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레일라는 케일런의 혈서가 적힌 가죽 조각을 입안에 넣고 씹어 삼켰다.목구멍을 넘어가는 비릿한 쇠 맛.‘살아야 해. 케일런 경이 살아 있는 한, 아직 끝난 것이 아니야.’레일라는 발목의 강철 고리를 붙잡았다. 가장자리가 닿는 살갗이 벌겋게 쓸려 있었다. 문밖에 소리가 새지 않도록, 고리를 들어 사슬이 끌리는 것을 막았다.가죽 조각을 삼킨 뒤에도 혀에 거친 감촉이 남았다. 레일라는 빈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에 들고 있지 않으면 빼앗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몸 안으로 숨겼다는 사실까지 두려웠다. 그래도 눈앞의 증거를 없앤 뒤에야 문밖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발목에 닿는 고리는 움직일 때마다 같은 자리를 눌렀다. 몸을 옆으로 돌려도 사슬이 따라왔고, 조금만 멀어지려 해도 길이가 끝났다. 그녀는 손으로 고리를 감싸 더 움직이지 않게 했다. 상처가 아픈 것보다, 다른 사람의 허락 없이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다.낮이 되자 황궁 밖에서 쩌렁쩌렁한 군화 소리와 함께 피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침전으로 밀려들었다.쾅!침전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칼릭스가 들어섰다.정복은 온통 선혈로 젖어 있었고, 그의 칼집에선 끈적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헤센 후작의 수하들, 그리고 어제 독살에 가담한 귀족 30명의 목을 모조리 베았다.”칼릭스가 피 묻은 장갑을 벗어 던지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성벽에 그놈들의 대가리를 효수해 까마귀 밥으로 던져주었지. 이제 네게 독을 먹이려 드는 놈은 세상에 없다.”피비린내 나는 폭군의 광기.뒤따라 들어온 시종들이 은쟁반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최고급 송아지 고기 요리와 수프를 받쳐 들고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식사를 들어라, 레일라.”칼릭스가 명령조로 말했다.하지만 레일라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댄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먹지 않습니다.”“무어라?”“사슬에 묶여 짐승처럼 사육당하느니, 굶어 죽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레일라가 발을 뻗어 은쟁반을 사정없이 걷어찼다.챙그랑-
Last Updated : 2026-11-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