기 6대가 한꺼번에 울렸다. 채린이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다른 채널에서 또 이름을 불렀다. 저 목소리들은 그녀의 퇴근 계획에 동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본부장님, 서채원 배우님 의상이요.”하필 의상.멀쩡한 옷 때문에 본부장을 찾을 리는 없었다. 채린은 퇴근까지 남은 시간을 세던 손으로 대기실 문을 밀었다. 예약한 택시부터 취소하지는 말자. 아직 무슨 일인지 보지도 않았으니까.거울 앞에서 서채원이 흰 드레스의 옆선을 움켜쥐고 있었다. 손으로 가려도 허벅지부터 허리까지 벌어진 틈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봉제선이 저절로 뜯어졌다기에는 잘린 끝이 너무 반듯했다.“입다가 그런 건 아니에요.” 옷을 살피는 사이 채원의 목소리부터 굳어 버려, 채린은 곧바로 눈을 맞췄다.“알아요. 벗었을 때부터 이랬어요?”“피팅하고 걸어 뒀을 때는 멀쩡했어요. 현정 언니가 사진도 찍었고.”코디네이터가 내민 휴대폰에는 2시간 전의 온전한 드레스가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꿰매기 전에 지금 상태부터 남겨야 했다. 채린은 옷으로 뻗어 오는 신입 매니저의 팔을 가볍게 막으며 일렀다.“지우 씨, 우선 지금 상태부터 찍어요. 옷은 옷걸이째로 빼고.”“바느질하면 안 될까요?” 채원의 눈이 벌어진 옆선에 붙어 있었다. 채린도 잠깐 수선할 자리를 가늠했지만, 저 위치라면 한 걸음 뗄 때마다 다시 벌어질 터였다. 무대 위에서 옷을 움켜쥐게 할 수는 없었다.“이걸로는 안 돼요. 예비 의상은요?”“차에 검정이 있는데, 협찬사가 다른 브랜드 노출은 안 된다고…….”“제가 전화할게요.” 채린은 코디에게 받은 차량 열쇠를 지우에게 건넸다. 번호판과 주차 구역, 의상 커버 색깔까지 설명하는데 신입의 눈이 열쇠에 붙어 있었다. 한꺼번에 쏟아내
Zuletzt aktualisiert : 2026-11-01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