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09:00. 공학관 412호.”명함 뒤에 적어준 자기 글씨를 떠올려 보고 있었다. 어젯밤 저 글자를 쓰고 나온 뒤로 성급한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여덟 시 오십 분. 세경은 학사 시스템을 열고 있었다. 창밖으로 1교시 학생들이 공학관 앞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애, 이어폰을 낀 애, 뛰는 애. 그 틈에 그가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보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지한결. 건설환경공학과 3학년. 지도교수 란에 정 교수 이름이 있었다. 지난 학기 정년퇴임, 후임 배정은 비어 있었다. 아무도 안 데려간 학생이었다.상담 이력 한 줄. 2학년 1학기, 휴학 상담. 사유 ‘경제적 사정’. 그다음 줄은 입대였다. 해병대. 복무 기간은 삼 년이 넘었다. 의무 복무보다 길었다. 전역일은 올해 봄. 제대하고 한 학기 만에 그 지하에 서 있었다는 얘기였다.지난 학기 성적은 세경이 준 구조역학 C를 포함해 전부 C와 D 사이였다. 세경이 준 C 때문에 장학금을 놓친 건 아니었다. 그는 이미 그 선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똑똑아홉 시 정각이었다.“들어와.”문이 다 열리지는 않았다. 몸이 들어올 만큼만 열고 들어와서, 닫히기 직전에 멈췄다. 한 뼘쯤 열린 채로.뿔테 안경. 눈을 덮는 앞머리. 두 치수는 큰 체크 남방 위에 늘어난 후드 집업. 굽은 어깨, 한쪽 끈만 멘 낡은 백팩. 어젯밤 열한 시의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같은 키라는 것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그마저도 등이 굽어보여 훨씬 작아보였다.“앉아.”그는 방을 한번 주욱 둘러봤다. 책장, 파쇄기, 창가의 테이블. 문에서 창까지 한 번, 창에서 문까지 한 번. 그리고 맞은편이 아니라 한 칸 어긋난 곳에 앉았다. 어제처럼. 부담스럽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백팩은 벗어서 무릎 위에 올렸다.세경은 모니터를 돌렸다. 학사 기록이 그에게 보이게.“지도교수가 없네.” “……네.” “상담 한 번. 휴학. 입대. 복학.
Last Updated : 2026-11-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