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에 걸려 위를 다 잘라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남편 직접 집도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수술 후, 그녀의 몸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남편의 말로는 암세포가 너무 빨리 전이된 탓에 희망이 없다고 했다. 어느 날, 그녀는 무심코 남편이 숨겨둔 검진 보고서와 거액의 보험 서류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위암헤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위뿐만 아니라 그녀의 자궁도 적출했다.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내연녀의 허리를 감싸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당신 아버지가 병원 원장이 아니었다면 당신과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야. 당신이 수아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나? 이번 수술만 있으면 난 전임 교수로 승진할 수 있어.” “죽을 만큼 날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나? 당신의 몸으로 나랑 수아의 승진을 도왔으니 너무 상심하지 마.” 말을 하던 그가 내연녀인 홍수아와 함께 그녀를 아래층으로 던져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은 그녀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했다. 다시 눈을 뜨는데, 위 수술을 받던 그날로 돌아갔다.
View More그는 감격에 겨워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이수야, 이젠 나도 너와 똑같은 처지야. 위도 잘라냈고 아이를 가질 수도 없어. 그러니까 열등감 가지지 마.”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차갑게 웃으며 비꼬았다. “열등감이라니? 난 아이를 가질 수도 있고 위도 멀쩡한데.”“그럼 그 말은...”“당신한테 위가 잘리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려주고 싶었어. 기분 어때?”그녀는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당신은 홍수아와 바람을 피우고 날 죽이려고 했어. 그것도 모자라 우리 부모님의 재산까지 가로채려고 했었지. 내가 당신을 용서할 것 같아? 아니, 절대 용서 못 해. 김성준, 이번 생에는 죽기보다 더 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안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으르렁거렸다.“네가 감히 날 속여?”“그래. 내가 당신을 속였어. 지금 이런 꼴로 당신이 뭐 어쩔 건데?”“나쁜 년,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김성준은 미친 듯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고 이내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낭패하기 짝이 없었다.“살려주세요. 누군가 날 죽이려고 해요.”비명을 지르며 병실을 뛰쳐나오자 사람들이 병실 앞을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었다. 경찰이 올 때까지도 김성준은 그녀를 죽이겠다고 아우성쳤다. 아내를 죽이고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었으니 이리 대놓고 그녀를 죽이겠다고 하자 법원은 그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평생 그녀의 옆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법대로 강제 조치를 취할 거라고 했다. 돈이 없는 관계로 그는 병원에서도 쫓겨났다. 허약한 몸을 이끌고 구걸하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근근이 살아갔다. 밤에는 다리 아래에서 자다가 유랑객들에 의해 앞니가 떨어져 나갈 만큼 얻어맞고 한쪽 눈도 멀게 되었다. 그 후 유기견들에게 다리를 여러 군데 물렸고 약을 살 돈이 없어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탓에 상처는 계속 곪고 짓물러 다리 전체를 못 쓰게 되었다.한편, 서이수는 미용원을 개업하고 잘 살고
그 기회를 어찌 놓칠 수가 있겠는가? 그녀는 경호원에게 물을 주라고 한 뒤 김성준을 때리고 나서 풀어주라고 했다.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맞은 김성준은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였다.무릎을 꿇은 채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는 통곡하였다.“내가 잘못했어.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내가 눈이 멀었던 거야. 홍수아 그년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어.”“돈 좋아하고 남자를 좋아하는 그런 가식적인 여자는 당신한테 비교조차 안 되는데. 이 세상 남자들이라면 다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뿐이야. 그러니까 제발 나 한 번만 용서해 줘.”“앞으로 당신한테 잘할게. 당신만 사랑하고 당신만 바라보고 무슨 일이든 당신을 우선으로 할게. 당신한테 미안한 일 절대 하지 않을 거야. 약속해.”“그리고 우리 가족들, 이제부터 당신 앞에서 예의 지키라고 할게. 절대 당신 화나게 하는 일 없을 거야.”가족들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이 남자는 다 알고 있었구나...그녀는 경멸의 눈빛을 감추며 애써 슬픈 표정을 지었다.“나도 당신 용서하고 싶고 당신한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어. 당신을 사랑한 세월이 얼마인데.”“하지만 내 위가 잘려 나가고 내 자궁이 잘려 나간 것을 생각하면 용서할 수가 없어. 마음이 너무 아파.”그 말에 김성준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아버님이 제때 들어오셨잖아.”“홍수아 때문에 당신이 날 수술대에 방치해 두었잖아. 그 바람에 난 감염되었고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위를 다 잘라냈어. 안 그러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대.”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흐느꼈다. “아이가 생기길 그리 바랐는데... 이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가 없게 되었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용서할 수가 있겠어?”“미안해. 내가 나쁜 놈이야.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김성준은 후회가 가득 찬 얼굴로 자신의 뺨을 후려갈기며 참회했다. “홍수아 그년한테 속은 거야. 당신이 우리 아이를 가진 것도 난 몰랐고 홍수아가 당신의 자궁을 떼어내려고 했던 것도 몰랐어.”
아주 오랫동안 잠이 든 끝에 그녀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이수야, 정신이 들어? 걱정돼 죽는 줄 알았어.”차화연은 그녀를 품에 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문득 이게 전생인지 이번 생인지 헷갈려 그녀는 차화연을 끌어안고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엄마, 나 아직 살아있어요? 안 죽은 거예요? 엄마랑 아빠 우리 모두 다 살아있는 거예요?”“바보, 죽긴 왜 죽어. 아직 좋은 날이 얼마나 더 많은데.”차화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마, 내 위랑 자궁은 그대로 있어요?”“있어. 네 아빠가 제때 도착한 바람에 널 구할 수가 있었다. 그놈들이 너한테 손을 쓸 기회가 없었어.”서이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김성준은 동의 없이 수술을 강행하였기 때문에 병원의 규정을 위반하여 병원에서 해고당했고 이 사실을 전국 각 병원에 통보하였다고 하였다. 그 어떠한 병원에서도 이렇게 덕이 없는 사람을 원치 않을 것이다. 김성준은 더 이상 의학계에 발을 붙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서이수를 구하기 위해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고 수술을 강행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남편이었기 때문에 경찰도 어쩔 수가 없었고 24시간 동안 구속되었다가 결국 풀려나게 되었다. 그 소식에 서이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홍수아와 바람이 난 인간이에요. 직책을 이용해 날 속이고 위장 수술을 강행했고요. 그 인간 사무실 금고에 거액의 보험 서류들이 가득 들어있어요. 보험 수익자는 모두 그 사람이고요. 이건 명백한 살인 의도라고요.”“게다가 부정경쟁을 하고 사람들을 고용하여 난동을 부리고 뇌물수수와 과잉 진료 등 죄로 동료 의사를 모함했어요. 그런데도 감옥에 보낼 수 없단 말인가요?”차화연은 한숨을 내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놈이 어찌나 교활한지. 널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딱 잡아떼고 있어. 병원에서 소란이 일어난 일은 홍수아가 그 사람들을 연락한 것이니 김성준 그놈은 아주 깨끗하게 발을 뺐지.”홍수아를 많이 사랑하
그가 최현빈을 음해한 건 최현빈의 명성을 무너뜨리고 그녀의 수술을 직접 집도하고 전임 교수로 승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최현빈의 검사 결과를 오진으로 만들기 위해서였고 그녀의 위를 전부 잘라버릴 계략을 꾸민 것이었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 다시 한번 겪는 인생이 아니었다면 절대 그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성준 씨,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제 시작해.”홍수아가 기다리다 못해 그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일부러 그녀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김성준을 향해 속삭였다.“나 오늘 야한 속옷 입었는데. 수술 끝나고 봐.”말을 마치고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서이수는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겨웠다.수술실에서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하다니... 병이라도 걸릴까 봐 두렵지는 않은 건지.그러나 김성준은 홍수아의 그런 유혹이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면서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만지고 나서야 수술을 시작하겠다고 하였다. 마취를 했지만 날카로운 메스가 자신의 배를 한층 한 층 절개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두려움을 애써 참으며 아빠가 빨리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때, 홍수아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배가 찢어지는 느낌을 그대로 느끼니 기분이 어때요? 마취의 양을 특별히 줄였거든요 내가. 더 실감 나게 느끼라고. 마음에 들어요?”“이따가 자궁도 떼어낼 거예요. 당신이 지켜보는 앞에서. 당신은 더 이상 완전한 여자가 아니에요. 이게 당신이 내 남자를 빼앗아 간 대가라고 생각해요.”“자궁을 떼어내다니요? 위암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자궁하고 무슨 상관이에요?”홍수아는 낄낄거리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알아요. 상관없죠. 하지만 그냥 당신의 자궁을 떼어내고 싶어서 그래요. 안 되나요? 당신이 뭔데 성준 씨 아이를 가져요?”“운 좋게 태어나서 돈 많은 부모를 만난 것 빼고 당신이 나보다 잘난 게 뭔데요? 이제부터 당신의 남자, 당신의 재산, 집 그리고 차 이젠 전부 다 내 거예요. 위도 자궁도 없는 쓸모없는 폐물로 당신은 죽
김성준의 부모와 남동생 그리고 여동생은 모두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사람들이었다. 결혼 첫해, 시부모님과 시누이 시동생한테 선물을 사주는 데만 3천만 원이 넘게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녀가 준 선물을 받고도 그녀한테 손가락질을 해댔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그녀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것도 모자라 발 씻는 시중까지 들라고 했고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라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 뒤로 그녀는 김성준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명절 때면 늘 2천만 원 상당의 선물을 보내곤 했었다.시누이와 시동생은 시도 때도 없이 그녀의 집으로 찾아와 마음에 드는 것을 다 가져갔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어느 날은 집에 들어서니 클라이언트를 위해 준비한 드레스를 시누이가 입고 있었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몇 마디 했다.그러자 시누이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억지를 부리며 난리를 쳤다. 시어머니는 전화에 대고 다짜고짜 그녀를 한바탕 크게 꾸짖었다.김성준 또한 그녀가 사소한 일에 발끈한다고 한마디 했고 그날 두 사람은 심하게 다퉜다. 결국 그는 집을 뛰쳐나간 채로 일주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생에서 그녀는 남편을 먼저 두고 가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아 몰래 시골로 내려가서 그의 가족들을 데리고 왔고 부모님이 사주신 별장도 내주고 차까지 마련해주었다. 그러다가 죽기 전에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자랑하는 홍수아의 말을 듣고 알게 되었다.시댁 식구들은 김성준과 홍수아의 관계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를 시골로 내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들은 일부러 트집을 잡은 것이었다. 그녀가 없어야 대놓고 홍수아와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김성준과의 다툼은 그가 매번 계획한 일이었다. 집을 뛰쳐나가 홍수아한테 가기 위한 그의 계략이었다. 시댁 식구들은 모두 그녀가 빨리 죽기를 바랐고 그녀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계획을 꾸몄다. 그래야만 김성준과 홍수아가 당당하게 함께할 수 있었으니까. 이번
문득 정신이 들었다. “당신이 꾸민 일이야? 최현빈 씨가 내 수술을 하는 걸 막기 위해서? 당신 정말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이구나.”“어디 한번 알아맞혀 봐. 당신이 계속 날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그녀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를 화나게 하지 않아야 벗어날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토닥였다.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 밑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방금 유산 수술을 했으니 푹 쉬어. 잘 쉬어야 수술할 힘이 나지.”말을 마친 그가 그녀의 핸드폰을 들고 나가며 문을 잠가버렸다. 그러고는 문밖의 환자들 앞에서 다정한 남자인 척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유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막말을 하고 사람을 다치게 해서 밖에 나가는 게 위험할 것 같아 일단 병실에 가두어두었습니다. 절대 문 열어주지 마세요.”바깥의 환자들은 끊임없이 그를 추켜세우고 그녀를 비하했다.“김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예요. 아내분 정말 이기적이네요. 선생님께서 얼마나 애를 쓰고 계시는데 이리 난동을 피우니...”“그러게 말이에요. 김 선생님이 아내를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이 병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참 양심도 없죠. 어떻게 이리 선생님의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요?”“조금 제멋대로인 면이 있긴 하지만 와이프가 착해요. 하지만 우리 아이를 지워버릴 거라고는 생각도...”말을 마친 김성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탄식했다. 그녀를 힐끗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독사처럼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바깥의 환자들은 그의 말을 완전히 믿었고 그녀를 도와 문을 열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얘기 들었어요? 최 선생이 뇌물을 받고 과잉 진료를 하는 바람에 환자 가족들이 지금 난리도 아니래요.”“쌤통이죠 뭐. 돈을 그리 탐냈으니... 돈봉투 안 주면 수술도 안 해주고 여자 환자들한테 그렇게 찝쩍거리고 다녔대요.”“그러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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