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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1화

Author: 유진
백연신은 거의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듣고 싶지도,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한지영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책상 위 서류를 펼쳐 업무에 집중했다.

한지영도 백연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소파 한쪽에 앉았다. 그러고는 가져온 간식을 티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물 한 컵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육아 관련 웹사이트를 살폈다.

두 사람은 묘하게 어우러진 평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지영은 곁눈으로 바쁘게 업무에 몰두하는 백연신을 몰래 훔쳐봤다.

순간,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 두 사람은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때 그녀가 찾아오면, 백연신은 늘 업무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한지영은 그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곤 했다.

사무실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이 항상 가득했고, 그녀는 장난스레 불평하곤 했다.

“봐요, 나 벌써 살쪘잖아요. 사무실에 이렇게 간식만 가득 두면... 나 나중에 진짜 뚱녀 되겠어요.”

“뭐 어때, 뚱녀라도 사랑해.”

그때 그는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뚱녀가 되지 않았고, 사무실에는 그녀를 위해 준비된 간식도 없었다.

한지영은 여전히 휴대폰으로 육아 웹사이트를 보고 있었지만, 어느새 카메라를 몰래 백연신에게 맞추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설령 앞으로 그와 함께할 수 없다 해도, 이 사진들은 추억으로 남을 테니까.

잠시 후, 사무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백연신의 비서가 들어왔다.

그때 백연신은 소파 옆에 서 있었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파 위로 향했다.

소파 위에는 한지영이 얇은 담요를 덮고 편안히 누워 있었다.

“대표님, 요청하신 보고서입니다.”

비서는 손에 든 서류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그 순간, 우연히 본 휴대폰 화면에는 백연신의 사진이 떠 있었다.

“이제 나가 봐.”

백연신이 말하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려다, 한마디 더 들었다.

“문 닫을 때, 조용히 해.”

말을 마친 뒤, 백연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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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회장님 아이...?’그 순간, 집사의 손끝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재원시를 발칵 뒤집을 또 하나의 폭탄 같은 소식이 될 터였다.그 시각, 한지영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물론 자신이 맞아 얼굴이 부은 사실은 숨기고, 그저 오늘은 백연신의 집에서 묵게 됐다고만 알렸다. 방은 따로 쓰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곧 운전기사가 임산부용 베개를 가지러 갈 테니, 꼭 챙겨주십사 부탁했다.한종훈과 이해영은 도대체 딸이 어쩌다 하룻밤 사이에 백씨 가문 저택에서 묵게 됐는지 캐묻고 또 물었지만, 끝내 속사정은 알 수 없었다.다만 한지영의 목소리에 한결 여유가 느껴지자, 두 사람은 오히려 안도하며 좋은 일이라 여기려고 했다.잠시 뒤, 집사가 임산부용 베개를 받아 들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건 단순한 베개가 아니었다. 옆으로 누울 때 안는 전용 쿠션과 등 뒤를 받쳐주는 보조 베개까지 세트로 된, 그야말로 ‘작은 요새’ 같은 베개였다.백연신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런 걸... 꼭 써야 돼?”“그럼요.”한지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신 개월 수가 늘어날수록 똑바로 누우면 답답해서 잠을 못 자요. 옆으로 누워야 편한데, 이거 안으면 진짜 포근해요. 마치... 연신 씨 안고 자는 것처럼요.”순간, 백연신의 귓볼이 붉게 물들었다.‘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렇게 거침이 없지? 꼭 날 매일 안고 자는 사람처럼 말하잖아.’그 모습에 한지영은 재빨리 화제를 돌리듯, 집에서 건너온 작은 도시락을 열었다.“맞다, 이거 먹어볼래요? 전에 연신 씨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우리 엄마가 해주신 전 정말 좋아했잖아요.”말과 함께 그녀가 건네온 건 동그랗게 빚은 조그마한 전.백연신은 그걸 보자, 예전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늘 차갑고 계산적인 백씨 가문과 달리, 한지영의 집은 따뜻했다.그곳에서는 의심할 것도 긴장할 것도 없었다. 웃고 싶을 때 웃으면 되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56화

    백연신이 슬쩍 그녀를 곁눈질했다.한지영의 속마음은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그는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곧장 차를 백씨 가문 저택으로 향하게 했다.“여기...?”한지영은 순간 얼어붙었고, 얼굴에는 망설임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스쳤다.“걱정하지 마.”백연신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어머니는 이 집에 살지 않아. 평소에도 거의 오지 않고. 게다가 오늘, 내가 분명히 경고했잖아. 그러니까 적어도 당분간은 널 건드리지 못할 거야.”“당분간...?”한지영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 결국 또 그녀를 찾아와 괴롭히겠다는 뜻 아닌가.자기야 상관없다 쳐도, 뱃속의 아이까지 위험해질까 두려웠다.그때, 백연신의 목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뱃속 아이는... 네가 지우지만 않는다면, 무사히 태어날 거야.”한지영은 그 말을 듣고 멍하니 눈을 떴다.그리고 조심스럽게, 기대 섞인 시선을 그에게로 향했다.“그럼... 연신 씨, 이 아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거예요? 그렇다면....”“그 아이는 내 핏줄이니까. 당연히 받아들여야지.”백연신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러나 곧 이어진 말이 차갑게 내리꽂혔다.“하지만, 그게 곧 너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야.”그 한마디는 차가운 물 한 양동이를 뒤집어쓴 듯, 한지영의 눈빛에서 피어난 희망을 단숨에 꺼뜨려 버렸다.그럼에도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다독였다.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처음 재원시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그의 태도는 훨씬 나아진 게 분명했다.백연신의 마음에 아직 그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차가 멈추고, 두 사람은 함께 백씨 가문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한지영의 얼굴은 여전히 부어 있었지만, 집안의 하인들은 그 어떤 놀란 기색도 은근한 눈빛조차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집주인이 손님을 데려온 듯 무심하고 담담했다.오히려 그 덕분에 한지영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역시 백씨 가문의 하인들이라 그런지, 훈련이 잘되어 있는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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