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 - Chapitre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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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약연애 1년

“시우야, 나랑 일 년만 사귀자.”십오 년 동안 알고 지낸 소꿉친구가 갑자기 고백했다.그것도 연애 기간을 정해 놓고.나는 맞은편에 앉은 여자를 바라봤다.이지윤.스물두 살.문예창작과 재학 중.취미는 영화 보기와 나 괴롭히기.좋아하는 음식은 치즈 떡볶이.좋아하는 음료는 딸기라테.그리고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알고 지낸,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여자.그런 애가 지금 나한테 사귀자고 했다.“……뭐?”“일 년.”지윤이가 검지손가락을 펼쳤다.“딱 일 년만.”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너 오늘 뭐 잘못 먹었냐?”“아니.”“술 마셨어?”“오후 세 시거든?”“그럼 몰래카메라야?”지윤이가 한숨을 내쉬었다.“한시우.”“왜.”“나 진지해.”나는 입을 다물었다.평소 같았으면 이미 웃음을 터뜨렸을 애였다.자기가 던진 농담에 내가 당황하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웃는 여자.그게 이지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그 애는 웃지 않았다.오히려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왜 하필 일 년인데?”내 질문에 지윤이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테이블 위에 놓인 딸기라테.분홍빛 음료에는 아직 빨대조차 꽂혀 있지 않았다.이상했다.이지윤이 딸기라테를 앞에 두고 삼십 분 넘게 마시지 않는다는 건, 어지간히 심각한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그냥.”지윤이가 대답했다.“일 년이면 충분할 것 같아서.”“뭐가 충분한데?”“연애.”“야.”나는 헛웃음을 흘렸다.“연애가 무슨 기간제 계약이냐?”“그렇게 생각해도 돼.”“뭐?”“계약 연애.”지윤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겠다.”나는 그 애를 바라봤다.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이지윤이 나를 좋아한다고?그것도 일 년 동안 사귀고 싶을 만큼?우리는 십오 년 지기 소꿉친구였다.어릴 때부터 서로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연락을 끊은 적이 없었다.그 애는 내가 가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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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여자친구라는 이름

“야, 한시우. 너 여자친구 생겼다며?”“……뭐?”나는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았다.아직 오전 아홉 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건축학과 과제 때문에 밤을 새우고, 겨우 한 시간 눈을 붙인 뒤 학교에 나온 참이었다.그런데 같은 과 동기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이지윤이랑 사귄다며.”“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진짜였어?”동기의 눈이 커졌다.“야, 미친. 진짜였네?”나는 인상을 찌푸렸다.“누가 그러는데?”“네 여자친구가.”“……뭐?”“아침에 학교 앞 카페에서 봤거든. 걔가 그러던데? 너랑 사귀기로 했다고.”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그리고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오늘 아침 일곱 시 십이 분.이지윤.아니.여자친구.그 이름을 보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이지윤.”그 애는 연애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온 세상에 소문을 내고 있었다.문제는.정작 나는 아직도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모든 일은 오늘 아침부터 시작됐다.정확히는 오전 일곱 시 십이 분.내 휴대전화가 울렸다.나는 이불 속에서 손을 뻗었다.어젯밤 늦게까지 작업한 건축 모형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커터칼과 자, 잘라 놓은 우드락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휴대전화는 계속 울렸다.“……아, 누구야.”나는 겨우 눈을 떴다.그리고 화면을 확인했다.여자친구.순간 잠이 달아났다.“……?”나는 화면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여자친구.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었다.내가 언제 이런 이름으로 연락처를 저장했지?잠시 생각하던 나는 어제 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지윤이가 내 휴대전화를 잠깐 가져갔었다.자기 사진을 찍어 달라며 카메라를 켰던 순간이었다.그때 무슨 짓을 한 모양이었다.나는 전화를 받았다.“야.”— 여보세요, 남자친구?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이지윤이었다.나는 눈을 감았다.“장난하냐?”— 왜? 우리 사귀잖아.“언제 네 이름 바꿨어?”— 어제.“왜 마음대로 바꾸는데?”— 여자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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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네가 없는 하루를 상상했다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현대 로맨스 · 소꿉친구 · 계약 연애 · 순애3화. 네가 없는 하루를 상상했다여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다.오전 아홉 시.평소라면 이미 세 통쯤 와 있어야 할 메시지가 없었다.열 시.여전히 없었다.열한 시.나는 강의실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아무것도 없었다.그리고 오후 네 시.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뭐 하냐.답장은 십 분 뒤에 왔다.병원.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이지윤.”— 응?“왜 병원이야?”— 검사받으러.“왜 말 안 했어?”— 그냥 정기검사인데?“그래도.”전화기 너머에서 지윤이가 웃었다.— 시우야.“왜.”— 걱정했어?나는 대답하지 못했다.그런데 지윤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혹시.“……뭐.”— 너 나 좋아해?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뭔 소리야.”— 아니면 말고.그 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왜냐하면.오늘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확인한 이유를 나조차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이지윤과 사귀기 시작한 지 일주일.내 일상에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첫 번째.아침마다 전화가 왔다.두 번째.점심시간이면 밥을 먹었냐는 메시지가 도착했다.세 번째.밤에는 반드시 잘 자라는 인사를 해야 했다.그리고 네 번째.그 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처음에는 정말 귀찮았다.정확히는 익숙하지 않았다.우리는 십오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서로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었고, 방학이면 며칠씩 붙어 지내기도 했다.하지만 그동안 지윤이가 나에게 보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자주 했던 적은 없었다.물론 가끔은 있었다.야, 한시우.뭐 하냐.보고 싶으니까 나와.그런 메시지를 받은 적은 많았다.하지만 그때의 보고 싶다는 말은 대부분 심심하다는 뜻이었다.지금은 달랐다.시우야.나 너 보고 싶어.처음 그 메시지를 받았을 때 나는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그리고 답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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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바다로 가는 기차

“한시우.”“왜.”“우리 오늘부터 여행 가는 거 맞지?”“그럼 내가 지금 왜 여기 있겠냐.”“그냥 확인해 보는 거야.”“아까도 물어봤잖아.”“한 번만 더.”나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우리 오늘부터 여행 간다.”이지윤이 웃었다.“둘이서?”“응.”“일박 이일?”“응.”“남자친구랑?”나는 눈을 감았다.“……이지윤.”“응?”“그만 물어봐.”그 애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치.”그러더니 다시 웃었다.“그래도 좋다.”나는 고개를 저었다.정말 이해할 수 없는 여자였다.겨우 바다를 보러 가는 것뿐인데.저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이지윤에게 이번 여행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는 사실을.그리고 내가 무심코 약속한 이틀이.그 애에게 얼마나 간절한 시간이었는지도.토요일.오전 일곱 시.나는 이지윤의 집 앞에 도착했다.정확히는 대문 앞이었다.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전날 밤 지윤이는 새벽 한 시까지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시우야.나 잠이 안 와.왜.설레서.그냥 자.어떻게 자.눈 감고.한시우 진짜 낭만 없다.나는 결국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바꿨다.그런데 아침 여섯 시가 되자 다시 메시지가 와 있었다.일어났어?아직 자?시우야.남자친구.늦으면 안 돼.나는 그 메시지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약속 시간은 일곱 시였다.그리고 그 애의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차로 삼십 분 정도 걸렸다.기차 출발 시간은 여덟 시 삼십 분.아무리 생각해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지윤이는 달랐다.그 애는 이번 여행을 위해 일주일 내내 준비했다.기차표를 확인하고.바다 사진을 저장하고.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보고.심지어 여행용 가방까지 새로 샀다.나는 그 애에게 물었다.너 원래 여행 갈 때 이렇게 준비하냐?그러자 지윤이는 대답했다.아니.그럼 왜?너랑 가는 거니까.그때 나는 별생각 없이 웃었다.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그 애는 정말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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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년에도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시우야.”“왜.”“나 오늘 너한테 고백하면 안 돼?”나는 고개를 돌렸다.밤 열한 시.창밖에서는 파도 소리가 들렸고, 이지윤은 침대 끝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우리는 내일 어디에 갈지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그 애가 이상한 질문을 했다.“……뭐?”“고백.”“누구한테?”지윤이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그리고 웃었다.“너한테.”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야, 우리 이미 사귀잖아.”“알아.”“그런데 무슨 고백을 또 해?”지윤이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손가락으로 잠옷 자락을 만지작거렸다.나는 그 애를 바라봤다.평소라면 장난스럽게 웃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지윤이는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었다.한참 뒤.그 애가 다시 입을 열었다.“시우야.”“응.”“우리 일 년 뒤에도 사귀고 있을까?”나는 대답하지 못했다.그 애는 웃었다.“아니, 그냥.”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때도 네가 내 남자친구였으면 좋겠어서.”나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생각했다.어쩌면 이지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이 연애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바다에 도착한 첫날 밤.우리는 숙소 창가에 앉아 있었다.창문 너머로 어두운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낮에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수면이 이제는 검은색에 가까워졌다.멀리서 작은 불빛들이 움직였다.아마 배일 것이다.지윤이는 두 손으로 따뜻한 차가 담긴 컵을 감싸 쥐고 있었다.나는 그 옆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내일 돌아가는 기차표를 확인하는 중이었다.“시우야.”“왜.”“내일 몇 시에 가?”“오후 네 시.”지윤이가 고개를 들었다.“벌써?”나는 웃었다.“벌써라니. 아직 내일도 안 됐는데.”“그래도.”그 애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너무 빨라.”“일박 이일이잖아.”“알아.”“그럼 뭐가 문제야.”지윤이는 창밖을 바라봤다.“그냥.”그리고 작게 말했다.“조금 더 있고 싶어서.”나는 휴대전화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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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

“한시우.”“왜.”“너 나 좋아해?”나는 컵을 내려놓았다.이지윤은 맞은편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어제까지 바다를 보며 행복하다고 웃던 여자애가,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을 하고 있었다.“갑자기?”“그냥 궁금해서.”“우리 사귀잖아.”“그건 알아.”지윤이는 딸기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다시 물었다.“그러니까 좋아하냐고.”나는 대답하지 못했다.좋아한다.물론 좋아했다.십오 년 동안 함께한 친구였고,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 애가 묻는 좋아한다는 말은 분명 다른 의미였다.나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그래서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모르겠어.”결국 그렇게 말했다.지윤이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그리고 웃었다.“그렇구나.”이상하게 그 웃음이 마음에 걸렸다.“야, 이지윤.”“응?”“그런 뜻이 아니라.”“알아.”그 애는 고개를 끄덕였다.“아직은 아니라는 거잖아.”나는 입을 다물었다.지윤이는 다시 웃었다.“괜찮아. 기다릴게.”그 말을 듣는 순간.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내가 무엇을 기다리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 애는 너무 쉽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바다에서 돌아온 다음 날.나는 먼저 지윤이에게 연락했다.오늘 시간 돼?답장은 거의 즉시 도착했다.응!왜?나 보고 싶어?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응.그 한 글자 때문에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한시우!“왜.”— 너 진짜 나 보고 싶어?“어제도 물어봤잖아.”— 다시 듣고 싶어서.나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보고 싶어.”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여보세요?”— 응.“왜 말이 없어.”— 아니.지윤이가 작게 웃었다.— 너무 좋아서.나는 괜히 창밖을 바라봤다.“점심이나 먹자.”— 응!그렇게 우리는 학교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도착했는데, 지윤이는 이미 와 있었다.창가 자리.딸기주스.그리고 펼쳐진 작은 수첩.언제나 똑같은 모습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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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너를 좋아하게 되는 시간

“이지윤.”“응?”“눈 감아.”그 애가 나를 바라봤다.“……왜?”“그냥 감아 봐.”“뽀뽀하려고?”“……뭐?”지윤이는 웃음을 터뜨렸다.“아, 한시우! 표정 봐!”나는 한숨을 내쉬었다.“너 진짜.”“알았어, 알았어.”그 애는 눈을 감았다.그리고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렸다.“됐어.”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어제 저녁, 한참을 고민하다가 산 것이었다.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잘한 선택인지 모르겠다.나는 상자를 열었다.그리고 지윤이의 손목에 조심스럽게 팔찌를 채웠다.그 애가 움찔했다.“……시우야?”“잠깐만.”작은 잠금장치를 채우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손끝이 자꾸 미끄러졌다.겨우 채우고 나서야 손을 놓았다.“이제 떠.”지윤이가 눈을 떴다.그리고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은색 팔찌.그 가운데에는 작은 별 하나가 달려 있었다.지윤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거.”나는 괜히 시선을 돌렸다.“선물.”“나한테?”“그럼 누구한테 주겠냐.”그 애는 팔찌를 바라봤다.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왜?”나는 잠시 망설였다.“그냥.”“그냥?”“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그 순간.이지윤이 울기 시작했다.나는 완전히 당황했다.“야, 야. 왜 울어?”그 애는 고개를 저었다.“안 울어.”“울고 있잖아.”“아니거든.”나는 어쩔 줄 몰라 휴지를 꺼냈다.지윤이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그리고 웃었다.눈물이 맺힌 채로.“……시우야.”“왜.”“나 이거 평생 안 뺄래.”나는 피식 웃었다.“씻을 때는 빼.”“싫어.”“이지윤.”그 애는 팔찌를 가슴 가까이 끌어당겼다.그리고 말했다.“너한테 처음 받은 선물이잖아.”나는 대답하지 못했다.정확히는.남자친구가 된 뒤 처음으로 준 선물이었다.그 차이가 이지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나는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데이트 장소를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어제 병원에서 돌아온 뒤, 나는 한참 동안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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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네가 없는 내일은 상상해 본 적 없어서

“한시우.”“왜.”“나랑 결혼할래?”나는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다.이지윤은 맞은편에서 딸기라테를 마시고 있었다.그리고 방금.아무렇지도 않게 청혼했다.“……뭐?”“결혼.”“누구랑?”지윤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너랑.”“야, 우리 사귄 지 얼마나 됐다고.”“그럼 오래 사귀면 해 줄 거야?”나는 입을 다물었다.그 애는 웃었다.“왜 대답 안 해?”“아니, 그건…….”“싫어?”“그런 뜻이 아니라.”지윤이는 빨대를 입에 물었다.그리고 창밖을 바라봤다.“그럼 됐어.”나는 눈썹을 찌푸렸다.“뭐가 됐는데.”그 애는 나를 바라봤다.그리고 환하게 웃었다.“싫은 건 아니라는 거잖아.”나는 한숨을 내쉬었다.“너 진짜.”지윤이는 웃었다.“알아.”그 애는 컵을 내려놓았다.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알아.”“뭘.”“너 아직 나랑 결혼할 생각까지는 없다는 거.”나는 대답하지 못했다.그 애는 다시 웃었다.“그래도 상상하는 건 자유잖아.”나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그래. 상상은 자유지.”지윤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의 나는 몰랐다.그 애가 결혼이라는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망설였는지.그리고.그 애가 그토록 평범한 미래를 꿈꾸는 이유를.토요일 오전.나는 지윤이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사실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어제까지 과제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오늘은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그래서 먼저 연락했다.오늘 뭐 해?지윤이의 답장은 빠르게 도착했다.너 생각.나는 피식 웃었다.진짜 뭐 하냐고.진짜 너 생각하는데.밥 먹을래?응!그리고 잠시 뒤.시우야.너 요즘 나한테 먼저 연락 많이 한다?나는 화면을 바라봤다.그러고 보니 그랬다.예전에는 지윤이가 먼저 연락하는 일이 많았다.밥 먹자고.영화 보자고.학교 끝나면 만나자고.나는 대부분 그 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이었다.하지만 요즘은 달랐다.수업이 끝나면 지윤이가 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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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랑한다는 말보다 먼저

“이지윤.”“응?”“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그 애의 손이 멈췄다.우리는 학교 앞 작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지윤이는 언제나처럼 딸기라테를 주문했고,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평범한 오후였다.적어도 내가 그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갑자기?”지윤이가 웃었다.나는 그 애를 바라봤다.“병원.”그 애의 웃음이 조금 옅어졌다.“병원이 왜?”“추가 검사받았잖아.”“응.”“결과는?”지윤이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빨대를 만지작거렸다.나는 그 모습을 바라봤다.“이지윤.”“……응.”“괜찮다는 말 말고.”그 애가 고개를 들었다.나는 천천히 말했다.“진짜로 어떻게 됐는지 알려 줘.”지윤이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봤다.그리고 웃었다.“시우야.”“응.”“너 나 많이 좋아하게 됐나 봐.”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 애는 다시 웃었다.“걱정도 많이 하고.”“…….”“먼저 연락도 하고.”나는 컵을 내려놓았다.“말 돌리지 마.”그 순간.이지윤의 웃음이 사라졌다.며칠 전부터 이상했다.지윤이는 여전히 잘 웃었다.아침마다 연락했고, 수업이 끝나면 내게 전화를 걸었다.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다.하지만 무언가 달라졌다.예전에는 지윤이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했다.교수님이 과제를 얼마나 많이 내줬는지.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점심으로 뭘 먹었는지.정말 사소한 것까지.그런데 최근에는 병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검사를 받으러 간다는 말도, 결과를 들었다는 말도.내가 물어봐야 겨우 대답했다.그마저도 항상 같았다.괜찮아.별일 없어.걱정하지 마.처음에는 믿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했다.그 애는 나와 함께할 미래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했다.함께 살 집.출간할 소설.겨울 바다.그리고 결혼.그런데 정작 그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르는 병원 이야기는 피했다.나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그래서 오늘.결국 물어본 것이었다.“시우야.”지윤이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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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랑한다는 말이 늦지 않도록

“이지윤.”“응?”“나 너 사랑해.”십오 년이었다.우리가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수없이 많은 말을 주고받았고, 수없이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이 말만큼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사랑해.고작 세 글자.그 세 글자를 말하기까지 십오 년이나 걸렸다.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지윤은.울었다.“……시우야.”그 애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울어.”지윤이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울고 있잖아.”“그냥.”그 애는 웃으려 했다.하지만 눈물이 계속 흘렀다.“너무 오래 기다려서.”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애는 나를 바라봤다.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있잖아.”“응.”“그 말 듣는 게 소원이었어.”나는 그 애를 바라봤다.“……뭐?”지윤이는 천천히 웃었다.“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거.”그 순간.나는 깨달았다.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세 글자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다려 온 소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그날 아침.나는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지윤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끝나고 시간 돼?답장은 금방 도착했다.응!왜?나는 잠시 고민했다.그리고 글자를 적었다.할 말 있어.곧바로 답장이 왔다.무슨 말?나는 웃었다.만나서.잠시 뒤.지윤이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시우야.설마.나는 화면을 바라봤다.그리고 천천히 답장을 적었다.응.네가 기다리던 말.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리고 생각했다.……드디어 말하는구나.솔직히 말하면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다.어쩌면 처음부터였을지도 모른다.그 애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어린 시절부터.학교에 다닐 때도.힘든 일이 있을 때도.그리고 지금도.나는 그 애가 없는 일상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최근 들어 깨달았다.그것이 단순히 익숙함 때문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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