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새벽빛이 침전의 높은 아치형 창문을 타고 흘러들었다.레일라는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다. 조금만 몸을 뒤척여도 자신을 끌어안은 남자의 팔에 소름 끼칠 정도의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칼릭스는 레일라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잠들어 있었다. 얼굴을 돌릴 때마다 그녀의 옷깃에 마른 피가 묻었다.상처투성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묵직한 체중이 갈비뼈를 짓눌렀다.‘도망쳐야 해. 아니, 지금 움직였다간 뼈도 못 추려.’레일라는 메마른 침을 삼켰다.눌린 팔을 조금 빼내려 해도 손끝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밤새 같은 자세로 붙들려 있던 탓에 어깨부터 저렸다. 레일라는 창문 쪽으로 눈만 움직였다. 새벽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두려웠다. 날이 밝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이 방으로 들어올 터였다.문밖 사람들은 자신을 황제의 품에서 끌어낼 것이다. 그때 황제가 순순히 놓아줄까. 레일라는 멀리 떨어진 하녀 두건을 바라보다가 눈길을 거두었다. 이제 와 머리칼을 숨길 수도 없었다. 누가 들어오든 황제보다 먼저 입을 열지 말아야 했다. 그녀가 정인이라는 말은, 황제의 입에서 나와야 믿을 테니까.그때, 침전 밖 복도에서 규칙적이고 무거운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왔다.쿵, 쿵, 쿵.“폐하, 침전 수석 어의 헬무트입니다. 아침 탕약과 붕대 교체를 위해 입시를 청합니다.”정적을 깨는 노인의 목소리 뒤로, 갑옷이 부딪히는 쇳소리가 짤랑거렸다. 황실 근위대였다.황제가 3주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위급 상황이었기에, 호위 기사들을 대동하고 억지로 문을 열려는 심산이었다.끼이익-묵직한 황동문이 열리며 헬무트 어의와 시종들, 그리고 은빛 갑주를 두른 근위대장 발렌이 들이닥쳤다.“폐하의 안색이 어떠하신…… 헉!”말을 맺으려던 노어의의 턱이 덜컥 떨어졌다.은쟁반에 받쳐 들고 있던 약사발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요란한 파열음을 냈다.챙그랑!“폐, 폐하……?”근위대장 발렌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허리춤의 검자루를 쥐고 있던 손이 덜덜 떨렸다.침대 위, 3주
Last Updated : 2026-11-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