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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5화. 첫입의 맛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1 22:27:27

보글보글— 치이익—.

무쇠 주물 냄비 안에서 붉은 고추장 양념이 거친 기포를 터뜨리며 끓어오르는 소리가 주방 전체를 가득 메웠다. 김이 하얗게 피어오를 때마다 매콤달콤한 향이 코끝을 찌르고, 그 아래로 디포리 육수의 진한 감칠맛이 스며들었다.

디포리와 완도산 다시마를 진하게 우린 육수에 지리산 태양초 찹쌀고추장과 설탕을 따로 넣지 않은 쌀조청이 풀렸다. 붉은 양념이 한입 크기로 썬 현미 쌀떡과 도톰한 수제 부산 어묵, 완숙 달걀 두 개에 고루 묻었다. 끓어오를 때마다 떡이 살짝 들썩이고, 달걀 가장자리에 엉긴 양념이 국물 속으로 흘러내렸다. 그 윤기가 번들거리는 모습이 마치 뜨겁게 녹아내리는 살결처럼 보였다.

주방 공기를 빈틈없이 채운 매콤달콤한 향기.

처음에는 고추장 냄새가 셌는데, 끓이는 동안 디포리 육수 향이 그 아래에서 올라왔다. 식탁 위에 걸터앉은 도희는 저도 모르게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예전 같으면 카메라를 냄비 가까이 당겨 시청자에게도 끓는 소리부터 들려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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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34화. 69의 벽

    감금 열흘째, 수요일 오전 일곱 시.펜트하우스 거실 중앙, 서늘한 대리석 플랫폼 위에 놓인 최고급 체성분 분석기 위로 푸른빛의 디지털 숫자가 어지럽게 회전하기 시작했다.바싹 마른침이 메마른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도희는 폐부 깊숙이 숨을 가두었다.지난 월요일, 돌연 훈련이 중단되며 진료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후 운동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식판을 마주할 때마다 목덜미를 짓누른 건 다음 계측에 대한 지독한 강박이었다. 몸 상태를 살피던 의료진의 미온한 목소리보다 '70'이라는 잔인한 앞자리가 먼저 머릿속을 헤집었다. 차가운 금속 발판을 디딘 지금 이 순간조차도 그랬다.삐비빅-!신경질적인 전자음과 함께, 최종 계측 숫자가 화면 위로 굳게 고정되었다.[체중: 69.95kg][체지방률: 33.8% (기기 추정값·초기 비교 보류)][골격근량: 22.3kg (기기 추정값·재측정 필요)]“……어?”순간 시야가 하얗게 탈색되었다. 헛것을 보았나 싶어 도희는 거칠게 눈가를 비빈 뒤 다시 발밑을 내려다보았다.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곱씹어도 가장 앞자리의 숫자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체중계 상판을 파고들 듯 발가락에 억센 힘을 주었다. 사소한 미동 하나에도 저 숫자가 야멸차게 70으로 튕겨 나갈까 봐, 얕은 숨조차 마음 놓고 뱉지 못했다.선명하게 박힌 숫자 ‘69’.기어이 앞자리가 무너져 내렸다. 화면 너머에서 폭식으로 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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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30화. 지키면 되잖아요

    남은 떡볶이의 몫도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의 긴 손가락이 터치패널 위에서 새로운 목표 시간을 불러냈다.[경사도 설정: 15%][목표 시간: 60분]“올라가라.”명령에 도희는 떨리는 발을 디디기 전, 옷자락에 비상 정지 핀부터 단단히 꽂아 넣었다. 태혁이 시작 버튼을 누르자 발밑의 벨트가 묵직한 구동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우 보폭을 맞췄으나, 가파르게 솟아오른 경사도가 턱밑까지 숨을 몰아붙였다. 종아리 근육이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고, 불과 몇 걸음 만에 방금 삼킨 음식물이 목구멍까지 역류할 듯 메스꺼움이 치밀었다.“경사 내려요. 지금은 안 돼요.”패널로 향하는 그의 손길을 필사적으로 좇으며 도희는 손잡이를 하얗게 질리도록 움켜쥐었다. 경사가 완만해졌음에도 울렁거리는 속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도희가 옷에 걸려 있던 줄을 사납게 낚아챘다. 붉은 안전핀이 뽑히며 벨트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그제야 도희는 발을 양옆의 고정 패드로 황급히 피신시켰다.“누가 멈추라고 했지.”차갑게 내려앉는 추궁에 도희는 답조차 잇지 못하고 거친 숨만 토해냈다.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려던 사과를 억지로 삼키며 떨리는 손끝으로 계기판을 가리켰다. 경과 시간 10분 00초. 잔여 시간 50분이라는 잔인한 숫자가 시야를 찔렀다.“지금 더 하면 토해요.”“잠깐 쉬었다가 이어서…….”“이어갈 수 있을 때 하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29화. 식사가 끝나도

    사내의 굳은살 박인 엄지손가락이 땀과 침으로 젖은 도희의 턱밑을 서서히 쓸어 올리더니, 번들거리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짓눌렀다.“네 입술의 양념이…… 그 어떤 음식보다 훨씬 자극적이군. 앞으로 네 혀가 느낄 모든 맛과 쾌락은, 오직 내 입술을 거쳐서만 전달될 거다.”도희는 붉게 자국 난 손목을 반대편 손으로 감싸 쥐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오만한 선언대로 배고픔이 다른 욕망 따위로 치환되었다면, 저기 남겨진 접시가 이토록 뼈아프게 눈에 밟힐 리 없었다.“그건 대표님 생각이고요.”가빠진 호흡 탓에 문장이 토막 나 튀어나왔다. 태혁의 짙은 시선이 도희의 젖은 입술에 닿았지만, 도희는 그의 시선을 외면한 채 단호히 턱을 돌려 식탁 쪽을 노려보았다.“저 지금 배고픈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까 화났던 건 기억해요.”남자는 즉각 반박하지 않았다. 마치 어린애가 악을 쓰다 지쳐 울음을 그치길 관망하는 듯한, 지독하게 오만하고 침착한 눈빛이었다. 도희가 붉게 짓눌린 손목을 문지르자 목구멍에서 서러운 울음이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저 단단한 품에 다시 파고들어 안기면 이 지독한 굴욕감도 잠시나마 잊힐지 모른다는 나약한 유혹이 스쳤다. 하지만 그 비겁한 충동을 들키고 싶지 않아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식탁을 올려다보며 다시 악착같이 시선을 들었다. 다음 끼니에서도 이런 식으로 휘둘리고 통제당할까 봐 소름이 돋았다.“다음에는…… 다 먹기 전에 어디까지 먹는 건지부터 말해줘요.”“미리 담아둔 양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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