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Chapter 21 - Chapter 30

34 Chapters

제021화. 인정받아야 하는 열 번

“뭐라고요?! 고작 150포인트요? 현미밥에 소고기 안심이라니, 그게 무슨 치팅이에요! 그냥 다이어트 식단 연장이잖아요!”도희가 기가 찬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억울함에 붉어진 그녀의 시선은 이미 Tier 2의 ‘쌀떡볶이’와 Tier 3의 ‘불닭볶음면’이라는 글자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새빨갛고 농밀한 고추장 소스, 말랑하게 씹히는 굵은 쌀떡, 기름지게 입안을 감도는 짭짤한 어묵 국물의 감각이 뇌리를 사정없이 헤집었다. 바짝 메말랐던 혓바닥 아래로 끈적한 타액이 차올라 목구멍 뒤로 왈칵 넘어갔다.“그럼 50포인트를 더 얻으려면 뭘 하면 돼요? 떡볶이가 200포인트라고 여기 적혀 있잖아요. 할 수 있는 조건을 줘요.”도희는 바인더를 활짝 펼친 채 테이블 너머 태혁의 코앞으로 불쑥 들이밀며, 떡볶이 옆에 적힌 숫자를 거칠게 짚었다. 그의 변덕이나 시혜가 아니라, 자신이 치러낸 정당한 대가로 쟁취할 수 있는 몫이어야만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 기준을 분명히 못 박아 두어야 했다.태혁은 턱을 괸 채 도희가 들이민 바인더를 봤다. 그녀의 손가락이 떡볶이 옆의 점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메뉴만 보고 애원할 줄 알았던 여자가 조건을 따지고 있었다. 그가 소파 등받이에 몸을 묻으며 숨을 뱉었다.“공짜 점수 따윈 없다. 포인트는 철저하게 육체의 대가로 사는 거다.”태혁이 굵직한 제 허벅지를 커다란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렸다. 얇은 트레이닝팬츠 위로도 숨겨지지 않는 대퇴사두근이 바위처럼 단단하고 위압적인 부피감을 과시하고 있었다.“방법이 하나 있지.”동굴 속을 울리듯 가라앉은 그의 저음이 도희의 귓바퀴를 뜨겁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내 무릎 위에 올라타라.”“……네?”도희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경악으로 물들며 크게 뜨였다. 숨이 턱 막혔다.“내 허벅지를 지지대 삼아 열 번 앉았다 일어나. 자세를 보고 센다. 끝내면 보너스 100점이다.”태혁의 무심한 어조에 도희는 파들거리는 입술로 조건부터 되짚었다.“열 번 뒤에는 끝이에요. 더 하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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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2화. 지워지지 않은 일곱 번

허벅지가 그의 허벅지를 스치며 올라갔고, 그 마찰에 숨이 턱 막혔다. 내려올 때는 더 깊숙이 눌리며 온기가 허벅지 안쪽까지 파고들었다.허벅지가 당겨 도희는 일어서는 속도를 늦췄다. 몸을 깊게 낮추려 할수록 그의 어깨를 세게 잡게 됐다. 손바닥 아래로 그의 근육이 꿈틀거렸고, 땀에 젖은 피부가 미끄러질 듯 뜨거웠다. 태혁이 더 내려오라고 했지만, 도희는 아픈 곳을 손가락으로 짚고 지금 깊이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떨려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둘…… 셋…… 넷…….”“하아…… 흑, 으읏……!”몇 번 움직였을 뿐인데 이마에 땀이 맺혔다. 땀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려 목선을 적셨고, 그 젖은 자리가 태혁의 시선에 노출된 채 달아올랐다. 무릎을 편 채 숨을 고르다 가까이에서 살피는 태혁과 눈이 마주쳤다. 무엇을 보려는 걸까 신경이 쓰였지만, 그보다 자신이 언제 움직일지부터 고르고 싶었다. 다음 숫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서두르지 않았다. 숨이 서로의 입술을 오가며 섞였고, 그 뜨거운 공기가 목구멍까지 내려갔다.태혁이 카운트를 멈추자 도희도 무릎을 편 채 버텼다. 다음 숫자만 기다리다가 멋대로 하나 더 하고 싶지는 않았다. 허벅지가 맞닿은 채 움직이지 않자 온기가 점점 고여 살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넷까지 했어요.”“자세부터 잡아라.”“잡을게요. 몇 개인지도 같이 말해요.”골반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도 도희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자세가 틀렸다면 다시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한 동작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그의 어깨를 짚고 기다리자 잠깐의 침묵 끝에 다음 숫자가 나왔다. 침묵 속에서도 서로의 숨소리만은 크고 거칠게 울렸다.“다섯. 절반이다.”이번에는 도희도 소리 내어 따라 셌다. 목소리가 겹칠 때마다 태혁의 박자가 조금씩 느려졌다. 그녀는 그 틈에 호흡을 골랐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이 더 밀착되었고, 내쉴 때마다 젖은 입술이 미세하게 벌어졌다.“여섯…… 일곱.”도희는 다음 동작을 시작하지 않고 서서 기다렸다. 태혁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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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3화. 정오의 약속

태혁의 눈빛이 지옥의 불꽃처럼 짙고 어둡게 타올랐다. 그의 손이 도희의 뒷머리를 휘감아 쥐며 그녀의 얼굴을 제 코앞까지 바짝 끌어당겼다.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어 두피를 스치자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서로의 입술이 닿을 듯한 찰나의 거리에서 태혁의 숨결이 도희의 입술을 짓눌렀다. 뜨거운 숨이 입술을 적시고, 그 열기에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코끝이 스치며 서로의 체온이 섞였다.“윤도희.”태혁은 가까이에서 낮게 말했다. 도희는 내려가려던 움직임을 멈췄다. 방금 받은 대답을 또 바꾸려는 것인지부터 신경 쓰였다. 목소리가 입술에 직접 닿아 온몸에 진동이 일었다.“내일 치팅데이엔…… 떡볶이가 아니라 널 통째로 먹어치우고 싶어질 것 같군.”도희는 태혁의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주었다. 얼굴은 뜨거웠지만 대답은 놓치지 않았다. 입술이 거의 닿을 거리에서 숨이 섞이며 온몸이 달아올랐다.“말 돌리지 마요. 내일 정오, 떡볶이부터요.”태혁의 웃음이 잠깐 멎었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시간을 약속한 쪽이었다. 입술이 닿기 직전의 거리에서 서로의 숨만 길게 이어졌다.***일요일 아침 여덟 시 정각.지난 엿새 내내 귓전을 사납게 때리던 전자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도희는 게스트룸의 넓은 킹사이즈 매트리스에 깊게 파묻힌 채, 무겁게 가라앉은 눈꺼풀을 느릿하게 밀어 올렸다. 얇은 실크 암막 커튼 틈새를 비집고 스며든 아침 햇살이 부드러운 호를 그리며 방 안을 투명하게 채우고 있었다. 한남동 언덕배기 너머로 푸르게 일렁이는 녹음과 유려한 한강의 물결이 눈부신 빛을 머금은 채 아스라이 반짝였다.새벽 여섯 시의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다음 지옥 훈련을 두려워할 필요도, 주방에서 풍겨오던 비릿한 단백질 셰이크 냄새에 지레 숨을 죽일 필요도 없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나날 동안 단 한 번도 내려놓지 못했던 날 선 긴장감이, 오늘만큼은 거짓말처럼 나른하게 풀려내렸다.‘일요일…… 드디어 오늘이야. 치팅데이……!’벅차오르는 환희에 벌떡 몸을 일으키려던 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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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4화. 먹어보고 말해

태혁은 대답 대신 냉장고의 전자 도어록을 해제했다. 삐빅거리는 경쾌한 비프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정갈하게 손질된 식재료들이 하나둘 아일랜드 식탁 위로 늘어섰다. 미리 준비된 떡과 어묵, 그리고 무쇠 냄비를 바라보는 도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던져주는 보상이 아니었다. 십 년 넘게 극단적인 식단을 강박처럼 지켜온 남자가, 제 몫도 아닌 한 끼를 위해 주방에 서서 직접 칼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기묘한 열기를 자아냈다.당일 새벽 전통 방앗간에서 갓 뽑아내 차진 윤기가 흐르는 100% 현미 쌀떡, 지리산 청정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킨 태양초 찹쌀 고추장, 설탕 대신 맑게 고아낸 천연 쌀조청, 통영산 디포리와 완도산 다시마를 넣고 네 시간 동안 은근하게 우려낸 맑고 깊은 황금빛 육수, 그리고 연육 함량 90% 이상의 도톰한 프리미엄 수제 부산 어묵.자극적인 화학조미료로 범벅된 시중 배달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철저하게 계산되고 완벽하게 통제된 최상급의 재료들이었다.“이게…… 떡볶이 재료라고요?”“네 몫은 따로 계량했다. 어묵과 달걀까지 포함해서.”도희는 손가락 끝으로 쌀조청 병을 데굴 굴려 보았다.“설탕을 따로 안 넣었다고 안 단 건 아니네요.”태혁은 도희의 손끝이 닿은 병을 말없이 그러쥐더니, 정밀 전자저울 옆으로 밀어놓았다.단맛을 모르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 황홀한 미각의 쾌락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도희에게 내어줄 한 줌의 단맛마저 치밀하게 재고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가슴 밑바닥을 간질이며 얄밉도록 아찔하게 다가왔다.***정오를 앞두고, 태혁이 묵직한 무쇠 주물 냄비를 인덕션 위에 얹으며 스위치를 켰다.도마 위에 포개진 도톰한 어묵 위로 날 선 식도가 서늘하게 번뜩였다. 칼날이 닿기 직전, 도희가 반사적으로 손을 번쩍 들었다.“두 장이라고 했죠? 먼저 보여줘요. 잘게 썰고 나면 몇 조각이 제 몫인지 모르겠어요.”“무게는 같다.”“그건 대표님만 알잖아요.”도마 위로 칼날이 툭 내려앉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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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5화. 첫입의 맛

보글보글— 치이익—.무쇠 주물 냄비 안에서 붉은 고추장 양념이 거친 기포를 터뜨리며 끓어오르는 소리가 주방 전체를 가득 메웠다. 김이 하얗게 피어오를 때마다 매콤달콤한 향이 코끝을 찌르고, 그 아래로 디포리 육수의 진한 감칠맛이 스며들었다.디포리와 완도산 다시마를 진하게 우린 육수에 지리산 태양초 찹쌀고추장과 설탕을 따로 넣지 않은 쌀조청이 풀렸다. 붉은 양념이 한입 크기로 썬 현미 쌀떡과 도톰한 수제 부산 어묵, 완숙 달걀 두 개에 고루 묻었다. 끓어오를 때마다 떡이 살짝 들썩이고, 달걀 가장자리에 엉긴 양념이 국물 속으로 흘러내렸다. 그 윤기가 번들거리는 모습이 마치 뜨겁게 녹아내리는 살결처럼 보였다.주방 공기를 빈틈없이 채운 매콤달콤한 향기.처음에는 고추장 냄새가 셌는데, 끓이는 동안 디포리 육수 향이 그 아래에서 올라왔다. 식탁 위에 걸터앉은 도희는 저도 모르게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예전 같으면 카메라를 냄비 가까이 당겨 시청자에게도 끓는 소리부터 들려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손끝이 하얘지도록 차가운 대리석 모서리만 쥐고 있었다. 대리석의 냉기가 손바닥으로 스며들었지만, 그 아래 피부는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먹고 싶어…… 미치겠어…… 저 시뻘건 국물 한 숟가락만이라도 혀에 닿게 해줘…….’기아의 공포와 식탐이 뒤엉켜 위벽을 쥐어짜는 듯한 쓰라린 통증이 엄습했다. 입안이 마르고, 혀끝이 스스로 꿈틀거리며 양념의 온기를 갈구했다.태혁이 인덕션의 전원을 끄고, 하얀 도자기 깊은 볼에 떡볶이와 어묵, 삶은 달걀을 정갈하게 담아냈다. 진홍빛 국물이 자작하게 깔린 그릇 위로 볶은 통깨가 살짝 흩뿌려졌다. 김이 피어오르는 그릇이 도희의 무릎 가까이로 다가오자, 그녀의 허벅지 안쪽이 미세하게 조여들었다.탁.태혁이 그릇을 도희의 벌어진 무릎 바로 앞,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하얀 김이 도희의 얼굴 앞을 스쳤다. 따뜻한 김이 볼을 적시고, 입술 사이로 스며들어 숨이 가빠졌다. 협찬 음식을 산처럼 쌓아두고 먹을 때는 접시 하나에 이렇게 오래 시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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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6화. 내 몫의 끝

습관처럼 카메라를 찾다가 맞은편의 태혁과 눈이 마주쳤다. 오늘은 맛을 설명해 줄 사람이 그뿐이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젖은 입술에 잠시 머물렀다가 떨어졌다.다음 숟가락 앞에서 입을 다물자 태혁이 턱으로 손을 뻗었다. 도희는 손끝으로 숟가락 손잡이를 눌러 더 다가오지 않게 했다. 손가락이 그의 손등 위에 닿자, 그 단단한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졌다.“잠깐만요. 아직 씹고 있어요.”“입안에 오래 물고 있지 마라.”“무슨 맛인지 말해주려고요. 그냥 삼키면 제대로 못 느껴요.”손잡이를 누른 손에는 불안해서 힘이 들어갔지만 눈은 피하지 않았다. 숟가락이 허공에 멎어 있는 동안 남은 떡을 마저 씹어 삼키고 국물의 뒷맛까지 설명했다. 그 말이 끝나고서야 다음 어묵이 다가왔다.“이제 먹겠습니다.”익숙한 방송 말투에 제 귀부터 간지러웠다. 오늘은 카메라도 없는데. 그러나 태혁은 웃지 않았다. 그가 다음 달걀을 가르는 동안 도희는 한입의 간격을 겨우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달걀의 부드러운 노른자가 숟가락에 묻어 흘러내리려 하자, 그의 손가락이 그것을 다시 떠올렸다.국물에 노른자가 풀리자 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번 한입도 설명하려는데 그릇 한쪽으로 하얀 바닥이 드러났다. 그 사이 숟가락마저 멀어졌다. 도희는 말을 잊고 그 손을 쫓았다. 이제 막 입안에 맛이 돌기 시작했는데, 더 먹고 싶은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치밀었다. 입술이 다시 벌어지고, 혀가 공중에서 허공을 핥듯 움직였다.“더…… 더 줘요! 숟가락 줘요, 국물 더 마실래요! 내가 직접 퍼먹을래요!”도희가 이성을 잃고 숟가락을 향해 두 손을 마구 뻗었다. 손끝이 그의 손목을 스치고, 그 열기에 더 세게 움켜쥐려 했다.하지만 태혁의 크고 단단한 한 손이 도희의 양 손목을 번개처럼 낚아채 식탁 위로 짓눌렀다.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두 손을 완전히 덮고, 대리석의 차가운 면과 그의 뜨거운 피부 사이에 손목이 갇혔다. 맥박이 미친 듯이 뛰며 그의 손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쿵!도희의 상체가 식탁 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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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7화. 말까지 빼앗긴 자리

도희는 그렇게 믿으려 애쓰며 남색 셔츠를 입은 태혁을 응시했다. 몇 분 전만 해도 제 말에 잠시 멈춰 섰던 사내였다. 하지만 냉혹하게도, 붉은 김을 피워 올리는 그릇은 거침없이 그녀의 반경에서 멀어져 갔다. “두 장 다 제 몫이라고 했잖아요. 아까 잘라놓은 것까지 봤어요.” 태혁은 대답 대신 그릇을 등 뒤로 완전히 물리려 했다. 그 순간, 도희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탁 끊어졌다. “더…… 더 내놔! 그릇 줘! 내가 퍼먹을 거야!” 제어되지 않는 충동에 휘둘려, 도희는 저릿한 손목을 꺾으며 식탁 위로 상체를 거칠게 내던졌다. 숟가락 따위를 챙길 여유는 없었다. 하얗게 질린 맨손이 뜨거운 양념 속으로 사정없이 처박혔다. 국물과 떡을 무자비하게 한 움큼 움켜쥐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마구 쑤셔 넣으려던 찰나, 붉고 기름진 국물이 도희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짓이겨져 흘러내리고, 목덜미와 헐렁한 티셔츠 위로 난폭하게 튀었다. 챙그랑―! 섬뜩한 마찰음과 함께 둔탁한 통증이 손목을 내리쳤다. 태혁의 차갑고 단단한 손아귀가 도희의 가녀린 손목을 매섭게 후려쳐 쳐냈다. 반동으로 밀려난 그릇이 식탁 구석으로 미끄러져 날아갔다. “그만.” 낮고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건만, 얼음장 같은 위압감에 도희의 손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멀어진 그릇에서, 벌겋게 부어오른 손등 위로 진득하게 묻어 있는 양념으로 시선이 뚝 떨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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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8화. 아직 남은 내 몫

“읍……! 으읍……!” 도희는 짓눌린 턱을 비틀어 빼내려 바둥거렸으나, 이내 뒤통수가 서늘한 대리석 바닥에 쿵 하고 닿았다. 가까운 숨소리 때문에 제 숨이 더 가빠졌다. 태혁의 입술이 도희의 아랫입술을 짓이기듯 집어삼켰다. 머리 위 바닥으로 붙잡힌 도희의 손목이 떨렸으나, 그를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등의 차가운 감촉만 더욱 선명해졌다. “하…… 읍……!” 도희가 숨이 막혀 버둥거렸지만, 태혁은 오히려 그녀의 턱을 더욱 으스러뜨릴 듯 쥐어틀며 입술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입술 안쪽이 따끔거렸다. 고개를 돌리려 해도 턱을 잡은 손이 놓이지 않았다. 턱을 옭아맨 손아귀는 조금의 틈도 내어주지 않았다. 입안을 맴도는 고추장 양념의 알싸한 매운맛이 다시 퍼졌다. 아까는 더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숨부터 쉬고 싶었다. 도희는 손목을 움직이며 짧은 소리를 냈다. 마침내 태혁이 입술을 떼어내며 손목을 옭아매던 손을 풀었다. 구속이 풀리자마자 도희는 폐부 깊숙이 공기를 채워 넣으며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흐트러진 몸을 일으키려 그의 단단한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밀어내지 못하고 셔츠 깃을 구기듯 움켜쥐었다. “잠깐.” 태혁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도희는 린넨 천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며 겨우 맥박을 가라앉혔다. 남자를 밀쳐내려 해도 손끝에서 자꾸만 기운이 빠져나갔다. 모멸감에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싶었으나, 틈을 보였다간 그가 또다시 입술을 덮쳐올 것만 같았다. 도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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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9화. 식사가 끝나도

사내의 굳은살 박인 엄지손가락이 땀과 침으로 젖은 도희의 턱밑을 서서히 쓸어 올리더니, 번들거리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짓눌렀다. “네 입술의 양념이…… 그 어떤 음식보다 훨씬 자극적이군. 앞으로 네 혀가 느낄 모든 맛과 쾌락은, 오직 내 입술을 거쳐서만 전달될 거다.” 도희는 붉게 자국 난 손목을 반대편 손으로 감싸 쥐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오만한 선언대로 배고픔이 다른 욕망 따위로 치환되었다면, 저기 남겨진 접시가 이토록 뼈아프게 눈에 밟힐 리 없었다. “그건 대표님 생각이고요.” 가빠진 호흡 탓에 문장이 토막 나 튀어나왔다. 태혁의 짙은 시선이 도희의 젖은 입술에 닿았지만, 도희는 그의 시선을 외면한 채 단호히 턱을 돌려 식탁 쪽을 노려보았다. “저 지금 배고픈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까 화났던 건 기억해요.” 남자는 즉각 반박하지 않았다. 마치 어린애가 악을 쓰다 지쳐 울음을 그치길 관망하는 듯한, 지독하게 오만하고 침착한 눈빛이었다. 도희가 붉게 짓눌린 손목을 문지르자 목구멍에서 서러운 울음이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저 단단한 품에 다시 파고들어 안기면 이 지독한 굴욕감도 잠시나마 잊힐지 모른다는 나약한 유혹이 스쳤다. 하지만 그 비겁한 충동을 들키고 싶지 않아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식탁을 올려다보며 다시 악착같이 시선을 들었다. 다음 끼니에서도 이런 식으로 휘둘리고 통제당할까 봐 소름이 돋았다. “다음에는…… 다 먹기 전에 어디까지 먹는 건지부터 말해줘요.” “미리 담아둔 양까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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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30화. 지키면 되잖아요

남은 떡볶이의 몫도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의 긴 손가락이 터치패널 위에서 새로운 목표 시간을 불러냈다. [경사도 설정: 15%][목표 시간: 60분] “올라가라.” 명령에 도희는 떨리는 발을 디디기 전, 옷자락에 비상 정지 핀부터 단단히 꽂아 넣었다. 태혁이 시작 버튼을 누르자 발밑의 벨트가 묵직한 구동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우 보폭을 맞췄으나, 가파르게 솟아오른 경사도가 턱밑까지 숨을 몰아붙였다. 종아리 근육이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고, 불과 몇 걸음 만에 방금 삼킨 음식물이 목구멍까지 역류할 듯 메스꺼움이 치밀었다. “경사 내려요. 지금은 안 돼요.” 패널로 향하는 그의 손길을 필사적으로 좇으며 도희는 손잡이를 하얗게 질리도록 움켜쥐었다. 경사가 완만해졌음에도 울렁거리는 속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도희가 옷에 걸려 있던 줄을 사납게 낚아챘다. 붉은 안전핀이 뽑히며 벨트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그제야 도희는 발을 양옆의 고정 패드로 황급히 피신시켰다. “누가 멈추라고 했지.” 차갑게 내려앉는 추궁에 도희는 답조차 잇지 못하고 거친 숨만 토해냈다.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려던 사과를 억지로 삼키며 떨리는 손끝으로 계기판을 가리켰다. 경과 시간 10분 00초. 잔여 시간 50분이라는 잔인한 숫자가 시야를 찔렀다. “지금 더 하면 토해요.” “잠깐 쉬었다가 이어서…….” “이어갈 수 있을 때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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