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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작가: 만우
장 비서는 임운기에게 허리를 굽혀 사죄했다.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늦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특히 보람이와 오소천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까지 크게 벌어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장 비서가 임운기한테 허리를 굽힌다고? 게다가 도련님이라고 부른다고?

장 비서는 고개를 돌리더니 차갑게 말했다.

“오 사장님, 이분이 바로 새 지사장님이십니다. 빨리 인사하세요!”

“뭐? 그가…… 그가 새 지사장님이라고?”

순간 오대용 사장의 안색은 잿빛으로 변했다.

“그가 정말 지사장님이라니?!”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놀랐다.

오소천은 놀란 눈을 부릅뜨고 도저히 본인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안색이 가장 안 좋은 사람은 보람이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그는 단지 가난한 녀석일 뿐이야. 그의 집안이 어떤지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절대 새 지사장님일 리가 없어!”

보람은 흥분해서 말했다.

“장 비서님, 뭔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그의……그의 차림새만 봐도 절대로 지사장님 같지 않습니다.”

오대용 사장이 말했다.

“오 사장님, 서류는 여기에 있으니 직접 보십시오. 만약 그래도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류 회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보세요.”

장 비서는 오대용에게 서류를 넘겨주었다.

안에 있는 신분 정보와 사진을 자세히 보니 다름 아닌 임운기였다.

장 비서가 이어서 말했다.

“사실 임운기 도련님은 류충재 회장님의 외손자이십니다!”

“뭐? 류 회장님의 외손자!?”

이건 진짜 폭탄 뉴스였다.

류충재의 외손자라니!

“류 회장님의 외손자? 세상에!”

오소천은 놀라서 다리 힘이 풀렸다. 공포에 질린 그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류 회장님 외손자의 여자친구를 뺏다니…… 상상도 못할 만큼 두려워졌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보람은 임운기를 노려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오대용 사장은 황급히 임운기 앞에 달려가 아부하며 말했다.

“임 지사장님! 제가 지사장님을 못 알아봤습니다.”

오대용은 장 비서가 절대 이런 장난을 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임운기는 오대용을 외면하고 고개를 돌려 직원들을 바라봤다.

현장에 있는 100여 명의 직원들이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숨죽인 모습으로 임운기를 힐끗 보고 있었다. 아까 임운기가 자신이 지사장이라고 했을 때 그들 모두가 비웃었기 때문이다.

이분은 새 지사장님일 뿐만 아니라 류 회장님의 외손자다!

불과 몇 분 전만해도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았는데 지금의 변화에 임운기는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바퀴 둘러보다 임운기의 눈길이 오소천의 앞에 떨어졌다.

오초천은 임운기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무조건 자신한테 복수할 거라 믿고 식은땀이 났다.

“도련님!”

오소천은 임운기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으며 용서를 구했다.

“도련님! 제가 잘못했어요! 보람이를 돌려 드릴게요.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임운기가 회장님의 외손자라는 것 만으로도 오소천은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싹싹 빌고 있는 오소천을 보면서 임운기는 감탄했다. 돈과 권력이 좋긴 하네. 오소천같은 금수저가 어제까지만 해도 본인을 무시하면서 날뛰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무릎 꿇고 빌다니.

임운기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돌려준다고? 미안한데 그딴 거 필요 없어 너 다가져! 그리고 내가 용서해 줄 것 같아?”

임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마치자 발로 오소천을 걷어 차버렸다.

넘어진 오소천은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사장님! 제…… 제 아들이 아직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릅니다. 실수한 게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오대용이 아들 대신 용서를 빌었다.

임운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오대용을 바라보았다.

“뭔 낯으로 지금 용서를 비는 건가요? 아들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버지 잘못도 있는 겁니다.”

임운기는 큰 소리로 말했다.

“새 지사장의 신분으로 선포합니다! 당신 부자는 화정 그룹에서 해고되었고 다시는 화정그룹에 발 디디지 못할 것입니다!”

“네? 해고라구요!”

오대용은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오랫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올라온 사장 자리인데 지금 해고당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오대용은 자신의 원로 직원 신분으로 반박하고 싶었지만 임운기가 회장님의 외손자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오소천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지금까지 아버지 덕분에 큰소리 치며 잘 살아왔지만 이제 금수저인 신분을 잃어버린다면 더이상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오소천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저기, 이 두사람을 끌어내세요!”

임운기가 경비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옆에 있던 10여 명의 경비원은 서로 쳐다보며 망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오대용은 지사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이다.

임운기는 미간을 찌푸렸다.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경비원들은 연신 대답하면서 임운기가 회장님 외손자인데 더이상 고민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확신이면 오대용을 때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0여 명의 경비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두 사람을 끌어당겼다.

“X놈들! 이거 안 놔? 어디 경비원 따위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대! 죽고 싶어?”

오소천은 악을 쓰며 소리 질렀다.

한 경비원이 비웃으며 말했다.

“오소천,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나? 당신 둘은 이미 해고되었어!”

오소천을 끌어내던 다른 두 경비원도 입을 열었다.

“그러게, 아직도 본인이 도련님인 줄 아나 봐. 너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말을 마치자 그들은 오소천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니들…… 니들…….”

오소천는 화가 나서 입술까지 파르르 떨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반대로 오대용은 안색이 안 좋을 뿐 소리 지르거나 하지 않고 평온했다.

오랜 직장 생활의 경험에 비춰보면 회장님의 손자와 싸워서 이득 볼 게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이 장면을 보며 오히려 고소하다고 느꼈다. 평소에 오소천은 눈에 뵈는 것 없이 회사에서 날뛰었고, 많은 직원들이 마음속으로 오소천을 싫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참고 있었을 뿐이다.

지금의 오소천의 꼴을 보고 있으니 속이 후련해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이때, 임운기는 보람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보람과의 관계도 정리해야 된다.

보람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돈 때문에 오소천과 사귀었는데 이제 오소천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났다고?

오히려 그녀의 전 남자 친구가 갑자기 지사장이 되고 서남 최고 재벌의 외손자라니!

“임운기, 넌 가난하잖아! 근데 니가 왜 류 회장님의 외손자야!”

임운기의 집안을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한편으로 한없이 후회됐다. 임운기가 서남 최고 재벌 류충재의 외손자인 걸 알았다면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 세상이 참 요지경이지! 내가 류충재의 외손자일 줄이야.”

임운기가 웃으며 말했다.

보람이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운기야, 나 오소천한테 속은 거야.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사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나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보람이는 임운기의 팔을 끌어안고 빌었다.

“미안한데 너한텐 내가 많이 아까워!”

임운기는 무표정으로 냉정하게 보람이를 밀어냈다.

냉정하게 돌아선 임운기의 뒷모습을 보면서 보람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순간 정신이 든 보람은 평생 다시는 이 남자와 사귈 수 없을 것이란 걸 느꼈다.

임운기는 유보성 부사장에게 다가갔다.

유보성은 놀라서 얼굴색이 변하더니 황급히 말했다.

“도련님! 저는 절대로 오대용과 한패가 아닙니다!”

임운기는 유보성을 부축하면서 말했다.

“유 사장님, 놀라실 필요 없어요! 저는 유 사장님을 승진시킬 것입니다. 오늘부터 당신은 회사의 사장입니다!”

“정…… 정말요?”

유보성은 황송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정말이죠.”

임운기는 웃으며 말했다.

어제 임운기는 자신이 지사장이 된다는 것을 알고 미리 사람을 써서 회사의 내부 상황을 조사했던 것이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유보성은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다만 운이 좋지 않아 오대용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었다. 또한 오대영에게 많은 성과를 빼앗겼고 이용당했었다.

유보성 같은 사람은 귀인의 도움이 절실하다.

임운기도 유보성의 인성에 대해 조사했고 좋은 인성임을 확인하고 나서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지사장님 감사합니다! 지사장님,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유보성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임운기에게 무릎을 꿇을 뻔했다.

임운기한테는 말 한마디 정도지만 유보성한테는 평생 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이 기회를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열심히 해주세요! 회사를 잘 관리하는 것이 바로 저에게 가장 좋은 보답입니다.”

임운기가 말했다.

“제 신분을 아시잖아요. 잘만 하시면 사장뿐만 아니라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할 수 있습니다.”

임운기가 이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반드시 이 한 몸 다 바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것입니다!”

유보성의 말투는 무엇보다 진지하고 진심이 느껴졌다.

‘임운기가 바로 나의 귀인이다!’

유보성은 앞으로 무조건 임운기에게 충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 회사를 잘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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