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내가 태우라고 하지 않았느냐? 2》그때 마차 반대편의 문이 열렸다. 카일이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 잠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라일라가 먹인 약의 기운이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휘청거리자 기다리고 있던 테일러가 재빨리 팔을 붙잡았다. “야, 천천히.”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거든?” 카일이 귀찮다는 듯 테일러를 바라봤지만 이번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테일러의 부축을 받은 채 저택을 바라보던 카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상했다. 너무 조용했다. 대공이 오랜 시간 저택을 비웠다가 돌아왔다. 그렇다면 적어도 집사와 시녀장, 사용인들이 밖으로 나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테일은?” 카일이 낮게 물었다. 테일러 역시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게. 루니아도 안 보이고.”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저택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쾅! 저택의 문이 열리더니 먼저 내부를 확인하러 들어갔던 기사가 다급하게 뛰어나왔다. “가, 각하……!” 테일러가 카일을 부축한 상태로 기사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냐?!” “그게……저택 내에…….” 기사가 숨을 몰아쉬며 보고하려던 순간— “아하하하하!” 저택 안에서 호탕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테일러의 얼굴이 굳었다. 카일의 미간도 천천히 좁혀졌다. 그리고 현관 안쪽에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노란색 머리카락. 눈에 띄는 주황색 눈동자. 마치 이곳이 자신의 저택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당한 걸음걸이까지.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테일러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하아…….” “……?” 카일이 옆을 바라봤다. 테일러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카일…….” “왜.” “베르네아 공녀가 또…….” “……뭐?” 카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각하!!” “각하!” 베르네아 공녀의 뒤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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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내가 태우라고 하지 않았느냐?》앞서가던 기사들이 천천히 성문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기사들의 행렬이 하나둘 성 안으로 들어서자 길 양옆을 가득 메우고 있던 시민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기사단이다!” “돌아오셨다!” “대공 전하께서 돌아오셨어!” 성문에서부터 대로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있던 시민들이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은 채 발돋움했고, 몇몇 시민들은 미리 준비해 온 꽃잎을 기사들이 지나가는 길 위로 뿌렸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귀환이었다. 그리고 선두의 기사들이 어느 정도 성 안으로 들어온 뒤— 마침내 카일이 타고 있는 마차가 성문을 지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조금 전보다 훨씬 거대한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그 소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 “저기…….” “마차 위에…….” 시민들의 시선이 하나둘 위로 향했다. 대공이 타고 있는 마차. 정확히는 그지붕 위였다. 그곳에는 카이가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 “…….” 환호성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처음 보는 소년이었다. 그것도 대공가의 마차 지붕 위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앉아 있는 소년. 주변을 호위하는 기사들 중 누구도 그를 끌어내리기는커녕 제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시민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카이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카이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보는 성 안의 풍경이 더 흥미로운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테일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말을 몰아 마차 가까이 다가갔다. “카이 님.” “네?” 카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마차 안으로 들어가시는 게…….” 카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이 편합니다만..?” “그게…….” 테일러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편한 것과 별개로 대공가의 마차 지붕 위에 사람이 앉아 수도 한복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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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귀환 선물은 마차 몇 대면 되겠느냐?>세이라는 카이의 품에 안긴 채 작은 손으로 그의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카이? 이제 괜찮아?”“……세이라.”카이는 잠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다 문득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방금 혹시…….”“웅?”세이라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곧 알아들었다는 듯 말했다.“아~ 마마가 연결해달라고 했어!”“……라일라님께서요?”“응! 카이랑 라스 힘을 날뛰게 한 기운 때문에 또 난리 날 것 같다고 했어~.”카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다른 이가 저와 라스의 연결에 들어온 것은 처음입니다.”태어날 때부터 이어져 있던 연결이었다.서로가 허락하지 않는 한 다른 존재가 간섭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역.그런데 라일라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연결 안으로 들어왔다.세이라가 카이의 표정을 보다가 손을 흔들었다.“아~ 이제는 못 해!”“……?”“힘이 난동 피운 상태라서 가능했던 거래.”세이라가 기억을 더듬듯 눈을 위로 굴렸다.“마마가 뭐라고 했더라…….”잠시 고민하더니 손뼉을 쳤다.“아! 그 기운을 봉인하고 역추적하려고 했대!”“역추적…….”카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응! 그러니까 이제 다시 가자~!”세이라가 언제 걱정했냐는 듯 활짝 웃었다.카이는 그런 세이라를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기사들은 다시 출발 준비에 들어갔다.부상자를 확인하고 흩어진 짐을 정리하는 사이, 한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테일러 자작님!”“무슨 일이냐?”“말들이…….”기사의 표정이 어두웠다.마수와 카이의 힘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견디지 못한 말 몇 마리가 심장이 멎은 채 쓰러져 있었다.테일러가 인상을 찌푸렸다.“이런…….”남은 말만으로는 모든 마차를 움직이기 어려웠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이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제가 하겠습니다.”“카이님?”카이의 발밑으로 푸른 소환진이 펼쳐졌다.우우웅—차가운 기운과 물의 기운이 동시에 주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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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용을 길들이는 방법>레시아가 손을 들어 바람을 일으켰다.휘이이잉—주변을 뒤덮고 있던 얼음이 바람에 휩쓸리더니 잘게 부서져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레시아는 아공간에 손을 넣어 여러 개의 포션을 꺼낸 뒤 테일러에게 건넸다.“기사들에게 먹이세요.”“네……!”테일러는 포션을 받아들다가 잠든 카이 쪽을 바라봤다.“그런데…… 카이님은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세이라님과 카일님이 곁에 계시니 괜찮겠죠.”레시아는 잠시 카이를 바라보다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이제야 라일라님께서 라스님만 데리고 가신 이유를 알겠군요.”“네?”“라스님은 불의 힘을 지니고 계시니까요.”레시아가 차분하게 덧붙였다.“정확히는…… 불의 용, 칼라토스를 몸 안에 담고 계십니다.”쨍그랑!테일러의 손에 들려 있던 잔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근처에서 포션을 받아 마시던 기사들 역시 놀라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카, 칼라토스요?!”테일러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레시아를 바라봤다.“세계의 절반을 불태웠다는 그 화룡 말입니까?!”“네.”레시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그리고 카이님의 몸에는 쌍둥이 용인 물의 용 알트레스와 얼음의 폭풍용 알레스카가 깃들어 있습니다.”“…….”기사들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두 분 모두 용들의 힘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만…….”레시아가 잠든 카이를 바라봤다.“균형이 어긋나면 용의 힘이 폭주하기 시작하죠.”한 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지금 말씀하신 이름들…… 전부 천 년 전 세계의 절반을 멸망시켰던 용들 아닙니까?”“맞습니다.”“그런 존재들이 어떻게 두 분의 몸 안에……?”“라일라님께서 그들의 육체를 빼앗으셨으니까요.”“……네?”레시아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남겨진 용의 힘을 두 분에게 맡기셨습니다. 본래라면 지금처럼 날뛸 일도 거의 없는데…….”테일러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그렇다면 왜 카이님에게만 두 마리의 용이 깃든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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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흔들린 균형, 조율자의 개입》라일라는 라스의 상태를 가만히 살피더니 작게 중얼거렸다.“흠~ 어떤 기운이 균형을 어긋나게 한 탓에 깨어나는 시기가 빨라졌구나…….”라스는 여전히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불의 기운을 억누르며 라일라를 바라봤다.“라일라님…… 준비는 끝났습니까?”“재촉하지 마렴, 라스. 그것보다…….”라일라가 작은 약병 하나를 내밀었다.“이거나 마시거라.”“…….”라스는 약병을 받아 단숨에 내용물을 삼켰다.몸 안에서 날뛰던 불의 기운이 조금씩 가라앉자 라일라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흠…… 세이라와 레시아가 있으니 괜찮겠지.”그러나 라스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카이와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이대로는 카이의 상태를 알 수 없습니다.”“괜찮으니라.”라일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연결이 끊어진 것이 아니라, 카이가 스스로 끊은 것뿐이니.”라스가 눈을 크게 떴다.“라일라님!”“라스.”라일라가 손을 올려 라스의 붉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네가 카이를 보호하려 하는 것처럼 카이 또한 너를 보호하려 하는 것이니라.”“하지만…….”“잊었느냐?”라일라가 옅게 웃었다.“나의 반려는 이 세계의 조율자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 아이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라스는 입을 다문 채 주먹을 꽉 쥐었다.“그리고 그곳에는 세이라도 있지 않느냐?”“…….”“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라일라가 준비하던 것들을 다시 확인하며 말했다.“서둘러 돌아갈 준비를 하자꾸나.”콰드드드득—!카이가 있는 곳은 이미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변하고 있었다.대지가 얼어붙었다.나무와 바위 위로 순식간에 서리가 내려앉더니 주변 전체가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곧이어—휘이이이잉—!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다.“으악!”“이게 무슨?!”기사들이 팔로 얼굴을 가리며 몸을 낮췄다.처음에는 단순한 눈보라처럼 보였지만 곧 바람에 섞인 얼음 조각들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하기 시작했다.테일러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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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깨어난 얼음의 폭풍용>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땅이 크게 울렸다.쿠우웅—!달리던 마차가 크게 흔들리자 레시아는 곧바로 바람을 일으켜 잠든 카일의 몸을 감쌌다. 카일은 흔들림에도 깨지 않은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반면 세이라는 흔들리는 마차가 재미있는지 활짝 웃었다.“꺄~! 마마다!”“…….”레시아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하지만 마차 지붕 위에 있던 카이의 주변으로는 어느새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스으으—주변의 온도가 서서히 내려갔다.그 변화를 알아챈 레시아가 세이라를 바라봤다.“세이라님…… 잠시 안에서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웅?”세이라가 창밖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했다.“주변이 빨개~.”“……빨갛다고요?”레시아가 마차의 문을 열었다.그 순간, 어둠 속에서 수많은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숲 전체를 가득 메운 마수들이었다.마차 주변은 물론이고 멀리 보이는 마을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마수들이 곳곳에 퍼져 일행을 포위하고 있었다.크르르르—그르륵—기사들이 순식간에 긴장하며 검을 뽑았다.“마수다!”“마차를 보호해!”레시아가 천천히 마차 밖으로 걸어 나오자 한 기사가 다급하게 외쳤다.“레시아님! 나오지 마세요!”그러나 레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쿵!마차 지붕 위에 있던 카이가 땅으로 내려왔다.그리고 카이의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쩌저저적—!“……!”마차 주변으로 얼음이 빠르게 퍼져나가더니 거대한 방벽이 솟아올랐다.“우악!”“뭐, 뭐야?! 갑자기?”기사들이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레시아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카이님 근처로 가지 마세요.”“네?”“힘에 휩쓸려도 모릅니다.”기사들의 표정이 굳었다.카이는 아무 말 없이 마수들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평소 하늘색이던 눈동자가 점차 짙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우우우웅—주변에 흩어져 있던 얼음이 허공으로 떠올랐다.수많은 얼음 조각이 카이의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점점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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