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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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주, 왕의 귀환   제2305화

  ‘여황제를 감옥에서 구해내라고?’윤구주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그 여자를 구할 거라고 생각했나요?”“아니. 난 그녀를 죽이러 왔습니다!”“7만 년이나 기다렸다고요? 그 고통을 이젠 끝내줄 시간이 왔군요!”윤구주의 동력이 발동되었다. 순식간에 이화금안의 불꽃이 구씨 일가의 족장을 감싸며 그를 불타는 불덩이로 만들어버렸다.“하하하! 구주인황, 자넨 정말 완벽하군. 다만 한 가지 결점이 있다면 아직 너무 젊다는 거야! 자네처럼 세상을 단순하게 여기는 젊은 자들이 꼭 이런 착각을 하곤 해. 이까짓 기술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평온하던 노인의 몸에서 갑자기 음산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육체가 흉악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거대한 흉마의 형상이 윤구주의 앞을 가로막았다.“윤구주! 우리의 주인을 만나려면 우선 날 이겨야 할 것이다!”“새 시대의 인황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군!”거대한 살기가 폭풍처럼 몰아쳤고 방금 전 소채은과 임홍연을 가뒀던 큐브에서도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소채은은 검은 안개가 두 사람을 삼키기 전에 황급히 임홍연에게 기운을 차단하라는 뜻을 보냈다.임홍연은 지시대로 했지만 곧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이 검은 안개는 단순히 들이마시면 독이 되는 안개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존재처럼 몸 위에 들러붙더니 피부를 통과해 몸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마찬가지로 그 안개는 윤구주를 향해 거침없이 덮쳐왔다.“하하하! 윤구주! 네가 멸혼술을 다룬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흑무는 혼을 제어하는 혼술이지!”“천관에서 전력을 다하지도 않은 주제에 육신을 천상 구역에 남겨두다니. 멍청하군! 죽고 싶은 셈이구나!”노인의 비웃음 섞인 웃음소리가 공기를 찢으며 고막에 박혔다.소채은 역시 흑무에 둘러싸였다. 황자급 경지에 근접한 내공으로도 이 안개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는 검도검의를 발동해 간신히 안개를 막아냈다.“임홍연은 수련자도 아니고 술법

• 구주, 왕의 귀환   제2304화

  “다시 염황 이야기로 돌아가 보지. 염황은 본래 성격이 고고하고 자유분방한 사람이었어. 근대 화진 역사서에 따르면 염황은 철두철미한 폭군으로 기록되어 있어. 하지만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던 그 야만적인 시대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꽤 괜찮은 군주였다고 할 수 있지.”하지만 윤구주는 그런 설명 따위에 별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됐고요, 그래서 그다음은요? 뭔가 더 있죠? 왠지 일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염황은 분명 예전부터 삼안 여황제와 아는 사이였을 거란 말입니다.”그의 말투엔 확신이 실려 있었다.“오? 그런 촉이 있다니 의외야. 직감은 보통 여자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말이지!”“하지만 맞는 말이야. 염황은 아주 오래전부터 삼안 여황제와 알고 지냈고 두 사람의 관계는 평범하지 않았어.”“아까도 말했지만 염황은 워낙 자존심이 셌던 인물이야. 후궁에 아리따운 여인이 수없이 많았지만 그 누구와도 진심을 나눈 적은 없었어. 그는 늘 자신과 어울릴 만한 단 하나의 여인을 찾고 있었고 삼안 여황제는 그 기준에 부합한 유일한 여인이었지.”이쯤에서 윤구주의 표정이 굳어졌다.‘염황과 삼안 여황제가 그렇고 그런 관계였다고?’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염황은 단순한 옛 성인이 아니라 지금 자신의 적일 수도 있었다.“이제야 좀 긴장하는구만. 난 자네가 무지해서 겁도 없이 날뛰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이윽고 그는 다시금 성력으로 오래전 과거의 장면들을 공중에 그려냈다.화폭 하나하나가 생생한 영상처럼 펼쳐졌고 윤구주와 소채은, 그리고 임홍연은 그 안에서 염황과 삼안 여황제가 가까운 사이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윤구주가 짐작했던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더 계산적인, 동맹자에 가까운 사이였다.“그들의 만남은 순수한 감정이 아니라 철저한 이익을 위한 것이었어. 그 시절 고대 화진이 천상국과 혼인을 맺었다면 아주 천하무적으로 떠올랐을 거야.”“당시 화진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문명이었어. 구주오방이 모두 인

• 구주, 왕의 귀환   제2303화

  “자네가 필요하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으려 할 것이야!”“7만 년을 꾸며 온 계략이야! 자네가 견딜 수 있을 것 같나?”“자네의 의지가 7만 년을 버틸 만큼 강한가?”노인은 윤구주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러나 윤구주의 눈빛에서는 그가 원했던 공포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구주왕, 정말로 두렵지 않은가? 무서운 마음이 없단 말이야? 무지한 것이냐, 아니면 태생부터 두려움이 없는 것이냐!”노인은 마치 으르렁거리듯 소리쳤다.“헛소리 그만하고!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장 말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내가 직접 선사할 테니까요.”윤구주의 눈에서 금빛 불꽃이 일렁였다.삼환소성인 그를 윤구주는 손쉽게 그를 처치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하하! 역시 대담하기 그지없군!”“인황은 절세의 고독한 존재다! 연약한 자는 없어!”“좋다, 인황이 명령하였으니 나도 명을 따라야겠지!”구씨 일가의 족장이 손을 휘두르며 성력을 일으키자 7만 년 전의 세계를 그린 지도가 펼쳐졌다.소채은과 임홍연은 큐브에 갇힌 탓에 외부의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외부의 광경은 여전히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았다.그 그림 속에서 7만 년 전 천상국의 풍요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천상국은 남태평양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러 대륙이 만나는 곳으로 항구는 늘 번잡했고 자연적인 지리적 특성 덕분에 번영한 국가였다.7만 년 전, 다른 대륙의 고대 인류가 문명을 형성하지 못했을 때 천상국은 이미 강력한 함대와 웅장한 도시들을 세우고 있었다. 특히 삼안황성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번성한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동시에 윤구주도 그 시절의 고대 화진의 문명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직 해안가에만 화진 문명의 흔적이 있었고 내륙 지역에서는 원시적인 야만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을 화진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그 당시에는 수련자와 일반 화진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었고 수련자는 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302화

  “그러니까 해방을 원한다고요? 하지만 당신은 삼안 여황제의 혼술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으니 나를 도울 수 없다는 거죠?”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노인은 윤구주를 향해 찬탄의 눈빛을 보냈다.“이번 세대의 화진 인황은 특별한 존재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군.”“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족장님께서 나를 도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야기를 해 줄 수는 있겠죠? 예를 들어 7만 년 전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이에요.”윤구주는 말했다.그에게 있어 노인의 칭찬은 의미가 없었다. 그가 인정해 준다 해도, 그것은 그저 공허한 말일 뿐이었다. “결단력 있고 황자다운 기풍이로군.”“그래, 나는 그때 일어난 일을 자네에게 말해줄 수 있어. 하지만 그건 오직 자네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지.”“왜냐면 소채은과 임홍연은 모두 제물이기 때문이야. 제물로서 그렇게 많은 걸 알 자격은 없지.”말을 마친 노인은 손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두 개의 큐브가 소채은과 임홍연을 감싸며 그들을 윤구주와 노인으로부터 격리했다.제물이라는 말을 들은 소채은과 임홍연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하지만 소채은은 금세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의 눈빛은 확고했고 만약 자신의 희생이 윤구주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생명까지 바칠 각오를 하고 있었다.반면, 임홍연은 한동안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리긴 했으나 끝내는 그 운명을 받아들였다. 윤구주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숨길 수 없는 서운함이 묻어났다.두 여인의 반응을 모두 지켜본 노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새로운 인황, 자네는 내가 아는 화진 역사상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야. 역대 인황들은 모두 세상을 제패했지만 결국엔 모두 혼자가 되어 외롭게 늙어갔어.”“하지만 자네는 달라. 자네가 가는 곳곳에 자네를 위해 생명을 바칠 사람들이 있어. 심지어 자네를 배신했던 그 여인까지도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자네를 위해 목숨을 바칠 거야.”윤구주는 침묵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

• 구주, 왕의 귀환   제2301화

  윤구주의 원신은 소채은과 임홍연을 데리고 검은 문에 들어섰다.문을 통과하는 순간, 세 사람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겨우 정신을 차린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끝없는 별들이 무수히 떠 있는 광활한 우주 속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지만 그들은 만질 수도, 닿을 수도 없었다.“여긴 어디지? 설마 우주인가?”임홍연이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괜히 무서워하지 마, 여긴 미니 구주도 있잖아!”소채은이 다독였다.그들은 모두 윤구주에게 시선을 돌렸다.“이곳에서 매우 오래된 기운이 느껴져. 적어도 7만 년은 된 것 같군.”“우주라기보다는 오히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 세계처럼 보여.”윤구주는 가라앉은 소리로 말했다.“인공 세계라니? 수련자들이 우주를 만들 만큼 강해졌다는 거야?”임홍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렇게 강한 건 아니야. 내가 말하는 인공 세계는 수련자가 깊은 내공으로 특정 영역을 감싸서 외부를 완전히 차단한 공간을 의미해. 특별한 방법 없이는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이지.”윤구주는 설명을 덧붙였다.“그럼 밖에 있던 그 큐브는 누가 만든 걸까?”소채은이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대답했다.“아마도 기관술의 구씨 일가와 관련이 있을 거야. 정확히 누군지는 곧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윤구주가 말을 마치자, 한 흐릿한 실루엣이 세 사람 앞에 나타났다. 그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모습은 마치 고독한 혼령처럼, 불사의 존재처럼 보일 뿐이었다.그것은 천천히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얼굴은 매우 노쇠해 보였다.“신혼이 깃든 수련자야, 그렇게 낮은 경지는 아니야. 아마도 삼환소성 정도일 거야.”윤구주는 차분히 분석했다.삼환소성을 들은 소채은과 임홍연은 모두 어리둥절해했다.그때, 흐트러진 머리칼의 노인이 쉰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성경에 이르면 성환이 생기고 매 경지는 다섯 개의 환으로 구분되

• 구주, 왕의 귀환   제2300화

  하지만 그가 윤구주에게 충성을 맹세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아름 씨! 똑똑히 들어. 난 마가의 거자야. 그래, 고신도 마가는 내 조화신골을 빼앗으려 했고 내가 그 마가를 멸한 것도 사실이야!”“나 같은 자가 너희처럼 가슴 저리는 사랑을 누릴 자격이 없는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마가가 나를 죽이려 한다면 그건 내 운명이니 받아들일 거야. 마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질 각오도 되어 있어. 하지만 빌어먹을 고신도는 마가에 사술을 내렸어! 마가가 천도의 사술로 비참하게 죽느니, 내 손으로 그들에게 고통 없는 최후를 선사하는 게 나아!”“내가 윤구주에게 충성을 다한 건 그가 강하고 뛰어나서가 아니야. 불주산을 열어준 은혜 때문도 아니지. 윤구주는 유일하게 날 이해해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궁지에 몰린 나를 진심으로 헤아려준 사람이었어.”“진정한 벗에겐 목숨도 아깝지 않지. 아름 씨는 죽는 순간까지도 윤구주의 마음을 어지럽게 흔들려고 했어. 이 기린수가 그쪽보다 훨씬 나아! 나는 형제를 위해 죽는 거란 말이야!”그렇게 기린수가 문아름을 향해 울부짖은 순간, 성수인이 발동하며 기린금수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기린금수는 천둥 같은 포효와 함께 자신의 거대한 몸으로 천상 구역의 무너지는 하늘을 떠받쳤다.붕괴 직전의 천상 구역을 지탱한 기린금수는 수신전의 수장으로서 사방의 성수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그러자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모든 성수들은 하나같이 그 부름에 응답했다. 아직 현존하고 있는 성수부터 청룡과 백호처럼 성수의 정혈을 이어받은 자들까지 모두 소환되었다. 수백에 달하는 성수 법신들이 천상 구역에 우르르 모여들었다.“헉! 여긴 어디야? 아니, 수장이 호출한 거네. 저분은 왕이잖아!”청룡 4대 군신들은 의식이 성수의 법신에 깃들어 있었기에 이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기린수와 그들의 왕 윤구주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기린수...”윤구주도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이미 문아름을 잃었는데 이제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