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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던 첫사랑이 내게만 찾아왔다

죽었다던 첫사랑이 내게만 찾아왔다

첫사랑 윤제의 부고가 들려온 밤, 서온은 끝났다고 믿었던 마음이 다시 아파오는 걸 느낀다.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건 차가운 관과, 이해할 수 없는 몇 가지 단서들. 그리고 그날 이후, 죽었다던 윤제가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난다. 믿을 수 없는 재회. 그러나 더 믿기 어려운 건, 그의 죽음이 단순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10년 전 놓쳐버린 진실. 그날 이후로 멈춰 있던 시간. 서온은 윤제의 죽음에 얽힌 흔적을 따라가며, 감추어진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이번엔 사랑, 진실 그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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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화. 꿈이 아니다
“서온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아... 눈부셔“엄마 5분만요 5분만..”“너 어제 친구 새로 사겼다며~ 가서 친구랑 안 놀거야?”친구? 맞아. 내 친구!이불안에 꽈배기처럼 돌돌 말려있던 난 ‘친구’ 한 마디에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아니, 얘가 웬일이야?”시계를 확인해보니 평소보다 살짝 빠듯해 빛의 속도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원래같았으면 나가기 싫어서 최대한 질질 끌었을텐데, 별다른 군말 없이 준비하는 내 모습에 엄마도 못 말리겠다는 웃음을 지었다.“다녀오겠습니다!”평소처럼 피곤한 아침 등굣길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운동장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각 반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의 뒤에 2열로 줄지어 서 있었다. 올해의 첫 소풍에 잔뜩 신난 아이들이 만들어낸 흙먼지는 자욱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난 윤제를 한 번에 찾아낼 수 있었다.다른 남자 아이들보다 한뼘 정도 큰 키와 덥수룩한 머리. 그리고 어제완 달리 밝은 옷차림을 한 윤제는 어딘지 모르게 또래들보다 한두 살 많아 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가서 인사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떨리지? 처음 느껴본 감정에 쉽게 진정할 수가 없었다. 설마...아니야! 정신 차려 류서온. 지금부터 실전이야.양 뺨을 두어 번 착착 때려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살금살금 다가가 윤제의 등을 살짝 두드리자 돌아본 얼굴이 금새 밝아졌다.“서온아! 왔구나! 너랑 버스에서 같이 먹으려고 내가 과자도 사왔어.”“어디 봐봐. 우와! 맛있겠다.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잔데.”“정말? 나도 이 과자가 제일 좋아. 우리 정말 잘 맞는 것 같다. 그치?”우린 정말 잘 맞는 것 같다며 해맑게 웃는 그 얼굴이 너무 이뻐서 꼭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이런 감정은 태어나서 처음인데. 진짜 이러면 내가 쟤를 좋아하는 것 같잖아. 이거 진짠가? 내가 진짜 쟤를 좋아하는 건가?“서온아. 이제 버스 타야 된대.”윤제는 자연스레 내 손을 잡
Última actualización: 2026-10-13
Chapter: 6화. 안녕? 잘 부탁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제의 약속은, 내겐 날개였다. 더 이상 과거가 아닌 앞만 보고 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 겨우 울음을 멈추자 얼굴을 쓸어내리는 일몰이 눈부셨다. '경계'에서의 길었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수평선에선 작은 여객선만한 배 하나가 퉁퉁거리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서둘러 해변 옆 선착장으로 뛰어가자 윤제는 햇빛을 받아 더욱 반짝거리는 종이배를 내게 새로 건넸다.”한 번 사용한 종이배는 현실로 돌아가고 나면 색깔이 변할거야. 색깔이 변하면 더 이상 쓰지 못하니까 항상 새 종이배를 잘 챙겨야돼. 한 번 와봤으니까 다음부턴 경계에 오기 어렵지 않을거야. 종이배를 쥐고 이곳을 떠올리기만 하면 돼. 그렇게 되면 현실에선 잠에 빠져버리니까 꼭 조심하고.“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배는 다리를 촤르륵 내려주었다.종이배를 주머니에 넣고 배에 타려는데 윤제가 뒤에서 내 손을 잡고 놔주질 않았다.”윤제야. 지금 너에게 기억이 거의 없대도 괜찮아. 내가 있잖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 난 절대로, 니가 길을 잃어버리게 하지 않을거야.“그제서야 아쉽게 놓아주는 손길에 난 몇 번이고 뒤 돌아 볼 수 밖에 없었다.”나 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마! 집 정리도 해놓을게!“내가 탑승하자마자 배는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고, 윤제는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양팔을 흔들고 있었다.”하아아아---.“바다 한가운데에 들어서자 버티지 못하고 실내로 들어왔다. 10년 전 계곡에서 사고가 난 이후부터 물이 무서워졌다. 어린시절 잠시 수영선수를 꿈꿨을만큼 수영을 잘 하고 물을 좋아했었건만, 이젠 모두 옛말이 되어버렸다.그래. 우릴 이어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물이었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기억 되찾기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시작하기 위해선, 우리의 역사를 역순으로 훑어볼 필요가 있었다.아. 이동수업이 제일 싫어.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3월 말, 학기초의 끝자락속 교실은 어수선한 시기를 지나 점차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었다.보통 이맘때쯤이면 여
Última actualización: 2026-10-12
Chapter: 5화. 약속해
윤제의 부탁을 듣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가 올라왔다.“죽기 전 마지막 부탁이라고? 저승에 끌려가도 상관 없다고? 지금 그말 진심이야?”“응.”재차 물을수록 단단해지는 목소리와 눈빛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윤제는 더 이상 손을 떨지 않았다.“너는 왜 항상 그런식이야? 왜 줬다 뺐어?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고. 죽은줄 알았던 애가 찾아와선 다시 죽여달라고 하네. 지금 장난해?여긴 경계라고 했지. 저승도 이승도 아닌 ‘경계’가 굳이 존재한다면, 이곳에 있는 영혼들은 어떤식으로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죽어도, 정말 다 끝나도 상관없다고 스스로 말할 수가 있어! 안돼. 난 동의 못해!”머리끝까지 화가 나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폭탄발언을 해놓고 이해받기를 원한 얼굴이 분했다.넌 이미 끝을 정해둔거야?날 둘러싼 공간이 숨막혀 더 있을 수가 없었다. 씩씩대며 밖으로 뛰쳐나가자 그제서야 깜짝 놀라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서온아! 난..”“됐으니까 나 따라오지마. 난 경고했다. 따라오면 ‘진짜’ 내 손에 죽는다. 최소 한시간은 거기서 반성해.”쾅!!!!!허리와 손목힘을 더해 있는힘껏 문을 닫으니 데시벨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절대로 양보해줄 생각이 없었다.그런데 막상 집밖으로 나오니 한숨만 폭폭 나왔다.“하아아아- 그래... 내 맘대로 다 될것같으면 그게 진짜 꿈이지.”머리가 너무 복잡해 생각도 정리할겸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작은 마을을 지나 모래사장으로 들어가자 두 눈에 가득 담기는 파도에 또 빌어먹을 정윤제가 생각났다.여기서 종이배를 띄웠을까?종이배를 태운 파도는 어딨을까.지금쯤 후회하고 있으려나.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안 보이는 곳에서 가라앉힐걸- 하고.한번 시작된 부정적인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어떤 결정이 윤제를 위한 것인지 나로선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난 어떤 선택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정처 없이 걷자 이번엔 커다란 바위들이 나타
Última actualización: 2026-10-12
Chapter: 4화. '경계'
끼이이익-흙먼지가 흩날리며 문이 열리자 펼쳐진 풍경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이..... 이게 무슨...”“‘경계’에 온 걸 환영해 서온아.”윤제의 안내를 따라 들어선 공간은 마치 하나의 작은 마을 같았다.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과 넓게 펼쳐진 왼쪽의 평야, 그리고 이젠 제법 가까이 보이는 오른쪽의 모래사장과 바다까지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그중 눈높이까지 오는 난간을 따라 늘어서 있는 자그마한 집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띠었다.집들의 모양은 죄다 제각각이었는데, 검은색인 직사각형 모양의 주택부터 평범한 주택, 세상 화려한 알록달록 주택에 가장 멀리 위치한 작은 한옥까지 똑같이 생긴 집이 단 하나도 없었다.살면서 처음보는 마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그대로 눈만 굴려 윤제를 바라보자 눈치를 보던 윤제가 멋쩍어했다.“내가 깜짝 놀랄 거라고 했지? 그래도 내가 지내는 곳이 저 형형색색의 집은 아니야.”지금 그와중에 그걸 해명한거냐.집도 집이었지만 이번엔 나무로 만들어진 담장이 궁금했다. “저 담장은 뭐야?”그러자 깜짝 놀란 윤제가 내게 말했다.“거기엔 가까이가지 마! 위험해서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고 그랬어!”그 순간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 “맞아~ 넘어가기라도 하면 아무리 손님이라도 큰일난다!”“아 깜짝아!”깜짝 놀라 뒤돌아보자 처음 보는 두 사람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아, 여기에 사람이 더 있다고 했었지. 다른 집주인들인가?예상치 못한 등장에 당황하자 두 사람이 먼저 인사를 해왔다.“안녕하세요~ 저기 누가봐도 멋진 집에 살고 있는 강해진입니다. 반가워요.”덩치가 크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닌 강해진이라는 남자는 이곳이 아주 익숙하고 편해 보였다. 악수를 하자 느껴지는 포스가 강렬했다.“저는 입구에서 두 번째에 있는 집에 살고 있는 박다인이라고 해요. 반가워요.”앞머리를 내린 갈색 머리의 여자는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따뜻한 미소를 지녀 편한 인상이었다.이 사람들과 윤제가 같이 지냈었구나.“아
Última actualización: 2026-10-08
Chapter: 3화. 종이배를 든 첫사랑
“너.... 죽은거 아니였어??”믿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광경에 눈을 비벼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팔을 꼬집고 뺨을 때려봐도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은 여전히 정윤제였다. “말도 안돼!!!!!”아아악- 결국 정신줄을 놓은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러자 윤제가 내 손을 잡아왔다.“그만해. 그러다가 머리 다 뜯기겠어.”하. 놀고있네.나는 타깃을 내 머리에서 윤제로 바꿔 소리쳤다.“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니가 정말 정윤제가 맞다면 지금 당장 나한테 다 설명해. 너... 너 죽었다고 했어. 10년만에 소식 전한다는게 그딴 거였다고. 얼굴도 옷도 다 그대로잖아.내가 어제 니 장례식까지 다녀왔어. 절도 하고!!! 니 고모랑 고모부까지 만나서 인사까지 하고 다 했어! 그런데 지금 이게 다 뭐야?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는 거야?”윤제는 표정변화 없이 그저 담담하게 듣고 서 있었다.이게 진짜 나 뚜껑 열리는 거 보고 싶나.“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봐!”달려가 윤제의 양 팔을 잡고 빨래 털 듯이 흔들어대자 그제서야 윤제가 반응을 보였다.“아. 미안해. 그냥.. 내가 정말 죽은게 맞나보구나- 해서. 잠깐 정신이 딴 데로 가있었어. 서온아.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걸으면서 얘기할까? 내가 다 설명해줄게.”정말 기가 막히는 상황이였다. 남을 통해 자신이 죽은 걸 알았다니. 아니 잠시만, 원래 자기가 죽었다는 걸 본인은 모르나? 드라마에서도 저승사자가 알려주잖아.아무튼, 지금 그런 것보다 이런 상황에 저렇게 태연한 윤제가 더 이상했다. 하지만 내 손을 잡고 망설임없이 걷는 윤제를 보고 있자니 적어도 방금 전까지 느꼈던 외로움과 두려움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생각을 그만두고 이 상황을 맡기고 싶었다.버스 정류장에서 멀어지자 윤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몇주 전에 정신을 차려 보니까 여기에 나 혼자 서있더라고. 나도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지.
Última actualización: 2026-10-08
Chapter: 2화. 이게 무슨 일이지?
장례식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우릴 맞이한 두 사람은 윤제의 부모님이 아니었다. 민지또한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설마 우리가 잘못 들어온건가 싶어 무심코 고개를 돌려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앞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윤제가 맞았다. 10년동안 연락 한번 없다가, 죽었다는 소식으로 돌아온 사람.정작 내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이 지금 당장이라도 우릴 반길것같아서 꼭 우릴 안아줄 것 만같이 생생했다.탄내가 나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하자 이 상황이 정말 실감이 나 눈물이 차올랐다. 그런 내 감정을 눈치 챈 민지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정말 상심이 크실 것 같습니다. 저희는 윤제 초, 중학교 동창들이에요. 항상 셋이서 같이 다녔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어요. 윤제 부모님도 몇 번 뵀었는데... 상주 분께서는 윤제 가족...이신가요?”민지의 물음을 들은 상주는 눈물을 글썽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윤제 고모부랑 고모예요. 윤제 엄마아빠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친구들이 안 와서 윤제가 어릴 적 친구들이랑은 교류가 거의 없는 것 같더니...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미안해요. 젊은 친구들이 바쁠텐데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꼭 밥 먹고 가요.”두분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충격적인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건강하고 마음씨 좋으셨던 분들이 모두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생각들이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두 한창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할 시기에 그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 이미 내가 알던 한 가족은 모두 떠나고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곱씹자 몸이 시릴정도로 한기가 느껴졌다.구석에 앉아 떨고 있는 내게 민지가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부의금 명단은 내가 작성했어. 좀 더 있다가 갈거야?”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곳에서는 오래 있어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못 할 것 같아. 조금 힘드네.”그러자 민지도 물기젖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러자. 우리 이제 집에 가자
Última actualización: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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