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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시험지 도둑

작가: 노끼
꽤 많은 아이들이 아연의 말에 동조했다.

송성연은 평소 잠자느라 수업을 거의 듣지 않았다. 진짜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무슨 재주로 문제를 다 맞힌다는 말인가?

성연의 성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워낙 아이들에게 신용이 없다 보니 날조된 성적이라고 의심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늘어갔다.

[걔가 그럴 필요가 뭐가 있는데? 성적을 위해서 시험지까지 훔칠 일이냐고?]

[집에 돈도 무진장 많다더라. 듣기 싫은 소리겠지만, 공부만 길인 것도 아닌데, 너무 어리석었어.]

[아직도 그 속셈을 모르겠니? 입학시험 만점으로 ‘공신’ 컨셉을 유지하려는 게 분명해. 이번 시험 망쳤어 봐, 성적이 가짜라는 게 뽀록나지 않겠어?]

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성연의 귀로 쏟아져 들어왔다.

성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성연을 냉랭하게 응시하던 이윤하가 입을 열었다.

“송성연, 할 말 없니?”

눈을 들어 이윤하를 보는 성연의 눈빛이 온통 비웃는 듯하다.

“내가 할 수 없다고 다른 사람도 못하는 건 아니죠. 내가 문제를 훔쳤다면, 그 증거를 보이세요. 아니면 조용히 해주시고요.”

정말 귀찮은 일이다. 또 자신의 ‘착한 여동생’ 송아연이 벌인 일이 분명하다.

사사건건 송아연이다.

무슨 일만 생기면 제일 앞에 서서 자신을 떠밀어 버린다.

자신과 송아연 사이에 무슨 불구대천 원한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봤지만 알 수 없다.

‘자신이 눈에 거슬리면 안 보면 되지, 어차피 지금 송씨 집에서 지내지도 않는데.’

도대체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남이 날 건드리지 않는 한 자신도 남을 건드리지 않는다. 물론 자신을 건드리면 필히 백 배, 천 배 되돌려주었지만.

이번에 또 다시 자신에게 오물을 뿌렸으니, 송아연 역시 말짱하게 빠져나갈 생각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준 교훈이 부족했나? 그래서 스스로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윤하는 입이 쩍 벌어졌지만, 결국 아무 말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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