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그 누구도 자기 여자를 빼앗아 간 사람과 형제처럼 지낼 수 없다. 아무리 돈을 위해서라 할지라도.때문에 나는 연승호를 꿰뚫어 볼 것처럼 빤히 바라봤다.“나랑 협력하려는 마음은 이해한다만 너무 친한 척하는 거 아니야?”연승호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수호 형, 막말로 여자는 마구 갈아치워도 한번 사귄 친구는 끝까지 간다잖아. 고작 여자 하나 갖고 뭘. 만약 수호 형이 원한다면 내가 양보할게.”“나 지금 돈 벌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없어. 나 큰돈 벌 거야! 형이 나 돈 벌 수 있게 해준다면 백연우는 그냥 줄 수 있어.”나는 일순 미간을 팍 찌푸렸다.“백연우 씨는 너랑 약혼한 사이잖아. 네 약혼녀잖아.”“그게 뭐 어때서? 약혼녀가 아니라 마누라라고 해도 필요하면 양보할 수 있어.”이건 나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연승호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내가 한창 충격에서 해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연승호가 내 어깨를 두르더니 허허 웃으며 말했다.“수호 형, 이런 건 일도 아니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사업을 위해 자기 마누라를 남의 침대로 밀어 넣는 사람 수도 없어.”“이 바닥에서 그런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연승호의 손을 쳐냈다.“너한테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나는 못 받아들여.”“그리고 경고하는데 백연우 씨한테 잘해.”연승호는 여전히 허허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계속 술이나 마시자고.”얼마 뒤, 연승호는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러더니 우리더러 알아서 마시라고 하고는 물 좀 빼러 간다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그 말이 당연히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의미였다.화장실 앞에서 연승호를 발견했을 때, 그는 여직원을 안고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었다.딱 봐도 각별해 보이는 두 사람은 이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불과 몇 분 전에 백연우 씨한테 잘해주라고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바로 직원과 애정 행각을 벌여?’‘쓰레
“솔직히 나도 난감해요. 연소희는 연 화백님 손녀라서 밉보이면 안 되는데 자꾸만 찾아와요. 나는 이제 곧 지은 씨랑 약혼할 텐데, 지은 씨가 오해라도 할까 봐 또 걱정되고요...”“그건 간단하잖아. 우리 사이 알려주면 되지 않아?”윤지은이 앞으로 걸으며 말했다. “그건 너무 작위적이지 않아요? 소희는 그냥 저랑 놀기 좋아하는 거지 다른 뜻은 없는 거면요?”“그라면 더 말해야지.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면 안 되잖아. 아니야?”“아니면 말하기 싫어? 떠나 만나면서 다른 여자도 간 보려는 거야?”나는 다급히 맹세했다. “절대 그런 마음 없어요!”“그럼 내 말대로 해.”“그럼 지금은요?”징징 울리는 핸드폰 액정에 또 연소희의 이름이 떠 있었다. “나 병원에 볼일 있어서 가봐야 해.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차에 올라탄 윤지은은 이 말만 남기고는 쌩하고 떠나버렸다. 나에 대한 윤지은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던 나는 또 함께 놀라는 연소희의 초대에 바로 거절했다. “소희야, 미안해. 나 오늘 일이 있어서 같이 놀 수 없을 것 같아.”나는 윤지은과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 때문에 다른 이성과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요즘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한동안 천수당에 출근하지 못했기에 이제라도 나가봐야 했다. 사장이 되어서 모든 걸 민우와 현성에게 떠넘길 수는 없으니까. 나는 민우와 현성에게 전화해 곧 있으면 가게에 나갈 거라고 언질 했다. 천수당은 모든 게 정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이제 정식 궤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드디어 한숨 돌리게 된 우리는 연승호가 운영하는 푸른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연승호를 불러 앞으로의 협력 계획을 토론했다. 우리를 본 연승호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 “나 진짜 엄청 오래 기다렸어. 말해 봐. 어떻게 하고 싶은데? 원하는 대로 최대한 맞춰 줄게.”“급할 거 뭐 있어? 한잔하면서 천천히 얘기해.”“그래. 내가 한 잔씩 따라줄게.”연습하는 우리에 대한 원한을 모두 털어버린 듯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계속 이렇게 끌어안고 싶다고 하려던 거였어요.”“귀신을 속여.”“헤헤.”나는 윤지은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그녀에게 몸을 바싹 붙였다.사실 나는 정말 다른 생각이 없었다.나는 진심으로 윤지은과 결혼하고 싶지 몸만 노리는 건 아니다.그때 이영미가 갑자기 달려와 내 어깨를 툭 쳤다.“참지 못하겠으면 이만 방으로 돌아가.”“엄마...”윤지은은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어머니,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안고 싶었을 뿐이에요.”“흐흥, 안 믿으니까 얼른 돌아가.”“젊을 때 참는 거 아니야.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나와 윤지은은 난감해서 어쩔 줄 몰랐다.우리는 정말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이영미는 확신했다.“얼른 가. 가버려. 내 앞에서 거슬리게 굴지 말고. 보는 내가 다 부러우니까.”윤해철과 깨가 쏟아지면서 이런 말 하는 이영미가 이해되지 않았다.윤해철의 나이에 그런 건장한 몸을 유지한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하지만 이영미가 이렇게까지 하니 우리는 할 수 없이 먼저 자리를 떴다.방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 고요했고,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내가 한창 기쁜 마음으로 걷고 있을 때, 윤지은이 갑자기 물었다.“저번에 유미랑 같이 여기 왔을 때 어뗐어?”나는 순간 당황했다.‘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지?’순간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까, 까먹었어요.”나는 결국 거짓말로 둘러댔다.그러자 윤지은이 바로 나를 노려봤다.“그럴 리가. 거짓말하는 거지. 솔직하게 말해.”“정말 기억 안 나요. 이미 오래된 일인데 누가 기억해요?”“그럴수록 거짓말하는 거 티 나. 솔직하게 진실을 마주할 용기도 없는 거잖아.”“아. 힘들다. 전 이만 가서 휴식할게요.”“정수호, 거기 서!”나는 감히 멈출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급히 도망쳤다....다음 날.우리는 또 용천 호텔에 하루 머물렀다.윤씨 가문 식구들은 나와 부모님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서비스를
결국 어색함을 줄이려고 아버지는 아예 내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그때 이영미가 웃으며 말했다.“두 분 바닷가에 자주 안 가시죠? 나중에 다 같이 바닷가로 놀러 가요.”“두 분 모두 바쁘실 텐데 어떻게 그래요?”“안 바빠요. 회사 일은 따로 처리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저랑 제 남편은 그냥 놀고먹기만 해요.”“아.”아버지는 두 분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결국 두 분이 난처해할까 봐 나는 아버지를 어머니 곁으로 안내하고 내가 윤해철 쪽으로 다가가 대화를 나누었다.나는 그나마 윤씨 가문 사람들과 친해져 말이 잘 통했다.이렇게 하니 어머니와 아버지도 더 편히 즐길 수 있었다.온천욕을 하는 도중 좋은 술과 과일들이 하나둘씩 나왔다.한바탕 즐기고 난 뒤 어머니는 오늘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했다.“편하죠? 앞으로 심심하면 온천욕 해요. 건강에도 좋고 피부도 좋아져요.”“나랑 네 아버지는 시골 사람인데, 어떻게 자주 해? 우리가 온천욕 하러 다니면 밭일은 누가 해?”“우리도 체험해 봤으니 됐어.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면 또 매일 밭일 해야지.”나는 얼른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그럼 강북에 며칠만 더 묵어요. 저랑 같이 재밌는 곳 놀러 다녀요.”“그래.”온천욕을 마친 뒤, 우리는 함께 야경을 즐기며 음악 분수를 감상했다.이영미는 심지어 함께 춤추러 가자며 우리 부모님을 초대했지만, 어머니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춤은 못 춰서 됐어요.”기어코 싫다고 거절하는 사람을 강요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결국 두 분을 방으로 모셔다드렸다.두 분을 바래다준 뒤 나는 다시 윤지은을 찾아갔다.윤지은과 이영미는 밤 생활을 무척 좋아했다.두 사람은 화장을 고치고 어느새 섹시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덕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아버님은 왜 안 와요?”“차 마시러 갔으니 상관하지 마. 우리끼리 놀자고.”이영미가 대답했다.결국 나는 윤지은과 이영미를 데리고 클럽으로 향했다.이영미는 딸인 윤지은보다
“아버지, 왜 그래요?”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아버지가 또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우리가 며느리를 들이는 입장인데, 뭐든 처가댁에서 준비하게 하는 게 말이 돼?”“남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봐 그래요?”“아니. 너한테 좋은 생활을 줄 수 없는 내가 너무 쓸모없는 것 같아서 그래.”나는 얼른 아버지를 위로했다.“아버지, 그건 아니죠. 우리처럼 평범한 가정이 어떻게 윤씨 가문과 비교해요? 그거 아세요? 지은이 아버지는 강북에서 유명한 사업가예요.”“그래? 몰랐어. 그런데 잘 사는 건 알겠더라.”“수호야, 사돈어른이 너한테 엄청 잘해주던데, 너도 지은 아가씨한테 잘해줘야 해.”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지은 아가씨라니요? 지은 씨는 아버지 며느리예요.”“아버지, 어머니,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윤씨 가문은 다른 가문과 달라요. 두 분 모두 개방적인 분들이라 이런 번거롭고 불필요한 절차는 신경 안 써요.”나는 윤해철과 이영미가 어떤 사람인지 부모님께 털어 놓았다.두 분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진심이다. 절대 격식을 차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그럼 다행이야.”“수호야, 네 말을 들으니 시름이 놓여.”똑똑똑.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어보니 윤지은이 밖에 서 있었다.시간이 늦은 탓에 우리 두 식구 모두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머물었다.윤해철음 심지어 우리 부모님더러 용천 호텔에서 이틀 정도 지내며 휴싟하라고 초대했다.그리고 현재, 윤지은이 온 것도 함께 돌아다니자고 찾아온 거였다.용천 호텔 경치는 무척 아름답다. 야경은 더 말할 나위 없다.“아버지, 어머니, 같이 나가요.”“그래.”우리는 간단하게 준비를 마치고 윤지은과 함께 윤해철 부부를 찾아갔다.“사돈, 이곳은 용청호텔에서 가장 특색 있는 온천이에요. 두 분도 즐겨 봐요.”윤해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원이 가운을 가져와 부모님을 도와 갈아입혀 주려고 했다.그 행동에 두 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새 양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8시쯤, 윤지은은 데리러 오겠다며 전화해 왔다.그리고 30분 뒤, 우리는 상견례 자리인 용천 호텔에 도착했다.용천 호텔은 윤씨 가문 산업인 동시에 윤씨 가문 식구가 가장 좋아하는 휴가 장소이기도 하다.그런데 상견례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걸 보면 나와 우리 부모님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나는 부모님께 이곳이 윤씨 가문 산업이라고 슬쩍 말해주었다.그러자 어머니는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셨다.“아들, 지은 씨네 가족 너무 돈 많은 거 아니야? 우리가 상대적으로 너무 뒤처지는 거 아니야?”“괜찮아요. 지은 씨 부모님은 모두 개방적인 분들이라 우리를 싫어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그동안 다 확인했어요. 안 그러면 지은 씨랑 만날 리도 없었어요.”“응. 그러면 다행이고. 안 그러면 처음부터 너무 기울어질 거 아니야.”어머니의 걱정도 어느 정도 이해됐다.하지만 나는 신분 차이와, 빈부 격차는 나와 윤지은을 갈라놓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우리는 곧바로 레스토랑에 들어섰다.웨이터의 안내하에 가장 큰 룸에 들어서자 윤해철과 이영미 부부가 보였다.두 분 역시 정식으로 차려입었다. 윤해철은 양복 차림이었고, 이영미는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어 몸매를 한껏 드러냈다.우리가 룸에 들어서자 두 분은 이내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사돈어른, 앉으세요.”이영미의 ‘사돈어른’이라는 단어에 두 가족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아직 결혼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두 가족이 이렇게 친해졌다는 건 좋은 시작이었다.조금 긴장해하던 부모님도 이영미와 윤해철의 태도에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화기애애하고 화목한 분위기는 두 분의 불안마저 말끔히 날려버렸다.긴장이 풀리자 어머니는 점차 말이 많아졌고 이영미와 열띤 대화를 나누었다.윤해철 역시 아버지와 대화가 잘 통했다.그러던 그때, 윤해철이 갑자기 결정을 내리듯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기로 하고, 다음 달 15일, 약혼식을 치릅시다. 결혼 준비는 우리 집에서 할 테니